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 역사상 가장 '독한' 여성 듀엣 이야기 #1

 

 

  하늘 아래 태양은 두 개일 순 없습니다. ‘자존심’ 하나로 버티는 톱 가수들, 특히 솔로 여가수들은 더욱 그러하죠. 그러나 우리는 간혹 이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상업적인 ‘적과의 동침’이든, ‘화해의 몸짓’이든 라이벌 여가수들의 합작 무대는, 마치 ‘장미의 전쟁’처럼 치명적이고 아찔합니다. 상업적 흥행 때문에 뭉친 커플도 있고, 때로는 “듀엣 녹음 당시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 났다”는 홍보 자료를 뿌리는 커플도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 이른바 ‘원수’ 마케팅 언론 플레이를 한 셈이죠.

 

  이유야 어쨌든, 팝 역사를 살펴보면 ‘독한 향수’같은 여성 듀엣곡들이 많습니다. 서로의 자존심을 내세우며 자기 이름 먼저 써야 한다고 난리를 피운 휘트니 휴스턴과 머라이어 캐리 같은 커플이 있는가 하면 시너지를 내서 완전 떠버린 흑인 여가수 브랜드와 모니카 같은 사례도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가가 여신’이라 불리는 2009년 팝 계의 핫 키워드, 레이디 가가와 ‘꿀벅지’의 원조 비욘세가 함께 만나 ‘텔레폰’이라는 노래를 발표했죠. 왜 이들은 뭉쳤고, 뭘 남겼는지 궁금합니다. 그래서 bs기자가 2회에
걸쳐 한 번 알아봤습니다.

 

 

 


#1… “디바 둘이 만나도 안 되는 게 있다…”

휘트니 휴스턴
VS 머라이어 캐리 (1998)

 

 

  1990년대를 양분했던 팝 계의 디바 휘트니 휴스턴과 머라이어 캐리. 당시 이들의 듀엣 결성 소식은 반가움보다 우려가 앞섰습니다. 빌보드 차트에서 피 튀기는 전쟁을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죠. 잠시, 배경설명을 해드리겠습니다.

 

  1985년 데뷔, 1987년 내놓은 2집 ‘Whitney’로 여자 가수 역사상 최초로 발매 첫 주 빌보드 앨범차트 1위에 올랐고 1992년 영화 ‘보디가드’ 주제곡 ‘아이 윌 올웨이즈 러브 유’로 빌보드 싱글차트 14주나 1위를 한, 그야말로 살아있는 기록 덩어리였습니다. 하지만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릴, 엄청난 그에게 제동을 건 사람이 바로 머라이어 캐리였습니다. 그는 1990년 데뷔하자마자 4곡을 연속으로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올리며 화려하게 데뷔했죠. 이후 1993년 내놓은 3집 ‘뮤직박스’가 1000만장 이상 팔리며 전성기를 예고합니다. 아시다시피 머라이어 캐리는 자신의 소속사인 ‘소니뮤직’의 사장이었던 토미 모톨라와 결혼을 한 지라 앨범 발매 후 마케팅 및 홍보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만큼 엄청났죠. 안 그래도 엄청난 가창력을 소유한 데다가 ‘음반사 사장 부인’이라는 사실은 윷놀이로 치면 모에 모모모를 거듭한 효과라 할 수 있겠네요.

 

  아무튼, 두 가수가 마주친 것은 1995년 11월. 휘트니 휴스턴은 ‘보디가드’ 이후 두 번째 영화 ‘웨이팅 투 엑세일’의 사운드트랙 음반을 냈고, 이 음반에서 첫 번째 싱글로 뽑힌 ‘엑세일’이 발매 첫 주 곧바로 싱글차트 1위에 오릅니다. 하지만, 이 노래는 그 다음 주 2위로 떨어지죠. 그 자리를 머라이어 캐리가 꿰찹니다. 그가 흑인 남성 4인조 그룹 ‘보이즈 투 멘’과 함께 부른 ‘원 스위트 데이’는 엄청난 물량공세와 함께 미국 전역에 울려퍼지며 1996년 3월까지 무려 16주간 1위를 차지하죠. 그 때문에 휘트니 휴스턴의 ‘엑세일’은 한 주만 1위하고 8주 연속 2위에 머물게 됩니다. 선배인 휘트니 휴스턴의 자존심은 그야말로 갈기갈기 찢어졌죠. 당시는 머라이어 캐리의 최 전성기이기도 했지만 1980년대 흑인 여성가수의 아이콘이라 불렸던 휘트니 휴스턴이 1990년대를 상징하는 머라이어 캐리에게 ‘디바’ 자리를 물려준 셈이죠. 이 때를 계기로 휘트니 휴스턴과 머라이어 캐리는 팝 계의 대표 라이벌 가수로 자리매김 합니다. 특히 R&B 음악 스타일을 추구했고, 둘 다 찢어질 듯 카랑카랑한 가창력을 자랑했기에 가능한 일이죠. 언론을 통해 이들이 라이벌로 비춰질 때마다 두 사람의 관계는 멀어지게 됩니다. 휘트니 휴스턴은 머라이어 캐리를 ‘애송이’로, 머라이어 캐리는 휘트니 휴스턴을 ‘한 물 간 디바’로 봤던 것이죠. 신경전, 참 대단했습니다.

 

  그 놈의 자존심 때문에 단 한 번도 만날 것 같지 않은 이들, 그러나 불가능이란 없다고 했나요? 1998년 두 사람이 듀엣곡을 발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당시 1990년대 팝 뉴스 중 가장 충격적인 뉴스 중 하나였을 겁니다. 이들을 불러 모은 것은 1990년대 명 프로듀서인 베이비페이스. 이 흑인 뮤지션이 두 사람의 공통분모였던 셈이죠. 휘트니 휴스턴의 ‘아임 유어 베이비 투나잇’, ‘엑세일’ 같은 곡을 프로듀싱했고 머라이어 캐리 역시 ‘네버 포겟 유’ 같은 곡에 참여한 명 프로듀서였습니다.

 

  그는 1998년 영화 ‘이집트의 왕자’ 사운드트랙 음반 작업 도중 두 사람에게 발라드 곡 ‘웬 유 빌리브’를 불러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당시 베이비페이스는 휘트니와 머라이어 뿐 아니라 보이즈 투 멘, 케니 지 같은 당대 최고 스타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을 수 있는 엄청난 힘을 가진 프로듀서였습니다. 바꿔 말하면, 당시 베이비페이스가 프로듀싱 했다는 곡은 발표 했다 하면 대박을 쳤다는 소리죠. ‘웬 유 빌리브’를 들은 두 여가수들 역시 “곡 좋다. 이 노래 꼭 부르겠다”는 반응을 남겼습니다만, 두 사람이 듀엣을 해야 된다는 소식을 듣자 곧바로 “아니 왜 하필…”이라고 말했다더군요. “어차피 포기 할 수 없는 노래라면 불러야지…”라고 마음을 굳힌 이들, 다음 걱정이 자연스레 떠올랐습니다.

 

 

  “그럼 누구 이름이 더 먼저 나오나요?”

 

 

 

  그 자존심만은 절대 양보할 수 없었습니다. 행여나 상대방이 더 많은 소절을 부를까 베이비페이스는 정확히 50대 50으로 나눠 노래를 부르게 시켰습니다(노래 들어보시면 아시겠지만 혹시나 더 튀려고 애드립을 과도하게 부리면 곡을 망칠 수 있기에 두 가수에게 최대한 자제를 시켰다는 후문도 들렸죠). 사이가 좋지 않다는 얘기에 녹음도, 재킷 사진 촬영도 각각 따로 했습니다만, 최종 문제는 노래 부른 가수 공식 명칭에 누구의 이름을 먼저 쓰느냐 였습니다. 이것 참 쉽지 않았습니다. 베이비페이스도 예상하지 못했거니와, 두 여가수 모두 자존심을 굽힐 줄 몰랐습니다. 결국 오랜 논의 끝에 싱글 재킷에는 머라이어 캐리의 이름과 사진을, 빌보드 싱글차트에 게재될 때는 휘트니 휴스턴의 이름을 먼저 표기하기로 했죠. 참으로 ‘깔끔한’ 합의였습니다.

 

  그러나 예상 외로 팬들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당시 두 여가수의 잠재력만 보면 ‘웬 유 빌리브’는 발매 첫 주 빌보드 싱글차트에 1위로 곧바로 직행해도 남을 상황이었죠. 하지만 최고 기록은 13위였습니다. ‘톱 텐’은 식은죽 먹기였던 두 여가수에게도 당시 차트 최저 기록곡이라는 불명예가 생겼죠. 더 안타까운 것은, 이 노래 이후 두 여가수 모두 인기가 급강하게 됐다는 겁니다. 특히 머라이어 캐리는 2005년 ‘더 이매시페이션 오브 미미’ 앨범 까지 7년 간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당시 빌보드지(誌)에서는 ‘When you believe’ 제목을 패러디한 ‘When you’re tired’라는 칼럼이 실렸습니다. “두 여가수의 자존심 싸움에 팬들이 지쳤다. 폭발적인 두 여가수의 가창력이 칼처럼 날카롭게만 들린다. 베이비페이스의 감성적인 멜로디가 피로 멍들었다”는 혹평이었죠. “팬들에게 어떻게 들릴까”보다 “내가 어떻게 돋보일까”를 더 걱정했던 두 디바. 팬들의 귀를 혹사시킨 죄 값은 컸습니다. 1990년대가 저물며 그들도 함께 저물었으니까요.

 

 

 

 

 

 


#2… “남자에 대해 뭘 아냐고?”

철저한 마케팅으로 ‘윈윈’ 거둔 브랜디 VS 모니카(1998)

 

 

 

  휘트니 휴스턴과 머라이어 캐리의 결합이 ‘자폭 게임’이었다면, 흑인 아이돌 여가수 브랜드와 모니카의 ‘더 보이 이즈 마인’은 소위 ‘대립’ 마케팅이 성공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가 아닐까요.

 

  1994년 싱글 ‘아이 워너 비 다운’으로 데뷔한 여가수 브랜디와 이듬해 ‘돈트 테이크 잇 퍼스널’을 발표한 모니카는 1990년대를 대표하는 10대 여성 아이돌 가수였습니다. 나이는 1979년생 동갑. 두 가수 모두 진한 힙합 리듬 위에 달달한 R&B 사운드를 얹어 1990년대 또래들에 많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사실 두 가수는 ‘만들어진’ 가수의 전형입니다. ‘트렌디’한 흑인 음악으로 인기를 모은 데는 두 가수 모두 든든한 ‘지원군’ 프로듀서가 있었기 때문이죠. 브랜디는 키스 크로치라는 흑인 프로듀서가, 모니카는 TLC, 토니 브랙스톤을 스타로 만든 흑인 프로듀서 댈러스 오스틴)이 있었습니다.

 

  두 가수 모두 데뷔는 화려했습니다. 브랜디는 데뷔 음반 수록곡 중 ‘베이비’라는 싱글을 100만장이나 팔았고, 모니카 역시 데뷔곡 ‘돈트 테이크 잇 퍼스널’이 빌보드 싱글차트 2위까지 올랐죠. 하지만 두 여가수 모두 1집 활동을 접을 때인 1996년 초, 같은 시기에 2집 음반을 준비하게 됩니다. 생명력 긴 가수로 남기 위해선 1집 성공을 이을 ‘한 방’이 필요했습니다. 데뷔 음반에서 보여준 신선함이나 귀여움을 계속 이어나가기엔 뭔가 부족해 보였습니다.

 

  고민 끝에, 두 여가수는 뭉치기로 작정했습니다. ‘윈윈’을 목표로 두 여가수는 이 때부터 철저히 계획된 마케팅에 의해 움직여야 했습니다. “1998년 스무 살이 되는 해에 2집을 낸다(‘2’라는 콘셉트에 맞추기 위해)” “두 사람의 듀엣곡을 각각의 음반 타이틀로 하자” “귀여움과 깜찍함 말고 성숙된 모습이 있었으면 좋겠다” 등의 의견이 오갔죠. 무엇보다 핵심은 두 여가수를 ‘라이벌’로 내세우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트로트 양대 산맥인 ‘송대관-태진아’처럼 말이죠. 사실 두 여가수가 데뷔하기 직전, 10대 흑인 여가수 알리야가 인기를 얻고 있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브랜디와 모니카는 알리야의 후발 주자인 셈이죠. 명목상은 서로 ‘다투는’ 라이벌이지만, 이 구도는 후발주자인 두 가수에게 ‘은근히’ 상승효과가 일어난다는 것을 프로듀서들은 예측한 셈이죠.

 

 

  1998년 6월, 이들은 ‘더 보이 이즈 마인’이라는 듀엣곡을 발표합니다.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벌이는 설전. 그것이 이 노래의 주제였죠. 음색도 비슷하고, 통통 튀는 트렌디한 사운드가 단숨에 대중을 사로 잡았습니다. 이 곡은 싱글 발매 첫 주 27위에서 그 다음 주에 곧바로 1위로 직행했습니다. 그 이후 13주 동안 1위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을 만큼 인기를 얻었습니다. 사실상 ‘짜고 치는’ 라이벌이나 다름없었지만 사람들은 그 속에서 보이는 이들의 깜찍함에 매력을 느낀 셈이죠. “무조건 싸워라”의 콘셉트는 뮤직비디오에서도 나타났습니다. 10대 하이틴 스타들이 싸우는 그 보는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죠. 이 노래가 인기를 얻고 브랜디와 모니카 두 여가수 모두 최고의 전성기를 맞게 됩니다. 브랜디는 이후 내놓은 싱글 ‘해브 유 에버’가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고, 모니카는 ‘더 퍼스트 나이트’, ‘엔젤 오브 마인’이 잇달아 빌보드 1위에 올라갔으니까요. 이 곡의 프로듀싱을 맡은 ‘뚱보 프로듀서’ 로드니 저킨스도 명 프로듀서로 거듭났습니다. 잘 짜여진 싸움 콘셉트가 가수는 물론이고 프로듀서까지 살린 셈이죠.

 

  두 가수 모두 이제는 서른을 훌쩍 넘었고, 한 가정의 어머니가 됐습니다. 전성기도 지났습니다. 예전만큼 왕성한 활동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더 보이 이즈 마인’ 2탄 격인
이것을 기대해보는 건 어떨까요?

 

‘더 허즈밴드 이즈 마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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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6) 팝 역사상 가장 '독한' 여성 듀엣 이야기 #1

  1. 나그네 says:

    글 잘 봤습니다! 이런 일들이 벌써 12년 전이라니 믿기지않네옄ㅋㅋ Whitney Houston과 Mariah Carey는 꼭 그렇게 대립하지않아도 됐는데 둘다 그놈의 자존심이 먼지 ㅋㅋㅋ

  2. shangrila says:

    아,, 풋풋한 대학신입생시절이.. 옛날 생각 나네요..ㅡㅜ 브랜디와 모니카,, 채널v에서 뮤비나올때마다 재미있게 봤었는데.. 제플레이목록에 아마 4년넘게 즐겨들었다죠..ㅋ

  3. ㅁㅁ says:

    두 노장들은 이전부터 하향세였고 노래도 너무 식상했던거 같네요. 그리고 엄밀히 말해서 휘트니가 초반에 휘어잡고 머라이어는 중반부터 날렸던거죠. 사실, 휘트니가 더 노래는 잘 불름..그러나 결과는 남편들이 결정했죠

  4. 신맷띤 says:

    대단하십니다… 몇주동안 몇위했는지 다 외우고 계시다니 너무 신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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