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수습공채] 박성완 PD

 

꼴등인 것 같습니다만…

 

 

박성완 PD

_채널A 제작본부

2015년 11월 입사

 

 

“그럼 본인은 면접자 중 몇 등이라 생각하세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습니다. 방금 전 스스로 마음에 드는 대답을 했던 터라 더욱 당황스러웠습니다. 생각. 생각을 해야만 했습니다. 면접을 본 사람이 몇 명이더라. 그 중에 나보다 못한 사람이 몇 명일까. 아니 존재는 했나. 머리를 굴릴수록 과제물에 대해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던 기억, 말을 더듬었던 기억들만 떠올라 막막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모두 저마다의 장점을 지닌 쟁쟁한 지원자들이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보다 낮은 평가를 받을만한 지원자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순간 면접 오기 전 제 스스로에게 했던 다짐이 떠올랐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솔직할 것. 거짓으로 자신을 꾸미거나 돋보이려 하지 말 것. 막막했던 머릿속이 정리되기 시작했습니다. 제 스스로 꼴등이라고 생각할진대 꼴등이 아닌 등수를 얘기하는 것은 무의미할 듯 했습니다.

 

“꼴… 꼴등인 것 같습니다”

 

 아뿔싸. 아무리 그래도 당당한 말투로 얘기할 필요는 있었는데, 긴장한 나머지 말을 더듬고 말았습니다.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니 적어도 그런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습니다. 때를 놓치지 않고 날카로운 질문이 날아옵니다.

 

“본인이 본인을 꼴등이라 생각하는 만큼, 저희는 박성완 씨를 뽑을 이유가 없는 거네요.”

 

 아프지만 맞는 말이었습니다. 1등이 아닌 꼴등이 탈락하는 것이 맞다면, 더군다나 스스로 자신이 그 꼴등이라 자처하는 지원자가 있다면 회사가 그를 뽑을 이유는 없었습니다. 눈앞이 캄캄해졌지만 이왕 솔직하기로 마음먹은 것, 끝까지 솔직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대답했습니다.

 

“그러게요”

 

 면접장에 묘한 정적이 흘렀습니다. 제 방정맞은 입을 원망하며 몇 마디 더 붙여보았지만 굳은 표정의 면접관 분들은 모두 저에게 눈빛으로 같은 말을 건네고 있었습니다.

 

“자신감이 부족해 보이시네요.”

 

 언론고시 커뮤니티의 합격수기에서 수 백 번도 더 본 ‘PD가 가져야 할 덕목’ 중 기본. 자신감. 거울 앞에서는 넘치던 자신감이 결정적인 순간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멍청한 놈. 일등이라고 했어야지. 아니 그건 너무 거만해 보이니 삼등이 아무래도 괜찮지 않았을까. 꼴등이지만 그래도 ‘뽑아주세요’라고 했어야지. 머릿속이 후회와 자책으로 가득차기 시작했지만 마음 한편은 후련했습니다. 이것이 부끄러웠던 제 면접 날의 마지막 기억입니다.

 

 지금 저는 꼴등인 제가 결코 합격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이 곳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대단한 선배님 그리고 동기들과 함께 일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물론 저는 여전히 꼴등 같은 조연출입니다. 아직도 제가 조연출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지 매일 고민하고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행복합니다. 제가 만든 영상이, 제가 쓴 자막이 TV에 나오는 것을 보며 예전에는 알지 못했던 기쁨을 느끼고 있습니다.

 

 여전히 자신감은 부족한 편입니다. 하지만 더 이상 고민하지 않습니다. 자신감은 있으면 좋고 없어도 괜찮은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돌이켜보면 ‘자신감을 가져라’라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정작 입사시험을 준비하며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만한 순간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좁은 합격의 문과 치열한 경쟁률, 그리고 대단한 스펙의 지원자들까지. 그 앞에서는 불안하고 막막한 기분만 들었습니다. 저뿐만이 아닌, 시험을 준비하는 모두가 그럴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여러분들이 그런 불안감을 숨기려 자신감 있는 척하거나, 거짓으로 자신을 포장하려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솔직하게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불안하면 불안한대로 초조하면 초조한대로, 인간적인 모습들을 숨김없이 드러냈으면 합니다. 솔직함 때문에 손해 보는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채널A는 그 솔직함 속에 가려진 가능성까지 품어줄 수 있는, 넓은 안목과 따뜻한 배려를 지닌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그 가능성을 확신으로 바꿀 수 있는 훌륭한 시스템과 인적자원을 갖춘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혹시라도 자신이 없어서, 또는 불안감 때문에 주저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저는 고민하지 말고 도전하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래도 정 자신감이 필요하시다면, 스스로를 꼴등이라 여겼던 제가 기꺼이 자신감의 근거(?)가 되어드리겠습니다. 솔직하게 그리고 치열하게 입사시험에 임한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저는 이 곳에서 묵묵히 일하며, 절 닮은 귀여운 꼴등들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곧 만나게 되는 날 반갑게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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