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가 부른 새로운 통화정책들

 

아마도 이번 금융위기는 새로운 거시경제 정책, 그 중에서도 통화정책의 실험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 미국에서는 FED로 통칭)는 이번 금융위기가 터진 지난해 이후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여러 개의 정책을 내놓았다. 이 정책들은 단순히 기준금리를 바꾸거나 공개시장정책을 이용해 국채를 팔거나 사는 것에서 한발 더 나갔다. 금리 인하로는 돈이 돌지 않자 시장에 직접 돈을 주입하는 형국이다. 이들은 대부분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실시되는 통화정책들이다. 한글 정책명은 직역에 의한 것이라 조금 안어울릴 수도 있을 것 같다.

 

1. 단기자금대출 (Term Auction Facility, TAF)

    일반 상업은행에 경매 방식으로 단기 자금을 대출해주는 시스템. 어떤 은행이 중앙은행(FRB)로 부터 대출을 받았는지를 알 수 없어 은행들이 시장에 안좋은 신호를 보내지 않고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2007년 12월 처음 도입됐다.

 

2. 기간증권대출 (Term Securities Lending Facility, TSLF)

    정부 공인 딜러들에게 경매 방식으로 모기지증권(MBS)을 담보로 현금화가 쉬운 국채 등을 빌려주는 정책. TAF의 현금을 대출하는 방식에서 증권을 담보로 다른 증권을 대여해주는 방식으로의 전환. 현금을 직접 시장에 주입할 경우 금리에 영향을 미치고 달러 가치 하락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3월 도입됐다.

 

3. 프라이머리 딜러 대출 (Primary Dealer Credit Facility, PDCF)

    공개시장 정책에 참여하는 미국채 딜러들에게 재할인 창구를 통해 자금을 조달 할 수 있도록 한 정책. 실질적으로 증권사와 지금은 사라진 투자은행도 중앙은행을 통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중앙은행의 대출을 확대한 제도. 올해 3월 도입.

 

4. 기업어음매입기금 (Commercial Paper Funding Facility, CFPP)

    중앙은행이 기업어음을 매입해 기업들에게까지 자금을 융통해주는 방식. 돈이 돌지 않자 중앙은행이 상업은행의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것으로 지난달 처음 도입됐다. 기업들의 단기 자금에 숨통을 틔워 줄 것으로 예상.

 

미국의 이러한 통화정책을 통해 벤 버냉키 의장이 일관되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이번 금융위기가 결코 돈이 없어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시장의 공포에 의해 돈이 돌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고 있는 신용위기라는 점이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미국의 실험이 일본의 ”Quatitative Easing”(양적 완화)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고 보도했다. 양적 완화는 제로금리의 일본이 2000년대 초 상업은행들의 대출을 촉진시키기 위해 과도한 유동성을 공급했던 정책. 미국의 일련의 정책들이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정책이라는 점이 비슷하지만 일본은 제로금리시대가 도래한 지 한참이 지나서 이러한 정책을 도입한 반면 미국은 금융위기 와중에 재빨리 도입해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얼마전 동네 도서관에 갔더니 한 할아버지가 그 날짜 월스트리트 저널을 펼쳐 들면서 옆에 앉은 내게 "이젠 경제를 알아야 세상 돌아가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 이전에는 전혀 경제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 같이 보였다. 어쨌거나 이번 사태는 여러모로 세상의 경제학적인 지식을 대중화하고 있는 것 같다.

 

사족 하나.

중국도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다. 이러쿵저러쿵 여러가지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내가 보기엔 조금 한가하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의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원래부터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 할 걸 한꺼번에 모아서 발표하는 걸보니 한국 정부의 종합선물세트식 정책 발표와 닮은 것 같기도 하다. 하여간 중국의 경기부양책은 단기적으로 시장에 심리적으로 안정을 주는 효과만 주지 않을까 싶다.

카테고리 : M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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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 금융위기가 부른 새로운 통화정책들

  1. RSF says:

    결국 미국도 정부개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견으로 신 자유주의 시대 종말이 온 것으로 보입니다만, 미국도 어쩔 수 없는 걸 보면 자유시장 체제하에서도 적당한 정부개입과 컨트롤은 필수적임을 이번 계기를 통해 깨달았으면 합니다. 다만, 정부개입에 대해 그 ‘정도’, ‘타이밍’, ‘결과에 대한 책임’ 부분은 분명 집고 넘어가야 할 것 입니다. 이를 위해서 투명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하는데 미국 정부가 과연 제대로 수행할 지 지켜 볼 대목입니다.

    사족하나 달면, 미 정부가 어떠한 기준으로 어느 곳에 유동성을 공급할까요? 아마도 금융 관련 기업에 공급하겠지만 그 선택의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2. Pingback: registry clea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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