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지현 칸타빌레] 늙은 나에게도 멘토는 필요해… 그렇다면 ‘꿈을 이뤄주는 코끼리’

[노지현 칸타빌레] 늙은 나에게도 멘토는 필요해… 그렇다면 ‘꿈을 이뤄주는 코끼리’

 

저는 자기계발서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출판사들의 돈먹기 놀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죠. 그러면서도 교보문고에서 슬금슬금 들춰보기는 합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둥 “천번을 흔들려야 40대”라는 둥…왠지 나의 아픔과 고민에 숟가락만 얻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요즘은 그놈의 ‘멘토’라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인가 물어보고 싶은데… 딱히 물어볼 사람이 없습니다. 상사에게 말해봤자, “너도 힘드니? 나는 얼마나 더 힘들지 들어볼래?”라는 말 듣기 딱 쉽고…. 후배들도 저한테 물어보는데 “나도 모르겠다”는 소리가 입밖으로 안 나옵니다.

 

 

 

 

그럴 때, 이 드라마가 떠오릅니다. ‘꿈을 이뤄주는 코끼리’(2008년작) 말입니다. 이 일본 드라마의 여자주인공은 25세 생일날 최악의 일을 당합니다. ‘빨리 대충 근무하다, 좋은 남자 만나서 팔자 피고 싶은’ 그녀에게 남자친구는 결별을 치졸하게 선언하고, 여자는 더러운 흙탕물로 비싼 옷까지 망칩니다. 집에 돌아왔더니! 아뿔싸! 아파트에 불이 붙었습니다.

 

 

돈도, 애인도, 꿈도 없는 그녀는… 허름한 집으로 할 수 없이 이사를 가게 됩니다. 바퀴벌레가 나올 것 같은 집으로 말이죠. 그런데 장롱에서 스물스물 코끼리신이 나타납니다. (약간 혐짤 같지만, 금방 사람의 얼굴로 연기하니까요…공포물이 아니라 코믹물입니다 ^^)

 

 

 그는 “행복해지고 싶으면 무조건 내 말대로 하겠다”는 각서를 쓰게 합니다. 반드시 지켜야 하는 과제를 매일 주겠다고 하고 말이죠.

 

과제들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기도, 끄덕거리게 만들기도 합니다.
-손톱을 깎아라
-스스로 요리를 하라
-왼손을 써라
-미팅에서 절대 말을 하지 마라
-미팅에서 2차가지말고 귀가하라
-큰 소리로 인사해라
-제일 싫어하는 이성과 데이트하라
-악녀가 되라
-자신의 캐치프레이즈를 만들어라
-다른 사람의 불행을 상상하라
-다른 사람을 웃겨라
-가지고 있는 옷을 모두 버려라
-하늘을 보라
-남자의 꿈을 물어보라
-악기를 다루라
-오늘이 지구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라

 

 

생략했지만, 한 25개 과제정도 됩니다.
어떤 건 진부해보이기도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전개에 웃음을 띄게 합니다. 보통 50분짜리인 일반 드라마와는 달리, 이 드라마는 한 회 당 30분 밖에 안 되는 ‘감질맛 나는’ 빠른 전개를 합니다~ 아마 성공을 못할 거라 방송국이 그렇게 편성했는지, 밤 11시 넘는 늦은 시간에 편성됐었지요..

 

마지막은 어떻게 되냐고요? 상상하신 것처럼, 여자는 이제 ‘너’에게서 행복을 찾는게 아니라 ‘나’에게서 무언가를 찾는 사람이 됩니다. 그 과정은 유쾌하고요…

 

자기 계발서 안 믿는다면서, 별 것도 아닌 저 충고들에 왜 감동을 받았냐고요? 청춘들이 자기개발서에 열광한 이유는 그런 거 아닐까요? ‘뻔하다, 뻔하다’ 하면서, 내 주변 사람들은 말해주지 않기에..소리 내 듣고, 한 발자국 다시 또 앞으로 걷기에 말입니다.

 

옆에서 코칭해줄 나만의 멘토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면, 주말에 한 번 보시는 건 어떨까요? 꿈을 이뤄주는 코끼리 신이 장롱 밑에….(헉, 주온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About 노지현기자

동아일보 오피니언팀 노지현기자입니다. 점점 식어가긴 하는데, 가끔 활화산 같습니다.
카테고리 : 일본드라마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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