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을 걸으며…

카테고리 : 사진기자가 쓰는 세상만사 | 작성자 : 사데

청계고가도로가 있던 시절 나는 가끔씩 ‘찔끔 고개’의 스릴을 즐기곤 했다.

동대문방향에서 광화문 방향으로 청계고가가 끝나는 부분의 각도가 매끄럽지 못한 곳을 지날 때 느끼는 스릴을 어떤이는 ‘찔끔’이라고 표현했는데 틀린말은 아니었다. 자동차가 시속 70km를 넘으면 내리막 가속도가 더해져 바퀴가 지면에서 붕 뜨는데 그 기분이 마치 고공에서 낙하하는 ‘자일로 드롭’을 연상 시켰다. 어떤 수송부 형님들은 수습기자 모모는 거기를 마감 때문에 100km 넘어 내려왔더니 표정이 영 이상한 걸 보니 오줌을 지렸을 거라고 단정하기도 했다.

 

필자도 솔직히 처음에는 ‘찔끔’할 정도로 놀랐지만 다음부터는 그 스릴을 즐겼다. 청계고가가 아직도 있었더라면 필자처럼 그 즐거움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서 필시 경찰청에서는 그 위에 속도위반 감시 카메라를 달아놨을 것이다.

 

 사진 왼쪽 아래 차선에서 얼마 내려가지 않으면 예의 그 고개와 만난다. 지금 31빌딩 옆이 청계고가가 끝나는 지점이었다. 필자 말고도 찔끔 놀이를 해 본 이들이 꽤 있을 것이다. 사진=동아일보 이훈구기자

 

 

10년이 지난 지금 속도 대신 느림의 즐거움을 청계천에서 얻는다. 바로 걷기를 통해서다.

회사 바로 옆을 흐르는 청계천을 일주일에 4번이상 걷는다. 몇발작 걷고 마는 게 아니라 한 번 걸으면 최소 1시간 이상 어떨 땐 3시간 가량 걸으니 걷기와 더불어 청계천은 내 삶의 일부가 돼 가고 있는 것이다.

 

청계천 전경. 신록이 우거졌다. 청계천은 도심의 열을 내리는 역할도 한다. 필자는 사진 왼쪽길을 따라 걷는다. 그편이 반대편 보다 길이 넓어 사람들의 방해를 덜 받기 때문이다. 사진=동아일보 박영대기자

 

 

별일이 없는한 청계천을 따라 퇴근한다. 40여분 남짓 걷다 올5월 완공된 성북천이 나오면 그길로 들어선다. 성북천이 끝나는 곳에 우리동네가 있다. 회사서 집까지의 거리는 대략 9km 정도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엔도몬도(endomondo)는 그 거리를 시속 6.2km 정도로 걸어 집에까지 1시간 20분정도면 도착한다고 알려준다. 소모되는 칼로리는 500cal가 조금 못된다.

 

청계천의 공기는 그 위의 공기에 비해 낫다. 4-5m위의 도로에는 매케한 매연이 가득하지만 청계천은 그렇지 않다. 청계천 물 속에는 팔뚝만한 메기와 붕어가 많고 그 보다 더많은 송사리들이 있다. 유유히 그 위를 오리떼가 지나며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다. 성북천과 합류하는 지점에 모래톱이 있는데 얼마전 그 위로 오리떼들이 올라와 쉬고 있는 걸 봤다. 아마도 오리들은 모래톱 어딘가에 알을 까고 부화시켜 가족수를 늘릴 것이다.

 

유유히 노니는 청계천의 오리떼. 사진=동아일보 홍진환기자

 

 

청계천이 끝나는 부분에는 5-60년대의 청계천에 즐비했던 판잣집을 복원해 놓은 청계천 기념관이 있다. 사진으로 봤던  그 때 그 시절의 판잣집 보다는 훨씬 폼새가 있어보이는 게 조금 아쉽다. 서민의 고달픔 보다는 박물관의 모형을 보는 느낌이 든다. 그바로 아래는 청계천을 복원하는데 ‘공을 세운’이들이 세겨진 큰 동판이 있다. 청와대 출입 시절 알았던 이들도 적혀있었다.

 

엊그제 청계천의 관리비가 1년에 80억정도 된다는 기사를 보고 놀랐다. 십분의 1이 한강물을 끌어오는데 쓰는 전기값이고 그 십분의 일이 바닥에 끼는 녹조를 제거하는데 드는 비용이었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서울시에 정식으로 청계천을 자연천으로 복원하자는 제안을 내놨다고 한다. 아직 구체적인 안을 내 놓은 것 같지는 않다.

 

6km가 넘는 청계천에 인공적으로 끌어 온 물이 아닌 물이 흐르게 하는 방법은 쉽지 않아 보인다. 물을 끌어올 데가 없기 때문이다. 성북천은 갈수기 때 물이 말라 생활 하수의 악취가 풍긴다. 지하수를 이용하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전문가가 아니라 잘 모르겠다.

청계천을 매일 걷는 사람의 아전인수격 입장에서 천변 보도를 시멘트가 아닌 다른 재질로 포장했으면 어떨까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12 thoughts on “청계천을 걸으며…

  1. admin

    저널로그 운영자입니다. 이 포스트가 동아닷컴 기사로 선정되었습니다.~☆

  2. 임한규

    고가가 끝나는 점은 정확하게 말해 삼일빌딩 앞이었습니다. 사진의 휘센 에어콘 광고보다 약간 동대문쪽으로 올라간 자리. 저도 스릴을 즐겼었고 산업은행(당시 삼일빌딩 입주)에서 차들의 찔끔놀이를 즐겨 보았습니다.

    • 이동호

      네, 임한규님 말씀처럼 삼일빌딩앞이 맞습니다. 어릴적 외가집(광희동)에서 집(중림동)올때 택시를 타면 정말 “찔끔”했던 기억이 새롭게 나는군요. ㅎㅎㅎ

      • 수정했습니다. 임한규선생님 감사합니다.^^

  3. 최성연

    감사합니다. 옛날 부모님과 함께 가며 겪었던 찔끔고개에 대한 추억을 일깨워 주셔서요… 이제는 되돌아갈수 없는 아련한 추억들이 다시 생각나게 되네요…

    • 서울서 어린시절을 보낸 분들은 대부분 찔끔고개에 대한 추억이 있나 보네요. 저는 촌놈이어서 만약 동아일보에 입사하지 않았더라면 그 짜릿한 재미를 못 느껴볼뻔 했네요.ㅎ

  4. kim jai yoon

    저희 친구들은 찔끔고개가 아니라 오르가즘언덕이라 불렀답니다. 내려가는 찰라 ~기분이 묘하죠?

  5. 님은 강심장을 가졌나 봅니다. ㅎㅎ 하나 그 심장도 처음에는 많은 이들처럼 ‘찔끔’하고 난 다음 가진거겠죠^^

  6. 9406sun

    옛 고가 가 없어진 청계천에 오리도 떠 다니고 사람들이 다정하게 거리를 오가고 그렇지만 옛 추억을 그리워하는 분도 많네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