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금지'만이 해답인가(1/2)

  한국에서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시행된 지도 어느덧 3년이 지났다.  과연 성매매특별법 시행 3년 동안 성매매가 근절됐을까. 아니면 적어도 상황이 나아졌을까.

  표면적으로는 특별법 시행 이후 전국의 집창촌 규모는 축소됐고 성매매가 범죄행위라는 사회적 인식은 확산된 듯 하다. 하지만 여전히 성매매는 우리 사회에서 광범위하고 공공연하게 행해지고 있다.  룸살롱, 여관 등 ‘클래식 성매매’부터 골목마다 침투된 노래방 도우미, 인터넷 원조교제, 조건만남 등 ‘뉴 미디어 활용 성매매’, 나아가 ‘대딸방’이니 무슨무슨 방이니 하는 온갖 ‘대안 성매매’가 활개 치며 ‘특별법’을 비웃고 있다.

 

  필자는 이번 학기 대학원에서 ‘Media, Ethnicity and Nation’이라는 선택과목을 듣고 있다. 민족성, 인종 문제, 제국주의 등에 대한 역사적, 철학적 분석과 미디어의 접근방법 등이  주제인데 성(sex, gender)과 계급 문제 및 페미니즘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게 다룬다.   마침 이번 주 강의 주제가 ‘섹스 여행과 섹스노동자 이주’(Sex tourism and sex work migration)였고 ‘국제섹스노동자연합(International Union of Sex Workers), www.iusw.org)에서 일하는 까미유 바바갈로(Camille Barbagallo)라는 여성이 특강을 했다.

 

  그의 강의 내용의 핵심은

 

 ‘성매매’도 다른 모든 노동과 마찬가지로 ‘성 서비스’를 판매하는 노동이고 따라서 직업으로 인정받아야 하며, ‘성매매 불법화’는 오히려 성매매 종사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등 부작용만 낳는다. 또한 최근 유럽 여성들이 아프리카 등지의 현지 남성들의 성을 사는 ‘섹스 투어’가 급속히 번지는 등 종전의 ‘여성은 성매매의 피해자’라는 성적 구분도 점점 무의미해지고 있다.

  물론 불법감금, 인신매매, 마약 등 성매매와 연관돼 발생하는 범죄는 단속되고 처벌돼야 하지만 모든 성매매 종사자가 그런 불법의 피해자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 경제적인 이유로 성매매라는 직업을 선택하고 있으며 그들의 인권과 노동 환경 신장을 위해서는 그들을 ‘피해자’로 만들 것이 아니라 성매매를 합법화 하고 ‘노동조합’ 등이 활성화 돼야 한다. 

 

  라는 내용이었다.

 

  성매매는 ‘파렴치한 범죄’이고 따라서 강력한 처벌로 단속해야 하고, 성매매 종사자는 ‘폭력적 비도덕적 동물적인’ 남성에 의한 ‘피해자’이기 때문에 ‘구조’해야 한다는 원리주의적 페미니즘이 주류(실제 시민들의 관념과는 별도로 적어도 법적, 제도적으로는)인 한국 사회 관점에서는 상당히 도발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우리의 ‘상식’과는 다르게 대부분의 유럽 선진국에서는 성매매가 합법화돼 있으며 성매매 종사자를 ‘노동자’로 보고 ‘노동조합’도 활성화돼 있다. 한국처럼 원천적으로 성매매를 금지하고 있는 선진국은 스웨덴 정도인데, 오히려 ‘스웨덴 모델’은 유럽의 진보 사회에서는 성매매 문제에 관한 ‘실패한 정책’으로 자주 인용되는 듯 하다.

  여하튼 동서고금 난제의 문제인 ‘성매매’에 관해 한국 독자들에게도 새롭고 상당히 통찰력 있는 접근법을 제공할 수 있을 듯 해 그의 강의 내용을 중심으로 관련 학자 주장 및 사례를 필자 나름대로 정리해 소개할까 한다. 이하 글에서 ‘나’는 강사 까미유 바바갈로를 뜻한다.

 

 1. 상품으로서의 ‘섹스’와 노동으로서의 ‘성 매매’

 

  성매매(매춘)에 대한 접근법은 다양하다.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도 자유주의적 페미니즘, 맑스주의 페미니즘, 급진적 페미니즘, 성 급진주의자 등에 따라 ‘자유계약/자발적 행위’, ‘종속적 노동’, ‘종속적 성’, ‘성적 다양주의’ 등 다양한 해석이 있다.

  나는 노아 자츠(Noah Zatz)는 맑스주의 페미니스트들이 ‘성매매를 노동으로 보지 않는 것’은 잘못됐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성매매를 노동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은 유럽 및 미국에서 1970년대부터 성매매 종사자의 인권 운동과 함께 일어났다. 페미니스트들이 성매매를 노동으로 인정하는 것을 거부하는 동안 성매매 노동자들은 노동 환경의 변화를 위해 애쓰기 전에 ‘일’자체의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애써야 했다.

  맑스에 따르면 상품은 어떤 종류든 그 본질이 인간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으로 정의된다. 따라서 ‘성매매’를 ‘몸을 파는’ 것으로 보는 관점은 잘못됐다. 성을 샀다고 해서 구매자가 성 노동자의 몸을 소유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구매자가 사는 것은 판매자의 ‘몸’이 아니라 일정 시간동안 제공하는 ‘성적 서비스’이다.

 

  참고: 유럽 성노동자 선언(Sex Workers in Europe Manifesto, 2005)

http://www.sexworkeurope.org/site/index.php?option=com_content&task=view&id=24&Itemid=54

 

 2. 성 구매자의 이동 – 섹스 투어

 

  점점 많은 여성들이 유럽의 ‘섹스’를 사기 위해 여행을 떠나면서 ‘섹스 투어’는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다는 고정관념이 흔들리고 있다.  여성이 ‘성 구매자’가 되고 남성이 ‘성 노동자’가 되면서 기존의 ‘사회에서 남성이 쥐고 있는 헤게모니’로 성매매를 설명하던 기존 페미니즘 주장은 도전을 받고 있는 것.

  이처럼 ‘여성 섹스 투어’는 학계 및 대중문화 영역에 큰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데 일부 학자들은 이 문제를 ‘관광 산업(tourism) 연구’로 접근한다.

  이미 글로벌 산업이 된 관광 산업의 확장은 개발도상국의 실업, 빈곤 및 국제수지 적자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많이 거론된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나 세계은행 주도의 개발도상국 구조조정은 기존의 전통산업 영역의 임금은 줄고 실업률은 느는 등 이들 나라 대다수 사람들에게 오히려 경제적 피해를 주고 있다.   Cabezas는 이런 관점에서 관광산업 발전은 ‘자발적 선택’이 아니고 국제 자본의 구조와 관련됐다고 보는데 이처럼 서비스 영역, 특히 관광산업이 확장되면서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성매매도 확장되고 있다.

  ‘섹스 투어’의 고전관념은 늙은 백인이 개발도상국에서 여행해 자기 나라에서는 어렵거나 또는 그 가격으로 살수 없는 ‘성’을 사는 것이었고 기존 연구도 주로 이런 백인, 서양, 남성 이성애자에 초점을 맞춰왔다. 급진적 페미니스트들은 지속적으로 ‘섹스 관광’을 ‘현지 여성의 성적 서비스를 사는 여행’으로 규정해왔다.

  하지만 이처럼 섹스 관광객은 남성이고 판매자는 여성이라는 고정관념은 최근 20년의 사례를 연구해보면 급격히 해체되고 있다.   실제 도미니카 공화국의 남성 성 판매자를 인터뷰한 결과 1970~80년대 이들은 주로 ‘남성 여행자’에게 ‘성을 팔았지만 90년대 이후 여성 여행자에게 판매하는 비중이 크게 늘었다.

  여성을 ‘섹스 투어’의 주체로 포함시킨다는 것이성매매 문제에서 ‘탈 젠더’(degender)나 성역할이 무의미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성매매에서 젠더가 어떤 역할을 하는 지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급진적 페미니스트들이 성매매를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으로 환원하는 것은 섹슈앨러티(sexuality)와 젠더(gender)에 대한 원리주의만 낳는다. 즉 ‘남성은 어떻고’, ‘여성은 어떻다’는 원리 주의적 접근은 성 노동자에 대한 계속된 불명예와 차별만 낳을 뿐이다.

 

  참고 영화

로렌트 칸텟(Laurent Cantet) 감독의 ‘남쪽을 향하여 Heading South’(2005)

 - 1970년대 3명의 북미 여성 관광객의 아이티를 여행해 현지 젊은 남성의 성을 사는 이야기.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려 여성 관광객의 성매매 동기와 아이티의 역사, 아이티 원주민 흑인 젊은 남성이 어떻게 성매매에 ‘이용’ 되는지를 보여주며 큰 논란을 불러 왔다.

카테고리 : 런던이야기

댓글(2) 성매매 '금지'만이 해답인가(1/2)

  1. ranma12 says:

    성매매라는 단어 자체가 성립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사회의 일반적 합의다. 성매매를 일종의 노동으로 받아들이려면 먼저 그 사회적 합의인 보이지 않는 묵계?!를 깨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성노동자란 명칭을 달고, 성매매를 노동으로 인정해줄만한 사회적 여건이 되어있지 않음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지만 성매매에는 귀천이 아닌 비난과 차별이 심한 상황이다. 이런 제반 상황을 무시하고, 단지 성매매를 직업으로 인정하자는 주장은 소위 겉핥기식의 짧은 단선적 사고밖에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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