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꾼 장사익이 홀딱 반한 시 ‘죽편’

카테고리 : 생기발랄 한국말 | 작성자 : harrison

[ 생기발랄 한국말 51 ]

 

죽편(竹篇) 1 – 여행

서 정 춘

 

여기서부터, ―― 멀다
칸칸마다 밤이 깊은
푸른 기차를 타고
대꽃이 피는 마을까지
백년이 걸린다

 

*    *    *

 

소리꾼 장사익이 홀딱 반한 시 <죽편>

 

기차여행을 떠나볼까요. 목적지는 대나무 꽃이 피는 마을입니다. 칸칸이 밤이 깊은 ‘푸른 기차’는 바로 대나무 기차입니다. 대나무는 기차이고 여행이고 인생입니다. 마디져있어 한 마디가 열차 한 칸입니다. 대나무는 백년을 살아야 꽃을 피웁니다. 생존 기간 딱 한번 개화하고 이듬해 생명을 마감합니다.


백 년 인생을 푸른 대나무에 비유한 시는 이미지의 시적 배치가 탁월합니다. 대나무 한 마디 한 마디가 인생사의 한 고개입니다. 한국 시가 나아가야할 간결함과 명징함의 극치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더 이상 버릴 것이 없는 지극한 언어가 파릇파릇한 이미지와 결합합니다. 그 긴장감이 팽팽합니다.


시 ‘죽편’을 쓴 서정춘 시인은 내로라하는 유명 시인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는 절창의 시인입니다. 1941년 전남 순천에서 마부의 아들로 태어나 가난의 언덕배기를 뛰어다녔고 순천 매산고 야간부를 다니며 신문배달을 하였습니다. 신문을 돌리다 우연히 집어든 영랑과 소월의 시집을 밤새워 필사하였습니다.


서울로 상경한 후 가난과 독학의 세월을 살아왔습니다. ‘무진기행’의 소설가 김승옥이 동갑내기 고향 친구입니다. 1968년 신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지만 삶을 전전하다 김승옥의 소개로 동화출판공사에 들어가 1996년까지 다녔습니다. 1968년에 등단했으니 시력 50년에 이르지만 시집은 고작 다섯 권. 발표한 시는 160편뿐입니다.


그는 시를 하염없이 잘라내고 버리고 숙성시킵니다. 첫 시집 《죽편》은 등단 28년 만에 냈는데 ‘극약같이 짧은’ 시 35편만 묶었습니다. 흥이 많은 서 시인은 고단한 삶을 신명으로 맞받아치면서 시의 죽림을 일궜습니다. 시 ‘죽편’은 4년에 걸쳐 80번 가량 고쳐 썼다고 합니다. 2003년 소리꾼 장사익이 ‘죽편’을 읽고 홀딱 반해 ‘여행’이라는 노래로 만들었습니다.


ㅡ 해리슨 생각.

One thought on “소리꾼 장사익이 홀딱 반한 시 ‘죽편’

  1. 1371445609589692

    메인 화면에 대나무꽃과 전혀 관계가 없는 꽃 그림으로 현혹을 시키고, 마치 그 꽃이 대나무 꽃인냥 인식하게 만들면 안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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