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하늘이 내린 새조개-
기자와 새조개와의 인연
3년 전 친구가 운영하는 새조개 전문점에 깊게 관여한 적이 있다.
친구를 돕는 일 중 하나가 산지에서 껍질 채 들여온 새조개를 까는 일이었다.
종업원과 주방 안에서 주저앉아 새조개를 손질했다.
그때 새조개가 어떤 모양인지, 어떻게 까는 것인지, 그리고 싱싱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하는 방법을 배웠다. 자연스럽게 맛있게 먹는 법도 익혔다.
기자들이 ‘맛 집 기행’을 하면서 새조개 기사를 쓰기도 하지만 몇 년 동안 유심하게 새조개를 살펴본 기자는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이 무렵, 필자는 새조개를 ‘하늘이 내려다 준 선물’이라 표현했다. 우연일까, 이후 새조개에 대해 기사를 인터넷 등에서 검색해보면 이 표현을 그대로 원용한 기사도 많았다.
하늘이 내려다 준 선물
15년 전만해도 새조개라는 조개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충남에서는 최대 산지가 홍성군 서부면 남당항이지만 언제부터 잡혔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20년쯤 됐나…. 천수만 방조제 공사가 끝난 뒤 갯벌과 바다에서 이 조개가 나기 시작했어요. 그때는 뭔지 몰라 버렸는데 한 어민이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먹어보았는데 그 맛이 ‘진땅’(특출한 물건)이었다는 거지요”
남당항에서 중간 수집상을 하는 김용태(50·남당수산 대표) 씨의 말이다.
1980년대 초 서산AB방조제가 건설된 이후 인근 갯벌에 황토가 쌓인 이후부터 출현한 게 분명하니 새조개는 생태계 변화에 따른 신종 패류인 셈이다.
초반 어획 때 우리나라 사람들은 새조개를 먹지 못했다. 전량 일본으로 수출됐기 때문이다. 살짝 데친 새조개 살은 일본에서 초밥 재료로 쓰인다. 그러다가 6, 7년 전부터 국내 식도락가의 미식한담(美食閑談) 소재로 등장하면서 이제는 우리 식탁에도 등장했다.
새조개의 매력은 그 ‘맛’이다. 안타까운 것은 그 맛을 표현하기 쉽지 않다는 점.
사각거리는 촉감, 풍부한 핵산에서 나오는 은근 달큼한 감칠맛….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 함량이 높고 피로회복에 좋은 타우린 성분이 풍부하단다.
게다가 어민의 새 소득원이 됐으니 ‘하늘이 내린 선물’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
새조개는 매년 12월부터 이듬해 2월말 사이에 잡히는 것이 가장 맛이 좋다.
서해안 사람들은 대부분 조개를 구워먹지만 새조개는 ‘샤브샤브’로 데쳐 먹는다.
새조개는 쇠갈퀴가 달린 ‘형망’(바닥을 긁는 방식) 어선이 잡지만 망이 닿지 않는 바위틈(수심 15∼20m)의 것은 잠수부의 몫이다. 겉으로는 큰 꼬막이나 피조개 무리로 보인다.
‘새조개’라는 이름이 붙은 연유도 재미있다.
껍데기 속 조갯살 모양이 마치 새(鳥)의 부리와 같다 해서 불렀다는 게 정설이다.
잠수부가 바다 속에서 발견하면 발을 이용해 새처럼 날라 도망간다 해서 붙여졌다는 설도 있다.
‘귀족조개’의 명성
새조개는 ‘귀족조개’로도 불린다. 맛도 뛰어나고 값도 비싸기 때문이다.
다른 조개에 비해 비싼 이유는 100% 자연산이기 때문이다. 채취가 녹록치 않다.
하지만 올해 새조개 값은 지난해보다 다소 내렸다.
1월 중순 기준 대전 오정동 농수산물시장에서 거래되는 생물 새조개(20마리 정도)는 ㎏당 9000원~1만2000원 선. 서서히 오를 조짐이다.
하지만 수량과 가격만 보고 따져선 안 된다. 새조개는 씨알이 굵을수록 감칠맛이 더 좋다. 그러니 씨알이 굵으면 ㎏당 마릿수는 현저하게 감소한다. ㎏당 12~14마리 크기가 가장 좋다. 도매시장에서 이 가격이면 식당에서는 4만 원~4만5000원은 내야 한다. 2인 기준으로 좀 모자랄 듯 하다.
싱싱하지 않은 2㎏보다 싱싱한 500㎏이 낫다는 점도 염두해야 한다
몸 전체는 우윳빛을 띠고 있지만 껍질을 벗긴 지 오래됐거나 약간이라도 변질된 것은 하얀색으로 변한다.
새조개 제대로 먹기
회와 온갖 양념과 섞은 무침도 있지만 샤브샤브 앞에선 맥을 못 춘다.
샤브샤브는 넓은 냄비에 대파와 무, 버섯, 그리고 다시마와 멸치를 넣고 끓인 뒤 국물에 새조개를 살짝 데쳐 초고추장이나 고추냉이 간장에 찍어 먹는 게 샤브가 진수다.
여기서 포인트는 샤브샤브하는 시간.
어떤 이는 ‘그 맛이 졸깃졸깃한 게 일품이다’라고 말하지만 이는 미식가 명함을 내놓아야 할 소치다. 졸깃졸깃하면 새조개의 진 맛은 이미 절반쯤 사라진 거나 마찬가지다.
끓는 물에 10초만 담갔다가 꺼내면 몰캉몰캉한 육질과 고소한 육즙에 매료되고 만다.
새조개의 이 같은 특성을 알지 못하는 식당에서 종업원이나 손님들이 5, 6마리씩 무더기로 육수 안에 넣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하려면 차라리 오징어를 씹어라.
샤브샤브를 마무리 한 뒤에는 쌀뜨물처럼 뿌옇게 된 패즙(貝汁)에 라면이나 칼국수를 넣어 끊여 먹는 게 산지에서의 방법이다. 다만 건강을 생각해 라면은 한 번 데친 것을 사용하라.
남자들도 뚝딱 해낼 수 있는 새조개 샤브샤브
1. 장보기
장보기가 만만치 않다.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만 잡히는 데다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하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아파트 재래시장에서 가끔 등장하지만 대전 오정동이나 노은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 가면 쉽게 구입할 수 있다. 껍질째 파는 것도 있지만 산지에서 까놓은 것을 구입하면 큰 무리가 없다. 4인 가족 기준이라면 2㎏면 충분하다. 충남 서해안 산지의 씨알이 굵은 놈은 24마리, 좀 작은 전남 여수산, 경남 통영산이라면 40마리 정도 된다.
2. 요리하기
너무도 간단하다. 금방 꺼내 먹어야만 제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높이가 낮고 넓적한 냄비가 제격이다. 무를 1㎝가량 두께로 4~6개, 대파도 큼직하게 썰어 넣는다.
야채육수가 끓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시식이다.
젓가락으로 자신의 것 하나를 끓는 물에 담가 ‘휙휙’ 10초만 저어 곧바로 초고추장이나 고추냉이 간장에 찍어 먹으면 된다
중요한 것은 중간 중간에 배추나 버섯 등의 야채를 추가할 때다. 이럴 땐 냄비 안 물 온도가 잠시 낮아진다. 이 때 새조개를 넣으면 익는 시간이 길어져 질겨진다. 급해도 육수가 끓을 때 까지 기다리는 진정한 여유를 가져보자.
3. 마무리
새조개를 다 해치우면 무와 파 등은 문드러진다.
버섯이나 배추 등은 상관없지만 무의 경우 별도로 꺼내 놓고 라면이나 칼국수를 넣어 마무리하면 된다.
맛있는 집
대전에서 오랫동안 전통적으로 새조개를 다뤄온 집은 갈마초등학교 앞 회타령(472-8885)이다. 봄철에는 쭈꾸미 등도 다루지만 이 집은 성수기는 새조개가 본격 출하되는 겨울철이다. 시설이나 서비스보다 원재료의 신선함을 앞세운 집이라 비좁은 점이 있지만 언제나 살이 있는 새조개를 맛볼 수 있다. 라면으로 마무리한다. 2인분 4만 원.
대전 대흥동 대전고등학교 앞 골목이자 엘리제 웨딩홀 옆에 있는 서산식당(226-2844)도 새조개 전문점이다. 이곳은 특히 박속을 넣는 게 특징이다. 2인분 4만5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