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재협상으로 가나

미국 대통령 선거가 한창일 때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민주당 후보가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난리가 났다. 오마바는 나중에 한 발 물러서며 "NAFTA가 모든 사람들을 위한 것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오바마의 참모들은 오바마가 진정으로 재협상을 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대놓고 말하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모든 외교정책이 그러하지만 미국의 통상정책은 특히나 미국내 정치의 산물이다. 그래서 한미 FTA의 비준에 대한 비관적이 시각이 많다. 비준에 대한 투표권을 가진 한국의 국회의원들조차 그렇게 생각한다. 아래는 26일자 동아일보 1면에 보도된 국회의원 설문조사 기사. 1면과 6면 전면에 보도된 기사에 따르면 국내 비준도 여야 합의가 힘들 것으로 예견되고 있으며 37%의 의원이 미국과의 재협상 또는 추가협상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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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비준은 일단 제쳐두자. 미국과의 재협상 또는 추가협상에 대해서는 치밀한 전략과 상황을 읽는 눈이 필요하다. 한국 의원나리들이 미국내 정치 상황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자신들의 지역구 이외에 다른 일에 신경이나 쓰는지 알 수는 없지만 설문조사 결과로만 놓고 보면 그다지 깊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미국과의 재협상 또는 추가 협상은 TPA(Trade Promotion Authority, 무역촉진권한)와 현 금융위기,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민주당 대통령 성향의 차이, 대통령과 의회의 성향 등 미국 내 정치 사안들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없이 섣불리 다가서서는 안된다.

 

1) TPA

TPA는 미 의회의 비준 때 찬반 투표만 할 수 있도록 해 정부의 역할을 강화한 제도다. 의회가 협상안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배 놔라 감 놔라 하지 못하게 찬성이냐 반대냐만 물어 처리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Fast Track Authority라 불렸다. 이 제도는 미 정부가 의회의 허락을 받아 실시하는 제도로 부시 행정부는 2002~2007년까지 타결된 자유무역협상에 대해 TPA(무역촉진권한)을 갖는다. 한미 FTA가 2007년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타결이 된 이유 중 하나는 미 정부가 이 TPA를 사용할 수 있을 때 타결을 보자는 양국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만약에 재협상을 한다면 미 정부는 TPA를 사용할 수 없고 의회의 힘이 상대적으로 커지기 때문에 한미 FTA 체결이 더더욱 힘들어진다. 어느 나라 의회나 마찬가지지만 의원들은 지역구가 있고 지역구의 이익단체들을 떠받들고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지금 미국은 보호무역에 찬성하는 민주당이 다수당이다.

 

대통령 당선인인 오바마도 부시와 같이 의회로부터 TPA를 허락 받으면 된다고 주장 할수도 있다. 하지만 통상 행정부가 TPA를 받아내기 위해서는 의회에 반대 급부로 뭔가를 던져줘야 한다. 특정 지역구에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늘린다든가 하는 식의 혜택이 돌아가야 의회가 움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오바마는 이용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구제금융에 세금을 너무 들이부었기 때문에 남은 재정이 별로 없을 것이다. 금융위기는 여러모로 오바마를 힘들게 하는 것 같다.

 

결과적으로 재협상을 시작하는 순간 한미 FTA체결은 거의 불가능해 진다고 봐야 한다. 또 재협상을 한다면 이익단체들이 목숨을 걸고 다시 거리로 나서고 사회가 둘로 나뉘는 일이 다시 일어날 것이다. 사회적 비용이 너무나 커진다.

 

김종훈 당시 한미 FTA 협상 대표.

 

2) 민주당 vs. 공화당

미국의 민주당은 노동자를 대변하고 공화당은 기업을 대변한다. 1950년대 이전에 민주당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유무역을 표방했다. 당시에는 자유무역이 생활비를 낮춰주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이를 선호했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 자유무역은 미국 내 일자리를 줄이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민주당이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선 것은 이 때문이다.

 

오바마 정부가 한미 FTA를 반대하는 근간에는 바로 미국 내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을까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 재협상이든 비준이든 정부와 국회는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전략적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한가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면 미국의 민주당 출신 대통령들은 대통령 후보일 때는 보호무역을 주장하다가 대통령이 되면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클린턴 행정부가 그랬다. 미국의 대통령은 상원의원이나 주지사 출신들이 많은데 후보일 때는 주(州) 단위로 사고를 하다가 대통령이 되면 국가 전체의 이익에 대해 생각해야 되기 때문에 보호무역에 들 열정적이 되는 것이다.

 

3) 상위정치 vs. 하위정치

미국의 통상정책은 국제정치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냉전시대에 미국의 통상정책은 구소련에 대항하기 위해 우방과의 교역을 강화하는 쪽으로 흘렀다. 이렇듯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항을 다루는 것을 상위정치(high politics)라고 한다. 미국이 유럽의 통합을 돕고 한국과의 교역을 늘린 것이 대표적인 예다. 반면 냉전 이후 1990년대 미국의 통상정책은 경제적 이익과 부(富)를 증대하는 하위정치(low politics)가 주도 했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 등이 좋은 예가 될 수 있겠다.

하지만 911 테러 이후 미국의 통상 정책은 다시 상위정치에 의해 그려지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이번 금융위기 이후의 통상 정책은 하위정치에 의해서 주도될까. 이라크 전을 반대하 마는 상위정치에 의한 통상정책을 선호할까 한국 정부와 국회는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을 생각해 봐야 한다.

 

한미 FTA를 전략적으로 접근한다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걸 역사는 보여준다.

 

2002년 미국 부시 행정부는 수입 철강에 대해 품목별로 8%~30%의 세이프가드(갑자기 수입이 폭증할 경우 긴급관세를 부과하는 것)를 적용한다. 하지만 2003년 11월 WTO(국제무역기구)는 이 긴급관세가 적법하지 않다는 판결을 내린다. 이에 따라 한국과 EU, 일본, 중국 등 철강 수출국들은 미국에 세이프가드를 철폐하지 않으면 미국의 의류와 오렌지 주스에 관세를 매기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부시 행정부는 어떻게 했을까.

답은 오렌지 주스에 있다. 미국에서 오렌지 주스를 생산하는 대표적인 주는 플로리다다. 플로리다가 어떤 주인가. 바로 2001년 대선에서 부시가 앨 고어와 접전 끝에 승리해 대통령에 당선이 되게 해 준 주다. 부시에게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주임에 틀림 없다.

부시 행정부는 결국 철강 세이프가드를 철폐하고 오렌지 주스에 관세가 붙지 않도록 했다. 바로 다음 해인 2004년은 부시가 재선에 도전하는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였다는 사실은 통상정책이 얼마나 국내정치 놀음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복잡다단한 미국의 정치 상황에 대한 이해와 이에 따른 전략이 한국 정부나 의회는 있을까.

 

카테고리 : M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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