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자 탐구1- 사진기자에게 적합한 전공은 무엇일까?

카테고리 : 사진기자 탐구 | 작성자 : 사데

사진기자를 잘 하는데는 어떤 전공이 가장 유리할까?

 

언뜻 보면 사진과를 졸업한 게 가장 유리할 것 같지만 20여년 넘게 사진기자로 살다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다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일이든지 마찬가지지만 입문-기본기 연마-경험하면서 내것 만들기-숙성기의 단계를 거친다. 

 

사진과를 전공한 기자들의 경우 입문과 기본기가 다른 전공자들보다 빠르기에  사진기자 입문 초기에는 쉽게 두각을 나타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장점을 유지하는 경우는 드물다.  

 

내 경우 인문.사회계를 졸업했기에 10년가까이 ‘사진에 적응’하느라 무진 애를 먹었다.  사진에 적응한다는 말은 사진의 기본기를 닦는다는 말이다.  보도사진에서 기본이란 무엇일까.  ’정형화된 앵글’을 뜻한다. 일종의 신문 사진 문법이라 할 수 있는데 기존의 신문에 나왔던 사진들의 앵글을 흉내내는 것이다.

 

이를테면 인터뷰 사진을 찍을 때는 피사체가 입을 벌리고 손을 가슴 높이에서 든 모습을 찍어야 하며, 전경 사진을 찍을 때에는 원경-중경-클로즈업등의 순서로 찍으면서 가로 세로를 다 찍어야 하고….등등 ‘외우고’ ‘몸에 배게’할 것들이 너무 많다.

 

데스크의 입장에서 대략 5년 정도 지나야 ‘맘 졸이지 않고’ 현장에 보내는데 그 기간이면 사진기자가 문법을 익히고 모든 현장을 다 겪는 기간이다.  사진과 출신들은 어찌됐든 타 전공자보다 이런 기본기 교육을 진즉부터 받았기에 100m달리기에서 10m정도 앞서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진 찍기는 100m달리기라기 보다는 끝이 없는 마라톤이라 할 수 있기에 시간이 갈 수록 10m는 별 의미가 없다.

 

사진기자에게 사진은 인생의 길을 같이 가는 동반자다.  끝을 본다는 생각으로 사진을 찍었다간 내 사진은 없다. 묵묵히 그리고 꾸준히 이 길을 가다보면 언젠가 자신만의 사진을 찍을 것이다. 사진=동아일보DB

 

미술 혹은 디자인 전공이 사진 전공보다 사진기자를 하는데 더 유리하다고 본다.  현역 사진기자 중 미술 전공자가 사진기자를 하는 경우가 없는 게 유감이다.  만약 있었더라면 나는 그의 사진을 보고 참 즐거웠을텐데 말이다. 왜 미술 전공자가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이유는 그 안에 내재된 구성 본능 때문이다.  구성 본능이란 화면을 구성하는 능력을 뜻한다.

 

이 장면을 가로로 찍을찌 세로로 찍을지부터 시작해 주제와 부제를 어느정도 조화시키고 어느 구도로 표현할 지 결정하는 능력이다. 수백명의 기자가 있는 현장에서도 사진이 각기 다른 것은 사진기자마다 다른 화면 구성때문이다.  미대 출신들은 어느정도 감각이 있는데다가 그림의 기본인 구성을 수도 없이 연습하기 때문에 사진을 찍을 때 유리하다는 것이다.

 

사진의 기본이 뭐냐고 묻는 다면 눈에 보이는 것으로는 ‘구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는 ‘열정’이라 말하고 싶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게 뭐냐고 또 물어 온다면 ‘마음’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구도,열정,마음 말고 꼽지 않는 것이 있다면 ‘감각’이다. 감각은 매우 중요하지만 사진을 이루는 주춧돌에는 해당되지 않는대신 무시 할 수 없는 요소다. 어떤 구도를 택하느냐는 대부분 감각적인 것이고 어떤 배경과 색깔을 화면에 넣을 것인가도 분명 감각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2002년에 필자가 찍은 박정자씨 인터뷰 사진이다. 입을 벌리고 말하는 듯한 모습이었다면 평범한 사진이 됐을 것이나 이사진은 평범하지는 않다. 지금 보니 손이 너무 많아 화면이 산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진기자들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취재에 익숙해지다 결국에는 ’적응’을 한다.  적응이 문제다.  묘한 뉘앙스가 이 안에 있다. 적응을 잘하면 회사를 다니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일에 관한한 문제가 없으니까. 하지만 어떤 기자들은 적응을 자신의 사진을 만드는데 환경을 이용하는 기자들이 있다.  극히 일부 선배들이 그랬듯 지금 이순간 ‘열정’을 품고 있는 기자들은 환경의 적응을 도전으로 여기고 있다.  사진기자를 잘하는 두번째 덕목인 열정이 중요한 이유다.

 

그들은 끝없이 밀려오는 취재속에서 자신만의 앵글로 사진을 찍어낸다. 매일 반복되는 사진 찍기를 즐기니 그가 찍은 사진에는 유쾌함이 있다. 일을 즐길 때 감각은 서서히 늘어 간다. 사진에도 꾸준함이 제일인 것이다. 인간의 잠재력이 무한하 듯 감각의 영역도 인간이 정복 못할 분야는 아니다. 타고난 사람에 비하면 부족하지만 노력여부에 따라 얼마든지 훌륭한 감각을 갖게 되 타고난 감각을 가진 사람을 이기는 것이다.  

 

사진기자는 기자와 예술가의 경계에 있는 독특한 직업이다. 독자들의 눈 높이가 점점 올라가는 추세에 있는지라 사진기자에게는 기자 말고도 예술적인 감각이 필수 불가결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미지의 홍수 속에 많은 독자들은 그들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고있다.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된 후 사진을 보는 독자들의 눈 높이는 전에 비해 많이 올라갔다.  사진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이 많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사진기자들이 찍는 사진을 보다 높은 안목으로 평가하는 비평가들이 많다는 사실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마냥 좋아할 일 만은 아니다.

 

열정은 기본적으로 있고 거기에 더해 미술 전공이거나 끼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사진기자는 블루오션 그 자체다. 땅 짚고 헤엄치기나 만큼 쉬우면서 재미있을 것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틴다고 나 자신은 위에서 언급한 전공과 너무 거리가 멀다. 열정도 부족하다. 제대로 된 사진기자를 하려면 열심히 그저 열심히 노력하는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세상을 열심히 살 듯 말이다.

me2day

One thought on “사진기자 탐구1- 사진기자에게 적합한 전공은 무엇일까?

  1. 안녕하세요.^^
    우연히 한달 전에 기자님의 홈페이지를 알게 된 후
    틈틈히 들려서 좋은 글과 사진을 잘 보고 있습니다.
    구도,열정,마음,감각에 대한 기자님의 생각에 많은 부분 공감을 느낍니다.
    아마도 전업 사진가라면 균형적으로 다 갖추어야 할 중요한 것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신기하게도 기자님의 글은 읽고, 또 읽게 되네요.
    날씨가 추워지니 감기 조심 하시고 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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