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카테고리 : 사진기자가 쓰는 세상만사 | 작성자 : 사데

김장의 계절이다.

 

요즘 김장하느라 고생깨나 하신분들 많으실 것 같다. 어젯밤 tv에서도 김장 관련 리포트를 꽤나 길게 하던데 요지는 ‘편리한 김장’ 이었다. 절임 배추를 파는 업체가 성업중이고 배춧속에 들어가는 양념을 파니 그런것들을 이용하면 한시간이면 열포기를 담근다고 한다.

 

김치의 맛을 감별할 줄 아는 나는 가끔 아내에게 김치를 담그자고 제안하지만 그 때마다 번번히 ‘김치 담그기가 얼마나 손이 가는일이는지 모르는 구만…정 먹고 싶다면 같이 하자구요…’라는 응대에 답하기가 궁했었는데 ‘절임 배추’와 ‘포장된 양념’을 믿고 ‘내가 한 번 담가볼게’라고 소리치듯 으스댈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한 해 살림의 마지막 이벤트 김장.

 

여자가 아니고 살림을 해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김장이 가지는 의미를 짐작 조차 못한다면 가장으로서 문제가 있을 것 같다.

 

살림이란게 자신 편하기 보다는 남편 자식등 식구를 위해 하는 것인지라 월동하면서 반찬 걱정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것이있다면 그것은 김치 일 것이다. 김치가 맛있고 또 넉넉하다면 주부는 마실 나가서 맘편히 지내다 올 것도 같다.

 

회사 DB에 김장 관련 사진이 많을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적어 소개할 사진이 많지는 않아 아쉽다. 

 

 

 

조선시대 말 양반집의 김장 모습이다라고 사진설명에 씌여있지만 김장하는 게 아니라 김치 담는 모습인 것 같다. 당시 김장의 양은 지금보다 훨씬 많았을텐데 배추의 양이 적을뿐 아니라 양념도 생각보단 많지 않다. 좌측 어린 소녀의 길게 땋은 머리와, 가지러한 그릇 놓임, 또 뒤에 보이는 장독 모양새가 절도를 지키는 양반집의 가풍을 짐작케 한다. 

 

군대에서도 김장을 한다.

 

필자도 1985년 겨울 논산훈련소에서 김장을 한 적이 있다. 했던 일은 배추를 소금물에 절이고 건져서 물로 헹구는 거였다. 중대가 동원되서 연대가 먹을 배추를 씻느라 일요일 오전 반나절을 보냈던 것 같다. 다음날 대충 씻고 헹궜던 배추에 고추가루가 듬성듬성 발라져 식탁에 올랐는데 것저리 냄새가 아닌 푸성귀 냄새탓에 인상을 찌뿌렸던 기억이 새롭다.

 

 

위 사진과 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 같은데 촬영 날짜도 없어서 언제 찍었는지 모르겠다. 군복을 보고 추론하건데 60년대 말에서 70년도 초반 사이에 찍은 것으로 보인다. 철길이 있는 걸로 미뤄볼 때 전방은 아닌 것 같고, 김장 시기도 초겨울이 아니라 가을인 것 같기도 해 왜 이렇게 빨리 김장을 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군대에서는 언제까지 김장을 할까. 군문을 나온지가 20년도 훨씬 지나 지금도 김장을 하는지 모르겠다. 신세대 장병들의 입맛이 변하고 나라가 잘살아지면 군인들 식탁에 오르는 김치의 양이 줄고 사회와 별반 다름없는 ‘냄새 안나는 김치’들이 식탁에 오를테니 군인들이 ‘김장 사역’에 동원되는 일은 없어질 것 같다.

 

김장이 사회적 이벤트가 된 계기는 2004년 야쿠르트 아줌마들 3000여명이 서울광장에 모여 김장을 담근 것이다. 이 행사는 신문 방송등에 비중있게 소개됐다.

 

올해도 야쿠르트 김장 담그기는 어김없이 언론의 조명을 받았고 아주머니들이 정성스럽게 담근 김치들은 역시 불우이웃들에게 전해졌다.

 

여러 신문 1면에 이 사진이 대문짝만한 사진이 소개되자 당시 막 태동기에 있던 국내 홍보대행사들은 늦가을 찬바람이 분다 싶으면 김장 관련 이벤트를 기획해 관련 자료를 신문사에 보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가진 것 모두가 한류라는 이름하에 상품화 되는 시기다. 김치는 진작에 세계에 알려졌지만 김장은 그정도는 아니다. 우리의 영리한 기업들이 곧 김장을 세계의 이벤트로 만들 것이다. 우리네 어머니들이 허리가 끊어져라 쭈그리고 앉아 김장을 담궜던 그 노력과 정성으로 ’김장’이란 단어가 언젠가는 세계적인 보통명사로 될 것이다.

 

                                                                            위의 모든 사진 출처=동아일보DB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