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직장맘을 위한 특혜들이 반갑지 않은가

  얼마 전 모 회사 경영지원팀에 있는 한 친구가 메신저로 씁쓸한 속내를 전해왔습니다. 간부회의에서 각 부서마다 특정 비율 이상의 여직원을 반드시 채우도록 하는 ‘여직원 할당제’를 실시하도록 정했단 겁니다. 부서 내 여성비율을 유지하잔 건데 왜 씁쓸하냐고요? 그만큼 여성 직원이 여느 부서를 막론하고 기피대상이 됐다는 걸 반증하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출산율 진작과 여성의 경력단절 방지를 위해 다양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법제화한 데 이어, 일과 육아를 병행하도록 육아기 여성으로 하여금 단축근무를 할 수 있게 하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를 마련해 실시 중입니다. 최근 정부는 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의 사용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기까지 했습니다. 언뜻 보기엔 바람직한 일입니다. 한데 과연 그럴까요? 

 

  기간 늘리는 것 자체야 나쁠 것 없지만, 문제는 그렇게 해서 정부가 목표하는 바에 달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도달하기는커녕 현재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직장맘도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제도는 있지만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무슨 뜻인지 제 경험을 예로 들어볼까요? 임신부는 모든 야근 및 추가근무로부터 면제받을 수 있습니다. 한데 저는 임신 6개월까지 야근과 당직근무를 섰습니다. 누가 강요해서도 협박해서도 아닙니다. 자청한 일입니다. 제가 야근, 당직을 빠지면 팀원이 고작 네댓 명에 불과한 가운데 누군가 한 번이라도 더 초과근무를 서게 될 텐데, 그 속사정을 뻔히 알면서 차마 빠질 수가 없었던 겁니다. 

 

  이는 여성과 육아 정책에 있어 아주 중요한 점을 시사합니다. 정책의 타깃이 직장맘 본인에게만 머물러있어서는 안된다는 점입니다. 직장여성들은 회사로부터 기피대상이라는 낙인이 찍힐까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가급적 모나지 않고 남들하는 것을 따라 일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그 남들이 죄다 초과근무에 연이어 야근을 서고 있다면 아무래도 그녀들의 근로시간 역시 권고보다 길어질 수밖에 없는 겁니다.

 

  따라서 진정 직장맘들의 여건을 개선하고 싶다면, 무엇보다 전체 노동환경의 개선이 선행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 직장맘들을 위한 특혜만 계속 만든다면, 문제는 계속 밑빠진 독에 물붓기처럼 반복될 겁니다. 회사 입장에서 여직원은 점점 더 마지못해 끼워넣어야 하는 할당인원이 될 것이고, 여성들은 그런 회사 눈치가 보여 아이 하나 마음 놓고 낳아 키울 수 없을 겁니다.

 

  OECD 회원국 평균노동시간 1위의 일벌레들이 사는 나라. 이런 나라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우리의 엄마들까지 일벌레로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카테고리 : 이 기자는 육아휴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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