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사랑 몸사랑

블로그를 개설하면서 어떤 이야기를 쓸까 고민했다.
살사를 배운지 어언 2년하고도 8개월, 어느듯 내 인생의 절반을 차지해버렸다.
춤을 배운다는 것이 주는 즐거움, 커플댄스만의 매력, 음악과 함께 한다는 흥겨움 등 살사의 매력은 수도 없이 많고, 이에 대한 이야기는 차근차근 해나가는 걸로 하자.
첫글은 살사를 배운지 6개월여가 됐을 때 끄적거렸던 글이다. 지금 다시 읽어보니, "당시 살사를 얼마나 안다고 저런 글을 썼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몸과 춤과 인생에 대해 고민해봤던 거 같다.
참고로 지금 난 한국여성의 평균보단 남미여성의 평균에 가까운 엉덩이와 허벅지를 가졌을 뿐, 매우 한국적인 여성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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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게 엉덩이는 감춰야 할 무언가였다.

 그때부터 난 항상 엉덩이를 가리고 다녔다. 헐렁한 바지로, 넓게 퍼지는 치마로, 또는 긴 티셔츠로 툭 튀어나온 엉덩이의 일부라도 보일까 두려워하며, 가리고 또 감췄다.  

 하지만 나의 엉덩이는 서른이 된 올해 초, ‘살사’라는 춤을 만나고서 마음껏 숨을 쉴 수 있게 됐다.

 살사를 배우게 된 것은 지난해 말 우연히 밸리 댄스 공연을 보면서였다. 아름다운 여자 댄서들의 화려한 몸놀림에 폭 빠진 후 ‘나도 춤이란 걸 한번 배워보자’ 결심했던 것. 그런데 관련 자료를 찾다 보니 혼자 추는 밸리 댄스보다는 그래도 커플로 남자와 손잡고 춤출 수 있는 살사가 더 낫지 않을까 싶었다. 단지 그 이유만으로 지난 1월 살사 아카데미의 문을 두들겼다.

 여느 때처럼 첫 강습을 듣는 날도 나는 목까지 올라오는 터틀넥 스웨터에 헐렁한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런 내게 강사가 처음 건넨 말은 “몸에 짝 달라붙는, 그래서 몸을 최대한 드러낼 수 있는 옷을 입으라”였다. 몸의, 그 탄탄한 살의 움직임을 보고 느낄 수 있어야 춤을 제대로 배울 수 있다는 것.

 몇 번이나 혼난 끝에 난 평소에 입는 것보다 한 사이즈 작은 청바지를, 그리고 쇄골과 어깨선, 언뜻 가슴라인까지 드러나는, 그리고 숨쉬기 힘들 정도로 짝 달라붙는 티셔츠를 샀다. 몸의 라인, 특히 엉덩이와 허벅지 라인이 확 드러나는 옷을 입은 건 사춘기 이후 첨이었다.

 그런데 늘 보기 싫었던 툭 튀어나온 엉덩이가 음악에 맞춰 춤출 때만은 아름답게 움직이는 것이었다. 똑같은 움직임이라도 풍만한 몸이 살을 부딪치며 내는 느낌은 삐쩍 마른 몸이 주는 느낌과 전혀 달랐다. 불륨감이 주는 그루브한 느낌은 마른 여성들 사이에선 나타날 수 없는 것이었다. 

 살사는 여성의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춤이라고 한다. 춤이란 몸의 움직임. 따라서 여성의 아름다움이란 여체(女體)의 아름다움을 뜻한다.  

<font face="새굴림" 강의 첫날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은 지적은 가슴과 허리 그리고 엉덩이를 강조하라는 거였다. 가슴은 좀더 과감하게 내밀었고 엉덩이는 뒤로 빼야했다. 이 상태에서 가슴을 위로 끌어올리면 가슴이 자연스럽게 돌출되고, 배가 들어가면서 엉덩이가 예쁘게 올라간다. 허리와 배가 들어가게 된 상태에서 살짝 올라간 엉덩이는 크고 튀어나올수록 화려하고 섹시한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다.

 얼굴은 연출하고 싶은 상황에 따라 수줍게 살짝 숙이기도 하고, 도도하게 살짝 들면서 눈을 내리깔 수도 있다.

 살사를 시작한 지 어느덧 6개월에 이르렀다. 그 사이 나의 옷차림은 참 많이도 바뀌었다. 엉덩이를 드러내는 것은 물론 절대 못입으리라고 생각했던 탱크탑도 수시로 입었다. 아랫배가 좀 나오면 어떤가. 그 살이 얼마나 아름다운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카테고리 : bailando sal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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