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가고 싶다, 스위스 레만 호수

 

 올 상반기 한국 정국은 참 헝크러진 실타래입니다. 서로 진영을 나눠 온통 악다구니만 남았습니다. 스스로 절대선이라 주장하고 상대방을 절대악으로 몰아붙이는 주의주장만 횡행합니다. 조금만 큰 시각과 깊어진 시선으로 살피면 서로를 인정해야함이 분명해집니다. 이 홍역은 곧 스러지겠지요. 우린 이 나라 안에서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하염없이 일하다 문득 고개 들어보니 어깨가 뻐근해집니다. 머리는 타성에 길들여지고
생각은 뭉특해집니다. 이럴 땐 다들 어디든 떠나고 싶지요. 여행의 본질은 기대이고 설레임입니다. 잠시 머리 좀 식힐까요. 알프스 만년설로 초대합니다.

 

여름 후텁지근한 날씨가 시작되면, 스위스 알프스 일대는 한국인들이 가장 가고 싶은 곳이 됩니다. 한 여름에도 겨울을 체험할 수 있는 곳. 2년 전 이맘
때, 스위스 남서쪽 끝자락 제네바를 다녀왔습니다. 레만 호수를 거느린 제네바는 국제도시입니다. 거주 인구의 절반이 세계 각국에서 모인 외교관들입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강소국 스위스. 영세중립국을 표방해 진영 간의 대립 관계에 시달리지 않습니다. 임기 1년의 명목적 대통령을 내세울만큼 정치는 안정되어 있습니다. 1인당 GNP는 6만 달러에 육박.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뛰어내려올 것만 같습니다.

민들레가 활짝 핀 스위스 농촌 목초지는 내달려보고픈 충동을 한껏 선물합니다. 언덕배기 작은 시골 교회당은 여행자의 발길을 저절로 끌어당깁니다. 1인당 국민소득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스위스는 관광 금융 의약 식품 치즈 시계 철도기술로로 유명합니다. 오래전부터 수많은 국제기구를 유치하는 개방화의 전략을 펼쳤습니다. 대외적 문호를 활짝 열어 청정산업을 유치합니다. 과감하게 세금을 낮춰 세계 유수한 첨단 연구소가 둥지를 트고 있습니다. 

 

 

 

유럽을 지키는 중심.

스위스의 수도 베른의 구 시가지 골목을 걷다보면 수백년 역사가 서린 분수들이 물을 뿜고 있습니다. 곳곳에 우뚝 선 성당. 중세의 시간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 듭니다. 도심 한가운데 1218년 건립된 시계탑은 땡그렁 종소리와 함께 모든 행인들의 시간대를 하나로 모으는 듯합니다. 저 시계침 노릇하는 햇님과 달님이 우리 마음 속에도 들어와 온유하게 시간을 나눠주는 것 같습니다. 

 

 

 

유네스코는 베른 구 도심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시킵니다.

도시를 조성한 다음 인공적으로 숲과 강을 갖다 붙인 것이 아니라 유구한 숲과 맑은
호수 사이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무성한 숲 끝자락에 도시가 깃들어 있습니다. 중세때 부터 이어져온 도시문명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습니다. 편안한 인문주의적 무늬가 부드럽게 스며들었습니다.

 

 

 

스위스 남서쪽 끝자락 제네바.

세계 각국의 외교관들이 북적대는 외교 도시 1번지 입니다. 레만 호수(제네바 호수)는 차갑고 깔끔합니다. 알프스 산맥 만년설이 녹아 시퍼런 호수를 이룹니다. 호수는 프랑스 땅으로 이어집니다. 초승달 모양을 닮아 ‘바나나호수’라는 별명도 있습니다. 호수 위에 세워진 13세기 건축물 시옹城. 그 성곽 지하감옥 철창 사이로 레만호를 바라봅니다. 호수를 따라 중세의 뾰족한 성들이 즐비합니다.  

 

 

 

깊은 곳의 수심 300미터. 

스위스 면적은 대한민국의 절반 정도입니다. 그 사이즈의 60%를 알프스산맥이 차지합니다. 만년설이 하얗게 이마를 두르고 있는 3000 미터급, 4000 미터급 봉우리가 지천입니다. 빙하가 녹아 흘러내리는 수맥은 수백미터 폭포로 변신하고 곳곳에 거대한 호수를 이룹니다. 빙하수가 흘러 내리는 레만호는 오뉴월에도 팥빙수처럼 차갑습니다.

 

 

 

호수는 아름다움을 빚어냅니다.

절경과 사념과 낭만을 낳습니다. 찰리 체플린이 말년을 보낸 레만호 브베이 마을 주변 풍경. 바람은 상쾌하고 詩心은 물결을 타고 휘날립니다. 때때로 문학과 재즈의 축제가 흐르고 마을 불꽃놀이는 세계 관광객을 부릅니다.

 

 

 

레만호 주변 포도밭.

비탈진 모든 곳엔 포도밭이 펼쳐집니다. 긴 일조량과 뛰어난 풍광을 받으며 만들어진 스위스 와인은 소량 생산의 쌉쌀한 맛으로 미식가들의 귀한 대접을 받습니다. 호수변 집들은 빨강 기와지붕을 머리에 이고 와인을 익히고 있습니다. 스위스는 농업 경쟁력문제를 환경문제와 국토보존 현안으로 승화시켜 농민들을 당당히 지원합니다. 농민들의 소득이 도시민보다 더 높다고 합니다. 국토를 보호하는 일급 일꾼들이기 때문입니다.

 

 

 

알프스의 천하 준봉으로 향했습니다.

평지의 기후는 한여름으로 달리고 있지만 산악 열차와 리프트를 이용하면 한 순간에 영하 20도 설산의 세계로 이동합니다. 이동시설 도움을 받지 않고 제 발로 오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도전하는 삶은 우리를 감동시킵니다. 산행은 거짓이 통하지 않는 여정입니다.

 

 

 

하나가 된 유럽.

유럽은 하나로 통합되어 국경 통과 절차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르는 것보다 쉽습니다. 스위스 제네바에 사는 주부는 저녁때 프랑스 국경을 넘어 장을 보러갑니다. 4807미터 몽블랑 (Mont Blanc)은 프랑스령입니다. 만년설 몽블랑은 많은 봉우리들을 휘하에 거느립니다.

 

 

 

드디어 유럽 최고봉 몽블랑이 자태를 드러냈습니다.

‘알프스의 여왕’이라 불립니다. 늘 흰 구름으로 얼굴을 감추고 베일에 싸인 듯 세인의 시선을 물리쳐왔습니다. 백색 여왕님을 알현한 기쁨은 각별했습니다. 손에 꼽는 화창한 날씨 덕분에 저의 째끄만 디카는 상상도 못하는 호사를 다 누렸습니다.

 

 

 

몽블랑 아래로 바라보니 인간의 마을들은 조그맣습니다.

고만 고만하게 바싹 붙어 도토리 키재기를 하고 있습니다. 저 와중에 제 인생도 꼬기작 꼬기작 구겨져 있거나 비비 꼬여 있습니다.

 

 

 

이제는 남쪽 끝 이태리와의 국경 방향으로 갑니다.

‘알프스의 왕자’ 4478미터 마터호른 봉우리입니다. 위엄에 찬 정상은 이집트 스핑크스의 자태를 닮았습니다. 남성적이며 깍아지른 절벽들은 보는 각도마다 달라져 비경을 선물합니다. 사나운 맹수의 고고한 자태입니다.

 

 

 

마터호른 봉을 뒤로 한 채 알프스 하이킹에 나서봅니다.

솔잎이 수북히 쌓여 산길은 험하지 않습니다. 전나무는 하늘을 찌를 듯  곧고 목재의 가치가 탁월합니다 침엽수림 피톤치드는 향기롭습니다. 때론 어린 시절 키우던 강아지를 닮은 눈 자국을 만나니 동심에 겨워 디카로 찰칵했습니다. MTB를 탄 산악자전거족들이 내달리고 있습니다. 

 

 

 

마터호른 봉을 지키는 까마귀일까요.

날개짓 비행은 신령스럽습니다. 영하의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구촌 여행자들을 반갑게 맞아줍니다. 까마귀의 노란 부리는 보석처럼 빛납니다. 여행은 쌓인 멍에를 먼지털이로 훌훌 털게 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발길로 시작되는 숙제를 내줍니다. 여름
휴가철이 시작됩니다. 차가운 레만호가 그립습니다. 평화로운 목장, 소떼  목둘레에 매달린 카우벨 소리도 들리는 듯합니다. 
 

 

harrison

 

 

 

 

카테고리 : 해리슨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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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 또 가고 싶다, 스위스 레만 호수

  1. 운영자 says:

    blogmaster입니다~ 이 포스트가 동아닷컴 기사로 선정되었습니다~☆

  2. harrison says:

    운영자님, 휴가 먼저 댕겨올께요, 운영자님도 댕겨오세요,, 수고하세용~~~

  3. Sunlim says:

    아~~ 저런 나라를 선진국이라고 하는데 싸움박질로 세월을 보내는
    정치 후진국을 보면서 부러움이 생깁니다.
    저런 역사를 자랑해야 하는데싶은 생각도 드네요.
    좋은 공부도하고 관광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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