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료 지원 중단, 그 충격요법이 외려 반가운 이유

  제 첫 아이는 올 4월부터 동네 한 민간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습니다. 사실 이렇게 일찍 어린이집에 보낼 생각은 없었는데, 자리가 났을 때 들어가지 않으면 영영 내 순서가 돌아올지 않을 수 있다는 주변 조언에 더 생각할 것 없이 등원을 결정했습니다.

 

  첫 등원 날, 놀란 건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엄마들의 절대다수가 전업주부란 사실이었습니다. 조금 이상했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유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나라에서 일단 어린이집에 등원시킨다고만 하면 보육료를 전액 지원해주니 전업주부라도 일단 너도 나도 맡기고 보는 겁니다.

 

  그렇게 전업주부들이 함께 아이를 맡기다 보니 직장맘들 아이 맡길 곳은 적어지고, 또 전업주부 대부분이 아이를 일찍 하원시키니 직장맘들까지 눈치 보고 아이들을 일찍 데려오는 기현상이 이어졌습니다. 결국 퇴근 시각까지 육아도우미를 또 따로 써야 하는 직장맘들은 서서히 어린이집에서 퇴장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어린이집 엄마들 사이에서 전업주부의 비중이 커지고, 정작 진짜 아이를 맡겨야 할 직장맘들의 비중은 줄어든 겁니다. 희한하죠? 그런데 이게 과연 제 아이 어린이집만의 문제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역전현상은 주변 어린이집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복지 재정은 재정대로 줄고, 정작 수혜를 받아야 할 사람들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게 만드는 보육료 제도. 진작부터 개선이 필요했고, 수많은 전문가, 그리고 현장의 엄마들이 숙고를 요구해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어제 교육감들이 내년부터 3-5세 누리과정 무상보육 지원을 할 수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수혜도 제대로 못 받아 본 직장맘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그 동안 이 제도의 수혜를 누린 절대다수는 전업주부들일 겁니다. 여성들의 경력단절을 줄이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만든 제도의 수혜를 절대다수의 직장맘들은 누리지도 못하고 떠나보내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사실 어느 면에서는 이런 충격요법이 반갑기도 합니다. 애초 어린이집에 지원하는 아동에게 조건 여하 관계 없이 주어지는 보육료 제도는 위와 같은 무리수를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복지 헤택이 주어지는 제도가 무엇인지 제대로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직장맘들에게 우선순위를 주는 현 제도로는 필요를 충족하기 어렵습니다. 재직증명서를 허위로 떼는 등 우선순위를 앞당길 수 있는 편법들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복지를 인당 지원할 게 아니라 복지 시설 자체를 늘리고 기반을 튼튼히 하는 쪽으로 돌리면 어떨까. 출산율이 낮다고 하지만, 낳아놓은 아이에 비해 현존하는 어린이집의 수는 여전히 턱없이 적습니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리고, 직장어린이집 지원을 늘리는 등 복지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방안들이 고민되어야겠습니다. 현 제도는 솔직히 공무원들의 탁상공론으로 나온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카테고리 : 이 기자는 육아휴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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