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는 기차도 안 다니는 나라

독자들께서는 즐거운 성탄절을 보내셨는지?

 

한국에서 들려온 소식에 따르면 올 성탄절도 어김없이 모텔요금 수십만원에 우유 한 병이 1만원 등, 어처구니 없는 바가지 요금이 기승을 부렸다는데,

 

왜 한국의 청춘 남녀들은 하고 많은 날 중 성스러운 크리스마스 이브날 왜 그 비싼 돈을 내며 모텔에 그렇게 가려고 하는지 과문한 필자로는 잘 이해할 수가 없다.

 

이 곳 영국의 크리스마스 풍경은 사뭇 다른 것 같다.

 

크리스마스 전날까지만 해도 선물과 연말 세일을 앞두고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로 활기 넘치다가

크리스마스 당일이면 모든 상업적 활동이 말 그대로 ‘올-스톱’ 중단된다.

 

학교 관공서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수퍼, 백화점, 레스토랑 등이 모두 문을 닫는다. 수퍼는 대부분 25, 26일 문을 닫는데 때문에 최소한 이 기간동의 식량은 미리 사놓아야 낭패를 면한다.

 

뿐만 아니다. 모든 대중 교통수단(버스, 전철) 등이 전혀 운행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도시 전체가 얼어 붙어버린 것 같다.

 

사실 문 여는 곳이 없기 때문에 갈 곳도 없지만 어딜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 일부 택시가 다니긴 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비싼 택시가 이날은 두배, 세 배 부르는게 값이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날은 기차마저 다니지 않는다.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전혀 기차가 운행하지 않고, 다음날인 복싱데이(12월 26일)에도 거의 운행을 하지 않는데 영국인들은 이를 대부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필자도 처음에는 ‘유럽이 다 그러나 보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가보다.

 

영국일간지 ‘가디언’은 최근호에서 ‘왜 영국만 크리스마스에 기차가 다니지 않느냐’는 기사를 실었다.

 

이에 따르면 1948년 이후 크리스마스날 기차 운행이 줄어들기 시작했다가 1964년을 마지막으로 크리스마스 기차 운행은 멈췄다. 이어서 런던 지하철은 1979년까지 운행하다 이후 운행을 중단했다. 또한 존 메이저 총리 재임시절인 1993~97년 진행된 철도 민영화는 크리스마스 운행 중단을 더욱 확고화했다. 민영 열차회사들은 이익이 나지 않는 구간과 시간대의 운행을 줄이는데 관심이 있을 뿐이었다. 그들은 크리스마스 기간을 ‘수리’하는데 쓰곤 했다.

 

그런데 도버해엽을 건너 유럽대륙으로 넘어가면 사정은 완전히 달라진다.

 

대부분 유럽 나라들이 크리스마스 중에도 정상적으로 기차가 쌩쌩 달린다.

 

‘가디언’은 “독일같으면 예정됐던 기차가 하나만 중단되도 전국적으로 난리가 날 것”이라며 “영국에 크리스마스가 없는 이유는 대중들이 다른 유럽국가들과 달리 그것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라고 결론지었다.

 

사실, 많은 외국인들이 영국에 처음와서 형편없는 대중 교통 서비스와 은행 등 공공 서비스에 놀라게 된다. 이곳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 큰 소리 치는 ‘갑’이고 돈 내고 서비스를 사는 사람들이 그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을’인 경우가 허다한데 더욱 놀라운 것은 영국인들 대부분은 그런 불편함과 우리가 볼 때는 분명 ‘부당한’ 대우를 그냥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한번 런던 시내버스에서 황당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데, 

 

버스가 한참 가다가 도중에 멈춰버렸다. 이곳에서는 버스도 자주 고장이 나고 전철, 기차도 연착이 심해서 그런가보다 했더니 버스기사가 뭐라고 큰 소리로 떠든다. 가만 들어봤더니 정차 벨을 누군가 눌렀는데 정거장에서 내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것때문에 버스기사가 열받아서 아예 버스를 세워버린 것이다. 그러고 버스는 그렇게 10분여를 그냥 서 있었다.

 

그런데 버스안 사람들도 어처구니 없어 할 뿐 누구도 버스기사에게 ‘감히’ 왜 안 가냐고 항의를 직접 하지 않았다.

 

몇몇이 ‘컴온, 렛츠고’라고 외치긴 했지만 그게 다였을 뿐 대부분 그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이게 무슨 한가한 버스에서 누가 계속 장난을 친것도 아니고 버스는 거의 만원에 승객도 1, 2층 한 50여명은 타고 있었고 정거장마다 대부분 내리는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버스 벨이야 누군가 실수로 누를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한번 버스벨이 울려서 뒷문을 열었는데 내리는 사람이 없다고 기분 나쁘다고 버스 기사가 버스를 세워버린 것이다. 50여명의 바쁜 승객을 볼모로 세워놓고.

 

한 5분쯤 지나자 못견딘 승객 한 두명이 그냥 내려서 걸어나갔다. “이제 승객이 내렸으니까 어서 갑시다” 누가 외쳐도 버스 기사는 그냥 자기 자리에 앉아서 씩씩  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도 한 5분이 더 지나서야 버스기사가 아직도 성이 덜 풀린 표정으로 시동을 걸고 버스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비슷한 예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는 곳이 영국이다.

 

영국 사람들은 ’70년을 살면 그중 10년은 줄을 서는데 보낼 것’이란 말이 있다.

비효율적인 영국의 의료 시스템을 빗대 ‘미국에서는 돈 없어서 죽고 영국에서는 기다리다 죽는다’라는 말도 있다.

 

그러고 보면 영국인들의 ‘인내심’만은 배워도 나쁘지 않을 듯 싶은데 물론 그들의 일처리가 느린게 더 ‘여유롭기’ 때문인 것도 분명 있다.

 

하지만 자신들이 일을 잘못해놓고 결코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은 은행이나 전화회사 직원들이나 그 간단한 번호표도 없이 은행 직원 한명 보려면 30분이고 한 시간이고 ‘서서’ 기달려야 하는 영국사람들을 보면

 

‘불평없이 무한정 기다리는’ 전통도 좋지만 그들도 이제는 다른 나라로부터 배울 것은 좀 배워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카테고리 : 런던이야기

댓글(1) 크리스마스에는 기차도 안 다니는 나라

  1. 리얼딜 says:

    엊그제 새해맞이 불꽃놀이 축제보러 런던아이가 있는 템즈강 갔다 오는길이었어요. 버스를 탔는데(이날은 버스가 무료) 서 있는 승객이 정원을 넘겼다는 이유로 버스가 멈춰서서 10분을 기다렸어요. 물론 그새 승객 15명정도가 내렸지요. 한국의 서비스는 영국에 비하면 초특급.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