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牧民心書] [1]. 부임육조(赴任六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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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팔미(人生八味)

 

 

인생팔미(人生八味)

 

 

 

‘사람들은 음식을 먹으면서 그 음식 맛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人莫不飮食也, 鮮能知味也).’ 중용(中庸) 4장(章)에 나오는 말이다. 일명 ‘지미(知味)’의 철학이다. 맛을 느끼지 못하고 오로지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것은 인생을 살면서 삶의 참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며 오래 사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2040년에 이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90세가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생리적으로 인간의 수명이 길어졌다고 해도 인생의 맛(味)을 모르고 그저 나이만 많이 먹는다면 장수(長壽)가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게 아니다.

왜 인생의 맛을 모르고 사는 것일까. 똑똑하고(지·知) 잘난(현·賢) 자들은 늘 넘치고, 어리석고(우·愚) 못난(불초·不肖) 자들은 늘 뒤처지기 때문이다(知者過之 愚者不及 賢者過之 不肖者不及). 유능하고 잘난 사람들은 사회적 명예와 성공을 위해 인생의 맛을 제대로 알지 못하며 나이를 먹어간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자신의 인생이 그리 맛있는 인생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무능하고 어리석은 사람들 역시 인생의 제대로 된 맛을 알며 살기에는 역부족이다.

인생의 맛을 알며 사는 지미(知味)의 인생은 저 멀리 떨어져 있거나 어렵고 힘든 일이 아니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서 느끼는 아주 일반적이지만 의미 있는 것들, 이런 인생의 맛을 ‘일반청의미(一般淸意味)’라고 한다. 송(宋)나라 소강절(邵康節)이라는 사람은 어느 날 늦은 저녁 밤하늘의 달을 보고, 스치는 바람을 느끼며 인생의 가장 맛있는 순간이라고 읊으면서 그 일상의 맛을 ‘일반청의미’라고 정의했다. 그 맛은 어느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는 나만이 느끼는 인생의 맛이라는 것이다.

인생의 맛은 여덟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일명 인생을 맛있게 사는 ‘인생팔미(人生八味)’다.

첫째는 음식지미(飮食之味)로 살기 위해서 음식을 몸속에 넣는 게 아니라 음식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맛을 느끼며 먹는 것이다.

둘째는 직업지미(職業之味)로 돈을 벌기 위해서 일하는 게 아니라 일을 통해 인생의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는 것이다.

셋째는 풍류지미(風流之味)로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하는 여행이나 취미가 아니라 바람처럼 물처럼 나의 자유로운 영혼을 여행이나 취미를 통해 느끼는 맛이다.

넷째는 관계지미(關係之味)로 가족, 형제, 동료와 어쩔 수 없이 관계를 갖는 게 아니라 만남 속에서 기쁨을 얻기 위해 만나는 맛이다.

다섯째는 봉사지미(奉仕之味)로 자기만을 위해서 사는 인생이 아니라 남에게 봉사함으로써 얻는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여섯째는 학습지미(學習之味)로 하루하루 배움과 깨침 속에서 새로운 나를 만들어 나가면서 느끼는 맛이다.

일곱째는 건강지미(健康之味)로 그저 육체 덩어리 육신이 아니라 균형과 조화를 갖춘 내 몸을 느끼는 것이다.

여덟째는 인간지미(人間之味)로 ‘나(我)’라는 존재를 규명해 나가는 기쁨을 만끽하는 맛이다.

카테고리 : 묵상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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