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의 개종이 중요한 이유

영국에서는 최근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개종 소식이 화제다.

 

블레어 전 총리는 영국성공회에서 가톨릭으로 개종을 했다는 소식이 22일 전해지면서 영국 언론에서는 ‘블레어의 개종’에 대한 논란이 들끓고 있는 것.

 

더불어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일요일 미사에 참가하는 영국의 가톨릭교도 수가 일요 예배에 참석하는 영국 국교(國敎)인 성공회 신도 수를 앞질렀다”고 보도해 종교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사실 영국인들 대부분은 종교에 큰 관심이 없는 편이다.

 

‘이기적 유전자’로 유명한 영국 출신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지난해 ‘The God Delusion’(신이라는 망상, 한국어 번역제목: 만들어진 신)’이라는 책에서 과학적으로 그의 ‘무신론’ 신앙을 설파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는데.

 

도킨스는 이 책에서 “현재 미국에서 무신론자의 지위는 50년 전 동성애자의 처지와 다를 바 없다”며 미국의 기독교 근본주의를 비판하면서 “반면 영국은 오랜 기간 처참할 정도로 가톨릭과 개신교 간의 종교 전쟁에 시달린 역사의 교훈에서인지 종교에 더 관용적”이라고 말한 바 있다.

 

헨리 8세(1491~1547)가 캐서린 왕비와 이혼하려고 교황에 반발하면서 시작된 성공회의 역사를 봐도 ‘근본주의’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성공회는 분명 교황의 통치를 부정하는 개신교에 속하지만 66권 성서 외에 외경을 인정하고 가톨릭의 성사를 인정할 정도로 교리가 가톨릭에 가깝다. 때문에 가톨릭에서도 다른 개신교와 달리 ‘성공회의 세례’를 인정한다.

 

사실 성공회 예배에 가보면 거의 천주교 미사와 차이가 없을 정도로 형식도 비슷하다.

 

하지만 이렇게 얼마 안돼 보이는 차이가 영국 역사에서는 무척이나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차이 즉 ‘프로테스탄트’냐 ‘가톨릭’이냐를 놓고 수백 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했고 가깝게는 여전히 완전히 해결이 안 되고 있는 북아일랜드 독립문제도 이 신구교간의 갈등에서 비롯된다.

 

1534년 헨리 8세가 교황청에서 독립해 성공회를 만든 이래 국가 고위직은 성공회 신자로 제한됐고 1829년 국왕 섭정 대법관을 제외한 자리는 다른 종교 신자에도 개방됐지만 지금까지 성공회 신자가 아

닌 총리는 한 사람도 없었다.

 

24일자 ‘더 타임스’는 윌리엄 리스-모그의 칼럼에서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가톨릭 총리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영국에서 토니블레어의 개종은 그의 개인과 가족에게 뿐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타임스는 ‘헌법 개정’의 필요성까지 제기했다.

 

불문헌법 국가인 영국은 따로 헌법이 있지 않고 국가 중요 기관들에 관한 법, 관습법, 판례 등이 헌법 역할을 하는데 영국의 ‘왕위계승법’은 ‘영국은 프로테스탄트 왕국’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때문에 왕족은 가톨릭교도와 결혼을 하면 왕위 계승을 포기해야했다.

 

문제는 왕위계승법을 건드리는 것은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가톨릭이라는 이유로 왕위를 계승할 수 없다’는 왕위계승법을 바꾸면 왕위 계승에서 아들에게 우선권을 주는 ‘남녀차별조항’도 개정 필요성이 나올 것이다.

 

또한 헌법상 여왕을 국가원수로 두고 여전히 군주 국가로 남아있는 호주 등 영연방 국가들에 미치는 영향도 지대하다.

 

당장 스코틀랜드의 독립 요구도 나올 수 있고, 캐나다의 경우 퀘벡 분리주의자들의 문제와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타임스’는 하지만 결국 ‘시대에 맞지 않는 왕위계승법은 개정되어야 하며, 그들이 원한다면 스코틀랜드도 독립해야 하고 호주 등 영연방 국가들도 공화국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레어의 개종은 가톨릭계에서도 논쟁이 되고 있다.

 

25일 ‘데일리 메일’의 칼럼니스트 멜라니 맥도나는 “가톨릭교도로서 블레어의 개종을 환영한다”면서도 “그는 개종하기 전에 블레어는 재임기간 중 인간배아세포 연구를 허용, 안락사 허용, 낙태 찬성, 동성애 부부 입양 등 가톨릭 교리에 어긋나는 수많은 정책을 펼친 것에 대해 고해성사부터 해야할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비록 공식 개종은 이제야 했지만 블레어는 오랜 기간동안 가톨릭 신자인 부인과 4자녀와 함께 가톨릭 미사에 참가하는 2중 생활을 해왔는데.

 

이미 그가 총리가 되기 1년 전인 1996년 당시 영국 가톨릭 수장이던 바실 흄 추기경은 블레어의 반 가톨릭 정책에 반발해 그에게 성당에 나오지 말라고 편지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11년이 지난 지금,

 

영국의 가톨릭교회는 코막 머피 오코너 추기경의 그의 개종을 위해 ‘개인 미사’까지 열어줬으며 바티칸 대변인은 “이처럼 권위 있는 인물이 가톨릭에 오는 것은 기쁨이며 존경스러운 일”이라고 두 손을 들며 환영하고 있으니

 

참 알다가도 모르겠는 게 종교인 듯싶다.

 

카테고리 : 런던이야기

댓글(1) 블레어의 개종이 중요한 이유

  1. 이린 says:

    전 근본적으로 절대신이란 존재를 믿고 있고 종교에 대해선 자유로움을 존중하는 편인데
    이 종교란 것으로 인해(물론 신의 뜻은 절대 아니고 전적으로 인간 자신들의 득실에 관계되어 빚어진 서글픈 현실이라고 느끼곤 있지만요.) 인간들끼리 벌이는 수 많은
    오류에 대해 안타깝게 여기고 있답니다. 슬픔을 금할 수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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