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유가족의 대치 전선, 두려움이 본질이다

 

 

100일 간의 정기국회는 입법부의 ‘한 해 농사’라 할 수 있다.

풍작이냐, 흉작이냐가 새누리당과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손에 달렸다.

그렇기에 이들을 지켜보는 국민도 가슴을 졸인다.

‘파투’가 나면 세월호 상처만 덧나는 게 아니다.

경제와 민생까지 볼모로 잡혀 있다.

어떻게든 극단의 세력을 밀어내고 타협의 정치가 승리해야 하는 이유다.

 

 

 

 

 

 

새누리당과 유가족 대표단은 지금까지 세 번 만났다.

말싸움만 하다 헤어진 1일을 포함해 양측이 마주한 시간은 약 330분이다.

합의는 없었다.

오히려 의견 차이만 선명하게 드러냈다.

하지만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성과다.

설전(舌戰) 속에서 각자의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그렇다.
 

 

새누리당은 ‘굿 캅(good cop·좋은 경찰), 배드 캅(bad cop·나쁜 경찰) 전략’을 쓰는 모양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끝까지 인내심을 갖고 유가족을 최대한 대변하겠다”며 ‘굿 캅’을 자처한다.

주목할 것은 ‘배드 캅’ 주호영 정책위의장의 말이다.

그는 “특별검사 추천권을 피해자 측이 달라는데 그것은 못하겠다.

여당이든, 청와대든 막 조사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했다.

여권의 고민은 이 한 마디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이나 기소권을 부여할 수 없는 것도,

특검 추천권을 유가족에게 넘길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통령 관사까지 닥치는 대로 뒤지면서 정치 공세로 날 샐까봐 두려운 것이다.

위헌 여부는 그 다음 문제다.

이미 유가족을 돕는 한 변호사는 박근혜 대통령을 ‘범죄피의자’로 못 박고 있으니

여권의 걱정이 기우만은 아니다.

 

 

유가족도 두렵기는 마찬가지다.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아무리 제도가 훌륭해도 누군가가 방해하면

얼마든지 일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이미 청문회 한번 열지 못하고 문을 닫은 세월호 국정조사특위를 지켜봤기에

이들의 걱정 또한 기우만은 아닐 것이다.

그들이 볼 때 일의 진행을 막는 이는 새누리당이다.
 

 

 

 

 

 

각자의 속내를 알았으니 이제 해법을 찾을 차례다.

유가족들은 박 대통령을 범죄피의자로 단정한 변호사부터 내쳐

자신들의 진정성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새누리당은 유가족들이 동의할 만한 특검 후보를 먼저 제시해서라도

유가족의 두려움을 덜어줘야 한다.

 

 

각자의 속내를 빤히 알면서도

그 두려움을 줄여줄 방도를 찾지 않는다면

애초부터 협상 따윈 안중에 없었다는 말밖에 안 된다.

추석까지 이제 사흘 남았다.

 

 

 

 

 

이재명 에 대해

동아일보 이재명 기자

댓글(1) “새누리당과 유가족의 대치 전선, 두려움이 본질이다”

  1. 바람 2014-09-03 at 10:28 am #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협상에 서투른 사람들이 또 있을까? 방송기자출신의 야당 원내총무라는 인간의 협상수준이 교통사고나면 무조건 목청부터 높이는 딱 그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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