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며느리 맞은 큰 이모의 하소연…반말은 기본, 설거지까지 시켜

 

시어머니에게 삿대질을 하는 며느리.

시어머니와 법적 엄마(mother-in-law)가 주는 어감은 다릅니다.

미국에서 외국인 며느리를 맞이한 한국인 시어머니는 한탄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의 공존이 어떻게 가능할지 살펴볼까요. 

 
 

 

큰이모와 백인 며느리

 

 

   미국생활 35년 차인 큰 이모는 요즘 죽을 맛이다. 이모의 불행은 큰이모의 장남인 마이클이 잘 만나던 한국여자를 버리고 백인여자를 신붓감으로 데려오면서 시작됐다. 아무리 한국말 할 줄 모르는 마이클이지만 뿌리는 한국이기에 이모는 한국 며느리를 바라왔었다. 며느리 교육만 잘 시키면 며느리도 한국 며느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란 생각에 이모는 아들의 결혼을 허락했다. 하지만 이게 웬걸. 백인 며느리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시머어니에게 삿대질을 서슴지 않고, 자기 생각과 다를 경우엔 고함을 동반한 반박을 일삼곤 했다. 한국적인 ‘시어머니와 며느리’ 관계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 존댓말 개념이 없는데다 시어머니는 그저 ‘mother in law’에 지나지 않는 미국에서 자란 백인 며느리에게 한국식 시어머니 – 며느리 관계를 원했던 이모는 요즘 부쩍 동생인 내 어머니에게 국제전화를 자주 건다. 통화 내용은 항상 같다. 오늘자 며느리의 만행을 한탄하고 둘째인 스티브는 무조건 한국여자와 결혼시켜야겠다고 되뇌신다. 지금 이 시간도 시어머니에게 설거지를 시키는 백인 며느리를 보며 한숨 쉬고 있을 이모 생각에 가슴이 아려온다.

 

   다문화의 공존은 이처럼 어렵다. 괜히 프랑스가 공식적으로 다문화정책의 실패를 인정한 게 아니다. 다문화국가의 상징인 호주에서도 민족간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는다. 피에르 부르디외가 말했듯 인간은 끊임없는 구별 짓기(distinction)를 통해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기 때문이다. 나와 다른 이를 밀어내고 나와 닮은 너와 유대하는 것이 인간 본능이다. 그래서 다문화의 공존이 어렵다. 이모와 백인 며느리는 같은 국가에 사는 같은 미국인이지만 서로의 문화적 차이를 확실히 인지 할 만큼 다르다. 나와 다른 너는 구별 짓기의 대상이고 나와 닮은 너는 유대의 대상이기에 큰 이모는 며느리를 멀리하고 동생인 내 엄마에게 의지한다. 이는 당연하다. 본능이다. 그래서 다문화주의의 정착이 힘들다.

 

   다문화는 민족간의 문화이질성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같은 민족이라도 아비투스(habitus)가 다르면 다른 문화권에서 성장한다. 자라 온 습속에 따라 촛불 켜고 식사 하는 것이 익숙한 자가 있고 촛불 켜고 시위 하는 것이 익숙한 자가 있다. 흔히 다문화를 말할 때 민족간, 국가간에만 초점을 맞추는데 이는 잘못됐다. 다문화가 상징하는 ‘나와 다른 너에 대한 이해’는 단일민족간에도 필요한 가치다. 특히 자라 온 문화에 따라 상이한 이념을 갖게 되어 이념분쟁이 심화되고 있는 대한민국에는 더더욱 필요한 가치다. 돼지를 먹지 않는 이슬람을 존중할 때 개를 먹는 우리 식습관이 존중 받을 수 있듯 반대이념을 존중할 때 내 이념도 설 자리가 있다. 진정으로 다문화주의가 필요한 것은 국내 다른 민족이 아니라 우리 한민족이다. 자기들끼리 서로의 상이함을 존중해주지 못하면서 민족간 상대성을 말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다문화가 말하는 기본정신은 공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이념적으로 분화되고 갈등이 격화되는 우리민족 내부에도, 멀리 미국에서 백인 며느리와 싸우고 있을 우리 큰 이모에게도, 여러 민족이 모여 사는 호주에서도 다문화의 가치는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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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4) “백인 며느리 맞은 큰 이모의 하소연…반말은 기본, 설거지까지 시켜”

  1. 운영자 2012/05/22 at 11:00 AM #

    저널로그 운영자입니다. 이 포스트가 동아닷컴 기사로 선정되었습니다.~☆

  2. eldorado3 2012/05/22 at 12:47 PM #

    이모님은 아들과 동거하지 말고 따로 사셔야합니다.
    결혼한 아들의 집이 내집이란 생각은 미국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모님의 언어장벽으로 인한 며누리와의 소통부족이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미국 며누리는 민주주의의 기본인 인간권리의 존엄성과 개인주의 사상 (individualism)이 동양의 “長幼有序” 유교 (전근대적인 한국적인 시어머니-며누리 종속관계) 사상과 정면 충돌한 것 같습니다.
    경제적 자립력이 없는 듯한 이모님이 아들집에서 계속 사시려면 며누리 사상을 이해하고 존중해 이에 맞게 실천하여야합니다.
    머리가 굳어진 이모님에게는 거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요.
    그러나 이모님이 설거지 하는 일을 불평할 것이 아니라 자식들을 위해 마땅히 해야할 일로 생각할 단계에 이를 수 있으시면 화합의 실마리가 보이게 될 것입니다.
    그걸 죽어도 못하겠다면 별거하시는게 더 행복하실 것입니다 (단 경제적 능력이 있으시다면…).

  3. apujols 2012/05/23 at 12:24 AM #

    솔직히 이모님께 전혀 동정이 가지 않습니다.

    첫째, 아들에게 한국어 교육을 그 정도로 한심하게 하고 무리한 것을 기대한 것. 한국 여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상대가 한국어 못하는 재외동포 아들입니다. 양국 문화의 장점을 고루 갖춘 경우는 드물고 양국문화의 단점만 고루 갖춘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둘째, 미국에서 35년 산 동안 미국의 문화가 어떤 것인지 수박의 겉핧기로 이해한 것 – 한마디로 미국에서 살면서 미국 사람들 사고 방식이 어떤 것인지 살피는 것에 등한시 했다고 봅니다. 미국 문화에서는 사위가 장인, 장모에게 며느리가 시부모에게 이름 부르고 친구 같이 지내는 게 보통입니다.

    셋째, 그러면서 동시에 지금까지 자기 경제력이 없는 것은 도대체 뭡니까? 돈 버느라고 바빠서 그랬다면 첫째,둘째 문제는 이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만.

    그리고 마지막으로 요즘 한국 젊은 여자들 이모님 같은 시어머니 이해 못하는 사람이 다수입니다. 둘째 며느리 한국여자 들여서 숙주로 삼겠다는 에이리언 꿈은 미리 깨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저는 다문화주의에 그리 긍정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이모님의 예는 적절한 게 아닌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이모님 사고 방식에 중대한 결함이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위의 eldorado3님의 댓글에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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