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마스다르, 세종대왕

‘세종시’ 논란이 뜨겁습니다.

 

정부는 세종시의 자급자족 기능 부족과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에 따른 행정 비효율성을 들어 원안 수정을 제기했습니다. 정부 부처만 덜렁 옮겨놓는다고 해서 인구 50만 명의 도시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겠느냐는 문제 제기입니다. 오히려 행정의 비효율성만 키운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도,
이미 합의된 의사결정을 되돌리는 데 따르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피하기 위해서도 원안을 고수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정부가 내년 1월 대안을 내놓는다고는
하지만 정파와 지역으로 쪼개져 사활을 걸고 대립하고 있다 보니 논란이 쉬 가라앉지 않을 듯합니다. 무엇보다 해당 지역 주민의 성난 민심을
달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이득보다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합니다. 같은 가치를 지녔더라도 손실을 이득의 2배 이상으로 느낀다는 겁니다. 세종시는 이미 확정된 계획이니, 이를 바꾸려면
결국 2배 이상의 효용을 가진 대안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바다 건너 중동에서 진행되고 있는
새로운 도시 역사(役事)는 우리를 더 초라하게 만듭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토후국인 아부다비가 건설 중인 ‘탄소제로 도시’,
마스다르(Masdar) 시티 건설 계획입니다.

 

2008년 2월부터 짓기 시작한 마스다르
시티는 혁신적인 녹색 에너지 기술과 도시 인프라를 채택했습니다. 인구 4만 명 규모로 건설 중인 이 도시에는 자동차가 없습니다. 무인 전기 운송
수단이 사람들을 실어 나르고, 사막의 열기를 빼서 담수화 설비를 돌리는 시설과 태양광 발전 설비가 설치된다고 합니다. 녹색 에너지 기술에 관심을
두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도 이곳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2013년경 제너럴일렉트릭(GE) 등 글로벌 기업들의 첫 입주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마스다르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탄소제로’ 도시라는 특성 때문만은 아닙니다. 마스다르 계획은 단순한 도시 개발 계획이 아니라, 세계 석유의 9%가 매장된 석유 부국인
아부다비가 탈(脫) 석유 시대를 대비하여 계획한, 도시 기반의 국가 성장 동력 다각화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아부다비 정부가 출자한 마스다르는
도시 개발, 청정 에너지 기술 투자, 청정 에너지 장비 산업, 탄소 전략, 청정 기술 특성화 대학 등 5개 사업 부문을 두고 시스템적인 접근법을
택하고 있습니다. 마스다르 시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공동으로 마스다르 과학기술대학원을 세우고, 한국 등 세계의 인재 유치에
나섰습니다. 학비와 숙소는 물론 생활비, 왕복 항공료까지 주고 졸업 후 의무 사항도 없는 파격 조건입니다.

 

한국이 세종시를 둘러싸고 국내 자원
배분의 ‘제로섬’ 게임을 벌이는 동안 아부다비는 글로벌 시장에서 자본과 인재를 끌어모아 탈석유 시대를 준비하는 국가 전략 차원의 도시 개발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종시 논란의 끝은 여전히 안개
속입니다. 새로운 대안이 나와야 한다면, 단순한 도시 개발 계획보다는 도시를 기반으로 국가 성장 동력을 다각화하는 총체적이고 시스템적인 국가
전략이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는 현 세대의 이해득실보다 후손에게 물려줄 국가적 자산을 만드는 사업이었으면 합니다.

 

시대를 읽는 혜안으로 맨바닥에서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한글을 발명하고, 후손들에게 다른 국가들이 따라올 수 없는 국가적 자산을 물려준 세종대왕의 애민, 실용, 혁신의 정신을
되새겨볼 때입니다.

 

- 이 내용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5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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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 패러독스?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판매 상품에 탄소 배출량이나 물 소비량, 대기 오염 영향 등을 표시하는 ‘에코 라벨’을 붙인다는 야심 찬 계획을
7월 중순 내놨습니다. 제품 표면에 영향 성분을 표시하듯 상품의 사회적, 환경적 영향을 항목별로 투명하게 표기하도록 협력 업체를 독려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은 면 티셔츠에
붙은 에코 라벨을 보고 이 제품 생산에 쓰인 물 소비량이나 탄소 배출량은 물론, 원료인 면 생산을 위해 제초제를 뿌렸는지도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상품 포장에 과도한 재료가 쓰였는지도 따져볼 수 있죠.

 

월마트의 이 계획이 당장 실현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객관적인 지표도 개발해야 하고, 협력 업체의 참여도 이끌어내야 하니까요.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유통업체인 월마트의 구상이
현실화한다면 그 파급 효과는 유럽연합(EU) 등 정부 차원의 규제를 능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업계와 시장의 판도를 좌지우지하는
‘사실상의 기준(de facto standards)’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에서 물
소비량을 50% 줄이고 포장재도 덜 쓰는 농축 세탁 세제가 시장에 처음 나왔을 때는 시장 반응이 시큰둥했습니다. 하지만 2007년 월마트가 이
농축 세탁 세제만 판매하겠다고 밝히자 시장점유율이 급등했을 정도로 월마트의 영향력은 막강합니다.

 

월마트의 발표가 나오자 제조업계는
벌집 쑤신 듯 시끄럽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미 “생산 원가가 높아지고 영업 기밀이 노출될 수 있다”거나 “유통업체가 너도나도 지표를 만들면
제조업체만 골탕을 먹을 수밖에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월마트는 올해 10월까지 미국 내
협력 업체를 대상으로 에코 라벨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이후 조사 대상을 전 세계로 확대한다고 합니다. 아마도 이 조사가 끝나면 월마트의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강 건너 불구경만 할 일은 아닙니다.
제조업 강국이자 수출국인 한국의 기업도 월마트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읽고 있는 소비자
코드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월마트 경영진은 소비자의 상품 구매
기준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가격만 보고 상품을 고르는 게 아니라, 환경이나 인류에 덜 해로운 방법으로 생산했는지도
따져본다는 것이죠. 특히 1980년에서 2000년대 태어난 젊은 세대에서 이 같은 모습이 두드러진다네요.

 

재밌게도 월마트가 이 계획을 내놓자
미국 내에서 ‘월마트 패러독스’라는 말이 나왔답니다. 월마트가 지구 환경과 인류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기여하는 기업 브랜드를 정립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소비자가 느끼는 월마트 브랜드 이미지는 극과 극이라는 겁니다. 미국 마케팅 컨설팅 회사인 BBMG가 미국 내 소비자
2000명에게 사회적, 환경적 책임을 다하는 회사가 어딘지를 물었더니, 월마트가 최악과 최고의 기업으로 동시에 선정됐다고 합니다.

 

‘월마트 패러독스’는 인류와 지구
환경에 기여하는 지속 가능한 기업이라는 이미지 정립을 위한 리브랜딩의 길이 멀고 험하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경영 철학과
사업 모델을 재정립하고, 고객과 지속적으로 소통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많은 돈을 투자한들 ‘무늬만 착한 기업’에 불과할 뿐입니다. 여러분의 기업은
혹시 ‘월마트 패러독스’에 빠져 있지 않은지요.

-이 글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39호에도 게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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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means Wealth?

기업 경영의 교과서로 불리는 미국
GE가 올해 5월 ‘지속 가능한 경영’의 새로운 화두를 꺼냈다. 신흥 시장의 저소득층까지 고객층을 확대한 새로운 헬스케어 사업이다.
건강(health)과 상상력(imagination)을 조합한 ‘헬시매지네이션(heal-thymagination)’이 GE가 내놓은 청사진이다.

 

제프 이멜트 GE 회장은 이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공언했다. 60억 달러의 투자 계획도 밝혔다. 2005년 환경, 에너지,
수자원 분야의 성장 전략인 ‘에코매지네이션(ecomagination)’을 제시했던 GE가 이번에는 헬스케어 시장에서 새로운 승부수를
던졌다.

 

GE는 지난해 전체 매출액(1830억
달러)의 9.2%인 170억 달러를 헬스케어 사업으로 벌어들였다. 그런데도 이 사업이 새삼스럽게 눈길을 끄는 이유는 GE가 100년 이상 해온
헬스케어 사업을 재설정(reset)하는 전략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멜트 회장은 “헬시매지네이션은
헬스케어 사업의 리포지셔닝”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전략으로 기존 사업을 영점 조정 하겠다는 뜻이다. GE는 이전까지 100만 달러 이상의 고가
의료 장비인 자기공명영상(MRI) 장치, 컴퓨터단층촬영(CT) 스캐너 등 하이테크 분야에 주력했다. 이제는 기술 혁신을 통해 최소한의 필수
기능만 갖춘 저가 의료기기를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깨끗한 물과 의사 및 병원 서비스에서 소외된 20억 명 이상의 인류에게 더 나은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고, 기업도 함께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이 전략은 경영학 분야의 석학인
프라할라드 미시간대 교수가 제시한 ‘BOP(Bottom of the Pyramid) 전략’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프라할라드 교수는 기업이 소득
계층 피라미드의 밑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광범위한 저소득층의 잠재력에 주목할 때, 새로운 사업 기회와 빈곤 등 저소득층 내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GE가 헬시매지네이션을 내세우고,
노벨평화상을 받은 방글라데시 그라민 뱅크와 함께 개발도상국의 낙후된 도시 외곽 지역에서 산모와 유아 사망률을 20% 이상 줄이는 지속 가능한
보건 모델을 만들기로 합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GE의 이 계획은 금융위기
이전(before crisis)과는 다른 이후(after disaster)를 대비한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세계 금융위기 속에서 미국 국채와
같은 트리플A(AAA) 등급을 뽐내던 GE의 신용등급은 53년 만에 한 단계 내려앉았다. 주가도 18년 만의 최저치인 주당 6달러 밑으로
떨어지는 수모까지 겪었다. 주주들 사이에서 “우리가 알던 GE는 없다”는 탄식이 나올 정도였다.

 

이멜트 회장은 올해 초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주주의 신뢰를 회복하고 장기적인 방향에서 GE를 건설하기 위해 정진하겠다”며 “세계 경제와 자본주의가 재설정된 세계(reset
world)에서 숨거나 움츠러들지 않고 새로운 기회를 찾겠다”고 말했다.

GE는 4년 전 에코매지네이션과 올해
헬시매지네이션 전략을 내놓으면서 각각 ‘환경은 돈이다(Green is Green)’ ‘건강이 자산이다(Health means Wealth)’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GE의 전략이 말처럼 금융위기 이후의 새로운 기회가 될지, 장밋빛 희망에 그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다만 상상력과
혁신이 있다면 금융위기 속에서도 기업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인류와 지구 환경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울림이 작지 않을
듯하다. 명확한 전략적 비전도 없이 지속 가능 경영을 녹색으로 덧칠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눈을 들어 GE의 행보를 지켜보면
어떨까.

 

-이 글은 동아비지니스리뷰(DBR)에도 게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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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스토리텔링의 유혹

 

6월 초 취재를 위해 프랑스를 찾았습니다. 파리의 차이나타운 주변을 걷다가 간이 주유소 겸 세차장에 들렀습니다. ‘친환경 세차’라는 입간판에
발길이 끌렸습니다. 파리의 친환경 세차는 어떤 것일까요.
 

“사람이 직접 세차를 해줍니다. 친환경
세제를 쓰고 기계를 쓰지 않아 자원 낭비를 줄이고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어요.”

 

한국에서도 흔한 동네 간이 주유소의
손 세차가 ‘친환경 세차’라는 선전 문구로 둔갑한 것입니다. 주인의 설명에 맥이 빠지긴 했지만, 파리지엔의 소비 포인트 중 하나가 에너지와
환경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동네 간이 주유소마저 ‘친환경’을
내세울 정도로 파리는 요즘 지속 가능한 성장에 몰두해 있습니다. 도심 거리 곳곳에서 일본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승용차인 ‘프리우스’ 택시와,
오토바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차체가 두꺼운 공용 자전거 ‘밸리브’를 타고 출퇴근하는 시민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파리 몽파르나스역 근처의 직장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마리 오클랑(26·여) 씨는 “출퇴근을 밸리브로 한다”며 “싸고 편리하고 환경 보호에 기여할 수 있어 자전거를 탄다”고
말합니다.

 

영국 런던 도심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런던의 상징인 빨간 2층 디젤 버스는 하이브리드 버스로 교체되고 있습니다. 런던 시내에는 낡은 대형 디젤 승합차나 트럭이 내뿜는 배기가스를 자동
단속하는 ‘배기가스 단속 구간(Low Emission Zone·LEZ)’도 설정됐습니다. 런던 시내 중심가의 도로 바닥에는 ‘C’자가 쓰인 곳이
많습니다. 자동차가 이 지역에 들어서면 혼잡통행료(congestion fee)를 징수하는 구간이라는 뜻입니다.

 

런던과 파리의 이런 변화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만은 아닙니다. 철도, 전력, 통신, 도로 등 도시의 ‘회색 인프라’를, 에너지 소비와 대기오염이 적은 ‘그린 인프라’로 바꿔
인구와 자본이 지속적으로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린 인프라’가 대도시권 성장의 키워드이며 국가 경쟁력의 밑천이라는
점을 런던과 파리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산업화 시대의 대도시는 교통 혼잡,
대기오염 등 집적에 따른 외부 불경제로 분산과 해체의 대상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성장을 억제하고 인구 집중을 막는 각종 규제도 뒤따랐습니다.
유가 급등과 기후 변화에 시달리고 있는 최근에는 역설적으로 대도시권이 집중과 집적을 통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녹색 성장의 전진기지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이 이런 드라마틱한 변화를
놓칠 리 없습니다. 파리의 친환경 택시 시장에 일본 도요타가 진출했고, 영국 런던의 하이브리드 버스 시스템은 독일 지멘스가 솔루션을
제공했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전력망의 공급 프로세스를 지능화해 불필요한 에너지 생산으로 인한 낭비를 제거하는 ‘스마트 그리드’ 사업, 즉
‘네가와트(negawatt) 산업’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합니다.

 

변화와 혁신, 도전과 모험, 성공과
실패, 선과 악 등의 플롯으로 짜여진 이야기는 늘 사람들의 이목을 끕니다. 파리의 간이 주유소 주인이 손세차에 친환경이라는 이야기보따리로
지나가는 손님의 관심을 끌듯이, 지구와 인류를 살리는 녹색 성장도 인재와 기업, 자본을 유혹하는 스토리 라인입니다. 머지않아 런던의 상징인 빨간
2층 버스가 2층 하이브리드 버스 이야기로 바뀌고, 파리에는 에펠탑 등의 관광 명소에 이어 밸리브 등의 ‘그린 스토리텔링’이 등장할지도
모릅니다. 한국의 대도시권을 상징하는 녹색 성장의 스토리 라인은 무엇일까요?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이 글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37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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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워싱의 7가지 죄악들

환경 친화적이라고 하면 무조건 ‘착한
상품’일까. 꼭 그렇지도 않다. 미국의 친환경 마케팅 조사업체 테라초이스는 최근 ‘그린 워싱(green washing)의 7가지 죄악’이라는
제목의 흥미로운 보고서를 내놓았다. 그린 워싱은 자사 상품이나 서비스의 환경 친화적인 특성을 부풀리거나 조작해 경제적 이득을 얻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돈세탁처럼 부도덕한 행위다.

 

지난해까지 6가지였던 그린 워싱의
죄악1)에 올해 ‘잘못된 인증마크에 대한
맹신(worshiping false labels)’ 항목이 더해졌다. 일부 기업들이 공인되지 않은 자체 환경 인증마크나 슬로건을 제품 포장에
써넣고, 마치 공신력 있는 기관의 인증을 받은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는 뜻이다.

 

테라초이스가 미국과 캐나다에서
친환경을 내세우는 상품 2219개를 조사한 결과, 이 7가지 죄악을 저지르지 않은 상품은 25개에 불과했다. ‘그린 코드’를 강조한 상품의
98%가 적어도 하나 이상의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장난감과 유아용품, 화장품, 세제 등의 상품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일각에서는 “조사 결과가 지나치게
자의적”이라며 의문을 제기하지만, 적어도 마케터가 빠지기 쉬운 유혹을 조목조목 짚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더군다나 요즘 소비자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정지혜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 ‘그린 마케팅의 불편한 진실과 과제’에서 “소비자들은 윤리적으로 무엇이 옳은지 알면서도 여전히 싸고 편리한 것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한 소비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친환경 소비자로 분류된 이들의 대부분은 환경 친화적인 소비에 찬성하지만 가격이나 품질과 같은 다른 조건을 포기할 생각은 없는 이른바
‘그린 유동층’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성향이 이럴진대, 슈퍼맨처럼 ‘지구를 살린다’거나 ‘환경을 보호한다’는 식의 모호하고 막연한 주장은 뻔한
상술에 불과할 뿐이다.

 

그린 워싱의 오해를 받지 않고 ‘그린
유동층’의 흔들리는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테라초이스는 7가지 죄악을 피할 수 있는 각각의 대안을 내놓았다. 마케터가 ‘그린
코드’를 주장할 때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고객이 공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용어를 쓸 것을 강조했다. 사실과 다른 과장을 피하고, 객관적으로
검증된 공인 인증마크를 활용하라는 충고도 덧붙였다.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 전반에 걸친 환경적 영향을 충분히 이해한 후 이를 바탕으로 마케팅을
시작하고, 고객과의 충분한 정보 공유와 참여 유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빠지지 않았다.

 

정지혜 연구원은 그린 마케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그린이 아닌 다른 것을 팔아라(customer value positioning) △고객 공감으로 심리적 캐즘을
극복하라(calibration of consumer know-ledge) △부분이 아닌 전체의 관점에서 접근하라(credibility) 등의
3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상품이 아닌 서비스에 집중할 때
‘환경 보호’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라는 2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남기찬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부원장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30호에 기고한 글에서 “새로운 서비스 2.0 시대에는 제품을 판매해야만 가치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기업이 판매하는 상품은 그
자체로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매개체라는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질적인 가치 ‘창출’은 고객들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해 자신들이 원하는 근원적인 가치를 얻을 때 일어난다는 뜻이다. 애플의 MP3 플레이어 아이팟과 온라인 음악 서비스
아이튠은 음반이라는 상품이 아닌 음악 서비스에 집중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그 결과 CD 음반 제작에 들어가는 엄청난 양의 자원을 줄일 수
있게 됐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가장 성공한 ‘그린 코드’ 상품을 만들어낸 셈이다. 이 사례는 ‘그린 마케팅’은 요란한 구호가 아니라 발상의
전환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1) 6가지 죄악은 숨겨진
이율배반(hidden tradeoff), 증거 부족(no proof), 모호성(vagueness), 부적절(irrelevance), 유해성의
축소(lesser of two evils), 사소한 거짓말(fibbing)이다.

 

이 글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33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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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메이저리그에 부는 '에코 프렌들리' 경영

야구 국가대표팀이 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을 차지했다. 대표팀은 세계의 강호를 잇달아 연파하며 일찌감치 흥행의 군불을 지폈다. 아니다 다를까, 잔디가
녹색으로 물들고 시즌이 개막되자 전국 야구장이 들끓기 시작했다.

 

한국 야구에 대한 기대치도 훌쩍
높아졌다. 배우, 관객, 희곡, 무대가 연극 흥행의 핵심 요소라면, 각본 없는 스포츠인 야구는 선수, 관중, 야구장을 흥행의 3요소로 꼽아야
하지 않을까. 선수들의 실력은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과 WBC 준우승을 통해 검증을 마쳤다. 열정적인 관중의 응원과 매너도 수준급이다. 문제는
야구장. 볼 파크로 불리며 가족 단위 테마 공원으로 자리잡은 미국 야구장이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사시사철 경기가 열리는 일본 돔구장과
비교해도 격차가 두드러진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미국 메이저리그 구장의 경영 마인드와 소프트웨어는 일류 기업 뺨친다. 미국 경제 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에코 프렌들리(Eco-Friendly)’ 경영에 몰입해 있다고 소개했다.

 

메이저리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구단의
홈구장 직원 2000명은 올해부터 특별한 티셔츠를 입는다. 겉모양은 일반 티셔츠와 같지만 소재가 다르다. 재활용 페트병에서 뽑아낸 폴리에스테르
섬유가 50% 섞인 티셔츠다. 재활용 기술이 발전하면서 버려진 페트병에서 뽑은 원사(原絲)가 옷감 소재로까지 쓰이게 됐다. 버려진 페트병 5개면
티셔츠 하나를 만들 수 있다.

 

한때 박찬호 선수가 뛰었던 뉴욕
메츠의 구장인 시티필드는 물 낭비를 막는 ‘물 없는 남성용 소변기’를 설치했다. 템파베이 레이스 구장은 카풀로 여럿이 경기장을 찾으면 무료로
주차할 수 있게 해준다. 올 시즌 새로 문을 연 뉴욕 양키즈 스타디움의 조명 시설에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전구가 쓰였다. 이렇게 줄인 전력이
75가구가 1년간 쓸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보스턴, 클리블랜드, 덴버, 샌프란시스코 등의 야구장들은 일부지만 태양광 발전 설비도 갖추고
있다.

 

메이저리그 구단이 ‘에코 프렌들리’
경영에 몰입하는 이유는 뭘까. 지속 가능한 성장과 환경 보호에 기여한다는 명분으로 긍정적인 고객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속내도 있다. ‘그린 코드’는 불황으로 잔뜩 움츠리고 있는 기업의 지갑을 여는 공통분모가 될 수 있다. 이른바 ‘에코 프렌들리 파트너십’이다.
구단으로서는 도랑도 치고 가재도 잡는 셈이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구장의 ‘페트병
티셔츠’는 코카콜라가 후원한다. 코카콜라는 지난해 ‘페트병 원사’를 개발한 일본 화학기업 테이진과 함께 ‘21세기 도쿄 국제필름페스티벌’
개막식에 레드 카펫 대신 0.5L짜리 페트병 1만8000개로 만든 ‘그린 카펫’을 깔기도 했다.

 

생수회사 ‘폴란드 스프링’은 뉴욕
양키즈의 라이벌인 보스턴 레드삭스 구장의 녹색 경영을 지원하고 있다. 구장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그린 팀’은 폴란드 스프링 로고가 적힌 티셔츠와
모자를 쓰고 구장 스탠드의 재활용 플라스틱 병을 수거한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구장은 지속
가능한 성장과 환경을 고려해 ‘녹색 매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 매점의 주방 도구, 그릇, 냅킨은 생분해성 소재로 만들어졌다. 미국 야구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먹을거리인 마늘과 감자튀김도 열효율이 뛰어난 주방기기로 튀겨낸다. 퍼시픽 가스앤드일렉트릭이 후원하는 사업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함께 야구장의
녹색 경영을 돕는 앨런 허쉬코비츠 미국천연자원보호협회(NRDC) 수석 과학자는 한술 더 떠 새로운 사업을 구상 중이라고 한다. 친환경 설비를
기증한 사람들의 이름을 구장에 내거는 프로젝트다. 국내 사찰에서 시주를 한 신도 이름을 연등이나 기와에 적는 것과 비슷한 아이디어다.

 

한국에서도 부산 사직구장이 지난해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을 설치하는 등 ‘녹색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참에 국내 구단과 야구장도 기업들과 함께 ‘에코 프렌들리
파트너십’에 나서면 어떨까. 마침 올해는 ‘600만 관중 시대’를 내다볼 정도로 야구 열기가 뜨겁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32호 ‘Sustainablity Report’에 쓴 글을 다시 포스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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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패션]"페트병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페트병 패션 정장'이 뜬다

  

 앞으로는 버려진 플라스틱 병이라고 해서 무시하면 안되겠습니다.

  로이터 블로그에 따르면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인 시어스는 최근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자사 브랜드(PB)의  남성 정장을 5월부터 판매한다고 밝혔습니다.(시어즈
측에 확인 요청 중입니다). 이렇게 되면 폐
페트병이 첨단 패션 정장의 소재로 거듭난 것이죠.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것이니 석유와
탄소 사용량을 줄여 지구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데다 소비자에게 저렴한 상품을 제공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입니다.

 

# 쓰레기 페트병이 첨단 패션 정장으로

  지난해 10월 일본의 대형 섬유화학업체인 테이진은 버려진 페트병을
수거해 폴리에스테르 섬유를 추출하는 재활용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테이진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회사는 버려진 페트병을
수거해 페트병을 다시 생산하는 ‘bottle to bottle’ 전략에서 더 고부가가치의 패션
상품으로 만드는 ‘bottle to fiber’ 전략으로 전환,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합니다.

  ’Eco-A-Wear’로 불리는 이 ‘페트병 섬유’는 페트병에서 추출한 폴리에스테르
섬유와 모(wool)을 섞어 만든 혼방섬유입니다. 폴리에스테르가 54%, 울이 42%, 스판덱스가
4% 섞였다는군요. 옷 한 벌을 만들려면 2리터짜리 페트병 25개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시어즈는 테이진이 개발한 ‘페트병 원단자사의 PB브랜드를 생산하는
이스라엘의 그린패션 전문업체인 바지르그룹에 의뢰해 5월부터 PB 브랜드의 친환경
남성 패션 상품을 판매한다고 합니다.

 

<자료 : 테이진 홈페이지>

 

# ‘환경’과 ‘가격’이 차별화 포인트

  이 페트병 패션의 차별화 포인트는 실용적인 가격과 친환경 이미지입니다.
재킷 한 벌에 175달러, 바지 한 벌은 75달러에 팔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1300원대
환율을 생각하면 저렴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현지에서 PB브랜드로 팔린다고 하니
가격 경쟁력은 어느 정도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친환경은 차별화된 마케팅 포인트입니다. ‘페트병 정장’의 타깃 고객은
환경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고민하는 새로운 시대의 비즈니스맨입니다. 테이진 측은
이 ‘페트병 섬유’가 석유에서 폴리에스테르 섬유를 뽑아내는 전통 방식보다 에너지는
76%, 탄소 발생량은 42%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그린코드’로 진화하라

  테이진은 페트병 섬유 개발에 2년 여의 시간과 자본을 투자했습니다.
일본에서는 2006년까지 법에 의해 페트병 재활용 프로그램이 시행됐습니다. 지방자치단체가
버려진 페트병을 수거하고 관련 재활용협회가 이 병을 입찰에 붙여 재활용업체에
공급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중국 등에서 폐 페트병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쓰레기
페트병의 가격이 치솟기 시작했습니다. 과도한 경쟁과 물량 부족으로 재활용업체는
입찰에 참여하지 않고 직접 페트병을 수거해 재활용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수거 비용이
크게 늘어나면서 페트병으로 페트병을 재활용해서는 남는 게 별로 없게 됐습니다.

  테이진은 이 때 새로운 시장에 주목했습니다. 패션 제품의 원단에
쓰이는 폴리에스테르로 가공할 수만 있다면 부가가치가 더 큰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페트병으로 만든 섬유 원단이 일반 폴리에스테르 원단과
품질에서 차이가 없도록 재생하는 기술 개발에 역점을 둔 것입니다.

<자료 : 테이진 홈페이지>

# 전략적 제휴로 새로운 시장 개척

  테이진은 그린 마켓 공략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협력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시장 개척입니다. 원부자재 업체인 테이진이 친환경 상품을 개발하더라도
소비재업체들이 이를 외면한다면 시장을 개척할 수 없습니다. 테이진은 2005년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인 파타고니아와 공동으로 버려진 의류로 만든 재생의류인 에코서클(ECOCIRCLE)
사업을 펼쳤습니다.

  테이진은 지난해 10월에는 코카콜라와 공동으로 21세기 도쿄 국제필름페스티발
개막식에 ‘페트병으로 만든 카페트 브랜드 ‘에코페트(ECOPET)’를 선보였습니다. 0.5리터짜리
페트병 1만8000개로 만든 1418m의 이 그린카펫이 영화제 개막식의 상징 브랜드인
‘레드카펫’을 대체한 것입니다.

  

# 소비자 설득이 남은 과제

  ’페트병 정장’이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을까요. 페트병 정장은
물세탁도 가능한 데다 가격도 실용적이고 친환경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구매 결정을 할때 가격 이외의 친환경이라는 특징에 얼마나 가치를
부여할지는 예단할 수 없습니다. 패션 상품의 경쟁 포인트가 디자인과 품질이라는
점에서 친환경이라는 가치가 새로운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궁금합니다.
테이진, 바지르그룹, 시어즈의 실험에 관심이 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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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자세상/'시간 도둑'의 때늦은 반성

오래된 노트북이 늘 말썽이었다. 분초를 다투며 일할 때 특히 난감하다. 노트북이
벅벅 소리를 내면서 늑장을 부리면 내 속은 까맣게 타 들어갔다. 그럴 때마다 등골에
식은땀이 흘렀다. 거친 말들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전산 담당 선배에게 불평을
늘어놨다. 곧바로 처방이 나왔다.

1GB 메모리 업그레이드. 메모리 칩 하나를 끼우자 ‘기적’이 일어났다. 무덤덤하던
컴퓨터가 마우스 클릭에 신속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가속 페달에 민감한
새 차를 타고 고속도로 드라이브에 나선 느낌이었다.

일처리 속도도 부쩍 빨라졌다. 업무 만족도도 높아졌다. 5만~6만 원에 불과한
메모리 칩이 이런 행복을 안겨줄 수 있다니. 쩝. 결국 천리마를 제대로 조련하지
못한 못난 주인이 문제였다. 생산성을 갉아 먹었던 ‘시간도둑’은 경직된 업무 프로세스도,
낡은 노트북도 아닌 나 자신이었다. 그 동안 ’개나 말의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힘껏 일 해준 ‘나의 노트북’에게 뒤늦은 경의를 보낸다.^^ 메모리 칩에는
큰 절이라도 올리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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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는 왜 장바구니 할인을 폐지했을까?

  대형마트인 이마트가 지난달 중순부터 서울 양재점 등 일부 점포에서 장바구니
할인 정책을 폐지했습니다. 이마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다른 대형마트처럼 장바구니를
가져온 고객에게 50원씩을 빼줬습니다. 부득이 비닐봉투가 필요한 사람들은 50원씩을
주고 사야 했습니다. 이는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사용에 인센티브를 주고 환경 오염을
일으키는 비닐 봉투 사용에는 불이익을 줘 환경을 보호하자는 취지였습니다.

 

<자료 : 이마트 홈페이지>

 

  최근 이 회사는 이 정책을 바꿨습니다. 일부 점포에서 시범적으로
비닐봉투는 환경 보호를
위해 아예 판매하지 않기로 했답니다. 비닐봉투를 팔지 않게 됐으니 장바구니 할인도
해주지 않습니다. 장바구니가 없으면 마트 밖에 쌓아놓은 종이박스를 무료로 사용하면
된다고 안내합니다. 이도저도 어려운 고객에게는 비닐봉투 대신 종이봉투를 50원에
팔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는 무료로 주던 종이봉투를 돈을 주고 팔기로 한 것이죠.

 

  환경 보호라는 거부할 수 없는 명분에도 이마트의 이번 결정은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깁니다. 이번 조치로 소비자의 편익은 감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장바구니
할인을 받을 수 없는 데다 무료로 받아 쓰던 종이봉투도 돈을 내야 하니까요. 종이봉투를
산 뒤에 환불을 하기 위한 불편도 감수해야 합니다. 장바구니도 없는데 생선이나
고기를 사서 종이봉투를 쓸 수 없는 상황이라면 더 난감해집니다. 큰 돈을 주고 할인점에서 장바구니까지
사야할지도 모르죠. 상인이 물건을 잔뜩 팔고 가져갈 방법은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이니 ’배짱
영업’이라는 불만이 나올 법도 합니다.

 

  보호해야 할 대상인 자연 환경은 어떨까요. 비닐봉투를 아예
팔지 않기로 했으니 환경 보호에는 분명히 도움이 될 것입니다. 환경보호라는 명분이
분명히 있는 셈이죠.

 

  이마트는 어떨까요. 일단 장바구니 할인을 해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과거보다 비용을 더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장바구니 3개까지 돈을 빼줬으니
장바구니를 든 고객 1인당 최대 150원을 절감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전처럼
이전처럼 비닐봉투를 무상으로 제공하기 위한 비용을 지출하지 않아도 됩니다. 무료로 주던
종이봉투도 50원씩 받고 팔게 돼 비닐봉투 판매 중단에 따른 수익 감소도 일부 만회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격을 통해 수요를 조절할 수 있게 됐으니 종이 봉투의 낭비도
막을 수 있겠죠. 혹시 비닐봉투가 급하게 필요한 고객이 장바구니까지 구매하게 되면
추가 수익을 올릴지도 모릅니다.

 

  소비자가 경제적 편익을 포기하고 불편을 감수하는 대가로
공유재인 환경을 더 보호할 수 있게 된 셈입니다. 이런 불이익을 받아들일 정도로
지구 환경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고민하는 ‘착한 소비자들’도 적지 않을 것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렇게 물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이마트가 하는 일은 무엇이냐고요.
지구 환경 보호는 소비자만의 몫은 아니니까요. 혹시 이 과정에서 반사이익이라도 얻게
된다면 정당성을 따져
물을지도 모릅니다.

 

  이마트가 이번 결정을 알리면서 이마트도 지구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실천계획을 함께 밝히고 적극 알렸다면
어땠을까요. 이마트가 장바구니 할인을 없애기로 한 속내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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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언어들

  매리 스미스라는 영어식 이름을 쓰는 알래스카 원주민이 올해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향년 89세. 그는 원주민 이야크(Eyak) 사람들의 말을 할 줄 아는 마지막 원주민이었다고 합니다. 그가 세상을 떠나는 그 순간 이야크의 언어는 지구상에서 사라진 것입니다. 나고 자라면서 배운 익숙한 언어로 대화를 나누던 상대가 하나둘씩 사라질 때 그가 느꼈을 말년의 고독과 아픔도 컸을 겁니다.

 

  매리 스미스의 사례를 소개한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세계에는 약 6900개 언어가 쓰이고 있답니다. 문제는 이 가운데 50~90%는 금세기 말쯤 사라질 것이라고 합니다. 아프리카에서만 300개의 언어가 ”멸종” 위기에 놓여 있고 200개 이상이 최근에 사라져 ”사어”가 됐다는 겁니다. 우리가 사는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도 145개 언어가 고사 직전에 놓여 있다고 합니다.

 

 소수 언어는 힘의 논리에 따라 생사가 갈립니다. 제국주의 시대의 식민지들은 언어 또한 잃어버렸습니다.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남태평양 오지의 섬 주민과 프랑스어로 대화를 나누는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조상들이 애시당초 영어나 프랑스어를 쓰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문득 앞으로 6900개 언어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요즘처럼 세계화된 시대에 다른 나라를 침략해 언어를 빼앗는 무자비한 일은 쉽게 벌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스스로 언어를 버리는 일은 많아질지 모릅니다. 영어 등 국제 통용 언어를 쓴다면 더 나은 대우와 일자리를 얻을 수 있으테니까요.

 

  언어가 같아진다는 것은 세계가 서로 가까워졌다는 뜻일 겁니다. 그만큼 다양성과 인류의 유산인 전통문화가 사라진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겠죠. 멸종 위기에 놓인 동식물은 무분별한 남획을 막는다면 가능하겠지만 스스로 쓰기 싫어버리는 언어를 지키는 방법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터넷이나 정보통신 기술로 사라지는 언어를 채록하고 배울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해서 쓰임새가 없어진 소수 언어의 생명까지 보장해주지는 못할 것입니다. 매리 스미스가 숨을 거두기 직전에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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