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왜 하필 ‘명량’을 택했을까

 

 

 

진중권 교수가 영화 ‘명량’을 졸작이라고 평가해 논란이 일었죠.
제 개인적 소감은 졸작은 아니지만
과연 최단기간 1000만 돌파의 ‘월계관’을 쓸만한 영화인지는 의문입니다.
‘명량’의 승승장구를 시기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하지만 직업적 의문은 좀처럼 가시질 않네요.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명량’의 쾌속질주에 힘을 보탠 이유는 여전히 궁금합니다.

 

 

 

 

 

대통령의 일정은 수석비서관실별로 수십여 가지가 올라옵니다.
그 중 대통령의 ‘최종 간택’을 받는 일정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명량’이 아무리 대중적 인기를 끈다한들
박 대통령이 일반 극장까지 찾아가 관람한 것은 파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박 대통령의 극장행은 취임 이후 두 번째입니다.
첫 번째 극장 나들이는 올해 1월 29일 첫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이뤄졌습니다.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넛잡: 땅콩도둑들’을 관람하기 위해서입니다.
‘넛잡’만 하더라도 국내 애니메이션 사상 가장 많은 제작비(450억 원)를 들였고,
북미 4000개 가까운 상영관에서 개봉돼 나름 문화적, 산업적 의미가 있었습니다.

 

반면 ‘명량’은 뚜렷한 의미 부여가 안 됩니다.
청와대도 다소 어색했는지 이순신 장군의 ‘위기의 리더십’과
현 상황의 ‘위기’를 빗대 설명하더군요.
“과거 국가가 위기를 맞았을 때 민관군이 국론을 결집해 위기를 극복했듯
현재 위기도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극복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것입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이 과거 여러 연설에서
‘신에게는 아직도 12척의 배가 남아있다’는 이순신 장군의 말을 종종 인용했다는
부연설명까지 곁들였습니다.

 

 

 

 

 

수긍은 가지만 뭔가 충분치 않습니다.
일단 ‘명량’ 극장행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부터 취재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초 ‘명량’ 관람을
박 대통령 휴가 중(7월 28일~8월 1일) 추진하려 했다고 합니다.
아무데도 가지 않고 ‘방콕 휴가’를 보내는 데 대해
‘비판 아닌 비판’이 잇따르자 극장 나들이를 계획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7·30재·보궐선거에다 태풍이 오고,
윤모 일병 폭행 사망 사건까지 터지면서 결국 극장행은 미뤄졌습니다.
그러다 마침 6일 문화융성위원회 회의가 있어
그날 영화 관람까지 일사천리로 추진한 겁니다.
극장 예약은 전날 이뤄졌고요.

 

그럼 하필 그 많은 영화 중 왜 ‘명량’일까요?
(물론 요즘 ‘명량’이 스크린을 싹쓸이하면서
다른 영화를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지만요.)

 

여권 내부에서는 이순신 장군을 각별히 존경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연결 지어 생각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1962년 국가최고재건회의 의장일 당시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이순신 장군의 탄신기념 행사(다례행제)에 참석합니다.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 세워진 것도
박 전 대통령 집권 때인 1968년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현충사를 성역화하며
충무공을 ‘성웅(聖雄)’의 반열에 올립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박 대통령의 ‘명량’ 관람을 설명하는 데
2% 부족함을 느낍니다.
이 영화의 투자배급사는 다름 아닌 CJ입니다.
박 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서 영화의 제작에서 배급, 상영에 이르는
대기업의 수직계열화 문제를 여러 차례 지적합니다.
바로 CJ가 타깃이었던 것입습니다.
그랬던 박 대통령이 CJ가 만든 영화를 CGV에 가서 보다니???

 

대기업과의 불편한 관계를 풀겠다는 신호일까요?
‘명량’ 극장행마저 ‘경제 활성화’ 행보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이재명 에 대해

동아일보 이재명 기자

댓글(3) “박근혜 대통령은 왜 하필 ‘명량’을 택했을까”

  1. 자유시민 2014-08-11 at 6:24 am #

    잘 꾸며진 “변호인”이란 초등학교 학예회같은 영화.

    • 자유시민 2014-08-11 at 10:29 am #

      하지만 “명량”은 다르기에…

  2. lwh0841 2014-08-11 at 12:26 pm #

    대통령도 한개인이거늘 영화보는 것까지
    꼭 의미부여가 필요할까?
    참할일없고 사람 피곤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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