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정스님의 글을 통해 스님의 건강 상태를 짐작합니다. 스님의 글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자주 보다 보니 글을 통해 스님의 심신상태를 유추하는 것이지요. 이유는 스님을 자주 뵐 수 없기 때문입니다. 홍수가 났을 때 스님의 거처는 괜찮은지 또 몇 달간 스님을 못 뵐 때 스님의 안위가 궁금합니다. 그럴 땐 스님의 글을 유심히 봅니다. 글이 평상시와 다르다는 느낌이 들면 맑고 향기롭게 김자경 실장님께 ‘스님의 컨디션이 좋지 않으시죠’라고 묻는데 실장님은 그걸 어떻게 알았냐고 놀랍니다.
스님은 한 달에 한 번 맑고 향기롭게에 글을 쓰십니다. 원고지 7장 분량의 ‘산방한담’이라는 글 입니다. 수필에 우선 담야할 것이 필자의 인격이지만 그것은 있는듯 없는듯 한 글쓴이의 생각에 따라 전개됩니다. 간결한 문장, 선택된 단어의 품격, 동어반복에 주의하면서 당신의 생각을 한정된 지면안에서 펼쳐야 하니 이만저만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실 것입니다. 스님의 평상시 글에서는 대바람을 스치는 상쾌함이 묻어나는데 이는 스님의 맑은 정신과 건강한 육체에서 비롯됐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몇 년 전부터 스님은 천식으로 고생하셨습니다. 겨울에만 불편하신 줄 알았는데 가끔 평소와는 다른 글을 보고 고질(痼疾)이 돼 스님을 시도 때도 없이 괴롭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겨울을 어떻게 나실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0월 11월 두 달치의 글을 보고 스님께서 심신이 많이 안정됐음을 어렴풋이 짐작했습니다. 겨울의 한복판에 쓰신 12월호가 궁금했습니다. 글을 읽지 못하고 길상사 개원 법회 때 스님을 뵈었는데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안색이 맑으셨고 표정 또한 밝으셨습니다. ‘이번 글은 좋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평상의 글로 되돌아 온 느낌을 받았습니다.
‘맑음’과 ‘꼿꼿함’이 고질에 지지 않았습니다. 스님은 당신의 성정과 고질을 조화시켰고, 당신의 건강을 염려하는 불자들에게 맑은 정신과 신체가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보여주셨습니다. 법문중에 기침을 하는 당신을 보고 안쓰러운 눈빛을 보내는 불자들의 마음을 헤아려 ‘나는 아직 여전하다’라는 표시로 좋은 글을 내보내셨습니다.
스님의 글은 당신의 분신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기에 제가 스님의 글을 통해 스님의 건강상태를 짐작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짧은 느낌으로 스님의 글이 제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 가를 써봤지만 외람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