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일은 언제 하는 거죠? 취업하기도 힘든 세상에

 

 ‘빵빵녀와 절벽녀’는 일본 후지TV에서 2년 전 방영됐던 드라마입니다. 제목에서 충분히 유추 가능하시겠지만 작은 가슴이 콤플렉스인 여자와 그녀 앞에
나타난 가슴 큰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혹자는 성적인 소재를 가족이 함께 보는 드라마에서 다루느냐고 발끈할 수도 있겠고, 혹자는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음흉한 미소를 날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자, 모두 잠깐 제목을 잊으시고 제 말을 들어보십시오. 저는 다른 이야기를 좀 하고
싶습니다.

 

 두 주인공은 백화점 가방 매장에서 일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직업을 가진 여주인공이 있었지요. 차인표가 색소폰을
불며 두 번째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던 ‘사랑을 그대 품 안에’의 신애라도 백화점 점원이었고, ‘아름다운 날들’에서 최지우는 레코드 매장의
점원이었죠. 서비스업에 종사한 여주인공의 비율을 조사하려는 게 아닙니다. 욘사마 열풍을 낳은 ‘겨울 연가’에서 최지우는 인테리어 회사를 다녔고,
‘천사의 유혹’의 이소연은 가구 디자이너입니다. 자, 여러분은 역대 한국 드라마 주인공의 직업을 몇 개쯤이나 기억할 수 있나요?

 

 ‘빵빵녀와 절벽녀’도 남녀 간의 애정, 휴머니즘, 여성들의 질투 등 일반적인 드라마가 다루는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사람
사는 이야기가 결국은 비슷하니까요.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는 가방 매장 점원의 특성과 잘 버무려져 전개됩니다. 우리는 백화점 안에도 피 말리는
경쟁이 존재하고 아침조회 시간에는 무슨 이야기가 오고가고, 백화점에 이상한 사람이 나타났을 때 ‘3층 매장에 지갑을 두고 가신 고객님을 찾고
있습니다’와 같은 비밀방송을 한다는 것 등을 알게 됩니다. 주인공들의 직업적 특성을 드라마의 재미에 잘 활용하고 있는 거지요.

 

 우리는
어떻습니까? 주인공의 직업은 1,2회를 잠깐 장식할 뿐, 사랑이야기나 콩가루 집안의 사연이 드라마를 빼곡히 채우잖아요.
2년 전 ‘하얀거탑’이 성공했던 이유 중 하나는 외과의사라는 직업적 특성을 백분 잘 녹여낸 덕분이 아닌가
합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아이리스’ 역시 마찬가지이고요. 아쉬운 점은
이런 드라마는 애초 직업적 특성을 바탕으로 하는 전문 드라마라는 겁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요.

 

 일본 드라마의 선정적이고 유치한 면을 비난할 땐 하시더라도, 배울 점은 배우자고요. 자칫 평범해질 수 있는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다양한 소재로 풀어내는 것. 그게 일드의 힘이니까요.

카테고리 : 그때 그 드라마

댓글(4) 도대체 일은 언제 하는 거죠? 취업하기도 힘든 세상에

  1. coolup says:

    제목이 섹시한데? ㅋㅋ

  2. 앤디워홀 says:

    빵빵녀에 한 표 투척.

  3. says:

    정말, 파리의 연인 박신양은 심지어 자동차 회사 사장이었는데 만날 연애만 하러 다녔죠 ㅋㅋㅋ

  4. 황기자 says:

    재밌는 글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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