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 : SBS 드라마 SIGN 홈페이지>
드라마 ‘싸인’이 단순한 권선징악의 내용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싸인의 결말을 예측하고 있다.
‘국과수의 연구원인 정은표는 이명한 원장(전광렬분)에게 미세 섬유 샘플을 넘기지 않았다. 윤지훈(박신양분)과
고다경(김아중분), 정우진(엄지원분)이 힘을 합쳐 숨겨뒀던 미세 섬유를 찾아낸다.’
악이 망하는 공식을 그대로 따를 것이란 추측이다.
그런데 단순히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을까? 박신양과 동료들의 힘으로 이명한 원장을 무너뜨린다면, 이명한 원장의 잘못,
원칙을 어겼을 때 그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결론이 되지 못한다.
이명한 원장이 비리와 거짓을 통해 얻어낸 권력으로 국과수가 ‘명실상부하게 독립적인 기관’으로서 사회에 공헌을 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라면 실망스럽다.
윤지훈과 동료들 반대자들이 없었다면, 이명한 원장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이명한 원장의 선택 그 자체의 문제점을 보여줘야 더 옳다.
편법을 택한자, 원칙을 택한자 둘 중 누가 더 강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옳았는가의 문제다.

<사진 출처 : SBS 드라마 싸인>
내가 생각해 본 시나리오는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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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표는 미세섬유를 이명한 원장에게 건네며 물었었다. 이게 진정 국가수를 위한 것이 맞느냐고, 그리고 원장은 그렇다고
대답했었다.)

<사진 출처 : SBS 드라마 싸인>
강주혁 국회의원이 대권을 잡은 후 국과수는 어느 외압에 의해서도 침해당하지 않는 온전한 독립기관으로서 강한 힘을
갖추게 됐다.
그러나 망치연쇄살인범을 잡을 결정적 증거들(살해 무기 등)이 사라진다. 내부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눈치 챈 이명한
원장은 결국 정은표가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벌인 짓이라는 것을 알아내고 분노한다. 망치연쇄살해범의 부모는 둘 다 명문대학의 핵심 교수로
인맥과 권력을 이용했고, 정은표에게 더 높은 위치를 보장하고 국과수를 지원하겠다고 했던 것이다.
‘우리가 어떻게 일구어 놓은 국과수인데, 드디어 국과수를 지킬 권력을 얻었는데, 어째서 이런 짓을 한 거냐’며 따져
묻지만,
정은표는 말한다. 그것이 국가수를 위하는 길이었다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자신이 나선 것이라고.
이명한 원장의 방식처럼, 어디까지만 원칙을 깨고 힘을 얻은 후 그 원칙을 다시 되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람은 저마다
정의와 삶의 가치에 대한 자신의 기준 있고, 그것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편법을 통해 얻으려던 자신의 정의가 다른 누군가의 편법에 의해
깨져버리는 것이다. 바로 편법을 위해 이용했던 그 사람에 의해.
정은표는 숨겨뒀던 진짜 미세섬유를 꺼내며 이명한 원장을 협박하고, 어쩔 수 없이 둘은 공범이 되기로 한다.
그러나 윤지훈과 동료들의 노력으로 모든게 밝혀지고 이명한 원장과 정은표는 둘다 죗값을 치르게 된다.
이명한 원장의 꿈은 실패로 끝났다. 결국 편법으로 세워진 곳에 원칙이 다시 들어설 자리는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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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2회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 이런 내용이 담기긴 힘들 것이다. 그저 내가 바라는 대로 한 가지의 결말을 생각해 본
것이다.
정병도 원장과 이명한 원장은 신념과 원칙을 저버리고 효율을 택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그러나 우리는 이명한 원장에 비해
정병도 원장에게는 일말의 동정심을 가진다. 윤지훈이, 가장 존경하고 사랑했던 정병도 원장의 명예를 지켜드리기 위해 원칙을 깼을 때는 어땠는가?
우리는 그의 마음을 십분 이해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때론 원칙을 저버리게 되는 게 인간 아니던가. 이런 일은 꼭 법의관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현실사회에서 크고 작게 부딪힐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윤지훈이 ‘우리는
오직 과학적 진실만을 추구 한다’고 말하면서 원칙에 목숨을 거는 것처럼.
원칙을 포기하고 지켜낸 권력과 힘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는가? 아니, 유지되어야 하는가? 실제로 편법으로 일구어진
국가나, 기업, 개인이 버젓이 힘을 갖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가 스스로 그런 잘못을 인정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