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치하자’는 남자와 ‘차비밖에 없다’고 하는 여자

 

오늘 모 포털 사이트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올라왔다.
어떤 남자가 자신의 소개팅에서 겪었던 일을 올린 것인데,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니
소개팅에서 만난 여자와 고깃집에 갔고, 나중에 계산을 하려고 할 때 남자가 여자에게,

 

“더치 합시다”

 

라고 말하자, 여성분의 대답이,

 

“저, 차비 밖에 없는데요”

 

라는 말에 남자분이 화가 났던지 포털 사이트에
이 이야기를 올린 것이다. 물론 나중에 여성분이 남성분에게 문자로 미안했다는 말을
전했고 남성은 그 문자를 무시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이 상황을 가지고 네티즌 사이에 논란이 뜨겁다.
인터넷의 만년 떡밥 ‘남녀 평등’문제부터 시작해서, ‘연애의 예절’, ‘개념 없는
남(여)자’등 논란의 대상이 될 만한 소지가 많았던 상황이기도 했다. 일단 본 상황을
보고 떠오르는 몇 가지 생각을 간추려 본다.

 

① 남자가 소개팅 자리에서 첫 식사 값은 당연히
내야 하는거 아닌가? (쪼잔하게) 무슨 더치인가?

 

② 아무리 남자가 주로 계산한다 하지만 정말
차비만 갖고 나오는 여자가 어딨는가? 무조건 남자가 낸다는 생각을 고정관념으로
갖으니까 저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③ 왜 저 남자를 비난하는가? 당연히 더치하자고
할 수 있지 않은가? 왜 꼭 남자가 돈을 내야 하는가?

 

④ 남자든 여자든 비난할 필요가 없다. 남자는
분명 여자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처음 만나는 여자를 데리고 고깃집을 가다니) 일부러
2차 가고 싶지 않아 더치하자고 말했고, 여자도 ‘더치 하자’라는 말에 남자가 마음에
안 들어 한 술 더 떠 ‘차비만 있다’고 거짓말 한 것이다.

 

보통 소개팅 자리에서 처음에 만나 식사를 하게되면
남자가 돈을 지불하는 건 어쩌면 우리사회에 깊게 뿌리박힌 ‘상하 수직 구조’라는
관습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여성들도 활발한 경제활동을 구가하지만, 언제부터
그랬던가? 과거에 여성은 지금의 여성만큼 경제력이 없었다. 당연히 그 시기에는
남성이 경제력에 앞서기에 돈을 지불하는 것이 당연했다. (같은 논리로 과거에는
혼인빙자간음죄가 이성적이었지만, 요즘 시대에 혼빙간은 말도 안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과거처럼 여성의 순결과 결혼이 관련 없음은 물론이고 여성의 경제력 또한 과거와는
천지차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런 논리가 강하게 작용된다면 ①과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러나 요즘 젊은 남성일수록 이 논리는 다소 어긋나 보인다.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과 같은 실용적 사상이 강한 젊은 세대는 남자고 여자고 같이
먹은 음식에 대한 일종의 ‘지분’을 비율대로 낼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따라서
①의 논리가 강한 사람들에게 ‘남자가 더치하자라는 말이 무슨 잘못인가?’라고
말하면 ‘쪼잔하다’라는 말을 할 것이다.

 

 

이번엔 위 상황의 여자에 대한 비판 부분을 살펴보자.
보편적으로 저 상황에 대부분의 여자는 같이 내는 것으로 또는 본인이 내겠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속으로 남자를 욕할 수 있겠지만.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답변이 돌아 온 것이다.

 

소개팅 자리에 달랑 차비만 갖고 나온 여자. 문득
‘어그 부츠’를 사기 위해 1달 동안 밥 값 줄이고 여기저기 지인들에게 밥을 얻어
먹었다는 여자, 일명 ‘어그녀’가 생각난다. 정말 찢어지게 가난해서 차비만 갖고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측은지심’이 들겠지만 이는 특수한 경우일 것이다.
일단 여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정말 흔히 말하는 ‘개념 없는 사람’이 분명하다.
‘된장녀’, ‘개똥녀’, ‘어그녀’와 함께 새롭게 ‘차비녀’라는 말을 붙이고
싶을 정도다.

 

④ 논리는 어쩌면 가장 현실적일 수도 있다. 위
상황이 너무 말도 안되기에 ④과 같은 상황이 아닐까라고 추측하는 사람도 많다.
필자도 솔직히 ④ 논리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처음 만난 여자를 고깃집에 데리고
간 남자도 이상하고, 우리나라와 같이 관습이 강하게 뿌리 박혀 있는 곳에 아무리
신세대들이라고 하지만 더치하자라는 말은 쉽게 내 뱉을 수 없는 것이다. 거기에
여성의 대답은 혀를 내두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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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상황은 남자와 여자 중 누가 더 잘못했는가?
라는 단순한 이분법적 사고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기본적인 우리 사회의 관습적
행태와 남녀에 대한 기본적 태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고, 이를 지켜본 네티즌들의
반응 또한 우리의 자화상임은 자명하다.

 

남녀의 차이와 세대간
차이에서 나오는 ‘틀림’이 아닌‘다름’의 문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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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 588에서 아버지를 유혹했던 여자

 

얼마전 뉴스에서 청량리 588촌이 없어진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곳에 무슨 의리의리한 건물들이 들어서고, 기존에 갖고 있던 청량리의
낙후된 이미지를 버리고 새롭게 재탄생하겠다는 것이 기본 목표인 것 같다. 필자는
25년 전에 청량리 근처에 살아 이곳에 대한 아련한 기억들이 많다. 그당시 맘모스
백화점(현 롯데백화점)에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를 타보기 위해 학교가 끝나면
그곳으로 달려갔던 일이 많았는데, 그곳을 지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금의 588촌을
거쳐야 했다.

 

588은 밤 10시 이후에는 청소년이 들어갈 수 없는
‘청소년 보호구역’이고 낮에는 썰렁한 골목길과 지저분한 쓰레게가 널려 있던 곳이었다.
지금은 사라진 경미극장과 역시 사라진 시대극장 사이의 길가에는 588촌으로 들어가는
입구와는 다르게 길가에 쭉 늘어져있던 홍등가가 있었다. 굴다리부터 시작된 길거리
홍등가는 그당시 어린 필자의 눈에 요지경 세상으로 보였다.  

 

정육점 조명과 같은 붉은 조명에 여자 한, 두명이
의자에 걸터 앉아 지나가는 행인을 마구잡이식으로 잡아 가게 안으로 끌어가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시간이 7시 뿐이고 아직 청소년이나 어린 아이들도
지나가는 길거리였지만 정육점 같은 곳에 서 있던 여자들은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기
위해 혈안이 되 있었다.

 

 

필자가 초등학생 때 하루는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저녁에 통닭을 먹기 위해 청량리 시장 쪽으로 가는 길이었다. 오래간만에 가족과
외식을 하는 기분에 들떠 있었고, 가장 좋아했던 통닭을 먹는다는 기분은 지금 생각해도
하늘에 몸이 둥둥 뜬 기분이었다. 그러나 이 들뜬 기분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아버지는 앞장 서서 가시고 필자는 어머니와 함께
손을 잡고 그 문제의 거리를 지나고 있는데, 한 여자가 갑자기 앞장 서서 가고 계셨던
아버지의 손을 잡은 것이다.

 

“아저씨, 시원하게 맥주 한 잔 하고 가셔. 재미있게
놀다 가”

 

아버지는 어찌나 놀랬던지 자신의 손을 잡았던
여자의 손을 단 한방에 뿌리쳤다. 더 놀란 건 어머니였다.

 

“이 아가씨가 지금 뭐 하는 거야?”

 

그당시 나는 분명 이 광경을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생전 보도 못한 여자가 아빠에게 놀다 가라고
하는 것일까?’

 

 

너무 찐하게 한 화장이 마치 탈을 쓴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무섭게 보였던 여자가 아버지의 손을 잡은 것이다. 거기에
어머니는 분노에 찬 모습으로 그 여자에게 막 말을 퍼부었다. 그런데 그 여자의 반응이
지금 생각해 보면 어처구니 없을 정도다.

 

“아줌마는 뭔데 난리야? 이 아저씨 부인이라도
돼?”

 

“그래. 내 남편이다. 어디서 나이도 어린 게
까불어?”

 

순간 우리 가족과 그 여자 사이에 여러 명의 구경꾼이
몰려왔다. 아버지는 꽤나 당황하셨는 지 어머니의 손을 잡고 얼른 가자고 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절대 호락호락 갈 양반이 아니었다.

 

“야, 니가 장사를 할려면 사람을 봐 가면서 해야지.
여기 자식도 있는데 니 눈에는 보이지도 않냐”

 

그 전까지 당당했던 여자는 아무 말도 않고 바로
정육점 같은 그 곳으로 쏙 들어갔다. 그제서야 어머니는 다시 내 손을 잡았고, 아버지도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통닭을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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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 보면 집창촌의 직업 여성이 길 가는
행인에게 호객행위를 하는 건 쉽게 볼 수 있지만, 필자가 겪은 경험처럼 아무에게
호객 행위를 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근본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 거리에
저런 홍등가가 위치해 있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도 하겠지만)

 

당시 필자는 큰 충격이었지만, 통닭을 통해 쉽게
잊혀졌고, 얼마 전 뉴스에서 본 청량리 588이 없어진다고 해 어렸을 적 기억을 되살려봤다.

 

그 때는 지금 생각하면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많이 있었던 것 같아, 격세지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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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유혹’, 막장 요소 분석

 

SBS가 야심차게 준비한 본격 막장 드라마 ‘천사의
유혹’이 서서히 막을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 이미 ‘아내의 유혹’이란 드라마로
막장 재미를 톡톡히 본 SBS는 다시 막장 본좌에 등극하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했지만
이미 막장에 제대로 길들여진 시청자들에게 이번 드라마는 좀 약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막장 강도가 약해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본 드라마는 역시나 막장 중의
막장임은 분명하다.

 

1.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는 성형

 

본 드라마의 최고 막장 요소는 자신을 죽여 부모의
복수를 하기 위한 주아란을 다시 복수하려는 신현우의 모습이 핵심이다. 뭐 단순히
복수라면 그려려니 하는데, 성형수술을 해서까지 철저하게 주아란을 짓밟으려는 신현우의
모습은 인간의 야누스적인 면을 단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신현우의 성형은 다시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는 끝장으로 간 것이다. 주아란에 대한 복수가 끝난다 해도 그는 원래으 외형을
갖을 수 없는 상태로 가족에 돌아가야 할 것이다. (설마 원래 모습으로 성형해서
돌아가는 건 아니겠지?) 이런 실현 가능성 없는 성형수술을 통한 복수심은 나름 새롭기는
하지만 시청자들이 보기에 복수의 강도를 느낄 뿐 비현실적 내용에 크게 수긍하지
못하는 맹점이기도 하다.

 

2. 남주승의 비뚤어진 모정(母情)

 

주아란과 함께 양대 악역 포지션에 있는 남주승은
신현우와 배다른 형제로 나온다. 일찍이 이 사실을 알고 주아란을 유혹해 어머니에
대한 복수를 아들 신현우를 죽임으로써 대체하려 했다. 남주승은 어미 없는 고아와
같은 심정으로 친어머니 주변에 진을 치고 어머니에 대한 비뚤어진 모정을 결국 주아란의
사랑으로 변질시키고 만다.

 

그런데 여기까지는 다분히 막장 요소가 약해 보이지만
눈치 빠른 시청자는 주아란의 친부모를 죽인 사람이 신현우의 아버지 신우섭이 아니란
걸 알게 될 것이다. 주아란 부모를 죽인 사람은 바로 남주승의 친아버지인 비서다.
이 사실은 신현우의 엄마만이 아는 것인데, 결국 여기서 막장의 끝이 나온다.

 

남주승의 비뚤어진 모정이 주아란의 애정으로
변모되는 과정에 주아란의 복수 상대가 사실은 남주승의 친아버지로 변화되는 것이다.
주아란은 결국 오해를 통해 엉뚱한 곳에 복수를 한 것이고, 이 사실을 끝까지 비밀로
하려했던 신현우의 엄마는 결국 남주승에게 이 사실을 고할 것이다. 드라마 재미로
치자면 이런 반전은 정말 괜찮은데, 남주승이 지금까지 보여온 캐릭터는 산산이 부서지는
것이다.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의
부모를 죽인 사람이 자기 아버지라니….

 

 

3. 주아란과 주경란

 

막장 악녀로 변신한 주아란은 근본적으로 인간이
갖고 있는 본능적 복수를 자행한다. 부모를 죽인 원수. 그리고 돈과 행복을 모두
얻기 위해 그녀는 남편 신현우를 죽이고 다시 신현우(안재성)와 결혼하는 우수운
꼴로 가게 된다. 물론 그녀는 동생 주경란을 찾은 후 정말로 사랑하는 안재성과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환상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이 드라마가 막장의 진수임에도 반전을
활용한 시청자의 감흥을 얻기 위해 주아란의 죄 값은 다른 곳에서 튀어 나온다. 주아란이
본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은 바로 동생 주경란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주경란은 자신이 그렇게 괴롭히고, 또한 안재성을 두고 연적이
된 제이라는 점이다.

 

이 부분은 마치 영화 ‘올드보이’에서 유지태가
최민식에게 처절한 복수를 하기 위해 자신의 딸과 성행위를 하는 것으로 만든 꼴과
유사하다. 그렇게 죽이고 싶도록 미웠던 사람이 바로 자신이 애타게 찼았던 친동생이라는
점.

 

사실 이 부분은 막장 요소라기보다는 드라마의
최고 백미일 수 있지만, 만약 이 관계가 드러나면 신현우는 자매와 한번씩 결혼하는
웃지 못할 관계가 나오게 된다. (만약 해피엔딩으로 끝난다면 신현우는 제이와 결혼할
것이기에)

 

4. 정리

 

세부적으로 보면 드라마 곳곳에 막장 요소가 많다.
자신이 신현우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안재성은 번지점프를 하는데, 정말 쉽게도
한다. 그렇게 어려웠다는 것인데?

 

남주승은 어찌나 안재성이 신현우라고 확신하는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그러나 본 드라마의 긴장감을 끌기 위한 억지스러움에 가깝다.

 

자, 이제 좀 정리를 해보자.

 

본 드라마의 끝부분은 많은 비밀들이 하나씩 벗겨질
것이다.

 

첫째, 주아란의 부모를 죽인 사람은 신우섭이
아닌 남주승의 친아버지, 비서였다. 주아란은 지금까지 엉뚱한 사람에게 화풀이 한
꼴이 된다. 또한 주아란과 남주승의 역겨운 관계는 우스운 지경에 이르게 된다.

 

둘째, 주아란과 주경란의 관계가 드러나면
주아란은 자책감에 빠질테고 인생이 얼마나 허무하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낄 것이다.
(본 드라마의 마지막은 화해가 될 공산이 큰데, 아마도 이 부분이 큰 작용을 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주아란과 주경란의 관계가 드러남에
따라 신현우는 자매와 한번 씩 결혼하게 되고, 거기에 주아란과는 두 번 결혼하는
해프닝까지 발생한다.

 

넷째, 신현우의 엄마는 왜 주경란을 돌보아
주었을까? 아마도 자신이 몰래 사랑했던 남주승의 아버지가 주아란 부모를 죽인 사실을
알고 양심의 가책을 느껴 두 딸을 도와주고 싶었을 것이다. 큰 딸 주아란은 작은아버지
가족이 키워서 어쩔 수 없었고, 주경란은 고아원에 버려져 몰래 키워준 것이다. 여기서
강한 의문이 드는 건 신현우 엄마가 과연 주아란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을까? 아니면
모르고 있을까? 라는 점이다. 필자는 조심스럽게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양심의
가책으로 자신의 아들이 사랑함에도 그녀를 받아들인 것이다. 또한 남주승과 주아란이
결혼하는 것을 결사 반대하는 이유도 바로 두 사람이 원수 관계인 것을 알기에 끝까지
강하게 반대하는 것이다.

 

 

결국 신현우 엄마의 희생이 모든 것을 화해 분위기로
조성할 것이다. 보이지 않는 희생을 통해 주아란은 자신의 비뚤어진 욕망을 고쳐
먹을 것이고, 남주승은 자신이 미쳐 몰랐던 엄마의 사랑을 다시 느끼게 될 것이다.

 

마지막 하고 싶은 말은
‘신현우는 쓸데없이 얼굴을 고친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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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은 칼퇴, 비정규직은 야근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문제는 늘 고민거리다.
기존 힘을 갖은 자는 조금의 희생도 없거니와, 먹고 살 문제와 연결돼 있는 ‘직업’에
대해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두려움은 인간의 근본적 공포감으로 비정규직원들에게
다가온다.

 

엊그제 한 지인에게 들은 씁쓸한 이야기를
전 해 본다. 국내 모카드사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 지인은 여느 때와 같이
금요일 근무를 마치고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6시 반 정시 퇴근) 그날은 중요한
저녁 약속이 있던 터라 지인은 빠르게 일 마무리를 하는 중이었는데, 6시가 조금
지나자 팀장이 긴급한 지시를 내렸다.

 

“다음 주에 있을 회사 워크숍에 발표할 내용을
준비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빨리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인은 자신이 맡은 부서에서 워크숍 발표 자료에
들어갈 각종 데이터를 정리해서 보내 주면 되는 걸로 이해하고, 약속 장소에 늦게
도착할 것을 미리 당사자에게 알려 주었다. 지인이 속한 팀 전원은(모두 비정규직)
계획되지 않은 업무 지시에 조금 짜증을 냈지만, 주말을 앞 둔 금요일 저녁 기분을
망치고 싶어하지 않았다.

 

10분 정도 지나서 팀장은 각 팀원에게 해야할
일을 지시했다. 지인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받고 자리에 앉아 일을 시작하려는 순간,
팀장이 지시한 일을 보니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이 일을 왜 우리가 해야 하지?’

 

지인 뿐만 아니라 주위에 있던 다른 직원 모두
지인의 눈 빛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이 일은 분명 저 팀(정규직)이 해야할 일인데,
왜 우리가…’

 

50여 명의 비정규직들은 어느 누구도 급작스러운
업무 지시를 내린 팀장에게 이 의문을 물어보질 않았다. 일단 지인은 중요한 저녁
약속이 있어 일을 시작했다. 각종 엑셀 작업과 파워포인트, 워드 작업 등 6시 약간
넘은 시간부터 시작해서 꼬박 2시간 동안 팀장이 지시한 일을 마무리해 가고 있었다.

 

그러나 지인은 이 때까지 갖고있던 저녁 약속을
지킬 수 있다는 의지는 8시 20분 쯤 산산이 부서졌다. 팀장은 어디서 술을 한 잔하고
왔는지, 약간 상기된 얼굴로 처음에 줬던 일의 2배 분량을 50여 명의 비정규직원들에게
나눠줬다.

 

“이를 어쩌지. 내일 주말인데 갑작스레 이렇게
일을 넘겨서. 이게 마지막이니까 우리 얼른 정리합시다”

 

저녁도 못 먹고 이 짜증스러운 일을 이제서야
끝낸 줄 알았는데, 지금까지 한 것보다 2배 정도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 지인은 결국 중요한 저녁 약속을 포기하고 온갖 짜증스러움과 불만을 가까스로
참아 내며 다시 일에 몰두했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11시가 되어도 배고픔을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지인에게 여기까지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딱히
그 회사에 대해 뭐라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회사에서 하라고 하면 해야지’
뭐 이런 정도의 느낌이었지만 지인의 다음에 말하는 내용을 들어 보면 지인은 ‘분노’를
느꼈다기 보다는 ‘절규’를 한 것이라 판단될 정도였다.

 

 

저녁도 못 먹고 갑작스러운 업무 지시에 금요일
저녁 퇴근을 앞두고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 어쩌면 우리나라 회사에서 종종 있는
일이라 치부될 수 있다. 또한 지인이 속한 팀에서 과연 이 일을 해야할 지 의문스럽지만
분명 지인은 저 팀(정규직)이 해야 할 일이라고 확신했다. 당연히 지인은 정규직원이
있는 팀에서 시간이 없다 보니 업무 요청을 한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는 대단한
착각이었음을 그날 11시가 넘어서 알게됐다.

 

불이 켜져 있어야 할 사무실에는 칠흑 같은 어둠이
깔려 있었고, 이를 본 지인과 나머지 사람들은 숙떡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쟤들은 다 퇴근한거야?’

 

웅성 거림은 점점 커지고, 여기 저기서 한탄이
들리기 시작했다. 한탄이 점점 커지자 팀장이 한 마디 했다.

 

“무슨 일 있나요?”

 

역시 누구 하나 나서는 사람은 없었지만 웅성
거림 속에 어떤 목소리가 들렸다.

 

“xx팀 사람들은 다 퇴근했나요? 원래 xx팀에서
해야 할 일인데, 저희가 도와준 거 아니였나요?”

 

“아닌데요? 저 팀 사람들은 아까 진작 퇴근했는데요?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그리고 다음주에 있을 워크숍에 필요한 테이블, 의자 등
설치를 해야 하니까, 그 전날 업무 끝나면 대강당에 모이세요. 그리고 오늘 고생
많았어요. 회식이나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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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은 그날 회식에서 많은 술을 마셨다고 했다.
사실 비정규직에 대한 서러움이나 불평등에 대해 지인은 그다지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고 한다. 자기가 맡은 일에 열심히 한다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것이고,
비정규직에게도 분명 좋을 날이 올 것이라고 확신한 사람이있거에 이번 일은 더욱
가슴 아파했는지 모르겠다.

 

회사 워크숍이라고 해봐야 참여도 못하고 주변
서포팅만 하면서 자신들은 정시 퇴근하고 아무 관련 없는 부서에서 온갖 잡일을 도맡아하는
기분은 참담함 그 자체일 것이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회사에서 바라보는 이런
상황들이다. 아무 문제될 것이 없는 것이다. 불만이 많아요? 그럼 나가세요. 사람은
많아요. 아주 유치한 논리가 보이지 않는 구석구석에 만연되 있는 것이다.

 

늘 활기차고 발랄해 보이는 지인에게 축 늘어뜨린
어깨와 웃음을 잃은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 비정규직들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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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록 리뷰 : 홍진호와 상당한 실력차를 보인 임요환

<이미지
출처 : pgr21의 estrolls님, 임진록은 e스포츠의 최고 흥행 카드다>

 

e스포츠의 최고의 흥행카드 임요환과 홍진호의
경기(일명 ‘임진록’)가 막 끝났다. 10년의 고진 인연이 아직도 이어진다는 것이
감회가 새롭다.

 

경기를 간단히 리뷰해 보면 홍진호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와
틀리게 초반 3해처리 체제, 임요환 선수는 원배럭 더블을 시도했다. 커멘더 센터로
입구를 막는 센스는 역시 임요환 답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투배럭 이후 초반에 압박을
시도하는 임요환 선수(이하 선수 호칭 생략)와 홍진호는 빈집털이를 시도했지만 절묘하게 입구를
막은 임요환. 계속 이어지는 초반 신경전은 본 경기의 긴장감을 극에 다다르게 만들었다. 홍진호는 꾸준히 저글링을 뽑으면서
스파이어 테크를 탄다.

 

핵도 2방을 떨어뜨려야 한다며 2를 강조하는 해설진의
흥분된 목소리는 경기의 긴장감을 더 해주었다. 홍진호의 초반 뮤탈 컨트롤은 좋아
보인다. 한때 ‘콩탈’, ‘노킬투다이’ 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은 그의 뮤컨이었지만
이번 경기에서의 컨트롤은 각성한 듯 보였다. 뮤탈은 테란의 앞마당을 공략하면서 조금씩 앞서가는 모습을 보이지만 큰 피해를
못 주었고, 갈수록 테란의 한방 병력은 점점 모여지고, 테크 트리 또한 빠르게 진행됐다.
테란의 바이오닉 조합을 뮤링으로 한번 싸먹으려 했지만 기막힌 타이밍에 바이오닉
합류로 테란은 큰 위기를 극복했다.

 

서시히 모여지는 테란의 한방 병력은 저그의 3가스
체제와 함께 본 경기를 점점 하이라이트로 치닫게 했다. 테란의 한방과 저그의 하이브 체제까지의
시간 끌기가 이번 경기의 승부를 가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간은 점점 테란에 웃어주기
시작했다.

 

테란의 첫번째 진출이 시작됐다. 홍진호는 무조건
막아야 하고 임요환은 어떻게 든 피해를 줘야한다. 바이오닉, 사이언스베슬, 탱크
조합은 무시무시했지만 홍진호의 일발 공격은 일단 테란의 한방을 저지한다. 하이브
체제가 아닌 저럴 조합은 임요환을 찔끔 놀라케 했다. (당연히 다른 저그 게이머였다면
디파일러를 사용했을 것으로 임요환은 예상했지만 홍진호는 하이브 체제가 아닌 물량을
모은 것이다)다시한번 저럴 조합은 테란의
추가 병력을 저지한다. 맵 중앙에서 벌어졌던 1차 힘싸움이 저그의 승리로 끝나면서
이번 승부의 방향을 암시했다.

 

1차 싸움에서 이긴 저그는 테란의 물량이 모아지는
시간 동안 하이브 체제를 완성했고, 곧 테란의 악몽인 디파일러가 나오기 시작했다.

홍진호는 임요환의 2번째 멀티에 집중적으로 공격을 시도한다. 테란의 두번째 멀티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바로 경기 승부를 결정짓는 요소가 되었다. 지속적인 게릴라로 조금씩
피해를 입은
임요환은 결국 승패를 어느 정도 예감했는지 핵을 준비한다. 늘어나는 저그의 멀티에 아직 이렇다 할 견제를 못하는
테란은 결국 시간을 저그에게 주고 만 것이다.  

 

홍진호의 폭풍쇼는 임요환을 정신 없게 몰아쳤다.
임요환은 정신이 없던지 베슬을 다 잃고 만다. 결국 테란의 2번째 멀티는 날아가고
만다. 이미 승부는 여기서 끝났지만 임요환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끈기있는
경기력을 선보인다. 이 타이밍에 홍진호는 막멀티를 시도한다. 결국 저그의 최종
유닛 울트라 리스크가 출현하고 경기의 막바지를 이끈다. (이 상황에도 핵을 준비
중인 임요환을 보면서 정말 대단한 ‘물건’ 임을 알 수 있었다) 결국 핵을 쏜 임요환, 일단
한 방은 쏘고 만다. 이 시기에 승부는 이미 저그로 갔지만 임요환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다시 핵을 성공시킨 임요환. 적절히 2방의 핵을 쏜 임요환. 그리고 이제
마무리를 짓기 위한 홍진호의 드랍.

 

임요환 GG

 

<임진록은
늘 긴장감의 연속이다. 이 둘은 라이벌이면서 가장 친한 선후배이기도 하다>

 

경기 결과는 홍진호 선수의 승리로 끝을 맷고,
2005년 5월 이후 벌어진 공식전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e스포츠에 있어 두 사람의
대결은 역사와 경기 내용, 경기 외적인 상황 등을 고려할 때 하나의 레전드가 된
지 오래다. 팬들은 임요환의 임과 홍진호의 진을 따 임진록이라는 이름을 붙이며
그동안 이벤트 전 이외에 정식 경기에서 그 둘이 붙기를 간절히 원했었다.

 

개인전에서는 도저히 두 선수가 예선을 뚫지 못해
만나기 불가능하지만 프로리그에서는 한번 쯤 만날 법도 했는데 그동안 전적이 없었다.
프로게이머 나이로 이미 환갑에 가까운 두 선수는 오늘 멋진 승부를 보여줬다.

 

두 사람의 대결이 어느 정도 파급효과 있는지
다소 생소한 사람들에게 다음의 비유로 대체하겠다.

 

- 프로권투 : 마빈 해글러 vs 슈가 레이 레너드(듀란듀란)

 

- 피겨 스케이팅 : 김연아 vs 아사다 마오
(1대1 대결)

 

- 프로레슬링 : 김일 vs 여건부

 

(아마 이 정도면 두 사람의 맞대결이 얼마나 큰
흥행카드인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최근의 임진록은 이벤트전이었다. 물론 이벤트전이었지만
그당시 임요환 선수는 홍진호 선수에게 핵을 쏘며 자신의 위치를 여지 없이 뽐내었고,
홍진호 선수는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씁쓸한 웃음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최근에
있었던 한 이벤트전에서 임요환에게 핵2방을 맞고 씁쓸해 하는 홍진호

 

임요환 선수는 e스포츠의 최대 아이콘이며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미국 프로농구계에 마이클 조던이 있고, 골프에 타이거 우즈가
있다면 e스포츠에는 임요환이 있다. (달리 별명이 황제인가?) 군 재대 후 이렇다
할 성적을 못내고 있지만 아직도 그의 팬과 힘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다. 게다가
스타크래프트2 출시가 얼마 남지 않아 그의 천재적 게임 실력과 스타성은 다시 발휘될
가능성이 크다.

 

홍진호 선수는 ‘2’라는 숫자와 악연이 깊은
‘비운의 2인자’다. 저그 프로게이머로서 한 획을 그은 그는 임요환과 더불어 e스포츠의
양대 산맥을 구축하고, 오히려 요즘엔 임요환 선수의 인기를 넘어서고 있다. 팬들은
‘황신’과 ‘숫자 2’를 환호하며 그를 지지하고 있다. 아마도 이런 지지의 배경에는
평소 매너있는 모습과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었기에 지금의 인기를 구가하는 것 같다.

 

홍진호는 이번 경기를 통해 확실히 임요환 보다
한 수 위의 실력을 보여줬다. 초반 3해처리 체제를 통해 안정적인 운영체제를 보여줬고,
컨트롤 쪽에도 큰 문제 없음을 보여줬다. 결적정으로 테란의 한방 병력을 적절하게
싸 먹으면서 승패의 분수령에 선점을 취하게 된다.

 

아마도 임요환은 대 저그전 실력을 통해 이번
임진록의 깜짝 승리를 예상한 팬들도 많았지만 기본적 실력에서의 차이를 보이며
석패를 했고, 팬을 위해 적절한 2방의 핵을 쏘았다.

 

<홍진호는
이번 승리로 통산 테란성적이 222승을 이루었다. 여전히 2는 그의 심벌이다>

 

————————————————————-

 

오늘 경기 이후 공식전 임진록이 또 있을 지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오늘 경기가 마지막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두 선수 모두 기량이
성장하여 다시 맞붙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팬의 입장에서 개인전 다전제를 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이는 요원할 뿐이다.

 

좋은 모습을 선보인 두 선수 모두에게 박수를
치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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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꾸 미실만 찾는가?

드라마 선덕여왕이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많은
시청자들이 예상했던 것처럼 시청률이 하락한다고 난리다. 50회를 기점으로 즉, 미실이
죽은 이후로 시청률은 곤두박질 쳤고, 많은 블로거들도 기다렸다는 듯 ‘덕만이 관심
받지 못하는 이유’, ‘미실의 큰 빈자리’, ‘미실 죽음 이후 시청률 하락’ 등
자꾸 미실의 존재를 강조하는 포스트를 작성하고 있다. 물론 지금 글을 쓰는 필자도
선덕여왕이라는 드라마에 미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미실
사후 드라마 내용도 꽤 볼거리가 풍성하고 내용도 탄탄하기에 미실의 빈자리를 강조하는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50회 이전은 덕만과 미실의 치열한 힘 싸움(두뇌
싸움)을 기반으로 주변 인물들 간 갈등이 주요한 내용이었다. 미실의 카리스마와
배우 고현정의 연기는 본 드라마에 빛을 더했고, 아무도 근접할 수 없는 캐릭터는
마치 ‘선덕여왕’이 아닌 드라마‘미실’로 착각할 정도였다. 그러나 미실이 죽고난
후 덕만이 왕위에 오르며 덕만과 대립되는 미실만큼의 캐릭터가 사라졌다. 결국 비담을
미실 대타로 내세우면서 덕만과 비담의 갈등 구조로 드라마를 이끌었고, 많은 시청자들은
미실 캐릭터를 비담에 대입시켜 50회 이전의 느낌을 받으려고 노력했다. 제작팀도
착각이었고, 시청자 또한 ‘미실=비담’이라는 억지스러움에 시청률 하락이라는 결과로
답례했다.

 

시청자들은 이제 다른 구도로 본 드라마를 시청해야
한다.

 

비담은 미실이 부활한 캐릭터가 아니다. 비담이
어머니의 대의를 이어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는 것이 50회 이후의 모습이겠지만 비담의
내면을 좀 더 분석하면 그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간파해야 한다. 비담의 내면은 덕만에
대한 애정과 유신에 대한 질투가 뒤 섞여있고 거기에 미실의 대의와 자신의 욕망이
뒤엉켜 있는 것이다. (동기가 다르더라도 결과가 같다면 같은 것이라고 치부한다면
50회 이후의 선덕여왕을 보는 재미는 반으로 줄 것이다)

 

‘비담의 내적 갈등 = 사랑(덕만) + 질투(유신)
+ 대의(미실) + 욕망’

 

23일 방영된 내용을 보면 본격적인 비담의 ‘김유신
죽이기’가 시작됐다. 당연한 이치다. 비담이 선덕여왕 후에 왕위를 넘보는 입장이라면
김유신과 그의 세력은 최대 장애물이기에, 대의를 앞세워 김유신 죽이기는 당연하고
이는 덕만의 사랑을 독식하려는 비담의 애정 공세이기도 하다. 이런 복합적인 내적
갈등을 비담은 겪고 있지만 개인적 시각으로 비담 역을 맡은 김남길 씨의 연기력은
한없이 부족해 보인다. 비담 출연 초기부터 지적됐던 단순한 표정연기와 목소리,
말 투는 지금의 비담을 연출하는 데는 역부족이다. 좀 더 세심하고 복잡 미묘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많은 고민이 요구된다.

 

비담의 복잡한 내적 갈등과 더불어 또 하나의
요소는 바로 덕만이 구사하는 정치적 전략이다. 김유신과 비담은 그녀의 최측근이면서
견제해야 할 요주의 인물들이다. 어느 누구도 쉽게 저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누구
하나에 힘의 균형을 옮길 수 없다. 비담의 ‘김유신 죽이기’의 목적이 어떤 것인지
뻔히 알면서도 덕만은 김유신의 힘을 축소한다. 상장군으로서 큰 전투에 승리하고
가야세력의 정신적 지주인 김유신의 힘이 커진 것이다. 마침 ‘복야회’라는 좋은
명분이 있기에 덕만은 비담을 시켜 김유신의 힘을 줄인 것이다. 그럼 그 다음에는?
당연히 저울추가 비담에게 쏠려 있기에 비담의 힘을 줄일 것이다. 그래야 유신과
비담은 힘의 균형을 유지하니까.

 

아래 그림은 덕만이 그리고 있는 현재의 권력구조를
도식화 한 것이다.

 

<덕만의
머릿 속에 있는 정치 권력 구조>

 

 

미실의 공백은 위에 말한 것처럼 두 가지 요소로
충분히 매꿀 수 있다.

 

첫 째, 비담의 복잡 미묘한 내적 갈등. 다시 말해
어머니 미실의 대의를 잇고, 자신이 왕이 되기 위한 수순을 밟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덕만에 대한 사랑과 김유신에 대한 질투가 뒤섞여 한 때 순수했던 비담을
지금의 비담으로 만들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이런 복잡한 내면을 연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김남길 씨의 연기가 중요하다. 단순히 표정 연기가 아닌 온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 대사, 목소리 등이 어울어져 미실 만큼의 캐릭터로 성장해야 한다.

 

둘 째, 치열한 정치적 싸움. 바로 김유신과 비담
사이 힘의 균형을 맞추려는 덕만의 정략이 미실의 공백을 매꿀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이다. 이는 연의 삼국지에서 유비가 교묘하게 관우와 제갈량의 힘의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던 것과 흡사하다.

 

유신은 우직하고 전혀 정치적인 술수를 모르는
우국지사의 전형이다. 거기에 큰 골칫거리인 가야세력의 실질적인 우두머리이기도
하다. 무수한 고난을 이겨내고 지금의 덕만을 있게 한 장본인이기에 그의 충성심과
가야세력을 모두 이용해야 하는 입장에서 덕만은 유신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 (어찌보면
비담을 견제할 유일한 인물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비담은 비록 미실의 아들이기는 하나 미실을 쳐단하는
데 큰 공로를 세웠고, 무엇보다도 덕만에게 최대 적이 될 수 있는 미실의 잔당 세력을
이용할 수 있는 좋은 매개체다. 따라서 비담 또한 버릴 수 없는 존재이다. (마찬가지로
유신을 견제할 유일한 인물은 비담 뿐이다)

 

이제부터 드라마 선덕여왕을 보는 관점은 미실을
잊고 위 두 가지 요소를 배경으로 시청해야 할 것이다. 드라마 기획이 초기부터 이련
면을 강조했던 건지는 의심스럽지만 현재 극 전개는 ‘비담의 갈등’과 ‘덕만의
정치 전략’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핵심임은 자명하다.

 

얼마 남지 않은 이 드라마에서 미실은 이제
잊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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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드라마와 차별화된 ‘그대 웃어요’

<요즘
보기 드문 잘 만들어진 드라마 ‘그대 웃어요’ 이미지 출처 : SBS
>

 

막장 드라마가 판을 치는 한국 드라마계에 괜찮은
드라마를 발견했다. SBS가 주말 밤 드라마(10시 이후에 하는)에 신경 좀 쓰나 보다.
‘위대한 유산’에 이어 웰메이드 드라마 하나가 또 출현했는데, 바로 ‘그대 웃어요’라는
드라마다. 글쓴이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이 드라마에는 다음의 요소들이 없기
때문이다.

  

- 불륜

 

- 비밀 관계

 

- 꼬고 꼬이는 친인척 관계

 

- 부자 vs 가난

 

- 연적(戀敵)

 

한국 드라마의 최대 소재는 불륜이다. 이혼과
재혼은 극히 정상적인 레파토리이며 오히려 불륜을 정당화하는 것들이 태반이지만
이 드라마에서 불륜은 존재하지 않는다. 강현수의 아버지와 서정인의 어머니와의
관계를 가지고 불륜으로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질리도록 봐왔던 불륜 관계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머리가 맑아질 지경이다.

 

불륜과 함께 자주 등장하는 것이 비밀관계다.
배다른 형제, 숨겨진 자식 등 시청자들로 하여금 드라마 후반부에 오로지 비밀관계가
밝혀지는 과정에 흥미를 유발시키는 단순한 스토리는 역시 이 드라마에서 볼 수 없다.

 

그밖에도 부자vs가난, 지배vs피지배와 같은 약자
보호 본능을 유발시키는 장치 또한 없다. (어찌 보면 과거 지배 세력이었던 서정길
가족의 몰락은 구조 자체를 바꾸긴 했지만 드라마를 보면서 강만복 가족과 서정길
가족이 지배와 피지배 간의 갈등 관계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연적은 아예 없지는 않다. 강현수와 이한새, 서정경과
서정인은 연적 관계임에도 상대방을 말도 안되는 내용으로 헐뜯거나 치사한 방법으로
곤욕을 치루게 하질 않는다. 이한새는 서정길과 함께 ‘찌질이’캐릭터로 극의 재미를
주고 있고, 서정경은 강현수의 순수한 사랑을 거절한 대가를 톡톡히 치루는 모습을
보여 시청자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해준다.

 

<첫사랑을
연상 시킬만큼 두 사람의 사랑은 알콩달콩하다. 이미지 출처 : SBS>

 

이 드라마가 단순히 막장 요소가 없다고 해서
웰메이드 드라마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드라마 출연진 면면을 보면 초호화 캐스팅이라는
말을 감히 하고싶다. 스타들이 출현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바로 연기력이 출중한 배우들이
많이 출연한다는 점이다.

 

두 가족의 가장 큰 어른인 강만복을 맡은 최불암은
과거 ‘최불암 시리즈’를 연상하듯 코믹한 요소의 캐릭터다. 전형적인 가부장적
사회를 압축시켰고, 또한 전쟁을 극복하고 60-70년대 한국 산업화를 이끌었던 부모님의
형상도 남아있다. 장유유서가 엎어진 현대사회에 강만복의 호통은 통쾌함 그 자체다.

 

강만복의 며느리 백금자와 서정길의 부인 공주희의를
맡은 두 배우 역시 연기가 압권이다. 백금자는 아들에 대한 애착과 남편, 시아버지에
대한 희생은 전형적인 우리 어머니 형상이면서 순수함이 묻어 있다. 송옥숙  씨는
오랜 연기생활을 통해 묻어 나오는 감칠맛 나는 연기로 이 드라마에 빛을 더 해 주고
있다. 또한 공주희 역을 맡은 허윤정은 오래간만에 브라운관에 나타난 반가운 얼굴이다.
본 드라마에서 가장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소화하는 데 무리가 없다.

 

연기력이 뛰어난 초호화 캐스팅과 더불어 이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흐믓한 웃음을 선사해준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상시키는 두 가족의
대립과 그 안에 꽃피는 강현수와 서정인의 사랑은 솔로들의 가슴을 메이는 데 충분하다.
애틋한 사랑이 주가 됐지만 두 커플은 마치 ‘첫사랑의 설레임’을 보여주는 듯 앙증맞다.
강현수의 순수하면서도 한 여자에 대한 사랑, 서정인의 미워할 수 없는 비음 섞인
목소리와 철부지스러운 모습은 오히려 순수한 사랑의 결정체를 보여주는 듯 하다.
두 배우 역시 물흐르듯 빼어난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일명
‘찌질’한 캐릭터로 사랑을 받고 있는 서정길과 이한새>

 

강현수와 서정인의 알콩달콩 사랑 이야기와 더불어
본 드라마에서 최고 상한가를 치고 있는 캐릭터가 서정길과 이한새다. 서정길의 뻔뻔스러울
정도의 위풍당당함은 밉상임에도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보여주고, 이한새 역시 막강한
힘을 갖고 있음에도 매번 강현수와 서정인에게 당하는 모습을 보인다. 보통 막장
드라마였다면 서정길은 악역으로 이한새는 힘을 이용해 서정인을 빼앗는 전형적인
캐릭터에 불과했을 것이다. (22일 방영분에 이한새가 서정인에게 ‘강현수 뭐하려는
이빨도 빡빡 딱떠라’대사는 큰 웃음을 선사한 멘트였다)

 

서정길, 이한새와 함께 일명 찌질한 모습을 보이는
캐릭터가 서정길의 아들 서성준이다. 그 아버지의 그 아들이라고 했던가, 서정길의
뻔뻔함은 아들에게 고스란히 유전됐고 정신 못차렸지만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아들 서성준 역시 가졌다. 그는 정지수라는 악착 캐릭터를 통해 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서 잠깐 정지수라는 캐릭터를 보면 어디선가 낯이 많이 익은 얼굴이다.
큰 눈이 매력적이었던 이 배우는 바로 전혜진으로 과거 ‘은실이’라는 아역 캐릭터로
많으 사랑을 받았던 배우다. 어느새 시간이 흘렀는디 성숙미 물씬 풍기는 여성으로
재탄생한 것 같다.

 

<은실이가
이렇게 컸구나!! 아버지만큼 찌질한 서성준>

 

마지막으로 살펴볼 캐릭터가 바로 서정경이다.
나이에 비해 동안의 미모를 자랑하는 최정윤이 맡은 서정경은 자신을 헌신적으로
사랑했던 남자를 버린 대가를 요즘 톡톡히 치루고 있다. 비록 그가 돌싱의 자녀있는
남자를 선택한 걸 비난하고 싶진 않지만 매몰차게 강현수를 버렸던 순간을 기억한다면
지금의 서정경에게 동정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 다만 자신의 동생과 연인관계가 되어
그녀는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집을 떠나는 장면에서 왠지 강현수가 들었던
생각처럼 씁쓸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아마도 그 돌싱 의사와 잘 되는 것으로
서정경은 마무리 될 듯 하다)

 

<동안의
모습을 선보인 최정윤. 극 중 그녀는 톡톡한 대가를 치룬다>

—————————————————————

 

강만복이 꽃뱀(정소녀 분)에게 당해 모든 재산을
탕진하고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는 이야기가 떠 돈 적이 있는데, 드라마 전개를 보면
그럴 것 같지는 않다. (물론 강만복이 무슨 약을 먹는 모습이 나오긴 하지만) 적어도
서정길의 아버지, 즉 회장이 강만복에게 남긴 유산이 본 드라마의 마지막을 장식하면서
두 가족은 화해(강현수와 서정인의 결혼을 통해)하며 드라마는 마무리 될 것이다.

 

요즘 드라마는 막장 아니면 물량 공세다. 이 두
가지 요소로 한국 드라마를 휩쓸고 있지만 가뭄에 콩나듯 ‘그대 웃어요’와 같이
온 가족이 볼 수있고, 유쾌하고, 나름 교휸을 주는 웰메이드 드라마가 나타난다.
조금 아쉬운 것은 다른 드라마들은 억지로 연장 방영을 계획한다는데 본 드라마는
너무 일찍 종영되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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