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달면 왜 칼을 줄까, 삼정검(三精劍)에 얽힌 뒷얘기

 

 

1542년(임인년·壬寅年) 중종은 사인검(四寅劍) 제작을 명한다.
사인검은 12간지 중 호랑이를 뜻하는 인(寅)이 네 번 겹칠 때 만든 칼이다.
인년(寅年) 인월(寅月·음력 정월) 인일(寅日) 인시(寅時·오전 3~5시)에 만들면
네 마리 호랑이가 외적의 침입과 재앙을 막아준다고 믿었다.

 

하지만 당시 사헌부는 사인검 제작에 반대했다.
가뜩이나 흉년이 들었는데 미신에 따라 이런 쓸 데 없는 물건을
굳이 만들 필요가 있겠느냐고 직언한 것이다.
중종은 명을 거둬들였다.

 
이보다 앞서 연산군 때인 1506년(병인년·丙寅年)에는
연산군이 사인검 200자루를 만들라고 명령했다는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에 남아 있다.
단 2시간밖에 안 되는 인시(寅時)에 칼 200자루를 만들어야 했으니
얼마나 많은 사람이 동원됐겠나.
연산군은 무엇이 그렇게 두려워 사인검을 대량 주문한 것인지

역사적 의문 중 하나다.

 

 

 

사인검

 

 

 

사인검의 유례는 정확히 남아있지 않다.
다만 조선조 태조 때부터 제작된 것이 아닌가 추정할 뿐이다.

 

현재 대령에서 준장으로 진급한 ‘별’들에게
대통령이 수여하는 삼정검(三精劍)은 사인검을 본뜬 것이다.
삼정(三精)은 육해공 3군이 호국 통일 번영이라는
세 가지 정신을 달성하라는 의미다.

 

길이 100㎝(칼날 75㎝, 칼자루 25㎝), 무게 2.5㎏인
삼정검의 칼자루에는 태극문양이,
칼집에는 대통령 휘장과 무궁화가 조각돼 있다.
칼날의 한 면에는 ‘산천의 악한 것을 베어내 바르게 하라’는 뜻의 글이,
다른 면에는 대통령의 이름과 함께
이순신 장군의 명언인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삼정검

 

 

 

삼정검을 제작하는 장인에게 제작비를 물었더니,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다.
실제 제작비보다 군에 납품하는 납품 단가가 싸다는 게
장인의 설명이다.
여기에도 경제민주화가 필요할 줄이야….

 

장군 진급자에게 삼정검을 주기 시작한 것은
전두환 대통령 때인 1983년이다.
그 전까지는 장군 진급자에게 지휘봉을 선물했다니
이전과 비교해 진급 선물이 엄청나게 업그레이드가 된 셈이다.

 

전 전 대통령 당시에는 칼날이 양날(검·劍)이 아니라
외날(도·刀)이어서 이름도 삼정도였다.
하지만 삼정도가 서양식 칼과 흡사하다고 해
2007년 노무현 대통령 때 양날로 바꿨다.

 

1993년 문민정부가 들어서자
삼정검 수여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5공 정권이 군부에게 충성하라고 만든
권위주의 산물이라는 이유였다.

 

1993년에는 김영삼 대통령이 권영해 국방부 장관에게
사인검을 선물로 받아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겨우 문민정부를 세웠다고 생각했는데,
대통령이 왕에게나 올리는 칼을 받았으니
국민의 마음이 얼마나 서늘했겠나.

 

 

김영삼 대통령 취임식

 

 

그렇게 시작된 삼정검 수여 논란의 결과는 어땠을까.
놀라지 마시라.
김영삼 대통령 때부터 되레 새로운 관행이 생겼다.

대통령 퇴임 직전 군은 대통령에게 거꾸로 삼정검을 선물한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 모두 예외 없이 삼정검을 받았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인 셈이다.

 

그제 박근혜 대통령이 최윤희 신임 합창의장의 삼정검에
수치(繡置)를 달아줬다.
수치는 진급이나 보직 변경 시 칼자루에 묶어주는 끈으로
임명자의 계급과 이름 등이 수로 새겨져 있다.
보통 준장에 진급하면 국방부 장관에서 삼정검을 받고
중장이 되면 이미 갖고 있는 삼정검에 대통령이 수치를 달아준다.

 

 

최윤희 합참의장의 삼정도에 수치를 달아주는 박근혜 대통령

 

 

 

3군을 통솔하는 합창의장직에
해군 출신이 임명된 것은 최 의장이 처음이다.
일각에선 최 의장의 임명에 대해
정치적 고려가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 장관은 물론 국정원장, 대통령안보실장, 경호실장이 모두
육군 4성 장군 출신인 만큼
합참의장에 해군을 임명했다는 것이다.

 

위기 시 전체 군대를 통솔해야 하는데,
해군 출신이 육군 중심의 한국군을 제대로 이끌 수 있겠느냐는 지적은
전혀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다.
더욱이 최 의장은 합참에서 근무한 경험이 없다.
작전 전문가도 아니라고 한다.
최 의장은 역대 어느 합참의장보다
삼정검의 의미를 깊이 새겨야 할 것 같다.

 

 

 

 

이재명 에 대해

동아일보 이재명 기자

댓글(4) “별을 달면 왜 칼을 줄까, 삼정검(三精劍)에 얽힌 뒷얘기”

  1. ujd31 2013-10-18 at 11:11 am #

    국방의 막중한 업무를 책임지는 요직의 함참의장의 직이 육군이 아닌 해군의 장성으로 결정난 것이 정치적인 고려가 있었다는 논리에 대하여 저는 분명히 아니라고 말을 하고 싶습니다.
    국방의 최고 책임자들이 육군의 4성 장군출신이지만은 전쟁은 육군만이 담당하지않습니다.그리고 국회의 엄중한 청문회 과정도 별다른 하자없이 통과 되였고요.
    저는 그 분이 직무 수행을 잘 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2. 이진구 2013-10-18 at 5:24 pm #

    윗 분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전쟁은 육군이 우선이 아니지요
    요즘 전쟁은 오히려 공군이 우선 인듯 하구요
    더구나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해군이 더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육군출신 장성이 해군을 어떻게 알것이며 공군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육군출신 장성이 전체 군대를 잘 통솔할 수 있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3. 어처구니없네요 2013-10-20 at 10:33 am #

    육군출신도 아니고 정치적 고려에 의한 임명이라 체계를 바로 세울 수 있을 지 걱정이라????
    그럼 육군 출신은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외교정치적 상황을 잘 판단해서 지금까지 국민들이 국방에 안심할 수 있도록 잘 지휘해 왔던가?
    군별 이기주의는 나라의 안전앞에 아무런 소용도 없는 것이다.
    육해공 모두 대한민국의 군대이고 그들의 최대 최고의 임무는 편가르기와 자군이기주의가 아닌 튼튼한 국가안전이다….

    나를 버리고 국가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면 작금의 이런 어리석은 일들은 일어나지 않을 것인데..
    어쨌든 열심히 하세요….

    개인적으로 골프는 체력을 단련시키는 운동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마음을 편하게 하는 방편은 될 수 있을 지라도…..
    군 부대내에 골프장을 체력단련 시설이라고 우후죽순 세우는 것은 정말 아닌 것 같네요…그 비용이면 차라리 민간 골프장 회원권 사서 이용하고 그 남는 비용과 토지는 장병들 복지나 무기도입에 사용하는 것이 옳을 듯 합니다..

  4. 강영대 2015-05-05 at 3:01 pm #

    군최고 통수권자가 별들에게 이 검을 수여하는것에 반대하지 않는다.

    단, 똥별은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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