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크라이튼

그가 내게 처음 가르쳐 준 것은 사람 이름은,

그러니까 고유 명사는 다 저 나름대로 발음하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어떻게Crichton이 크라이튼으로 발음이 될 수 있느냐 말이다.

그 이외에 그가 내게 알려준 건 공룡을 만드는 방법(쥬라기 공원)과 사람을 과거로 보내는 방법(타임라인),

일본인들의 변태적인 섹스(떠오르는 태양),

그리고 이론의 여지가 있지만 지구 온난화는 허구(스테이트 오브 피어)라는 사실 등등이다.

특히 공룡을 만드는 방법과 인간을 과거로 보내는 방법은 너무나 리얼해서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될 것 같았다.

돈만 많다면.

 

 

시카고를 기반으로 하는 한 하버드 법대 출신의 흑인이 미국 대통령이 되던 날 시카고에서 태어나 하버드 의대를 졸업한 한 백인 작가가 세상을 떠났다.(하버드 대가 좋기는 좋은가보다.)

사실 작가라는 단어로는 그를 설명하기가 어렵다.

마이클 크라이튼은27세 때인1969 안드로메다 스트레인을 시작으로2006 넥스트까지15권의 소설을 냈으며 그 중13편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타임라인(1999)은 게임으로도 만들어졌으니 전천후 엔터테이너라고 해야 걸맞을 것 같다. 1994년 시작돼15번 째 시즌을 맞고 있는 미드 ‘ER’의 크리에이터이기도 하다. (조지 클루니가 떠난 지 오래지만ER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가 작가라고 불리기에 적합하지 않은 이유는 또 있다. 크라이튼은 문학적으로는 전혀 평가를 못 받고 있다.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주인공이라는 개념을 벗어나 그저 사건을 전개해 나가는데 있어서 필요한 등장인물 정도로 대접을 받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캐릭터가 심화되어 발전하는 것이 아니어서 소설을 다 읽고 나면 개개의 사건은 눈 앞에 아른거릴 지 언정 주인공은 그저 이름 밖에는 기억이 안 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표하는 소설들 마다 베스트 셀러가 되고 나 같은 크라이튼 매니아들이 생겨나는 이유는 그의 천부적인 상상력과 이를 뒷받침 해주는 공부의 양에 있다. 그의 소설들에는 웬만한 논문보다도 많은 참고 문헌이 따라 붙는다. 허구의 세계를 진실과 그럴싸하게 연결해 주는 장치일 뿐이지만 공부의 양은 정말 존경스러웠다.

다음은 그가 한 한마디.

 

지적인 집단에 가면 나는 고려할 가치가 없는 대중오락산업의 종 사자로 전락하지요. 반대로 대중문화 집단에 끼면 지나치게 지적인 사람 취급을 받아요. 나는 어딜가나 어울리지 못하는 것 같아요.”

 

당신과 같이 뛰어난 상상력을 가진 사람은 보통 사람들과는 어울리기 힘들지요.

ㅎㅎ

이번엔 또 뭘 파헤쳤을까하는 설렘과 함께 그의 새 소설을 집어 드는 쾌감은 이제 느끼지 못하는 건가. 키는 2 미터에 가깝고 소설을 집필할 때는 매일 똑같은 메뉴로 점심식사를 한다는 (쥬라기 공원 때는 터키 샌드위치 였다고 들었다) 이 아저씨가 무척 그리워질 것 같다.

사 놓고기만 하고 아직 읽지 못한 ‘넥스트’는 좀 천천히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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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6) 마이클 크라이튼

  1. H₁ says:

    아마도 브라이언 윌리엄스였던 것 같은데, 마이클 크라이튼 얘기를 하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우리에게 현대 과학의 최첨단을 가장 쉬운 방법으로 소개해 줬던 작가”였다고. 저는 스테이트 오브 피어를 읽어봐야겠네요.

  2. 파키 says:

    쿠키몬스터가 누군가 했더니 역시 너구만. 잘 지내냐? 너 없는 12층이 너무 썰렁하다. ^^

  3. bs... says:

    시애틀 스타벅스 커피 마시고 싶어요
    시애틀 밴드 Pearl Jam의 공연 보고 싶어요
    시애틀에서 잠 못 이루고 싶어요

  4. s。 says:

    선배의 풍요로운 문화적 소양이 느껴지는 글!!! 선배~ 얼른 돌아오셔서 신문에도 써 주시죵 ㅋㅋㅋ

  5. Pingback: registry clean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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