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문사하면 떠오르는 사진은 이른바 ‘안행(雁行)’입니다. 스님들이 예불 전후 대열을 지어 법당을 향하거나 법당에서 나오는
모습이 마치 기러기가 열을 지어 하늘을 나는 모습과 비슷하다고해서 붙여진 것이지요. 사진쟁이도 역시 그 모습을 찍길 원했습니다. 운문사의
대표적인 이미지에서 보여지는 한국불교의 독특한 면을 발견할 수 있지않을까하는 기대를 갖은 채 말입니다. 결국 찍지 못해 아쉬웠지만 ‘제 시각’을
유지 할 수 있었기에 위안을 삼았습니다. ‘시각’이란 사진공양을 올릴 때 사진쟁이 갖는 원칙입니다.그것은 불교적인
가치관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절에서 마주치는 모습들을 연기의 산물로 여기기에 연출을 하지 않습니다. 만나는 것들 모두를 인연으로 생각해
최선을 다해 셔터를 누르지만 억지로 그것들을 만들지 않습니다. 차근차근 쌓아가는 인연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 일부러 인연까지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절에 가면 열심히 도량을 돌아다니며 기다립니다. 이번에는 ‘나와 어떤 장면이 인연을 맺을까’라는 기대을
품고 주력을 하며 인연과 마주쳤을 때 흘려보내지 않기위해 준비합니다.살아오면서 보건데 억지로 만든 관계는 얼마 지나지 않아 꼭 뒤탈이
났습니다. 사진도 그러할 것입니다. 없는 걸 있는 것 처럼 꾸며 만든 장면이나, 있지만 내 눈 앞에서 일어나지
않는 것들을 일어난양 만든 모습들을
찍은 사진들은 시간이 지나면 신기하게도 마치 도가 넘치게 꾸민 사람을 보는 듯 합니다.제 모든 것을 쏟아부어 부처님의 법을
영상으로 표현하는 ‘사진공양’이 부처님이 깨달으신 연기를 어기면서까지 제작될 수 없습니다. 한 장 한 장 찍어갑니다. 할 수 있는데까지 할
것입니다. 사진은 저녁 예불을 마친 스님들이 두 줄이 아닌 한 줄로 법당을 나와 강원으로 돌아가는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