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경 올림푸스 갤러리에서 열리는 사진전이 한 달 남짓 남았습니다. 전시회 덕에 제가 지금까지 찍었던 사진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 장의 사진을 찍기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던 지라 생소한 사진은 단 한 장도 없었습니다. 전시회에 걸 사진을 고르면서 촬영할 때의 광경이 떠올랐다 사라지곤 했습니다. 동양의 정서와 불교의 핵심을 나타내는 사진을 중심으로 골랐습니다. 부처님의 자비와 길상사가 갖는 나눔이 일본 관객들에게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사진을 찍은 이의 마음도 자연스레 나타났으면 하는 기대도 솔직히 있습니다.
”보통의 미”란 제목으로 걸리는 사진을 분류하자면 기록 사진입니다. 길상사에 살고 있는 스님들과 길상사에 오시는 불자들 그리고 길상사의 모습을 담았기 때문입니다. 사람과 자연을 담되 아무렇게나 셔터를 누르지 않았습니다. 피사체들이 마음에 닿을 때 카메라들 들었습니다. 꼭 찍고 싶었던 장면을 놓쳤다 하더라도 아쉬워 하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다시 찍을 수 있겠지”란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연출 사진을 한 장도 찍지 않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마음에 와 닿는 사진은 사진가의 마음이 움직일 때 찍어야 한다는 원칙에 충실하려 노력했습니다.
불교 사진을 찍고 싶은 바램은 자연스레 부처님께 혼을 다한 사진을 올리고 싶은 마음으로 이어졌습니다. ”사진공양”으로 명명했던 이유는 부처님께 제 노력을 온전히 드리고 싶은 마음 때문 이었습니다. 무형의 마음이 유형의 사진으로 변해 그 안에 담긴 부처님의 자비와 나눔을 나타내는 공양물이 된 것 입니다.
2004년 6월 중순 쯤 동아일보 주말판 위크엔드의 커버 사진을 찍기위해 길상사에 간 게 사진공양의 시작이었습니다. 마침 같은 부에 있던 정인성군과 공성태군이 홈페이지(www.urisesang.co.kr)를 만들어 준 터라 홈페이지에 컨텐츠를 채운다는 생각으로 즐겁게 사진을 찍었습니다. 쉬 될 것으로 여겼던 불교 사진 찍기는 한 달도 못 가 벽에 부딪쳤습니다. 사진가의 사고의 산물인 사진이 얄팍할 수 는 없었기에 ”불교가 무엇인지” ”왜 불자들은 간절한지” ”왜 절하고 참선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부처님과 불교 그리고 길상사가 갖는 나눔의 의미가 한걸음씩 제게 들어왔습니다.
바쁜 일상을 보내야 하는 사진기자임에도 불구하고 사진공양 중간에 서원한 3백장의 사진을 부처님전에 바칠 수 있었던 이유는 오로지 부처님의 가피 때문이었습니다. 일주일에 6장씩 다른 사진을 찍어 홈페이지 올려야 하는 일이었지만 항상 새로운 장면 못 보던 장면이 나타났습니다. 부처님은 그것들을 볼 수 있도록 제 마음을 열어주신 것입니다.
사진공양 중간에 어머님의 별세라는 청천벽력이 있었지만 어머님의 영혼을 위로하고자 게으름을 물리쳤고 신 새벽의 찬 공기도 이겨냈습니다. 어머님은 생전에 제 사진과 글을 보고 많은 위로를 받으셨기에 어머니와 아버지 영전에 사진공양 회향과 책(이토록 행복한 하루)을 꼭 올리고 싶었습니다. 죽음의 경험은 알게 모르게 저에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잠시 인연으로 모여 있다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한 다는 것은 변화였습니다. 잠시 왔다 가는 생에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었고 분명 그 생각은 사진에 투영되었을 것입니다.
홈페이지를 통해 일방적인 전달이 이뤄지는 구조 속에서 사진공양은 계속됐습니다. 사진과 글을 보시는 분들의 반응이 어떤지도 궁금했지만 서원했기에 밀고 나갔습니다. 마음껏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은 무엇이든 표현 할 수 있다”란 신념을 구체화 시켰습니다. 피사체를 그대로 찍는 사진은 본래 구체적 표현을 하는 분야이지만 추상의 표현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끔씩 이 생각에 맞는 사진을 찍는 일은 즐거웠습니다. 또 ”사진에도 상생”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주제는 스스로 드러나는 게 아니라 부제와이 조화를 통해 보여 진다고 여겼습니다. 구도 색깔 형태 등이 서로 조화를 이룰 때 좋은 사진이 나왔습니다.
신문사(동아일보 사진부)에서의 취재 경험과 길상사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들은 각각의 분야를 긍정적으로 발전 시켰습니다. 사진기자의 마음이 들어 간 보도 사진은 독자의 마음을 즐겁게 했을 것이고 취재 현장에서 얻은 풍부한 경험은 절에서의 순간 포착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진공양이 계속 될 수 록 사진은
카메라라는 기계가 찍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찍는 다는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일체유심조가 사진에도 있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찍는가는 바로 마음이 하는 일이었습니다. 사진 찍기는 마음 다스리기였습니다.

2006년 4월사진공양이 책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책 출간이 일본에서 사진전을 갖게 된 직접적인 계기였습니다. 일본 아사히 신문 사진부장을 역임하셨던 하나이(花井)상께서 제 책을 보시 곤 사진전을 주선하셨습니다. 작년 8월 하나이상은 사진공양 포트폴리오를 올림푸스 갤러리에 제출하도록 요청했고 갤러리 측은 3개월여의 심사 후 전시가 가능 하며, 되도록이면 원하는 날짜에 전시가 가능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습니다. 올림푸스 갤러리는 매년 10월경 이듬해 전시 일정을 정한다고 합니다. 갤러리 관장은 그 후 저와 많은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전시장 넓이, 무료로 대여해주는 액자의 수 및 크기, DM구성 및 디자인, 홍보전단에 들어가야 할 사항, 전시장 사용료 등등 전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세세히 올 1월 통보해 전시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했습니다. 충분한 정보를 받긴 했지만 해외에서의 개인전인지라 직접 전시장을 찾아 나름의 구상을 가다듬었습니다. 동경에 있는 사진 갤러리 중에서 대략 캐논 니콘 다음의 명성과 크기를 갖는다고 해서 꽤 클 것으로 예상했으나 인사동의 갤러리에 비해 작았습니다. 여백이 있는 사진들이라 간격을 두고 전시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20여점 정도를 전시하고 싶다고 했더니 그 배를 제시 하면서 제고를 강력히 요청했습니다. 일본에서의 사진 전시는 사진과 사진 사이가 10CM미만일 정도로 촘촘히 걸며 관객들이 40여점 이상의 사진을 봐야 만족한다는 설명 이었습니다. 한국에서 구상했던 전시회 형식과 달라 많이 망설였지만 수용했습니다.
갤러리측은 전시 한 달 전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오는 9월6일 동경 진보쵸의 올림푸스 갤러리에서 일주일간 ”보통의 미”라 명명한 사진전이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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