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엄마는 미안해서 울었습니다

  조금 전 둘째 아이의 보육료 사전신청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올 3월부터 둘째를 어린이집에 보내게 돼 ’아이사랑보육포털’에서 그동안 받아온 양육수당을 앞으로는 보육료로 전환하는 신청을 한 겁니다(양육수당은 아이를 집에서 키울 때 국가에서 지원하는 돈이고, 보육료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경우 국가가 해당 어린이집으로 지원하는 금액입니다). 신청 마지막에 이제 확인 버튼을 누르면 양육수당은 완전히 취소된다는 문구가 뜨는데 당연한 그 말이 어찌나 세찬 바람처럼 뱃속을 헤집어 놓던지요. ‘내가 아이를 위해 옳은 선택을 하고 있는 걸까’ ‘나는 과연 좋은 엄마인가’ 그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질문과 상념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수 초 뒤 결국 저는 확인 버튼을 누르고 말았습니다.

 

  이제 조금 있으면 두 번째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입니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는지. 두 아이를 모두 친정에 맡기긴 염치 없고, 또 종일제 아이돌보미를 들이자니 두 아이의 경우 비용이 만만찮아 결국 첫째에 이어 이제 갓 걸음마를 뗀 둘째까지 어린이집에 보냅니다. 다행히 맞벌이 가정에 영유아 미만 자녀 2명 이상이라는 우선순위 덕에 대기는 길지 않았습니다. 남들은 그렇게 보내고파도 못 보낸다는 어린이집인데, 된 게 어딘가요. 감지덕지입니다. 한데 마음은 영 기껍지 않습니다.

 

  둘째는 이제 겨우 12개월, 갓 돌을 지난 아이입니다. 서고 걷지만, 그밖에 제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조금 높은 턱에만 올라가도 못 내려와 엄마를 향해 손을 뻗고 “우우~!” 하는 아기입니다. 혼자 밥을 먹는달지, 용변을 본달지, 의사를 표한달지, 이런 것들은 아직 머나먼 일입니다. 종종 어린이집에 맡긴 아이가 자다가 돌연사 한다든지 밥을 먹다 질식사 하는 사고가 발생하는데, 다 둘째 또래의 어린 아기들에게 주로 일어나는 일입니다. 누구보다 그런 사건사고를 많이 접한 기자로서, 내 새끼를 보내는 마음은 착잡하고 죄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지난 1년, 아기라고 어디 나가는 데 없이 거의 24시간 엄마와 꼭 붙어 지낸 탓에 엄마든 누구든 잠시라도 눈앞에서 사라지면 “마!마~!”하며 찾습니다. 언제든 돌아보면 자기를 향해 웃어주는 엄마가 있다는 걸 알기에, 제 장난에 빠졌다가도 뒤를 돌아보면서 헤벌쭉 해맑게 웃습니다. 이제 어린이집을 보내면 저렇게 아무 때나 돌아봐도 자기만을 봐주고 있는 사람은 없을 텐데. 공허한 벽을 향해 헤벌쭉 웃었다 멋쩍어 할 아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저릿저릿 합니다.

 

  그냥 어린이집만 보낸다면 이 꺼림칙한 기분이 좀 덜할까요. 5시까지 어린이집에 있다 온 아이는 또 시간제 아이돌보미의 손으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엄마, 아빠가 퇴근할 때까지 낯선 아이돌보미와 밥을 먹고 목욕을 하고 책을 읽으며 엄마, 아빠를 기다릴 겁니다. 아무리 아이를 사랑하는 분일지라도 아이 부모만큼 사랑스러운 손길과 눈길을 줄 순 없겠죠. 아이는 뭔가 허전한 기분으로 연방 현관문을 돌아볼지도 모릅니다. 드디어 오매불망 기다리던 엄마 아빠가 돌아옵니다! 근데, 웬 걸요. 이제 잘 시간인 걸요. 기쁜 마음과 달리 눈은 꺼물꺼물 감깁니다.

 

  이제 4살인 첫째도 어리긴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한참 말문이 트일 때라 엄마, 아빠에게 그날 하루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 칭찬 받아야 할 일, 혼난 일, 그냥 별일 아닌 일상 등등 하고픈 이야기가 산더미 같을 텐데. 아직 혼자 밥 먹는 것도 익숙치 않아 숟가락을 뜰 때 밥풀 한 알, 국물 몇 방울인가는 꼭 뚝뚝 옷에 흘리며 먹는 아이입니다. 식탁의자에서 내려올 때는 짧은 다리가 허공에 붕붕 떠 “엄마 앉아줘”라고 손을 뻗습니다. 이런 아이도 놓고, 저는 출근해야 합니다.

 

  국가에서는 연이어 저출산대책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미 아이를 낳은 저야 이 대책과는 무관하지만, 아직 아이를 낳지 않은 주변 사람들이 제게 “아이 키우기 어떠냐”고 물으면 제 각박한 현실을 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루하루가 고행이고 죄스러운 직장맘의 하루. 어찌 편히 아이를 낳으라 할 수 있겠습니까.

 

  별 것 아닌 신청서를 쓰고 쿨쿨 세상 모르게 잠든 아이들 얼굴을 보며 막 눈물이 나 울었습니다. 나도 직장맘의 아이였는데 말입니다. 난 엄마를 원망한 적이 없었는데 말입니다. 그래도 엄마는 미안해서 울었습니다.

카테고리 : 이 기자는 육아휴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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