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기적인 직장맘’인가

  최근 SNS 상에서 마음 불편한 일이 있었습니다. 대학 친구가 올린 글에 댓글을 달다 본의 아니게 논쟁을 하게 된 겁니다. 친구는 최근 정부의 보육정책 개편 소식을 언급하며 전업주부와 직장여성의 지원에 차등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고, 맞벌이는 외벌이보다 고소득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외려 외벌이 가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육아는 부부 공동의 책임이므로 여성이 전업주부인지 아닌지 여부가 차등 지원의 기준이 되어선 안된다고도 했습니다. 좋은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공감은 할 수 없었습니다. 현실을 겪어본 탓입니다. 현재 어린이집은 태부족합니다. 한정된 자원 내에서 모두가 무상보육을 이룰 순 없습니다. 적어도 어린이집에서만큼은  전 그 일차적 지원 타깃이 직장맘이 되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그랬다가 친구는 물론 다른 분으로부터 ‘이기적인 직장맘’이라는 뉘앙스의 비판을 받았습니다.

 

  보육지원책의 종류는 많습니다. 첫째로 지원금이라는 돈의 형태가 있을 것이고, 아이돌보미 같은 인적 지원, 그리고 시스템 및 기관 인프라 지원도 있을 겁니다. 이 가운데 제가 말하는 차등지원은 하루 일정시간 아이를 맡겨둘 수 있는 어린이집의 경우에 한정해서입니다. 누가 더 그 자원에 갈급한가 문제를 따져보아서 그렇습니다. 직장여성은 당장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일부는 전업주부 여성 가운데도 취업준비 중이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일을 관둔 여성들이 있기에 획일적으로 나눌 순 없다고 하지만, 그런 것들을 일일이 고려해 넣자면 기준은 갈수록 애매해질 겁니다. 재차 이야기하지만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는 당장 현재 기준으로 맞벌이인 가정에 우선지원하는 게 맞다고 생각됩니다.

 

  전업주부는 그것이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현재 전업으로 주부를 택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것이 여성이 되었든 남성이 되었든 일단 전업주부가 되었다면 가사와 육아를 직업으로 삼은 셈입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보육시간을 지원하는 어린이집만큼은 전업주부가 있는 외벌이보다는 맞벌이 가정에 우선 지원되는 게 맞지 않을까요. 

 

  이렇게 말하는 저는 최근 ‘전업주부와 직장맘을 싸움 붙이고 있다’는 정부와 그 논지가 크게 다르지 않을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말하는 차등지원 여부는 어디까지나 어린이집에 한정해서 입니다. 직접보육 가정에는 그에 따른 비등한 지원이 있어야 할 겁니다. 한데 최근 정부가 제시한 개편안의 문제는 그런 총체적 시스템에 대한 고민 없이 언발에 오줌 누듯 뜬금없이 전업주부들의 주어진 혜택만 감하겠다고 한 데 있습니다. 그리곤 반발이 심해지자 지금도 부족한 보육예산에서 양육수당을 더 늘리겠다는 황당무계한 신소리를 내놨습니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본 엄마라면 진작부터 문제를 체감해왔습니다. 어린이집에 넣었다 하면 양육수당의 배에 달하는 돈이 지원되다 보니 너도 나도 어린이집에 지원하고, 이에 수많은 가정이 지원하면서 당장 아이 맡기는 일이 갈급한 사람들이 들어갈 자리가 줄고, 또 주부를 비롯해 시간제 직업 가정 등에서 아이를 짧게 맡기면서 일반 직장맘들의 경우 어린이집을 보내고도 아이를 일찍 데려와야 해 돌보미 비용을 이중지출하는 상황입니다. 수요 증대로 어린이집도 우후죽순 늘다보니 인천 연수구 사례처럼 자격미달의 시설, 교사도 늘었습니다. 이게 어제오늘의 일일까요? 제도 초기부터 있어온, 아니 그 전부터 예견돼온 일입니다.

 

  전 어린이집 입소 조건에 있어서는 맞벌이 가정 우선순위를 강화하돼, 만약 보육예산이 모자란다면 당장 어린이집 무상보육 비용을 줄여서라도 외벌이가정 지원의 형평성을 맞추며 보육지원의 쏠림을 완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거의 특혜에 가까운 어린이집 지원 탓에 외벌이든 맞벌이든 지나치게 어린이집 쏠림이 심한 상황입니다. 꼭 필요한 가정이라면 약간의 돈을 내고서라도 어린이집을 택할 겁니다. 그리고 그 줄인 돈으로 차라리 양육수당을 늘리거나 시간제 돌보미 서비스를 확대한다면 보육지원의 형평성이 증대되고 가정의 불필요한 이중지출도 줄지 않을까요?

 

  글이 길어지니 각설하고 마지막으로 친구의 댓글에 한마디만 더 응수하자면, 맞벌이는 외벌이보다 고소득이란 말에도 공감할 수 없네요. 제 주변만 봐도 자기계발도 계발이지만, 외벌이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돼 피치 못하게 부부 모두 사회로 나선 생계형 맞벌이 가정이 많습니다. 그들은 “세상에 남편이 돈 벌어다 주는 전업주부가 제일 부럽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물론 일부 비하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듯 ‘남편 돈으로 호의호식하는 전업주부’는 거의 없다는 걸 잘 압니다)

 

  어찌되었든 지금 괜히 전업주부, 직장맘 편가르는 정부, 언론과 다르게 엄마들은 대동단결하고 있습니다. 애초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정책을 총체적으로 손보라는 겁니다. 지금 현장에서는 그 누구도 ‘무상보육’을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복직을 앞둔 저만 해도 두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아이돌보미를 고용하고 이어 친정어머니께 용돈 드리며 손빌려야 하는 형국인 걸요.

카테고리 : 이 기자는 육아휴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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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나는 ‘이기적인 직장맘’인가

  1. 바람 says:

    남자고 무상보육과는 어떠한 관계도 없는 사람입니다. 비교적 양육의 여유가있는 전업맘들보다는 직장맘들에게 더 우선하여 도움이 될수있도록 해줘야 되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요즘 새로 생기는 커피숍들은 모두 어린이집 근처라는 말도 있는데, 전업맘들의 여유시간도 중요하겠지만, 생존을 위한 직장맘들에게 우선적인 도움이 돌아가도록 하는게 맞는것 아닌가요? 누구를 차별하자는게 아니라 우선순위가 그렇다는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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