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윌 헌팅 : 네 마음(heart)이 원하는 곳으로 가라

카테고리 : 내가 본 영화들아 | 작성자 : harrison

 

[ 옛 영화 ]  굿 윌 헌팅 (Good Will Hunting)


네 마음(heart)이 원하는 곳으로 가라


영화 <굿 윌 헌팅> (Good Will Hunting, 1997)’은 심리학을 전공하는 학생이나 상담 전문가를 꿈꾸는 분들이 꼭 챙겨보는 영화입니다. 또 한국의 20대 남성들이 “삶이 슬럼프에 빠졌을 때 가장 보고 싶은 영화”로 평가합니다. EBS에서 여러 번 방영되고 2016년엔 극장 재개봉되어 많은 이들이 줄거리는 알고 있습니다.


<굿 윌 헌팅>은 천재급 두뇌와 재능을 가졌지만 불우한 환경 속에서 자라고 홀로 된 탓에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채 살아가는 한 청년이 자신을 진심으로 이해해주는 참다운 스승과 친구와의 소통을 통해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그린 일종의 성장영화입니다.


저는 <굿 윌 헌팅>을 우정(모든 인간에게 꼭 필요한)에 관한 영화라고 방점을 찍습니다. 양아버지에게 끔찍하게 학대당하며 어린 시절을 보낸 스무살 청년. 보스턴 빈민가에 살며 명문 MIT에서 청소원으로 일하는 윌 헌팅(맷 데이먼, Matt Damon)은 어느 날 우연히 교수들마저 풀지 못해 낑낑대는 수학 문제가 적힌 칠판을 마주하고 싱겁게 풀어버립니다. 수학과 램보 교수는 문제를 푼 인물이 청소원 윌이라는 사실을 알고 이 천재 청년을 세상으로 끌어내려 합니다. 하지만 윌은 완강히 거부합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윌을 세상에 알리고 싶은 램보 교수는 친구인 심리학 교수 션(로빈 윌리엄스, Robin Williams)에게 상담을 부탁하게 됩니다.


션 교수는 현란하고 현학적인 심리학 이론을 내세우지 않고 클라이언트와 상담자 사이의 ‘마음 터놓기’를 중요시합니다. 심리학 용어에 ‘래포’(rapport)라는 말이 있습니다. 두 사람 사이의 공감적인 인간관계 또는 그 친밀도를 의미합니다. ‘마음이 서로 통한다’, ‘무슨 일이라도 털어놓고 말할 수 있다’, ‘말한 것이 충분히 이해된다’고 느껴지는 관계를 가리킵니다.

 

 

<굿 윌 헌팅>을 감상한 20대 청년 관객평 중 아래 코멘트가 가장 눈에 띕니다.
- 한 사람의 인생에 “네 잘못이 아니야”(It‘s not your fault)”라고 상처를 안아주는 선생님 그리고 “내 인생 최고의 날이 언제인줄 아냐”고 다그치는 친구놈과 버림받는 것이 두려워 열지 못하는 마음 앞에 “널 사랑한다”고 먼저 말해주는 애인이 있다는 게 참 부러워지는 영화였다. 오늘 하루는 윌이 가장 부럽다.


주인공 윌을 이해하려하고 그의 영혼을 껴안아 주는 세 사람의 조연이 등장합니다. 바로 심리학 교수 션, 윌의 죽마고우 쳐키(벤 애플렉, Ben Affleck), 윌과 사랑에 빠지는 하버드 여대생 스카일라(미니 드라이버, Minnie Driver)가 바로 3인입니다. 윌을 구원하는 것은 3인의 우정입니다.


‘네 마음(heart)이 원하는 곳으로 가보라’고 귀띔하는 스승과의 우정, 모든 찌질함을 공유하는 동네 친구와의 우정, 위악을 떨어도 껴안아 주는 하버드 여대생과의 우정. 변하든 변치 않든 이런 우정의 사금파리들이 삶을 빛나게 하는 조각들입니다. 사랑보다 큰 범주가 우정이란 걸 보여주면서 그 특별한 우정의 조각들이 모여 내 인생이 한 편의 그림으로 이뤄진다는 걸 체감합니다.


1. 션 교수 “완벽한 사람은 없어, 완벽한 관계로 향할 뿐”


두 남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자신들의 아버지가 고주망태 알코올 중독자였다는 고백을 함께 나눕니다. 션 교수는 취한 아버지가 폭력을 행사하기 전에 어머니와 동생이 맞지 않도록 술 취한 아버지에게 먼저 대들었다고 말하고 아버지가 두툼한 반지를 끼고 있을 때는 더 환장할 폭력에 시달렸다고 회고합니다. 윌에게 술 취한 양부는 탁자위에 렌치 방망이 혁대를 늘어놓고 자신에게 선택하라고 했답니다. 할 테면 끝까지 해보자는 심정으로 렌치(스패너)를 선택했다고 쓰라린 심정을 토로합니다.


“너 안에는 지식은 차고 넘쳐도 삶의 깊이는 모르는 어린아이가 있어. 회피는 오만이 가득한 겁쟁이지. 스스로의 솔직함을 겁내고 있어.” 션 교수는 충고는 최소화시키고 대신 위로로 다가갑니다. “네 잘못이 아니야” 숀은 똑바로 윌의 눈을 직시하며 이 말을 10번이나 해줍니다. “네가 버림받은 것은 네 잘못이 아니야. 그래서 네가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영혼의 짝을 내친 것도 네 잘못이 아니야.” 마침내 윌은 션의 품에 안겨 울음을 터트립니다.


2. 죽마고우 쳐키 “재능을 썩히는 것은 친구들에 대한 모욕”


노후 건물을 부수는 공사판 현장에서 윌과 쳐키는 잠시 휴식시간을 갖습니다. 윌은 한 주 전 여자친구 스카일라를 떠나보냈고 램보 교수가 추천한 직장자리도 걷어찰 것라고 말합니다. 캔맥주를 하나씩 따면서 쳐키는 윌에게 진지하게 말합니다.


“20년 후에도 이 동네에 살면서 막노동하며 우리집에 와서 비디오나 때리고 있으면 널 죽여 버리겠어. 넌 우리에게 없는 재능을 가졌어. 이 빌어먹을 자식아. 넌 지금 당첨될 로또를 깔고 앉아있고도 너무 겁이 많아 돈으로 바꾸질 못하는 꼴이야. 쪼다같은 놈. 우리 친구들은 그런 재능이 없어. 여기서 너의 재능을 썩히는 것은 우리 친구들에 대한 모욕이야. 매일 아침 너희 집에 들러 널 깨우고 같이 외출해서 한껏 취하고 낄낄거리는 것도 좋아. 하지만 내 생애 최고의 날이 언젠지 알아? 내가 너희 집 골목에 들어서서 네 집 문을 두드려도 네가 없을 때야. 안녕이란 말도 작별의 말도 없이 네가 떠났을 때라고. 적어도 그 순간만은 행복할 거야.”


새로운 관계에 상처받을까 두려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익숙하고 편한 친구들 사이에서 시시덕거리며 재능을 썩히는 친구를 자극하려는 쳐키. 비록 윌만한 재능은 없고 아는 게 없어도 처키가 윌보다 더 성숙해 보입니다.


 3. 스카일라 “오히려 두려워하는 건 너잖아”


여자친구 스카일라는 윌과 미래를 함께 하기 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진심을 두려워하는 윌은 스카일라의 사랑을 믿지 못하고 결국 그녀가 결국 떠날 것이라고 단정하면서 스카일라를 몰아붙입니다. “스카일라 널 사랑하지 않아” 위악을 떠는 윌.


스카일라는 외칩니다. “두려워하는 건 너면서 괜히 내게 퍼붓지 마! 날 두려워하잖아, 내가 사랑해주지 않을까봐서. 나도 두려워. 하지만 노력은 해보고 싶어!”
결국 윌은 떠나지 말라고 울면서 매달리는 그녀를 떠납니다. LA로 떠나는 공항. 혹시 윌이 공항으로 올지 모른다고 기대했던 스카일라는 쓸쓸히 캘리포니아에 있는 의과대학으로 떠납니다.


션 교수는 윌의 가슴에 내재된 상처를 찬찬히 들여다보았습니다. 아파본 사람이 아픈 사람을 더 알아보고 다독여 줍니다. 세상에 나아가길 두려워 했던 윌은 지금 미국 서부를 향해 엑셀러레이터를 밟고 있습니다. 죽마고우 친구들이 철공소에서 만들어준 생일선물 빨간색 고물차를 타고 말입니다. 저멀리 스카일라가 웃는 모습이 보이는 듯 합니다.


* 맷 데이먼이 하버드대에 재학 중이던 1992년 문예창작 과목의 과제로 썼던 단편 소설을 바탕으로, 같은 고향 출신의 단짝 친구인 벤 에플렉과 함께 시나리오를 완성합니다. 영화 <굿 윌 헌팅>으로 맷 데이먼과 벤 에플렉은 스타덤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7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도 공동 수상합니다. 로빈 윌리엄스에게는 남우조연상이 옵니다.


- 해리슨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