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엄마들이 ‘멘붕’에 빠진 이유

  요즘 제가 자주 찾는 동네 인터넷 커뮤니티의 최대 화두는 ‘유치원 추첨’입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 ‘로또 당첨’에 버금가는 유치원 추첨 현장을 한 번쯤은 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올해는 남다릅니다. 서울시교육청이 얼마 전 발표한 유치원 모집 개정안 때문입니다.

 

  개정안은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10곳이고 20곳이고 무한 중복지원이 가능하던 것을 이제 유치원마다 가나다 세 군으로 나눠 각 군당 한 번씩, 즉 3번만 지원 가능하도록 바꾼다는 겁니다. 원래 유치원의 원아 선발방식은 등록순, 즉 선착순으로 원 자율에 맡겨왔습니다. 이러던 것을 줄서기 등 여러 폐해 방지를 위해 ‘올 추첨’으로 전환했는데, 이제는 최대 3곳만 지원해 그 추첨을 기다려야 합니다. 

 

  교육청 관계자는 “유치원 수나 지원자 수에 변화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첫 추첨에서 탈락했다 해도 향후 2차 모집에 지원할 수 있는 식으로 결국엔 입학 상황이 평년과 다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유치원이든 입학 영아든 그 총량은 그대로이므로,결과적으로는 예년처럼 평형을 찾아갈 거란 이야깁니다. 한데 과연 그럴까요?

 

  일단 지금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교육청의 기대를 한참 벗어납니다. 제가 사는 동네를 예로 들면, 동네 5군데 유치원 가운데 4곳이 가군을 선택했고 나머지 1곳만 나군을 택했습니다(가나다 군 선택은 유치원 자율. 단, 공립유치원은 가, 나 둘 중 하나만 선택 가능). 동네 유치원에 보내고 싶은 엄마들은, 교육청 개정안에 따르면, 달랑 두 곳만 지원 가능하도록 된 겁니다. 다 군은 무조건 다른 동네의 유치원을 택해 지원하거나 아니면 지원 자체를 포기해야 합니다.

 

  더군다나 일반적으로 엄마들이 선호하는 학교병설유치원과 교회유치원, 성당유치원 등이 모두 가 군에 몰렸습니다. 엄마들의 선택권은 줄었고, 이어 치열한 눈치싸움까지 해야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우리 집에서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유치원, 교육방향이 조금이라도 더 아이에게 맞는 유치원을 고르는 게 아니라, 그저 가장 합격률이 높은 곳을 찾아야 하는 서글픈 상황이 된 겁니다.

 

  교육청 관계자에게 문의하니 “지역별로 특정 군에 유치원이 몰린 경우 조정을 해 볼 예정”이라고 답해왔습니다. 이제 등록 및 추첨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유치원들은 이미 입학설명회까지 진행했는데 이제 조정을 해본다니. 당장 자구책이라도 급급한 지경인 엄마의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니 어떤 엄마들 사이에서는 “그냥 먹고 죽자는 심정으로 중복지원해보자”는 말도 나옵니다. 한 유치원에 전화해보니 교사조차 ”교육청이 알 방법이야 없지 않겠느냐”며 은근히 독려(?)하기까지 했습니다. 과연 (이번 개정안의 가장 주요 취지인) 중복지원 제한에 대한 교육청의 강력한 의지는 전달된 걸까. 교육청 관계자에게 문의하니, “필요시 중복지원자 명단을 요구할 테니 파악해놓으라”는 내용을 지역교육청에 하달했다고 합니다. 이건 중복지원자를 반드시 색출하겠다는 걸까요,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단 걸까요? 또 법 지키는 사람만 바보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현장에서의 혼란에도 불구하고, 교육청 관계자는 “5월부터 정책연구를 시행해 설문조사 600명이라는 현장 의견 수렴을 거쳐 내놓은 개선안”이라며 해명했습니다. 글쎄요. 보통 정책에 대한 현장 의견 수렴이라 함은, 얼마간 여유를 두고 안을 내놓은 뒤 학부모뿐 아니라 외부 전문가, 언론 등 전방위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수정의 여지를 둔다는 것 아닐까요. 

 

  제가 자주 들어가는 인터넷 커뮤니티는 요즘 엄마들의 한숨으로 가득합니다. 안 그래도 아기 낳아 키우기 팍팍한 세상. 많지도 않은 유치원인데, 이제 그나마도 무슨 대입처럼 눈치싸움까지 해가며 넣어야하다니. ’행정 편의를 늘리고 학부모의 불편은 줄이는 정책’이라던데, 앞 부분만 크게 보이는 건 저뿐일까요?

카테고리 : 이 기자는 육아휴직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