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미디어에서 글쓰기에 대하여

카테고리 : 대중문화시대의 미학, 저널리즘@프로페셔널리즘 | 작성자 : 권재현

“천지간에 고운 것이 사람이고, 사람 중에 고운 것이 말이고, 말 중에 고운 것은 글이며, 글 중에 고운 것은 詩이다.”

 

글을 업으로 삼고 사는 사람에겐 참으로 황홀한 표현입니다. 그래서 금과옥조처럼 되뇌고 또 되뇝니다. 헌데 이 글은 참으로 역설적입니다. 현실에선 정반대의 평가가 난무하기 때문입니다.

 

정말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생각하십니까?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다라는 둥, 믿었던 내가 병신이라는 둥, 세계에서 사기꾼이 가장 많은 나라가 한국이라는 둥, 개보다 못한 놈들이라며 저마다 사람들 욕하기 바쁩니다. 그런 사람들 간 다툼 대부분이 날선 말 한마디 오가다 벌어지기 일쑤입니다.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이 그 지옥을 맛본 이유가 바로 그 세치 혀 때문 아니었나요?

 

공중에 흩어지는 말은 그나마 낫습니다. 글로 새긴 말은 더 뼈아픕니다. 쉬이 지워지지 않고 그만큼 덧나기 쉽습니다. 붓 하나 잘못 놀렸다가 누군가의 인생을 망치고 자기자신은 물론 멸문지화를 겪은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요?

 

그런 필화 중에서 시인에 대한 필화가 가장 가혹한 이유는 뭘까요? 일제에 대한 저항의식을 쉬이 찾기 어려웠던 윤동주가, 막걸리 살 돈조차 없어 여기저기 손 벌리고 다니던 천상병이 왜 그토록 혹독한 시련을 겪고 폐인이 됐어야 했을까요? 일제 제국주의자와 군부독재의 앞잡이들에겐 그들의 순수함을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니, 나는 이 더러운 세상에서 살아남기위해 온갖 오욕을 뒤집어쓰며 더러운 짓을 다 참아내는데 넌 대체 뭐길래 이렇게 깨끗하고 순수한거야. 그들의 시는 자신들의 누추함을 비춰내는 명경지수 그 자체였기에 그걸 파괴 못해 안달이 났던 것입니다.

 

그래서 앞에 인용한 글은 이렇게 새겨야합니다. 세상에서 제일 쉽게 변질하고 타락하는 것이 사람이고, 그 사람이 가진 것 중에 가장 쉽게 무기가 되는 것이 말이며, 그 말 중에서 가장 무서운 흉기가 글이고, 글 중에서 가장 무서운 게 시다. 그래서 그 어려움과 무서움을 지니고 사람, 말, 글, 시를 대하라.

 

사람과 말, 글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고르곤의 세 자매와 같습니다. 그 세 자매 중에서 가장 무서운 게 쳐다만봐도 돌로 만들어버리는 메두사죠. 글이 바로 그 메두사에 해당합니다. 여러분이 무심코 쓴 글 한 줄이 다른 사람의 심장을 돌처럼 굳게 만듭니다. 그럼 그걸 막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죠? 메두사를 처치하기 위해 페르세우스가 쓴 특별한 무기 기억나십니까? 비치는 모든 것을 반사하는 거울방패 아이기스(이지스)입니다.

 

시가 바로 그 아이기스에 해당합니다. 그 거울방패에 자꾸만 당신 자신을 비춰보세요. 당신 자신이 괴물로 변해가고 있는 건 아닌지. 공자가 사무사(思無邪)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 한 것이 바로 시경의 시 삼백편을 가죽끈이 세 번 끊어지도록 읽은 이유입니다. 윤동주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소셜 미디어에서 의사소통은 글로 이뤄집니다. 이 놈은 자칫 잘못하면 상대를 찌르고 자기자신은 독사 머리칼을 한 메두사로 변신시키기 쉽습니다. 그러니 이 놈이 괴물로 변하지 않게 우리 모두 조심 또 조심합시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다음의 표현이 처음 접할 때와 전혀 다르게 다가서실 겁니다.

 

“천지간에 고운 것이 사람이고, 사람 중에 고운 것이 말이고, 말 중에 고운 것은 글이며, 글 중에 고운 것은 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