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죽으란 법은 없잖아요

  회사 복귀를 며칠 앞두고 제 복직 전선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어렵사리 구한 아이돌보미 선생님이 갑자기 다음 달부터는 일하기 어렵다고 통보해오신 겁니다. 한 달짜리 돌보미 선생님을 쓰느냐, 아니면 원점으로 돌아가 새 선생님을 찾느냐. 어느 하나 쉬운 선택이 아닙니다. 한 달간 지금의 돌보미 선생님을 쓴다면 다음 달에 어차피 새로운 선생님을 구해야 할 겁니다. 지금 당장 새 선생님을 구하자면 지금만한 선생님이 오실지 의문이고, 또 아가들이 엄마의 회사 복직에 더해 새 선생님이라는 두 가지 낯선 상황에 맞닥뜨려야 합니다. 하늘이여, 어찌 제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잠든 아가들의 모습을 보니 한숨이 떠나질 않습니다. 요며칠 각고의 노력으로 겨우 돌보미 선생님과 마음을 튼 아이들입니다. 오늘 오후 종일 돌보미 선생님과 색칠공부를 한 4살배기 첫 아이는 오늘 밤 잠들기 전 “선생님 또 보고 싶다”며 아쉬운 얼굴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또 새 선생님을 구해야 한다니요. 당장 다음 주 복직인데. 저의 막막함도 막막함이지만, 엄마도 없이 새 얼굴을 맞아야 하는 아이들이 딱하고 안쓰럽기 그지 없습니다. 그 어리고 여린 마음에 얼마나 혼란스러울까요. 또 무서울까요. 

 

  어찌할 도리 없이 친정엄마에게 SOS를 쳤습니다. 만약 새 선생님이 구해지면 일주일간만 새 선생님,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있어주십사 말입니다. 엄마는 “어쩔 수 없지 뭐”라며 흔쾌히 흔쾌하지 않은 허락을 하십니다. 안 그래도 매일 새벽 집에 오시어 아가들 어린이집 등원을 도와주시기로 한 엄마인데 저녁까지 신세를 져야 하다니. 엄마에게도 죄인 된 생각에 마음이 천근만근 무겁습니다.

 

  주말부부인 남편에게 전화해 하소연했더니 남편은 의외로 태연합니다. “이 정도 변수도 생각 못했냐”는 겁니다. 하긴 생각해보니 그렇습니다. 주변 직장맘들 가운데 아이돌보미가 마음에 들지 않아 직장 다니는 내내 마음을 쓰다 어렵사리 시간을 빼 새 돌보미를 구하고 또 그러면서 아이들이 잘 적응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사람은 한두 명이 아닙니다. 한 번에 좋은 사람 구해 걱정없이 아이 맡기고 있다는 사람이 드뭅니다. 그렇군요, 저도 그 전전긍긍하는 절대다수의 직장맘 중 하나가 된 것뿐이었군요.

 

  정부는 아이 낳기 좋은 세상 만든다는데 정작 정책의 수혜자들은 아무 것도 체감할 수 없습니다. 정치권에서는 무상보육을 철폐하니 어쩌니 말이 많잖아요. 한데 사실상 현재도 ‘무상’으로 보육하고 있는 부모는 아무도 없다는 거 아시나요? 어린이집만 봐도 전액지원인데 무슨 소리냐고요? 대부분의 직장맘들은 어린이집 운영시간을 초과하는 근무시간 때문에 사비로 아이돌보미를 두거나 친지의 손을 빌리고 있습니다. 또 대부분의 어린이집은 정부 지원의 부족을 빌미로 특별활동비조의 돈을 더 받습니다. 저만 해도 올해 두 아이의 활동비로 약 20여만 원을 어린이집에 내야 합니다. 사비로 아이돌보미를 두고 친정엄마의 노동력까지 이용하고 있는 건 말할 것도 없습니다.

 

  결혼하고 엄마가 되어서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단 것뿐인데 뭐가 이리 힘든 걸까요. 하루에도 열두 번씩 ‘에이, 그냥 다 때려쳐버려?’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 아싸리하게 경력단절녀의 세계로 퐁당 빠져볼까? 그렇지만 전업주부의 삶이라고 녹록할지 의문입니다.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우리 가정경제는 괜찮을지, 내가 이루고팠던 것들을 쉬이 포기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네요. 고민 끝에 ‘그래도 일하는 게 낫다’는 결론에 다다릅니다. 그리고 앞을 보면 갖가지 문제가 산적해있습니다. 일단 새로운 돌보미 구하는 문제부터!

 

  내일 아침이 되면 당장 연락을 돌려보려 합니다. 첫째 어린이집 보내고 둘째 어린이집 적응수업에 참여해야 해 시간이 얼마 없지만요. 남은 이틀간 새 돌보미 선생님 관련한 문제를 마무리지어야 합니다. 다른 복직 준비는 모두 뒷전으로 밀려났네요. 부서 복귀에 앞서 책도 좀 읽고 공부도 하려고 했는데. 조간신문도 헤드라인만 보기 바쁩니다.  

 

  저 잘 복직할 수 있겠죠? 그래도 죽으라는 법은 없잖아요. 뭐 이게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닌데 괜한 호들갑 떠는 걸로 보일 수도 있겠네요. 그래요, 생각해보면 저도 직장맘에게 컸는 걸요. 7살 때까지 치매 걸리신 증조할머니 손에 컸지만, 나름 이렇게 훌륭하게 별탈 없이 잘 컸잖아요. 우리 아가들도 잘 이겨낼 수 있겠죠. 저와 남편, 그리고 친정엄마도요. 아자아자! 마음을 다잡아봅니다.  

카테고리 : 이 기자는 육아휴직중

댓글(1) 그래도 죽으란 법은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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