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스' 라벨에 천사가 그려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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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천사를
믿은 몬테스의 공동 설립자 더글라스 머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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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스
와인 라벨에는 천사가 그려져 있다. 몬테스 퍼플 엔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와인 중 하나로 칠레 와인 ‘몬테스’(Montes)가 있다. 2000년 수입 판매된 이 와인은
2009년 누적판매량이 300만병을 넘었고, 올 연말 아니면 내년 상반기에는 400만병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그런데 몬테스 와인의 라벨을
보면 눈에 띄는 게 있다. 바로 ‘천사’다. 와인 라벨에 천사가 들어있는 이유는
뭘까. 이는 아우렐리오 몬테스와 함께 몬테스의 공동 설립자인 더글라스 머레이와
연관이 있다.

 

더글라스 머레이는 어렸을 때부터
갖은 사고와 질병을 겪으며 죽을 고비를 수차례 넘겼다. 심지어 피부암도 극복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삶을 지키는 수호천사가 항상 자신과 함께 한다는 굳은 믿음이 생겼고,
플라스틱으로 된 가벼운 천사 상을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천사 상을 선물하기를 즐겼다. 수호천사가 그들의 삶에도 함께
하기를 바랐기 때문. 몬테스 라벨에 천사를 넣은 것도 이런 믿음에서 비롯됐다. 그의
사무실과 집은 항상 천사 상으로 넘쳐났고, 그의 얼굴은 이 때문인지 항상 온화한
미소로 빛났다.

 

그런 그가 지난 6월30일(현지시간)
6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전신에 퍼진 식도암을 끝내 이겨내지 못했다. 당시
언론에서는 몬테스 와인의 공동 설립자인 더글라스 머레이가 세상을 떠난 사실이
담담하게 보도됐다. 그런데 사실 그의 죽음 뒤에는 두 남자의 눈시울을 적시는 끈끈한
우정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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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라스 머레이(왼쪽에서 세 번째)와 진한 우정을 나눈 김영근(맨 오른쪽) PDP와인 부회장

 

현 PDP 와인 김영근 부회장과
더글라스 머레이, 나이와 국적을 뛰어넘는 두 남자의 이야기다.

 

스스로 사교적이지 못하다고
말하는 김영근 부회장은 사회생활을 통한 친구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유독 더글라스
머레이는 비즈니스 파트너로 만났지만 진정한 친구로서 관계를 만들었다.

 

인연은 김영근 부회장이 1997년
나라식품 대표로 더글라스 머레이를 만나면서 시작됐다. 당시 더글라스 머레이는
한국 시장 개척을 위해 10여 곳의 칠레 와이너리 사절단을 이끌고 한국을 찾았고,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시음회에서 몬테스 와인의 맛에 반한 김 부회장은 거래를
희망했고, 결국 몬테스 와인의 공식 수입원이 됐다.

 

이후 두 사람은 몬테스 와인을
한국에 알리는 데 최선을 다했고, 2002년 한일월드컵 조 추첨 행사 만찬에 사용되고,
2004년 한국과 칠레의 FTA가 체결되고 칠레 와인이 주목받으면서 몬테스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팔리는 와인이 됐다.

 

나이가 7살 차이나고, 국적도
달랐지만 두 사람의 인간적인 신뢰가 1등 와인 몬테스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음은
분명하다. 그런데 두 사람이 서로를 믿고, 의지한데는 또 하나의 공통 분모가 있다.
바로 암 투병이다.

 

먼저 더글라스 머레이가 김 부회장을
도왔다. 한 차례 위암으로 고비를 넘긴 김 부회장은 2003년 위암이 재발해 정상적인
회사 근무를 하지 못하고 치료에 전념했다. 이 때 더글라스 머레이는 수시로 전화로
안부를 묻고, 기회가 있을 때 마다 김 부회장을 만나 다시 건강해질 수 있다고 격려했다.
더글라스 머레이는 젊었을 때 피부암으로 고생했지만 결국 이겨낸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김 부회장에게 힘을 불어 넣어 주었다.

 

김 부회장이 암을 이겨내고,
다시 업무에 복귀하자 가장 기뻐한 것도 더글라스 머레이다. 그는 2008년 5월 칠레로
김 부회장을 초청해 온 마음을 다해 환대했고, 기뻐했다. 매 식사마다 최고의 식당을
찾아 대접했고, 1997년 처음 관계를 맺었을 때 얘기를 다시 떠올리며 인연에 감사했다.

 

그런데 1년 후, 이번에는 더글라스
머레이에게 암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극심한 피로를 느끼고 건강 검진을 받은 더글라스
머레이는 식도암이 온 몸으로 전이됐다는 청천벽력같은 이야기를 의사에게 전해 들었다.

 

그는 김 부회장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식도암으로 진단 받았고, 수술을 해야 한다면서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지 도움을 청했다. 암을 두 번이나 이겨낸 김 부회장에게 희망을 찾으려 했던
것이다.

 

김 부회장은 “무엇보다 암을
이겨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과 용기가 중요하며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천사의
보호하심과 하나님에 대한 믿음으로 간구하라”고 조언하며 반드시 회복할 수 있을
거라고 희망을 불어 넣었다. 자신이 암으로 고통 받을 때 힘을 준 그에게 이번에는
자신이 힘을 실어 줄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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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암 치료를 받으면서도 우리나라를 찾은 더글라스 머레이(위). 아래
사진은 그를 위한 성대한 환영 행사

 

김 부회장의 기도 덕일까, 아니면
더글라스 머레이가 그토록 믿고 의지하던 수호천사의 보호 때문일까. 더글라스 머레이는
12시간에 걸친 수술과 이후 6차례의 고통스런 항암치료를 마치고 기운을 회복해 2009년
10월 다시 한국을 찾았다.

 

김 부회장이 직접 인천국제공항에서
맞은 더글라스 머레이의 모습은 많이 야위었고, 지팡이에 의존하는 모습이었지만
이렇게 다시 살아 자신의 눈앞에 있는 모습에, 그 고마움에 김 부회장의 눈시울은
붉게 물들었다. 더글라스 머레이 또한 자신의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났다는 감격에
벅찬 마음을 억누를 길 없었으리라.

 

하지만 그의 건강이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었다. 사실 15일 후 2차 수술을 다시 받아야 한다며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김 부회장은 이때를 이렇게 회상했다. “나는 2차 수술을 앞두고 그 먼 거리의 출장을
감행한 그의 용기와 헌신에 머리를 숙이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만일 그 같은 경우라면
출장은 고사하고 두려움과 염려로 아무 일도 못하고 주저앉아 있지 않았을까.”

 

대규모의 환영 행사가 열렸고,
많은 사람들이 더글라스 머레이를 환대했다. 다시금 건강을 회복해 예전처럼 웃음을
찾기는 바라는 김 부회장과 나라식품 임직원들은 곁에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을 몸으로 보여줬다. 힘든 암 치료의 과정 속에 있는 더글라스 머레이였지만
이 날만은 밝게 웃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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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글라스 머레이의 쾌유를 기원하는 나라식품 임직원들이 응원 메시지를 보내는 모습. 계단 중간 김영근 부회장과 나란히 선 더글라스 머레이의 생전 웃음이 빛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하지만 칠레로 돌아간 후 더글라스
머레이는 수술을 받았지만 점차 병세가 악화돼 업무를 접고 집에서 치료를 받는 상황이
됐다. 이 와중에서도 그는 김 부회장에게 틈틈이 자신의 근황을 알렸고, 지난 6월14일
2010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한국이 그리스를 2-0으로 물리치자 축하한다는 메일까지
보냈다.

 

김 부회장 또한 칠레가 온두라스를
물리치자 승리를 축하하는 메일을 보냈고, 또 한국이 아르헨티나와 경기할 때 응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이게 김 부회장과 더글라스 머레이가 주고받은 마지막 대화가
됐다. “우리나라가 아르헨티나를 물리치는 기적도, 더글라스가 암을 이겨내고 건강을
회복하는 기적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몬테스의 신화를
일군 더글라스 머레이는 이제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 하지만 두 남자의 이야기는
몬테스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언제나 영원할 것이다.

 

 

이길상 와인전문기자(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정회원 juna109@naver.com)

사진제공|나라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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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마장 거름에서 피어난 명품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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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스 데 피르케 와이너리

 

종마장에서 나온 거름으로 포도를 재배해 만드는 와인이 있다.
칠레 마이포 밸리에 위치한 와이너리 ‘하라스 데 피르케’(Haras de Pirque)다.
종마장 거름으로 만든다니 얘기만 들어도 말 냄새가 풍기는 것 같다.

 

사실 하라스 데 피르케는 1892년 피르케 지역에 세워진 칠레 최고의
경주마 목장이다. 하라스는 종마장이라는 뜻. 여기서 자란 말들은 북미와 남미의
각종 경기에 출전해 숱하게 많은 우승을 차지하며 목장의 명성을 드높였다.

 

그런데 목장이 세워진 지 99년째 되던 해인 1991년, 폴로 선수
출신의 사업가 에두아르도 A. 마테가 종마장을 비롯해 600헥타르의 땅을 사들였다.
종마장 주변은 우연찮게 포도밭이 있어 폴로를 통해 말을 좋아하게 된 에두아르도
A. 마테는 말과 와인, 두 마리 토끼를 쫓기 시작했다.

 

사실 워낙 유명한 경주마 목장으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말을
키우는 일은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와인은 다른 문제였다. 그가 처음 도전하는
분야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경주마와 마찬가지로 세계 최고 수준의 와인을 만들
자신이 있었다. 와이너리가 위치한 피르케 지역은 일조량이 풍부하고, 배수가 잘되는
충적토와 자갈층으로 이뤄져 한 마디로 자연이 도와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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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내려다 본 모습.
말밥굽 모양이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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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너리 전경

 

여기에 그는 자신만의 비법을 한 가지 더했다. 종마장에서 발생하는
거름과 양조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을 이용해 퇴비를 만들고, 이를 포도밭에 뿌린
것. 친환경적인 방법을 고민하던 그는 자연스레 종마장의 거름을 떠올렸고, 이를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머리 속의 절반이 말 사랑으로 가득한 그의 아이디어는 어떤
결과를 만들었을까.

 

그로부터 17년의 세월이 흘렀다. 2008년 칠레의 가장 권위 있는
와인 가이드북 ‘데스콜챠도스’(Descorchados)는 하라스 데 피르케가 만든 ‘엘레강스
카베르네 소비뇽’(Elegance Cabernet Sauvignon) 2004년산을 칠레 최고의 와인으로
뽑았다. 담배 향과 초콜릿 향이 근사하게 코를 간질이는 엘레강스 카베르네 소비뇽은
스파이시한 풍미가 일품인 와인.

 

총 885개 와인의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통해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칠레-프랑스 합작 와인 ‘알마비바’(Almaviva) 2004년산과 공동 1위를
기록한 뒤 최종 오픈 테이스팅에서 당당히 알마비바마저 제치고 우승했다. 종마장
거름이 알마비바를 최고의 와인으로 만든 샤토 무통 로칠드의 마법마저 녹여버린
놀라운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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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강스 카베르네 소비뇽

 

엘레강스 카베르네 소비뇽은 라벨에도 종마의 힘이 담겨 있다.
프랑스 인상파 화가로 유명한 에드가 드가의 작품 ‘기수’를 담아 기수가 타고 있는
경주마가 드러난다.

 

종마가 와인에서도 마법을 부리기를 바라는 그의 마음은 와이너리
외관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정면에서 보면 다른 와이너리의 외관과 크게 차이나는
것을 알 수 없지만 헬기를 타고 하늘에서 와이너리를 내려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와이너리 외관이 정확하게 말발굽 모양을 하고 있어서다.

 

이런 모양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 중력을 이용해 와이너리의
구조를 만들어 와인을 생산하는 곳이 있다면 이곳은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 종마와
파트너십을 함께 하고 있는거다.

 

에두아르도 A. 마테는 2003년 이탈리아의 와인 명가 안티노리와
조인트 벤처 협정을 체결하고 ‘안티노리&마테’사를 설립해 하이엔드 합작 와인
‘알비스’(Albis)도 내놨다. 뿐만 아니라 국내 유명 대형 세단과 이름이 똑같은
‘에쿠스’(Equus)와 ‘캐릭터’(Character)도 생산하고 있다. 에쿠스는 이름은 거창하지만
실상 편안한 가격대에 마실 수 있는 대중적인 와인으로 하라스 데 피르케의 엔트리
레벨이다. 하라스 데 피르케를 마시고 싶은데 주머니가 가볍다면 생각해 볼만한 고려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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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너리 설립자의 아들
에두아르도 B. 마테

 

이길상 와인전문기자(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정회원 juna109@naver.com)

사진제공|대유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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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로 공수한 와인에 반한 김정일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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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위원장을 사로잡은 미셸 피카르

 

 

2007년 10월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있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아주 작은 프랑스 와이너리의 한 와인이 화제가 됐다.
‘미셸 피카르’(Michel Picard)란 와인이다.

 

와인 애호가로 알려진 김 위원장은 환영 오찬 테이블에 오른 9개의 와인 중 하나를
손가락으로 지목해 남북정상회담을 축하하는 의미로 건배를 했는데 바로 이게 ‘미셸
피카르 코트 드 뉘 빌라주’(Michel Picard Cote de Nuits Villages)였던 것.

 

 

 

김 위원장이 특별한 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정도로 애착을 보인 이 와인과의
인연은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와인을 좋아하는 김 위원장은 괜찮은 부르고뉴
와인을 찾기 위해 당시 파리 북한 대사관에 하나의 미션을 부여했다. 부르고뉴에
직접 가서 좋은 와인을 찾아오도록 지시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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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간택’된 와인이 바로 미셸 피카르다. 순백이라는 이름을 가진 파리 북한
대사관 직원은 헬기를 타고 메종 미셸 피카르를 찾았고, 와인을 시음한 뒤 15종의
와인을 각 1박스(12병)씩 구입해 다시 헬기를 타고 사라졌다. 이 와인은 모두 김
위원장에게 전달됐고, 하나 씩 차례로 시음한 김 위원장은 그 맛에 빠져 들었다.
이후 북한에서는 1~2년 마다 미셸 피카르의 하위 등급 와인부터 최고급 와인까지
지속적으로 구매하고 있다.

 

메종 미셸 피카르는 1951년 루이스 필릭 피카르가 2헥타르의 포도밭을 사들이면서
시작된  역사가 60년도 채 안 된 신생 와이너리다. 역사가 깊지 않은 와이너리에
대한 평가가 인색한 프랑스 언론으로부터는 잘 소개가 되지도 못했다. 그런데 프랑스와는
크게 상관없는 한국과 북한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이 이 와이너리의 운명을 바꿔
버렸다.

 

김정일 위원장이 건배주로 선택한 작은 ‘사건’은 도화선이 돼 언론을 타기 시작했고,
갑자기 크게 유명해져 버렸다. 사람 일도 알 수 없지만, 와인의 운명도 참 알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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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꼭 묵고 싶은 스위트룸

 

메종 미셸 피카르의 와인이 인기를 얻으면서 함께 각광받기 시작한 게 하나 더
있다. 바로 성을 개조해 만든 다섯 개의 스위트룸이다. 보기만 해도 마음을 사로잡는
스위트룸은 세계 유명 인테리어 잡지를 도배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 문화유산
방문프로그램의 각 지방 와인 명가 체험에도 선정됐다. 미셸 피카르 와인이 궁금해
이곳을 찾은 사람들에게 스위트룸에 머물며 와인을 마시는 일은 하나의 통과의례처럼
되어 버렸다. 그 결과 다섯 개의 방은 항상 예약으로 꽉 차 있단다.

 

14세기에 만들어진 성의 지하에 자리 잡은 와인 저장고도 역사 속으로 들어가는
매력을 안겨 준다. 단지 그 안을 걷고 있는 것만으로도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 시대로
돌아간 느낌이다. 마치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읽고 있는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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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저장고와 내부

 

미셸 피카르는 개인 구매자들이 많다. 20% 정도가 개인 구매자들이다. 소위 잘
나가는 부르고뉴 와이너리의 개인 구매율이 평균 10%인 점을 감안하면 열성적인 마니아들이
이곳을 더 많이 찾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부르고뉴 와인이면서 엄청난 고가가 아니란 점도 매력적이다. 북한에서 좋은 부르고뉴
와인을 찾으려고 했을 때 가격도 분명히 중요한 고려 요소였을 텐데, 상대적으로
비싸지 않은 가격에 좋은 퀄리티를 내는 점은 분명 매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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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 미셸 피카르 야경

 

이길상 와인전문기자(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정회원)

사진제공|금양인터내셔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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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 라피트 로칠드>1등 와인에 새겨진 다섯개의 화살의 비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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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중의 1등’ 샤토 라피트 로칠드는 너무나 유혹적이다

 

‘샤토 라피트 로칠드’(Chateau Lafite Rothschild)의 라벨 위에는 양각 문양이
하나 새겨져 있다. 검은색 병위로 유독 도드라져 보이는 이 문양은 다섯 개의 화살이다.
‘1등 중에서도 1등’으로 불리는 이 명품 와인과 화살은 도대체 무슨 연관성이 있는
걸까.

 

샤토 라피트 로칠드는 원래 ‘샤토 라피트’였다. 1855년 그랑크뤼 등급이 만들어졌을
때 이름은 샤토 라피트였는데 13년 후인 1868년 제임스 로칠드 남작이 사들이면서
샤토 라피트로칠드가 된 것. 샤토 라피트의 병에는 없던 화살은 샤토 라피트 로칠드에서
만들어진다.   이는 로칠드 가문의 1세대와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와 연관이
있다.

 

로칠드 가문의 시작은 유태인인 마이어 암셀 로칠드다. 은행가인 그에게는 다섯
아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각각 런던, 프랑크푸르트, 빈, 나폴리 등 세계 각지에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죽음을 직감한 마이어 암셀 로칠드는 다섯 아들을
한 자리에 불어 모았다. 그리고 각자에게 화살을 하나 씩 나눠 준 뒤 부러트려보라고
주문했다. 다섯 아들 모두 쉽게 화살을 부러트렸다.

 

아버지는 다시 화살을 하나 씩 나눠 준 뒤 이번에는 화살 하나가 아니라 다른
네 사람의 화살을 모아갖고 다섯 개를 동시에 부러트리라고 지시했다. 다섯 명의
아들 누구도 다섯 개의 화살을 동시에 부러트리지는 못했다. 이를 본 아버지는 입을
열었다. “너희들이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더라도 모두 힘을 합하면 이 다섯 개의
화살처럼 어느 누구도 부러트릴 수 없는 힘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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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 라피트 로칠드. 라벨 위에 새겨진
화살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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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표 로고

 

 

사실 화살 이야기는 서양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어져온 이야기 속에 종종 등장하는
소재다. 마이어 암셀 로칠드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죽음을 앞둔 아버지는 아들에게 이 화살을 통해 중요한 교훈을 전달했다.

 

이후 다섯 아들은 아버지의 유언을 실천했다. 모두 다시 각자의 생활 터전으로
돌아갔지만 런던에 살던 셋째 아들 네이선을 중심으로 자본을 모아주기 시작했고,
네이선이 죽은 뒤에는 막내 제임스가 그 일을 맡았다. 그 제임스가 바로 샤토 라피트를
인수해 샤토 라피트 로칠드를 만든 제임스 로칠드 남작이다.

 

다섯 개의 화살은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마이어 암셀 로칠드의 아들 다섯 명을
의미하면서 동시에 이들이 함께 뭉쳤을 때 만들 수 있는 시너지의 총합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라피트 그룹의 와인에는 화살표가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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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 라피트 로칠드 지하 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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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너리 전경

 

제임스 로칠드는 샤토 라피트를 인수한지 불과 세 달 만에 사망하기는 했지만
후손들은 성공적으로 샤토를 일궜다. 그리고 가문의 5대인 에릭 로칠드가 1974년
현재의 ‘도멘 바롱 드 로칠드’(라피트 그룹으로 불림)를 세우면서 또 다른 도전에
나선다.

 

좋은 포도밭을 사들이면서 동시에 대중적으로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와인에
함께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 1995년부터 전개한 ‘DBR 콜렉션’이 바로 그 것이다.
이 콜렉션에 포함된 ‘레정드’(Legende)와 ‘사가’(Saga) 시리즈는 명품 샤토 라피트
로칠드의 향취를 느끼면서 가벼운 지갑으로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와인이다.

 

‘레정드 보르도 루즈’ 같은 레정드 시리즈 와인은 100만원이 넘는 샤토 라피트
로칠드에 입맛만 다시던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대체재가 될 수 있다. 몇
만원으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명품이 만드는 대중적인 와인이라는 콘셉트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니까 말이다.

 

이 와인은 라피트 그룹이 자사 행사에 하우스 와인으로 내놓는데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면서도 부담 없이 마시기에 제격이다. 샤토 라피트 로칠드에서 보인 다섯 개의
화살표 역시 라벨에 명확하게 그려져 있으니 품격 또한 살아나는 느낌이랄까.

 

샤토 라피트 로칠드를 마시고 싶은 드라이브가 안에서 발동한다면 마시는 게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면 대안도 충분히 고려해 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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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 라피트 로칠드(왼쪽)와 대중적인 ‘레정드’

 

 

 

이길상 와인전문기자(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정회원)

사진제공|나라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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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호텔이 <도츠>를 선택한 이유

세계
최고 홍콩 페닌슐라 호텔은 왜 ‘도츠’를 선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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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빛
컬러가 유혹적인 ‘도츠’         사진제공|레뱅드매일

 

홍콩 침사추이에 가면 으리으리한 건물이 하나 시선을 붙들어맨다.
홍콩 페닌슐라 호텔이다. 호화로움의 극치를 자랑하는 이 호텔은 홍콩에서 숙박료가
가장 비싼 호텔이자 세계 10대 호텔 중 하나로 손꼽힌다. 고객에게 롤스로이스를
서비스로 제공해 화제가 되기도 한 그 호텔이다.

 

이 호텔의 레스토랑에서 하우스 샴페인을 주문하면 재미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하우스 샴페인으로 사용하고 있는 와인은 ‘도츠’(Deutz)의 ‘브륏
클래식’(Brut Classic)이라는 제품인데 라벨에 그 이름 대신 ‘페닌슐라 바이 도츠’(Peninsula
by Deutz)라고 적혀 있는 것.

 

이는 페닌슐라호텔이 도츠에 따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해서 탄생한
라벨이다. 내용물은 도츠 브륏 클래식이지만 라벨은은 페닌슐라호텔과 도츠의 협업으로
만든 하우스 샴페인이라는 사실을 명기한 것. 최상류층을 지향하는 페닌슐라호텔은
자신의 마음에 드는 샴페인을 발견하고 하우스 샴페인으로 사용하기 위해 2002년
도츠에 특별 라벨 제작을 요구했다. 그리고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바꾸지 않고 이
와인을 하우스 샴페인으로 서브하고 있다.

 

도대체 어떤 샴페인이길래 페닌슐라호텔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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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 페닌슐라 호텔의
하우스 샴페인 ‘도츠 브륏 클래식’

 

도츠는 1838년 무역상인 윌리엄 도츠와 샴페인 세일즈맨인 피에르
위베르 젤더만이 함께 설립해 5대째 가문에서 샴페인을 만드는 곳이다. 처음에는
포도밭도 없이 남의 포도밭에서 포도를 사가지고 샴페인을 만들었지만 맛으로 인정받고,
돈을 벌면서, 자신들의 포도밭도 갖게 됐다. 현재는 190헥타르의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고, 연간 170만병 가량의 샴페인을  만든다.

 

사실 유명세만 놓고 보면 ‘크뤼그’나 ‘볼랭저’ 같은 샴페인에
다소 밀리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페닌슐라호텔은 먼저 도츠에 하우스 샴페인으로
쓰고 싶다고 요청했다. 무엇이 그토록 매력적이었을까. 도츠의 브랜드 앰배서더를
맡고 있는 조엘 페인은 지난 16일 서울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난 자리에서 그 답을
알려줬다.

 

“크뤼그나 볼랭저는 헤비(heavy)한 샴페인이라 맛은 풍부하지만
음식과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용도로는 맞지 않아요. 그래서 리프레시하면서 가볍게
마시는 하우스 샴페인으로는 도츠 브륏 클래식이 제격이라고 페닌슐라호텔이 판단한거죠.”

 

크뤼그와 볼랭저는 너무나 훌륭한 샴페인지만 하우스 샴페인으로는
도츠 브륏 클래식에 더 높은 점수를 줬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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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츠에 푹 빠진 브랜드 앰배서더 조엘 페인

 

브륏 클래식이 도츠의 대중적인 샴페인이라면 최상급 제품으로는
‘아모르 도츠’(Amour de Deutz)라는 게 있다. 아모르 도츠는 연간 4만병 밖에 만들지
않아 나라별로 할당해 제품을 보낸다. 한 해 국내 들어오는 것도 120병 정도에 불과하다.
소비자가는0 70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가격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 이런 비싼 샴페인을
개인이 한 해 600병을 주문한다면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주인공은 타이완의 한 은행장이다. 매일 아침을 먹을 때 크뤼그를
곁들였다는 이 사람은(상당한 재력가임을 알 수 있다) 아모르 도츠를 우연히 맛본
뒤 그 맛에 반해 도츠에 전화를 걸어 개인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수량의 와인을
주문했다. 거의 매일 두 병 씩 혼자 마셨을 것 같지는 않고 선물하는 용도로도 일부
사용했겠지만 600병이라는 숫자는 놀랍지 않을 수 없다. 도츠에서도 깜짝 놀랐다고
할 정도니 말이다.

 

그가 크뤼그에서 아모르 도츠로 애용 샴페인을 바꾼 이유도 재미나다.
“아침에 마시기엔 크뤼그가 너무 헤비해서”라는 것. 새로운 발견과 선택으로 그의
입 안은 헤비하지 않은 느낌을 새로 갖게 됐지만 지갑의 헤비함이라는 문제에 있어서는
큰 변함은 없었을 듯. 하긴 그걸 신경 쓸 정도면 아침마다 브랙퍼스트에 오렌지 주스
대신 샴페인을 곁들이지도 않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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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츠의 지하 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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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츠 포도밭

 

아모르 도츠는 이름에도 흥미로운 사연이 숨어 있다. 글자 그대로
번역하면 ‘도츠의 사랑’이라는 뜻인데 그게 과연 뭐였을까. 도츠의 정문을 지나
저택 앞으로 가면 청동으로 만든 큐피드 상이 하나 서있는데 바로 이게 도츠의 사랑이다.
큐피드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랑의 신으로 로마 신화에서는 아모르라고도 불렸다.
도츠는 프리미어 퀴베(첫번째 압착 포도즙)를 만들 때 이 큐피드 상을 보면서 영감을
얻었고, 이를 구현한 최상의 와인을 아모르 도츠로 명명한 거다.

 

큐피드 상이 사람들의 마음에 뜨거운 사랑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처럼 아모르 도츠를 마시고 그런 사랑을 할 수 있게 되기를 속으로 바란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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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츠의 최상위 샴페인 ‘아모르
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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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르 도츠가 의미하는
큐피드 상

 

 

글·사진=이길상 와인전문기자(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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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여왕 <샤토 마고>의 치명적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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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매력은 때론 너무 강렬해 거부할
수 없다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생전
즐겨 마신 술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칵테일 ‘모히토’다. 쿠바에 거주하며 노벨문학상
수상작이 된 ‘노인과 바다’를 쓸 때 헤밍웨이는 럼을 베이스로 민트와 라임을 넣은
모히토를 매일 빼놓지 않고 즐겼다. 석양을 바라보며 마시는 모히토는 그에게 특별한
행복이었단다.

 

그렇다면 그를 행복하게 한 또 다른 술은 뭐였을까. 그건 바로 프랑스 보르도
와인 ‘샤토 마고’(Chateau Margaux)다.

 

헤밍웨이는 보르도를 여행하다 샤토 마고에 반한 이후 1961년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이 와인을 열정적으로 사랑했다. 손녀가 둘이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의 이름을
직접 마고로 지었을 정도.

 

그 손녀가 바로 할리우드에서 모델 겸 영화배우로 활동했던 마고 헤밍웨이다.
출연 작품 보다는 헤밍웨이의 손녀로 더 유명세를 탄 그녀는 1996년 할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자살로 생을 마감한 슬픈 배우. ‘립스틱’이라는 영화에는 동생 마리엘 헤밍웨이가
함께 주연을 맡기도 했다.

 

개봉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일본 영화 ‘실락원’에서 주인공 야쿠쇼 코지와
쿠로키 히토미는 자신들의 사랑이 사회에서 용인되지 않자 와인에 청산가리를 타서
나눠 마시고 죽는 다. 이 때 등장한 와인 역시 샤토 마고다. 와인에 미쳐 포도를
직접 재배한 미국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은 프랑스 여행 당시 샤토 마고를 ‘최고의
와인’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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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 마고 2000 빈티지

 

‘와인의 여왕’으로 불리는 샤토 마고에는 이처럼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꽤 있다.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패전국인 독일은 전쟁으로 피해를 입힌 것에 대해
프랑스에 공식 사과했다. 그런데 그 장소가 어디였을까. 프랑스를 상징하는 에펠탑이나
루브르박물관이 아니라 놀랍게도 샤토 마고의 성 안이었다. 라벨에도 그려져 있는
이 성은 1811년 건축가 루이 콩브가 설계한 것으로 나치의 군국주의에 무참히 짓밟힌
프랑스의 명예가 공식적으로 회복된 역사적인 장소가 됐다.

 

15세기부터 포도원의 역사가 시작된 샤토 마고는 이전에는 요새로 사용됐다. 13세기
해적들이 자주 출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지롱드 강 어귀에 요새를 설치했는데
이 중 하나가 샤토 마고의 자리였다.

 

공교롭게도 해적과 군국주의를 동시에 물리친 장소가 바로 샤토 마고라는 얘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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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 마고’ 라벨. 중심에 그려진 게 그
성이다.

 

샤토 마고가 사실 현재와 같은 명성을 항상 유지했던 건 아니다. 한 때 포도원이
황폐화되면서 위기를 맞기도 했다. 좋지 않은 포도로 만드는 와인이라, 결과는 뻔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드라마틱한 반전이 일어났다. 주인공은 놀랍게도 프랑스인이
아니라 그리스인. 그의 이름은 앙드레 멘젤로플로스다.

 

프랑스로 건너와 1600개가 넘는 슈퍼마켓을 거느린 대형 유통회사 펠릭스 포탕의
오너가 된 앙드레 멘젤로플로스는 1977년 지네스테 가문에서 포도원을 사들여 와인
업계를 놀라게 했다. 당시 르몽드에는 ‘메독에 나타난 그리스인’이라는 타이틀로
기사가 났을 정도다.

 

최고의 와인 생산을 목표로 한 앙드레는 포도원을 대대적으로 손보고, 보르도
대학의 양조 전문가 에밀 페노 교수의 컨설팅을 받아 와인을 만들었다. 그 결과 1978년
빈티지부터 이전과는 다른 샤토 마고가 시장에 나왔다. 샤토 마고는 카베르네 소비뇽을
메인으로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프티 베르도를 블렌딩해 만드는데 앙드레와 그의
팀은 카베르네 소비뇽의 비율을 늘리고 메를로의 비율을 낮춰 보다 견고한 스타일의
와인으로 변신시켰다.

 

소비자들은 손을 들어줬고, 1980년 아버지가 죽은 후 사업을 이어받은 딸 코린
멘젤로플로스는 여전히 샤토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프랑스의 자존심을 살린 중심에
그리스인이 있었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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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 마고’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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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코린 멘젤로플로스

 

샤토 마고의 흥미로운 점은 세컨드 와인에서도 드러난다. 레드 와인이 중심인
메독 지역에서 ‘파비용 블랑 뒤 샤토 마고’(Pavillon Blanc du Chateau Margaux)라는
화이트 와인을 만들어 내는 것. 이 와인은 소비뇽 블랑 100%로 만드는데 풀바디한
화이트 와인의 근사함을 선물한다.

 

 

이길상 와인전문기자(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정회원)

사진제공|금양인터내셔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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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대 MBA를 받은 그가 와인 경매사가 된 까닭은?

베토벤의 3대 피아노 소나타가 뭐냐고 물으면 “비창, 월광, 열정”을 떠올리기는
어렵지 않다. 학창 시절 음악 수업 시간에 배운 기억이 있어서다. 그런데 베토벤의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가 뭐냐고 묻는다면 답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비창’같은
표제적인 애칭이 없어 오로지 작품 번호로 기억해야 하기 때문이다.

 

베토벤의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는 ‘제32번 C단조(Op. 111)’다. 그런데 이 피아노
소나타는 다른 소나타와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피아노 소나타는 4악장으로 구성되는데
얘는 2악장으로만 돼 있기 때문. 자신의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 마지막 악장에 대해
베토벤은 ‘아리에타’(Arietta)라고 표현했다. 아리에타는 ‘작은 아리아’를 뜻한다.

 

베토벤의 ‘아리에타’에 영감을 받아 만든 유명한 컬트 와인이 있다. 세계적인
와인 경매사로 이름을 날린 프리츠 해튼(Fritz Hatton)이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서
생산하는 동명의 와인 ‘아리에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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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 와인 경매사에서 컬트 와인 ‘아리에타’의 오너로 변신한 프리츠 해튼이 자신이 만드는 와인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해튼은 매우 흥미로운 인물이다. 미 예일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MBA를 받은
그는 은행에서 일하는 대신 정말 좋은 와인을 마셔보고 싶다는 마음에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 뛰어들었다. 처음 그가 한 건 13도로 맞춰진 서늘한 와인 창고에서 와인 물품을
체크하고, 카탈로그를 만드는 일종의 허드렛일이었다. 그런데 회사 내 ‘새 MBA가
왔는데 창고에서 일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고, 와인 경매를 주관하는 부서에서
“진짜 일(real job)을 줄 테니 우리 부서로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입사한 지 3주 만에 경매를 진행하는 매니저가 된 그는 이후 본격적으로 와인
경매사로서 능력을 발휘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와인 생산자들과의 친분도
만들게 됐는데, 그의 일생을 변화시킨 인물은 나파밸리에서 화이트 와인 생산자로
유명한 존 콩스가드다.

 

“밤 9시30분에 콩스가드에게 전화가 걸려 왔어요. 자신이랑 레드 와인을 같이
만들고 싶은 생각이 있냐고요. 다음날 오전 6시에 살 수 있는 좋은 포도가 있는데
돈을 지불하고 계약을 해야 한다는 거예요. 얼마나 드냐고 물었더니 포도를 사는데
600달러, 배럴을 사는데 200달러해서 총 800달러가 필요하다더군요. 그렇게 해서
1995년 첫 와인을 만들게 됐어요.”

 

해튼은 자신의 포도밭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콩스가드가 나파밸리 최고 포도 생산자들과
인맥이 있었기에 좋은 포도를 얻는 데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이는 ‘컬트 와인’으로
명성을 얻는 와인을 만드는 토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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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에타’ 라벨에 그려진 악보. 베토벤 마지막 소나타의 악보다

 

자신의 와인에 ‘아리에타’라는 이름을 붙인 사연 역시 흥미롭다. 의기투합한
콩스가드와 해튼, 그리고 콩스가드의 음악하는 친구 등 세 사람은 어느 날 새벽 기분
좋게 취한 상태에서 피아노를 연주했는데(해튼 또한 아마추어 파아니스트다) 그 곡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제32번 작품번호 111이었고, 연주를 끝낸 순간 시계 바늘이
새벽 1시11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래서 숫자 111에 의미를 두게 됐고, 이 소나타의
마지막 악장에 붙은 애칭 ‘아리에타’로 이름을 정한 것. 라벨에 그려진 악보 역시
이 소나타의 악보다.

 

최고 품질의 포도를 사들이는 아리에타는 2006 빈티지부터는 미국 최고의 컬트
와인으로 꼽히는 ‘스크리밍 이글’(Screaming Eagle)의 와인 메이커 앤디 에릭슨이
양조를 맡아 더욱 매력적인 와인으로 진화했다.

 

아리에타는 연간 3만병 밖에 만들지 않는다. 가격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즐겨 마실까. 미 ABC ‘나이트라인’의 전 앵커 테드 코펠이 대표적인 아리에타
애호가다.

 

“어느 날 전화가 걸려왔어요. 자신이 테드 코펠이라는거에요. 누구냐고 다시
물었죠. 그랬더니 진짜 테드 코펠이라는거에요. 와우. 레스토랑에서 ‘아리에타 베리에이션
원’(Arietta Variation One)을 마셨는데 너무 맛있어서 1케이스(12병)를 주문하고
싶다는 겁니다. 셀러브러티 마케팅에 포커스를 두지는 않지만 기분이 좋았어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몇 달 후 또 테드 코펠에게 전화가 걸려왔어요. 근처에 왔는데 들려도
되냐고요. 즐거운 시간을 보냈죠.”

 

아리에타는 네 종류의 와인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유일한 화이트 와인인 ‘아리에타
온 더 화이트 키’(Arietta On the White Keys)는 소비뇽 블랑과 세미용을 블렌딩한다.
야채 요리와 근사하게 어울리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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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에 현악 4중주에 쓰이는 악기가 그려진 ‘아리에타 콰르텟’

 

‘아리에타 콰르텟’(Arietta Quartet)은 보르도 스타일의 블렌딩인데 4중주라는
이름 뒤에는 네 가지 품종을 블렌딩한 비밀이 숨겨 있다.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프티 베르도가 그 것. 이를 설명하듯 라벨에는 현악 4중주에 쓰이는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이 그려져 있다. 다 팔렸다는 2008 빈티지를 마셔 봤는데
아직 영하지만 입 안에 감기는 느낌이 충분히 매력적이다.

 

테드 코펠이 좋아하는 ‘아리에타 배리에이션 원’(Arietta Variation One)은
시라와 메를로의 블렌딩이다. 시라와 메를로의 결합이라는 독창적인 블렌딩에서 나오는
조화가 관심을 모은다.

 

아리에타의 최상급 와인인 ‘아리에타 H블록 허드슨 빈야드’(Arietta H Block
Hudson Vineyards)는 프랑스 보르도 생테밀리옹의 명품 와인 ‘샤토 슈발 블랑’(Chateau
Cheval Blanc)을 멘토 삼아 카베르네 프랑과 메를로를 사용한 똑같은 블렌딩으로
만들었다. “나파밸리의 슈발블랑”이라고 해튼이 말하는 이유다. 참고로 H블록은
허드슨 빈야드 중 가장 좋은 구획으로 최상급 카베르네 프랑이 재배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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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에타 온 더 화이트 키’를 음미하는 프리츠 해튼

 

15일 광화문 인근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난 해튼은 보타이를 하고 있었다. 크리스티에서
경매사로 활동하다 돌연 안식년을 내고 3년 간 음악을 공부한 뮤지션의 열정이 반영된
것 같았다. 살짝 물어보니 “경매할 때 동작이 크고 많이 움직여서 일반적인 타이보다는
보타이가 편해 즐겨 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뒤에 붙이는 말이 걸작이다.
“사실 보타이는 드라이 크리닝을 많이 하지 않아도 돼서 좋아요.”

 

글 사진|이길상 와인전문기자(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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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페라가모가 만들면 와인도 명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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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가모가 만드는 ‘일 보로’

 

 

세계적인 명품 그룹 페라가모에서 와인도 생산하고 있는 사실을 아는가.

 

페라가모 그룹은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일 보로’(Il Borro)를 만들어 시장에
내놓고 있다. 일 보로는 원래 메디치 가문이 1860년부터 와인을 생산한 마을의 이름.
‘개울’이라는 뜻으로 중세의 느낌을 여전히 내고 있는 고요한 마을이다. 그런데
이곳에 ‘필’이 꽂힌 페라가모 그룹은 1993년 마을의 땅을 통째 사들였다. 명품
그룹답게 통이 다르다. 그리고 포도밭을 새로 일구기 시작했다.

 

좋은 와인을 내놓기 위해 서둘지도 않았다. 밭에 새 생명을 불어 넣고, 낡은 저장고를
바꾸면서 6년 후인 1999년에서야 첫 빈티지를 생산했다. 그리고 2004년 대대적인
양조장 리모델링으로 자신의 마음에 딱 드는 양조장을 구축하면서 와인에 페라가모
그룹만의 색깔을 입히기 시작했다.

 

페라가모는 이탈리아의 명품 그룹이지만 이탈리아 컬러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대신 국제적인 트렌드와 감각에 맞춰 이탈리아의 분위기를 낸다. 일 보로 또한 마찬가지다.
이탈리아 토착 품종인 산지오베제와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시라 등 국제적인
품종을 함께 재배해 와인을 만든다. 한 병의 와인 안에서 이탈리아와 세계가 만나는
거다. 일 보로 와이너리는 2001년 일 보로 1999 빈티지를 세상에 처음 내놨고, 페라가모의
명성에 걸맞은 와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쟁쟁한 명품 그룹이 와인을 만드는 곳은 비단 페라가모
그룹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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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를 보유한 PPR이 만드는 ‘샤토 라투르’

 

 

구찌, 보네가 베네타, 입생 로랑의 모회사인 프랑스 유통그룹 PPR은
‘샤토 라투르’를 갖고 있다. PPR 창업자인 프랑수아 피노 회장은 1963년 영국으로
넘어갔던 소유권을 1993년 프랑스로 되찾아온 인물. 그는 영국에서 샤토 라투르를
매물로 내놓았다는 소식을 들은 후 48시간도 안 돼 자신이 와이너리를 사야겠다는
결심을 했단다.

 

피노 회장은 여러 명품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지만(그 유명한 크리스티 옥션도
그의 소유다) 특히 샤토 라투르를 아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와인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최고의 와인을 만든다는 자부심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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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즈가
만드는 ‘피아니로시’

 

 

토즈(Tod’s) 그룹은 이탈리아 토스카나 마렘마 지역에서 ‘피아니로시’(Pianirossi)를
생산한다. 직원으로 입사해 전문 경영인 자리까지 오른 토즈의 스테파노 신치니 CEO는
1999년 땅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이탈리아 양조 대가로 꼽히는 카를로 페리니, 조이아
크레스티로 팀을 꾸려 포도밭을 만들었다.

 

피아니로시는 산지오베제, 몬테풀치아노, 카베르네 소비뇽, 프티 베르도 등 네
가지 품종을 블렌딩해 만든다. 그런데 이 블렌딩에는 한 가지 재미난 사실이 숨어있다.
토스카나 지역은 전통적으로 대표 품종인 산지오베제를 베이스로 와인을 만든다.
그런데 신치니가 몬테풀치아노 품종을 블렌딩에 살짝 밀어 넣었다. 신치니의 고향
사랑이 이유다.

 

신치니는 토스카나 인근에 위치했지만 토스카나의 명성에 가려 진가를 드러내지
못한 마르케 지역 출신이다. 마르케 지역의 대표 품종은 산지오베제가 아닌 몬테풀치아노.
신치니는 피아니로시를 만들 때 꼭 몬테풀치아노 품종을 넣어줄 것을 요구했고, 이렇게
해서 몬테풀치아노의 풍미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와인이 탄생했다.

 

피아니로시의 라벨에 그려진 붉은 점은 붉은 점토질 토양으로 이뤄진 포도밭을
의미하면서 동시에 신치니의 와인에 대한 열정을 상징한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건
신치니가 직접 말했던 것처럼 와인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쉽게 기억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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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로브스키가 만드는 ‘노통’

 

 

스와로브스키 그룹도 아르헨티나 멘도사 지역에서 ‘노통’(Norton)을 내놓고
있다. 스와로브스키 그룹의 오너인 게르노트 랑게스 스와로브스키는 여행 도중 우연히
노통 와이너리를 발견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와이너리의 일부를 샀다. 그리고 얼마
후 나머지 돈도 모두 지불하고 전체를 사들였다.

 

따사로운 태양과 미네랄이 풍부한 토양의 매력을 거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스와로브스키는 1989년 아르헨티나에서 처음으로 와이너리를 매입한 외국인이
된다.  

 

LVMH 그룹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모엣 헤네시’를 만든다. 뿐만 아니라 ‘돔
페리뇽’ ‘뵈브 클리코’도 역시 생산한다. 상류층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루이 비통은
주 고객이 고급 주류를 소비하고 있다는 사실에 착안, 1987년 최고급 샴페인과 코냑을
생산하는 모엣 샹동, 헤네시와 합병하면서 이름을 현재의 LVMH로 바꿨다.

 

사업은 예상대로 잘 됐고, 이에 탄력 받은 그룹은 1996년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위트 와인인 ‘샤토 디켐’을 인수하면서 날개를 단다. 이름만 들어도 입이 쩍
벌어지는 ‘돔 페리뇽’ ‘뵈브 클리코’ ‘크뤼그’ 등이 모두 다 LVMH에서 만드는
와인이다.

 

 

 

이길상 와인전문기자(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정회원)

사진제공|나라식품, LG상사 트윈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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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이 만들었다는 전설의 와인 <프로세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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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거품과 촉감이 매력적인 프로세코. 사진제공|나라식품

 

‘벨리니’(Bellini)라는 전설적인 칵테일이 있다. 복숭아 넥타와
석류 시럽에 샴페인을 넣는 칵테일로 복숭아와 샴페인의 궁합이 가히 예술이다. 이
칵테일은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위치한 바 ‘하리즈’의 사장 주세페 치볼리아니가
1948년 처음 개발해 인기를 얻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그런데 최초의 벨리니에는 지금처럼 샴페인이 들어간 게 아니다.
이탈리아의 스파클링 와인인 ‘스푸만테’가 들어갔고, 스푸만테 중에서도 ‘프로세코’(Prosecco)만
사용했다.

 

지난번 이탈리아 스파클링 와인은 탄산의 기압 정도에 따라
발포성 와인인 ‘스푸만테’와 약발포성 와인인 ‘프리잔테’로 구분한다고 했는데
프로세코는 또 뭘까.

 

프로세코는 와인을 만드는 품종을 말한다. 이탈리아 베네토
지역에서 2000년 전부터 재배한 전통 포도품종으로 베네토 내에서도 코넬리아노가
대표적인 생산지다. 코넬리아노는 이탈리아 최초의 양조학교가 설립돼 이탈리아 와인
제조의 시금석으로 불리는 지역.

 

정리하자면 프로세코는 프로세코 품종으로 만든 스푸만테로
이해하면 된다. 흔히 프로세코로 통용되지만 정확히 표현하면 프로세코 스푸만테인
셈.

 

베네토 지역 베니스에 위치한 바에 가면 밤이 아니라 늦은 오후
시간에도 사람들이 커피처럼 프로세코를 즐기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프로세코가
생활의 일부가 된 모습이자 프로세코의 인기를 설명하는 모습이다. 또 축배를 들
일이 있으면 프로세코를 빼놓지 않는다. 아스티 다음으로 프로세코가 유명하다는
게 빈말이 아니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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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급 프로세코 재배지 코넬리아노의 포도밭. 사진제공|나라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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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세코 품종이 담긴 상자. 사진제공|나라식품

 

프로세코는 프로세코 품종에 피노 비앙코와 피노 그리지오를
약간 블렌딩해 만든다. 때론 샤르도네를 넣기도 한다. 피노 누아, 피노 뮈니에, 샤르도네
등 세 가지 품종으로 주로 만드는 샴페인과 사용하는 포도 품종에 차이가 있다. 양조
방식도 다르다. 샴페인 제조 방식은 2차 발효를 병 속에서 시키지만 프로세코는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2차 발효를 시키는 ‘샤르마’ 방식으로 만든다.

 

그렇다면 좋은 프로세코를 마시려면 어떤 걸 준거로 삼아야
할까. 아무래도 좋은 포도가 나오는 포도밭과 생산자를 알아두면 좋을 듯 하다.

 

최상급 프로세코 포도는 코넬리아노와 발도비아데네 마을 사이
구불구불 이어진 구릉지에 위치한 포도밭에서 생산된다. ‘자르데토’, ‘아드리아노
아다미’, ‘데시데리오 비솔&필리’, ‘카르페네 말볼티’, ‘니노 프랑코’는
최상급 프로세코 생산자로 와인을 고를 때 참조하면 도움이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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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프로세코 ‘자르데토’. 사진제공|나라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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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르데토’ 로고에 그려진 난쟁이 요정. 사진제공|나라식품

 

최상급 생산자 중 하나인 자르데토는 병목에 붙인 로고가 참
재미나다. 난쟁이가 왼 손에는 샴페인 잔을, 오른 손에는 마술 지팡이를 들고 있는
모습인데 이는 자르데토를 만드는 포도밭의 전설을 형상화한 것이다.

 

이 포도밭에는 오래 전부터 마술 지팡이를 들고 포도밭을 지킨
요정이 있었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최상의 포도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을 샴페인 잔에
담은 게 바로 자르데토라는 거다.

 

자르데토 생산자는 이 요정이 등장하는 카툰도 만들어 마케팅에
사용한다. 맨 위에 적힌 ‘버블리’(Bubbly)는 스파클링 와인의 애칭으로 난쟁이에
더 귀여운 이미지를 주기 위해 사용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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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프로세코 ‘간치아’.
사진제공|금양인터내셔날

 

 

프로세코는 요즘 많이 생산되는 드라이한 스타일의 스파클링
와인과는 달리 달콤하며 부드럽다. 하얀 거품과 입 속에 감기는 촉감이 매력적인
프로세코는 식전 입맛을 돋우기 위해 마시면 좋다. 조개 구이나 생선 요리, 이탈리안
전통 피자와 함께 즐기면 더욱 맛있게 느낄 수 있다.

 

이길상 와인전문기자(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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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에 천만원? 와인계의 람보르기니 <로마네 콩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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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네 콩티의 빨간 철문. ‘RC’라는 문양이 눈에 확 들어온다.

 

‘로마네 콩티’(Romanee-Conti).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와인이다. 와인 한 병에 1000만원을 넘어서는 와인이라니. 자동차로 치면 슈퍼카 ’람보르기니‘에 비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한마디로 ’꿈의 와인‘이다.

 

국내에서도 이 와인이 얼마나 유명하면 한 때 대히트를 기록한 한 드라마에서는 주인공들이 수천만원짜리 와인을 선물 받았는데 그게 ‘로마네 닭띠’였다는 표현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간접 광고 때문에 로마네 콩티라는 본명을 내보낼 수는 없었지만 와인을 마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로마네 콩티임을 알 수 있는 재미난 장면이었다.

 

사실 애호가를 중심으로 소비자들이 와인에 눈을 뜨기 시작한 2000년대 이전만 해도 로마네 콩티를 국내에서 즐기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세계 최고의 품질과 희소성에 대한 인식이 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와인이 팔리지 않자 이 와인을 독점 수입한 신동와인의 모회사 일신방직의 김영호 회장이 팔지 못하고 재고로 쌓인 로마네 콩티를 마신 일화도 업계에서는 유명한 이야기. 국내에서는 김 회장 만큼 로마네 콩티를 많이 마신 사람은 아마 없을 것 같다.

 

하지만 2000년 들어 로마네 콩티에 대한 소비자(물론 부유한 소비자를 말한다)들의 반응은 드라마틱하게 변화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이란 인식이 자리를 잡으면서 와인을 맛보려는 사람들이 줄을 지었고, 현재는 수입되기도 전에 예약으로 판매가 완료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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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밭에서 일하는 농부들

 

로마네 콩티는 한 해 6000여병 밖에 생산되지 않는다. 포도원 규모가 고작 1.85ha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본 로마네 마을에 있는 이 포도원은 빨간 철문에 ‘RC’라고 적힌 문양과 포도밭에 있는 십자가로 로마네 콩티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소박하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이 이렇게 단출한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것도 흥미로운 점이다.

 

로마네 콩티를 만드는 생산자는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Domaine de la Romanee -Conti)인데 자부심이 대단하다. 홍보와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와인을 사려는 바이어들이 줄을 섰기 때문이다. 와이너리에 대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다. 더 이상 언론에 나가지 않아도 와인을 파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로마네 콩티 한 병만 팔지도 않는다. 로마네 콩티를 한 병 사려면 자기네가 만드는 라타쉬, 로마네 생 비방, 리쉬부르, 그랑 에세조, 에세조 등 11병을 묶어 12병 패키지로 사야 한다. 마치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를 판매할 때 B급 영화를 묶어서 판매하는 것과 흡사하다.

 

하지만 불평의 목소리는 크지 않다. 나머지 5개 와인들도 쟁쟁한 와인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 한마디로 DRC 와인의 매력을 시장에서 인정하고 있어서다.

 

로마네 콩티 2002 빈티지. 병만 봐도 마시고 싶어진다

 

이 포도원이 사실 원래부터 이런 비싼 와인을 만든 곳은 아니었다. 중세 시대에는 생 비방 수도원 소유로 신에게 바치는 와인을 만들었다. 13세기부터 수도원이 문을 닫은 17세기까지 이런 용도로만 사용됐다.
그러다 18세기 루이 15세의 심복이자 비밀경찰 총수인 콩티 공이 포도밭을 사들였다. 본 로마네 마을은 5세기 로마군에게 정복당한 이후 ‘로마네’라는 이름을 사용했는데 여기에 자신의 이름을 붙여 ‘로마네 콩티’라고 명명하면서 포도원은 다른 용도로 변신한다.

 

왕족과 귀족이 마시는 와인으로 새로운 포지셔닝을 시작한 것. 콩티 공의 정치적인 파워도 있었을 테고, 부르고뉴 와인의 힘도 거들었다. 그런데 재미난 일이 하나 발생한다. 1749년 루이 15세의 애인인 퐁파두 부인이 로마네 콩티에 눈독을 들이면서 콩티 공과 퐁파두 부인 간 한판 승부가 벌어진 거다.

 

퐁파두 부인이 이 포도원을 가지려고 한 이유는 대체 뭐였을까. 단지 와인이 좋아서, 그래서 자신의 이름으로 와인을 만들고 싶어서. 아니다. 이유는 딱 하나였다. 루이 15세의 마음을 자신에게서 떠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족쇄’가 필요했던 것. 루이 15세가 로마네 콩티를 특히 좋아했기 때문에 자신이 포도원을 사들여 직접 바치고 싶었던 목적이었다.

 

하지만 루이 15세를 방패삼아 막강한 힘을 누리던 콩티 공이 이를 모를까. 파워 싸움이 벌어졌고, 결국 콩티 공이 승자가 됐다. 여왕도 아니고 애인의 신분으로 콩티 공의 권력과 재력 앞에서 이건 처음부터 승부가 뻔한 게임이었다. 게다가 콩티 공은 비밀경찰 총수로 퐁파두 부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꿰뚫고 있었으니 말이다.

 

포도밭 전경과
포도밭에 세워진 십자가

 

하지만 막강 권력을 누리던 콩티 공도 1789년 프랑스 혁명으로 목이 날아갔다. 이후 포도원은 경매로 수차례 소유자가 바뀌었고,
현 소유주는 오베르 드 빌렌이다

 

로마네 콩티는 분명 다른 와인과 차별화 돼 있다. 원래 포도밭의 특성을 살리고 유지하는 재래식 방법을 고수하고, 음력을 기준으로 밭을 관리하는 비오디나미 농법을 쓰고, 산화를 막기 위해 사용하는 이산화황도 최소화하고, 숙성은 모조리 새 오크통만 사용한다는 사실도 알리지 않는다. 다른 포도원이 마케팅 포인트로 삼는 요소를 이 곳 생산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로마네 콩티, 이 브랜드가 최고의 마케팅이기 때문이다.

 

 

 

이길상 와인전문기자(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정회원)

사진제공|신동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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