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을 주눅 들게 만드는 대통령의 네거티브 메시지

 

 

 

올해 1월 4일 토요일 늦은 오후 조원동 당시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때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이틀 뒤 열릴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구상을 발표할 테니

자료를 준비하라는 주문이었다.

48시간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조 수석이 난감해하자 박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제가 늘 강조해온 내용인데 왜 힘들다고 하세요?”

 

 

 

 

 

그렇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어느 날 갑자기 ‘뿅’하고 튀어나온 게 아니다.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끊임없이 강조한 공공부문 개혁, 창조경제, 내수 활성화 등

경제 관련 국정목표를 종합, 정리한 것이다.

이는 박 대통령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바로 메시지의 일관성이다.

박 대통령이 특정 사안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일지 예측할 때

‘신기(神氣)’는 필요 없다.

과거 유사한 사안에 어떤 발언을 했는지를 찾아보면 십중팔구 들어맞는다.
 

 

하지만 일관성은 자칫 “또 그 소리야”라는 진부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도전정신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창조경제만 해도 그렇다.

도무지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는 나같은 평범한 이들에겐 오히려 좌절의 메시지였다.

더욱이 일관된 메시지가 부정적인 내용이라면 진부함을 넘어 반감마저 들게 한다.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이 출범한 7월 말 이후 박 대통령이 내놓은 메시지는

대부분 네거티브 쪽에 가깝다.

특히 정치권을 향해서다.

“정치가 정치인들 잘 살라고 있는 게 아니다(8월 11일)”

“민생법안을 처리할 유일한 기회가 국회에 묶여 있다(8월 25일)”

“의무를 행하지 못하면 세비도 반납해야 한다(9월 16일)”

“국민을 위해 모든 것을 걸겠다는 정치인의 약속은 어디 갔나(9월 30일)”….

 

 

 

 

 

 

틀린 말 하나 없다.

하지만 바른 말도 자꾸 하면 귀에 거슬린다.

더욱이 상대에게 삿대질을 해서 풀 수 있는 문제는 없다.

두 달간 몰아붙였지만 경제 활성화 법안이 단 한 건도 통과되지 못한 것만 봐도

네거티브 메시지의 한계는 분명하다.
 

 

개헌 논란도 마찬가지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꼬랑지’를 내렸음에도 불씨가 꺼지지 않는 것은

박 대통령의 네거티브 메시지가 한몫했다고 본다.

“(개헌론은) 경제를 삼키는 블랙홀”이라며 무조건 반대 의견을 내기보다

“지금은 경제 살리기가 우선이니 내년 하반기쯤 개헌 논의를 시작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포지티브하게 접근했다면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정점을 찍었을 때는 3월 말, 4월 초다.

당시 박 대통령은 경제와 통일 비전을 제시했고,

‘규제 개혁이 곧 일자리 창출’이라는 포지티브 메시지를 쏟아냈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2년차 골든타임을 세월호 참사와 함께 날렸다.

조만간 시작될 집권 3년차 상황도 녹록치 않다.

곧 미래 권력들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게다.

권력의 구심력과 원심력이 정면충돌할 시기가 임박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네거티브 메시지로 정국을 주도할 수 있을까.

개헌의 필요성을 하나 더 보탤 것 같아 하는 얘기다.

 

 

 

 

 

이재명 에 대해

동아일보 이재명 기자

댓글(1) “정국을 주눅 들게 만드는 대통령의 네거티브 메시지”

  1. 바람 2014-10-24 at 4:41 pm #

    박근혜정도의 단단한 지지가 있는 대통령도 이런데, 다음번에 어떤사람이 될지 모르지만 정말 나라의 앞날이 걱정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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