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으로는 버려진 플라스틱 병이라고 해서 무시하면 안되겠습니다.
로이터 블로그에 따르면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인 시어스는 최근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자사 브랜드(PB)의 남성 정장을 5월부터 판매한다고 밝혔습니다.(시어즈
측에 확인 요청 중입니다). 이렇게 되면 폐
페트병이 첨단 패션 정장의 소재로 거듭난 것이죠.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것이니 석유와
탄소 사용량을 줄여 지구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데다 소비자에게 저렴한 상품을 제공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입니다.
# 쓰레기 페트병이 첨단 패션 정장으로
지난해 10월 일본의 대형 섬유화학업체인 테이진은 버려진 페트병을
수거해 폴리에스테르 섬유를 추출하는 재활용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테이진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회사는 버려진 페트병을
수거해 페트병을 다시 생산하는 ‘bottle to bottle’ 전략에서 더 고부가가치의 패션
상품으로 만드는 ‘bottle to fiber’ 전략으로 전환,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합니다.
’Eco-A-Wear’로 불리는 이 ‘페트병 섬유’는 페트병에서 추출한 폴리에스테르
섬유와 모(wool)을 섞어 만든 혼방섬유입니다. 폴리에스테르가 54%, 울이 42%, 스판덱스가
4% 섞였다는군요. 옷 한 벌을 만들려면 2리터짜리 페트병 25개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시어즈는 테이진이 개발한 ‘페트병 원단자사의 PB브랜드를 생산하는
이스라엘의 그린패션 전문업체인 바지르그룹에 의뢰해 5월부터 PB 브랜드의 친환경
남성 패션 상품을 판매한다고 합니다.

<자료 : 테이진 홈페이지>
# ‘환경’과 ‘가격’이 차별화 포인트
이 페트병 패션의 차별화 포인트는 실용적인 가격과 친환경 이미지입니다.
재킷 한 벌에 175달러, 바지 한 벌은 75달러에 팔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1300원대
환율을 생각하면 저렴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현지에서 PB브랜드로 팔린다고 하니
가격 경쟁력은 어느 정도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친환경은 차별화된 마케팅 포인트입니다. ‘페트병 정장’의 타깃 고객은
환경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고민하는 새로운 시대의 비즈니스맨입니다. 테이진 측은
이 ‘페트병 섬유’가 석유에서 폴리에스테르 섬유를 뽑아내는 전통 방식보다 에너지는
76%, 탄소 발생량은 42%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그린코드’로 진화하라
테이진은 페트병 섬유 개발에 2년 여의 시간과 자본을 투자했습니다.
일본에서는 2006년까지 법에 의해 페트병 재활용 프로그램이 시행됐습니다. 지방자치단체가
버려진 페트병을 수거하고 관련 재활용협회가 이 병을 입찰에 붙여 재활용업체에
공급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중국 등에서 폐 페트병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쓰레기
페트병의 가격이 치솟기 시작했습니다. 과도한 경쟁과 물량 부족으로 재활용업체는
입찰에 참여하지 않고 직접 페트병을 수거해 재활용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수거 비용이
크게 늘어나면서 페트병으로 페트병을 재활용해서는 남는 게 별로 없게 됐습니다.
테이진은 이 때 새로운 시장에 주목했습니다. 패션 제품의 원단에
쓰이는 폴리에스테르로 가공할 수만 있다면 부가가치가 더 큰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페트병으로 만든 섬유 원단이 일반 폴리에스테르 원단과
품질에서 차이가 없도록 재생하는 기술 개발에 역점을 둔 것입니다.

<자료 : 테이진 홈페이지>
# 전략적 제휴로 새로운 시장 개척
테이진은 그린 마켓 공략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협력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시장 개척입니다. 원부자재 업체인 테이진이 친환경 상품을 개발하더라도
소비재업체들이 이를 외면한다면 시장을 개척할 수 없습니다. 테이진은 2005년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인 파타고니아와 공동으로 버려진 의류로 만든 재생의류인 에코서클(ECOCIRCLE)
사업을 펼쳤습니다.
테이진은 지난해 10월에는 코카콜라와 공동으로 21세기 도쿄 국제필름페스티발
개막식에 ‘페트병으로 만든 카페트 브랜드 ‘에코페트(ECOPET)’를 선보였습니다. 0.5리터짜리
페트병 1만8000개로 만든 1418m의 이 그린카펫이 영화제 개막식의 상징 브랜드인
‘레드카펫’을 대체한 것입니다.
# 소비자 설득이 남은 과제
’페트병 정장’이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을까요. 페트병 정장은
물세탁도 가능한 데다 가격도 실용적이고 친환경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구매 결정을 할때 가격 이외의 친환경이라는 특징에 얼마나 가치를
부여할지는 예단할 수 없습니다. 패션 상품의 경쟁 포인트가 디자인과 품질이라는
점에서 친환경이라는 가치가 새로운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궁금합니다.
테이진, 바지르그룹, 시어즈의 실험에 관심이 가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