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요리책 들

  나는 20년째 한국에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동아일보’에서 취재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취재하고 이를 보도하는 일이다. 독자들의 궁금한 사항을 89년 역사를 지닌 ‘동아일보’를 통해 알려주는 것은 큰 기쁨이다. 그 중에서도 음식과 관련된 내용을 취재할 때면 가장 신이 난다. 나는 2005년에 국가가 공식 인정한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2007년에는 양식조리기능사를 취득했다. 그래서 ‘요리사 기자’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러다보니 음식과 요리, 유명한 식당 등에 대해 취재하는 것에 특히 관심이 높다.

  요리와 관련한 한 일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2005년 8월, 나는 한국에서 유명한 사찰인  충남 공주시 사곡면 운암리에 있는 마곡사의 한 스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는 나에게 “한류 스타이자 TV드라마 ‘대장금’의 여주인공인 이영애 씨가 1박2일 동안 마곡사에서 머물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종감이니 취재해보라는 얘기였다.

  이영애 씨는 조선시대 궁궐 음식과 의술을 담은 TV드라마 ‘대장금’의 여주인공이다. 이 드라마는 일본은 물론 중국, 미국, 유럽에까지 소개됐다. 조선시대 한국 궁궐의 궁중음식은 물론 당시 의술을 소개한 드라마였기에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 드라마가 유명해지자 일본 최대 공영방송인 NHK는 ‘대장금’을 일본에 방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앞서 이영애 씨가 한국의 상징인 사찰에서 생활하는 모습, 또 사찰음식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기로 한 것이다. 나는 이를 단독으로 취재해 2005년 8월25일자 동아일보에 보도했다.

  NHK는 왜 이 씨를 일본에 소개하면서 사찰을 촬영장소로 선택했을까? 이는 사찰이 가장 한국적 정서를 반영하고 있으며 드라마 ‘대장금’은 한국음식을 가장 대표적으로 표현한 드라마로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더욱이 이 씨는 드라마에서 의녀로 나왔으니 한국정서-한국 음식-옛 한국 사람의 건강을 설명하는 데 가장 상징적인 인물로 생각했을 것이다.

  이러한 한국의 요리와 건강이야기는 한국에서 발행되는 다양한 책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다.

  이 씨가 주인공이었던 드라마 ‘대장금’의 궁중 음식과 사찰 음식은 한국에서 발행되는 정혜경 호서대 교수의  <한국음식 오디세이>와 선재 스님의 <선재 스님의 사찰음식>에서 그 면모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정 교수는 서구 영양학을 공부했지만 한국음식이야말로 세계적인 음식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이 책을 3부로 나눠 한국음식의 진수, 한식과 한식의 역사, 한식음식의 미학으로 구분해 설명하고 있다.

  정 교수는 드라마 대장금이 과학자이자 의학자라고 설명한다. 그는 음식은 단순히 맛있게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음식재료가 생산되는 지역, 인체에 미치는 영향까지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대장금이 음식을 만드는 것은 온갖 지식을 종합한 행위라는 것. 음식을 만들고 먹는 것은 곧 치료 행위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한국문화의 진수는 곧 한국의 음식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책에서 한국인이 즐겨먹는 비빔밥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각종 색깔을 지닌 야채와 고기는 음양과 오미(단맛, 신맛, 짠맛, 쓴맛, 매운맛)를 조화시킨 음양오행의 철학을 지닌 맛이라고 평가했다. 어느 한 쪽으로도 기울지 않은 조화의 맛, 그것은 곧 웰빙인 셈이다.

  그는 최근 사망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도 비빔밥을 유난히 좋아했다고 소개했다.

  

  <선재 스님의 사찰 음식>이라는 책은 2000년 처음 출간된 책이다. 한국의 불교TV에서 방영한 ‘푸른 맛, 푸른 요리’ 프로그램 진행자인 선재 스님이 1년간 방송을 통해 선보인 사찰 음식이 소개돼 있다. 선재 스님은 현재 사찰음식문화연구원을 운영하며 사찰음식을 전파하고 있다.

  봄과 여름, 가을, 겨울의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계절의 특성과 그에 맞는 음식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는 맵거나 짜거나 신 음식은 없다. 봄 편에서는 향기로운 쑥으로 만든 음식을 소개하고 있다. 쑥을 갈아서 만든 칼국수, 쌀을 갈아 쑥과 함께 찌어낸 쑥 시루떡은 말만 들어도 군침이 돈다. 향긋한 냉이로 만든 겉절이도 잃어버린 입맛을 회복시킨다. 여름 편에서는 한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호박과 옥수수로 만든 음식들을 소개했다.

  가을에 주로 수확되는 토란은 수많은 요리를 해낼 수 있다. 토란은 위와 장의 열을 내리게 하고 변비 해소에 유효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성분은 탄수화물이다. 포도당, 과당 등이 포함돼 있고 10여 종의 아미노산과 칼륨 등 영양성분이 다양하다. 그러니 보약이라 얘기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가을에는 녹두와 버섯이 조용한 산사의 식탁에 오른다.

  추운 겨울인들 또 먹을 게 없으랴. 저장성이 좋은 감자와 연잎과 연근으로 만든 밥과 국수…. 연잎은 불교에서 극락세계를 상징하기도 한다. 연잎 밥은 대표적인 사찰음식중 하나이다. 비타민이 풍부하고 철분도 많이 함유돼 있다. 연잎 밥에 사용되는 찹쌀, 팥, 연근 등은 피로회복, 정신안정에 탁월한 효과가 인정되고 있다. 오래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며 수명을 길게 한다. 음식 관련 책이면서도 마치 편안하고 쉽게 의학서적을 읽는 느낌이 든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한국은 4강까지 올라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축구 강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잇달아 무릎 꿇게 했다. 많은 사람들은 한국 선수들의 이 같은 결과 뒤에는 바로 ‘김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2003년 ‘싸스(SARS) 공포’가 전 세계를 긴장시킬 때 한국 사람들은 별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는 한국인들이 즐겨먹는 김치에 마늘이 들어갔기 때문이라고도 분석했다.

  이제는 전 세계에서 한국의 ‘김치’를 연구하고 있다. 김치는 도대체 뭐일까.

  그 해답은 김만조씨와 고 이규태씨가 지은 <김치견문록>이라는 책을 보면 얻을 수 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인류의 맛에 있어서 ‘제3의 맛’을 언급했다. 제1의 맛은 소금, 제2의 맛은 양념이라면, 제3의 맛은 발효라는 것이다. 발효의 핵심은 바로 한국의 ‘김치’다.

  김만조 선생은 50년 동안 김치를 공부한 재미 식품공학박사로 ‘김치박사’로도 불린다. 이 책에는 한국의 김치 역사와 풍속 그리고 김치와 관련된 모든 자연 과학적, 지리학적 지식과 경험이 담겨져 있다. 그는 김치는 바로 미래식품이라고 단언한다.

  ‘뉴욕타임즈’가 최근 10년 동안 한국 음식에 관한 기사를 분석한 대학 논문이 있다.

  이 논문에는 뉴욕타임즈가 한국 음식에 대해 110건을 보도했으며 이 중 김치 이야기가 8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김치의 효능을 주로 다뤘으며 세계 5대 식품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한국 김치와 멕시코 타코를 함께 섞어 만든 퓨전요리가 인기라는 보도도 있었다. 그만큼 김치는 이제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에서도 김치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의 음식을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알고 싶다면 ‘조선왕조 궁중음식’ 이수자인 한복진 씨가 지은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음식 100가지>이라는 책을 들춰보자.

  그는 한국을 떠나 전 세계의 음식을 맛보고 배우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면서도 한국 음식이 멋과 맛을 더 깊이 깨닫게 되었다고 말했다. 책에는 밥과 죽 면을 비롯해 탕 국 찌개, 떡, 저장음식, 육류, 어류, 채소 찬 등 한국음식이 총망라돼 있다. 사진과 함께 요리하는 법도 소개돼 있다. 우리 음식과 음식 문화를 흥미로우면서도 깊이 있게 다뤘다. 옛 문헌과 각종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 전통 음식의 유래와 전해오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한번쯤 재료를 구해 책에서 알려주는 대로 음식을 만들어보자. 내 몸이 훨씬 건강해지고 있음을 느낄 것이다.

  

  허영만 선생의 역작인 <식객>이라는 책은 음식을 테마로 한 한국 최초이자 본격적인 만화책이다. 그는 처음에는 이 책의 내용을 본인이 몸담고 있는 동아일보’에 짤막하게 연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만화의 인기가 치솟자 책과 영화,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허 씨의 <식객>은 음식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과 관심에 새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는 이 책에서 한국의 다양한 음식과 음식점, 그리고 재료산지 이야기를 인간의 삶을 통해 그려냈다. 자반고등어가 경북 안동에서 생산된 사연, 어머니의 손맛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한국인이 즐겨찾는 막걸리의 사연 등.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책은 모두 작가와 출판사 직원들이 현장을 발로 뛰며 직접 눈과 코, 입으로 확인했다는 점이다. 일본에서 출간된 와인을 소재로 한 <신의 눈물>이 이론 중심이고, <어시장 3대째>가 동경의 한 어시장만을 무대로 한 것과는 사뭇 다르다. 한국의 음식이 무엇이며 한국인은 음식과 어떤 사연을 맺어왔는지를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책들은 가장 한국적인 요리가 무엇이고 그 요리가 갖고 있는 역사와 문화가 어떠했는지를 설명해준다. 요리를 통한 질병의 예방과 치유, 건강, 그리고 행복으로 이어져 가는 주옥같은 내용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끝.

카테고리 : 요리와 음식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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