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조영남의 DNA

카테고리 : 까지 것 신문사진~ | 작성자 : 사데

‘가난을 경험하고 목사 공부를 했다고 세상을 들었나 놨다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이제야 왜 그랬는지 알 수 있겠습니다.’란 말에 스타가수 조영남씨는 ‘뭔 말이냐’며 불편한 기색을 애써 감췄다.

 

‘세상을 희롱한 것 같은데…그 희롱이라는 게 아무나 하지는 못한다…자식뻘 되는 연예인들과 스스럼 없이 얘기하기도 하고 인문학 박사들과도 막힘없이 통하고…하여튼 세상을 향해 맘껏 소리질렀다고 보는데 조선생 서가를 보고 그 배후를 약간이나마 짐작했다.’란 말에 조영남씨는 그 말이 욕하는 소리가 아니란 걸 안것 같다.

 

실제 그의 서가는 대단했다.

기자가 되고 나서 많은 서가를 봤는데 세번째로 인상에 남는 ‘책방’이었다. 첫째는 고김대중 대통령의 동교동 서가. 지하실에 빽빽히 정돈돼 있는 서가에 있는 책이 물경 십만권을 넘었던 것 같다.

 

두번째는 소설가 이문열씨의 서가. 본채와 떨어져있는 집필실의 응접실에 서가가 있는데 그 크기는 3-40평 정도였고 특이한 건 천장 높이가 5-6m달하는 시원한 곳이었다.

 

이선생 서가의 특징은 천장까지 책들이 꽃혀있고 그것들은 대부분 한자로 된 동양고전들 이었다는 것이다. 이문열씨는 고전의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하며 당시 숙식하고 있던 소설가 지망생(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 때는 3-4명을 데리고 있었다)들에게 고전 강독을 시킨다고 말했었다.

 

서재안에는 바퀴가 달린 이동식 사다리가 있었는데 서가의 규모와 꽃혀있는 책의 종류 그리고 큰 사다리가 인상적이었다.

 

조영남씨의 서가는 앞서 언급한 두 곳 보다는 규모나 장서수에 비해 턱없이 작기는 했지만 지금껏 ‘뭔가 들어있는 것 같은데 정체가 아리송한’ 가수가 4-5천권 되는 책을 모아둔 서재를 갖고 있다는 게 솔직히 말해 충격이었다.

 

대여섯평 되는 방에는 피아노와 책 뿐 이었다. 걸터앉아 있는 것은 높은데 있는 책을 꺼낼 때 쓰는 사다리다. 사진에 나오지 않은 벽에도 책들이 있다.

 

 

지금은 세상을 떠나신 필자의 독서선생께서 추천했던 ‘노신전집’중 1권도 그의 서가에 꽃혀 있었다. ‘아니…이 책이 있네…’라며 놀랐고 그 때문에 서가를 찬찬히 살펴봤다.

진열용이 아닌 손 때 묻은 책들이 대부분이어서 최소한 두세번은 손길을 받은 책들로 보였다.

 

서가는 철학,미술,소설책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철학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았고 미술 또한 그랬다. 동서양 미술사, 미학 관련 책들이 많은 부분에 꽃혀 있었다. 의외라면 ‘성경’관련 책들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것이었다. 가수는 책을 많이 버렸다고 했는데 혹여 그 안에 섞여서 다른 사람 손에 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은 책 인심도 좋아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가라고 해서 5-6권 정도를 가져왔다. 전부 그가 지은 책으로 ‘예수의 샅바를 잡다’ ‘그림 아는만큼 보인다’등이 읽을 만했다. ‘조영남, 어느날 사랑이’란 책에는 화려한 여성편력이 적혀 있었다.

 

책과 음악을 하는 사람의 경우는 대부분 기운이 맑은게 상례인데 조영남씨의 경우는 맑다고 말하기 힘들었다. 가난을 경험했고, 타고난 음악성에 좋은 노래를 불러 많은 사람을 위로했고, 영성에 대한 궁금증에 성경공부를 열심히 했고, 또 모자란 무엇을 채우기위해 그림을 그렸고, 이성들과 청춘을 불사른 낭만적인 생을 살아왔기에 ’맑은 근수’가 상당히 될것으로 여겼는데 직접 마주 앉아 보니 기대했던 게 느껴지지 않아서 괴이했다.

 

전망 좋은 한강변 어디에 산다는 가수 조영남씨 집에 대한 궁금증은 사진을 찍기위해 여기저기 둘러봐서 풀렸다. 즐겨불렀던 제비가 조씨를 연상케 하는 지금까지의 끈이 었다면 지금부터는 그의 서가와 그림이 될 것 같다.

 

책으로 모든 걸 판단할 수 없지만 짧은 방문에서 내 몸은 지금까지 그에게서 맡아보지 못했던 그 무엇을 느꼈다.

 

박수근의 감수성에 이중섭의 필치로 그려진 1호짜리 ‘삽다리 고향집’. 그림에 문외한이지만 대단하게 보였다. 세상을 희롱했다면 그 힘은 책도 책이지만 현관문 바로 앞에 놓여져있는 고향집에 나타난 정서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동아일보DB

8 thoughts on “가수 조영남의 DNA

  1. Jonghoon Kang

    조영남 is a very unique person in my opinion. Depending on your perspective, he is one of the most likable or hateable entertainers. To me he is a kind of condiments. One thing sure is he is quite different from the majority. That is why I consider my generation has been fortunate to be able to watch him.

    • 저보다 연배가 근 20년 많은 분이시죠. 뭔가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그 뭔가를 제대로 짚어 냈다고 확신은 안들구요. 몇 번은 더 만나봐야 알 수 있을 것 같고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기회가 올지 모르겠습니다. 영어와 한국어가 뒤섟인 댓글인데…왠만하면 한글로 달아주시면 좋겠습니다.

  2. admin

    저널로그 운영자입니다. 이 포스트가 동아닷컴 기사로 선정되었습니다.~☆

  3. 낭인

    책 많이 모아 두는 거야 누구나 별로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일. ㅋ
    집에 서가를 만들 여유 공간이 있고 벌이가 그리 어렵지만 않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거늘….

    중요한 건 얼마나 많은 책을 갖고 있느냐가 아니고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느냐는 것일 테고

    또,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느냐 보다는
    그 읽은 책들로 인해 얼마나 든사람이 되었느냐는 것이겠지….

    책 많이 읽었다고 자랑질 해대는 인간치고 대단한 놈 별로 없더군…
    하물며 책 많이 갖고 있는 것이 무신 대단한 일 씩이나 될까나…

    많은 책을 읽고도 세상 이치에 대해 중심 잡힌 사고가 불가능 하다면 그 사람에게 책 읽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
    .
    .

    조영남?…ㅋ
    살아오면서 세상에 대고 찌질거렸던 그의 망언, 망동들을 생각해보면
    그냥 토만 쏠리는군요…
    뭐…살아오면서 더러는 좋은 일도 하고 살아왔는진 모르겠으나
    세상에 대놓고 찌질거렸던 그의 행위들을 보면
    그닥 어른스럽다거나 남에게 뭐 칭송씩이나 받을 만한 그런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행여나 기자님이
    서가 크기로 그에 대한 다른 평가에도 오판을 하게 될까봐
    괜한 댓글 참견 한 번 해봤습니다. ㅋ

    글고, 그의 서가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니
    역시 조영남스럽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어서리…ㅎ

    아무리 고상한 척 해봐야 껍데기는 껍데기 일 뿐…ㅋ

  4. pkk0068

    사데님의 댓글에 전적 동감입니다.
    조영남씨는 대한민국 국민의 활력소이십니다.

  5. Pingback: the registry clea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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