군장검사와 관물검사

카테고리 : 사진 뒤의 이야기 | 작성자 : 사데

숙명여대와 성신여대의 학군단(ROTC)만 언론에 나오는 것 같아 서울 시내에 있는 다른 여자학군생도를 노출 시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회사에서 가까운 고려대에도 여자학군생도 11명이 있었고 그 생각을 낸 날이 군장검사를 하는 날이었다.

 

군장검사라는 말을 들으니 불현듯 20대 초반 겪었던 논산훈련소의 내무반 풍경이 눈 앞을 스쳤다.

 

아직도 다리미질을 잘 못하는 나는 그 때도 역시나 군화에 광을 낸다거나 군복을 칼같이 다리지 못했다. 훈련병시절에 다리미질을 할일은 없지만 관물대에 군복을 비롯한 지급품들을 가지런히 정리하는것도 쉽지 않았다. 문제는 두툼한 야전상의였다. 입소한지 며칠 되지않았기에 오래된 야상을 각잡아 개는일은 많은 신경을 써야하는 일이었지만 나는 그 신경쓰기가 귀찮고 또 잘되지 않아서 대충했는데 어떤날 딱 걸린 것이었다.

관물대에 엉거주춤 개어진채 포개진 내 군복을 본 조교는 이게 관물정리 한거냐며 군복을 다 끄집어 내게한 후 발로 차게했다. 각에 군기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나는 조교가 하라는대로 소대원들이 보는 앞에서 훈련복을 발로 차 헝클어뜨린 후 다시 개어야 했다. 군복을 개면서 고래고래 ‘관물정리 철저’를 외쳐가며 했으니 그 쪽팔림이란…

 

수화기 너머로 ’군장검사’란 말을 들으니 여생도들은 어떤 표정으로 군장검사를 받는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필시 군장검사 받으며 나처럼 쩔쩔매는 여생도가 있을 것이란 예상을 했다.

 

왼쪽에 손을 들고 있는 여학생은 예비학군후보생이다. 학군후보생은 3학년부터인데 이학생은 2학년이기때문. 그래서 입고 있는 군복도 다르다. 이학생은 군장을 싸다가 순서가 헷갈리자 바로 앞에 있는 선배 여자학군후보생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보통 질문할 때만 손을들고 바로 내리는데 고대학군단은 질문이 끝나고 선배가 답할 때 까지 들고 있었다. 학군단도 군대 냄새가 나는 곳인지라 질문하는 여학생의 표정에는 잔뜩 군기가 배어있다.

 

여학생의 얼굴에 20대 초반 필자의 모습도 있는 것 같다. 필자도 역시 조교 앞에서  순진한 얼굴에 잔뜩 겁을 먹은 채 땀을 흘려가며 군복을 개느라 땀깨나 흘렸었다.

 

이사진은 27일 동아일보 사회면에 흑백으로 실렸다.

 

신문에 실리지 않은 사진들 중에는 여학생 ROTC후보생들이 얼마나 무거운 군장을 매는지 추측할 수 있는 사진도 있다.

 

 

 

필자가 여자후보생들 앞뒤로 맨 군장를 매어보니 무게가 30kg은 족히 넘는 것 같았다. 여린 몸으로 어떻게 힘든 장교훈련을 받아낼까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그 무거운 군장을 매고 씩씩하게 걸어다니며 힘차게 구호를 외쳐대는 이들을 보고 걱정은 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네 여성들의 슬기로움과 끈기 억척스러움에 비춰볼 때 이들이 군에 들어가 스타가 될 때 쯤이면 대한민국 국군은 많은 발전이 있을 것이다.

 

사진에 나오는 모든 고려대 여자ROTC후보생들. 부디 국방의 간성이 되길^^

 

One thought on “군장검사와 관물검사

  1. 낭인

    제법 군기가 든 표정들이네요. 파릇파릇 군복들이 잘 어울립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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