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과 알코올에 대한 부질없는 고찰

■얼치기 수렵인, 승민애비 이야기.

 

알코올의 매력은 중독(中毒)입니다.

달콤한 당이 분해되어 만들어내는 황홀한 액체는 환상적입니다.

매력적입니다. 볼수록 매력적입니다.30세 넘어 처음 사귄 애인같습니다.

빠져듭니다. 점점 깊이 빠져듭니다. 40세 지나 얻은 늦둥이 같습니다.

 

원숭이와 새의 수상한 행동에서 마력의 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인류는 끊임없이 알코올에 탐닉했습니다.

알코올은 근심을 잊게 합니다.

알코올은 중추신경을 자극해 혈액순환을 돕습니다. 심장박동이 빨라지게 하고 전신을 따뜻하게 하며 뇌에 작용해 두려움을 없애줍니다.

 

인류가 알코올을 처음 접한 때는 언제일까요.

나무에서 땅으로 내려오면서 인류생존의 형태는 채집에서 수렵으로 바뀌었습니다.

채집을 통해 얻은 비타민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단백질을 섭취해야 합니다. 단백질을 얻기 위해서는 수렵을 해야합니다.

 

수렵(狩獵)은 사냥입니다. 사냥은 정말이지 어려운 일입니다.

나무에서 내려온 직립보행인에게는 더욱 어렵습니다.

날카로운 이빨도, 날랜 네 다리도 없습니다. 날개도 안 달렸고 시야도 한정돼있습니다.

조그만 쥐, 작은 새조차 잡기 버거웠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직립을 통해 얻은 큰 두뇌와 네 손가락을 향해 구부릴 수 있는 엄지손가락을 이용해 점점 사냥 기술을 발달시켜갔습니다.

도구를 이용하는 것이지요.

 

중학생시절에 배웠던 타제석기, 마제석기가 그것입니다. 돌을 깨거나(打), 갈아서(磨) 필요한 형태로 만들(製)었습니다.

돌을 이용한 사냥으로 생존의 기틀을 마련했고 그것이 현 70억인구을 낳은 원동력이 됐으니 돌은 참으로 고마운 존재입니다.

 

하지만 돌도끼와 돌촉화살로 날랜 짐승을 잡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닙니다.

소총기술의 집약체인 M16을 가지고도 탄착점을 형성하지 못해 ‘쪼인트’ 까여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돌도끼로 매머드를 때려잡은 원시인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사실 매머드사냥도구는 돌도끼가 아니었다고도 합니다만…)

 

승민애비가 수렵행위의 어려움을 실감했던 첫 대상은 참새였습니다.

 

실을 매단 나뭇가지에 대나무 바구니를 비스듬히 걸쳐놓고 보리 몇 알을 그 아래 뿌려놓습니다.

길게 늘인 실을 한 손에 쥐고 방안에 쭈그리고 앉습니다.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작은 유리를 통해 참새가 보리알쪼기를 하염없이 기다립니다.

세상물정 모르는 참새가 어린 승민애비가 쳐놓은 덫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실을 홱 잡아당깁니다.

그러나 바구니는 팽그르르 돌고 참새는 훌쩍 날아가 버립니다.

울 오마니가 그런 승민애비를 보며 한 말씀 하셨습니다.

 

“욘석아, 참새가 너를 잡겠다.”

 

스트레스 엄청 받았습니다.

 

대나무바구니와 막대기, 그리고 실은 원시인류입장에서 볼 땐 고도화된 사냥도구입니다.

조악한 돌도끼 따위로 날랜 짐승을 잡아야만 생존할 수 있었던 원시인류의 스트레스는 참새 못 잡은 승민애비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사냥에 지친 한 원시인이 우연히 과일나무 아래 큰 돌에 고인 물을 마셨습니다.

고인 물 주변에는 오래된 과일이 여기저기 널려있었죠. 달콤해 보이던 그 물에서는 시큼한 냄새도 났습니다.

 

실컷 물을 마시고 동굴로 돌아온 그 원시인은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기운도 솟아났습니다. 걱정도 사라졌습니다.

원시인은 가족과 친구에게 자신의 경험을 얘기했고 하나둘씩 그 마법의 물을 경험하기 시작했습니다.

신비한 마력의 물을 마시면 흥이 생기고 용기도 솟았습니다. 심지어 아픈 몸도 씻은 듯 나았습니다.

마법의 물에 빠진 인간은 탐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더 큰 자극을 찾아 나섰습니다.

 

■예수는 불법주류제조자다.

 

성경에는 술에 관한 많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노아는 방주로 인류와 생태계를 구한 위대한 인물입니다.

 

방주(方舟)는 사각형 배라는 뜻입니다.

방주는 항해보다는 적재(積載)에 목적을 둔 형태입니다. 신의 은총을 최대로 흡수할 수 있는 배가 방주입니다.

성경에는 노아를 의인이요 당대의 완전한자, 그리고 하나님과 동행한 사람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노아도 술에는 무너지고 맙니다.

 

방주에서 나온 노아가 포도나무 농사를 시작한 것은 알코올을 수확하기 위함인지 모릅니다.

어느 날 포도주를 잔뜩 마신 노아는 훌떡 벗고 나체로 잠들었습니다. 인류최초의 노출증환자입니다.

 

이 장면을 본 막내아들 함은 근질거리는 입을 참지 못하고 흉측한 광경을 형들에게 가서 일러바쳤습니다.

함에 비해 속이 깊었던 셈과 야벳은 아버지의 술주정을 덮고자 옷을 들고 뒷걸음질 쳐 노아의 하반신을 가려주었습니다.

어찌 불경스럽게 아버지의 맨 아랫도리를 보겠냐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술이 깬 노아는 경박스러운 막내아들을 종이 되라고 저주했습니다.

하지만 술먹고 주정부린 자기가 잘못이지 어찌 막내아들을 저주한답니까.

 

주객전도의 전형인 ‘초원복집사건’과 ‘삼성X파일사건’이 생각납니다.

“강도야”라고 소리쳤더니 강도는 놔두고 소리친 사람을 소란죄로 잡아갔던 그 사건 말입니다.

여담입니다만, 주객전도 두 사건의 핵심당사자였던 두 분이 승민애비 회사의 대단히 높은 분이었습니다

 

아무튼 인류를 구원한 것으로 알려진 노아는 노출증과 주정뱅이 부문의 첫 사례자로 꼽히게 됩니다.

 

술은 인류가 범할 수 있는 최악의 죄라는 ‘근친상간’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아브라함의 생질인 롯은 ‘악의 도시’ 소돔에서 보기 드문 의인으로 신의 구원을 받은 인물입니다.

신은 타락한 도시인 소돔을 불태우고자 합니다.

불타는 소돔을 뒤로 하고 탈출에 성공한 이는 롯과 그의 두 딸 뿐이었습니다.

롯의 아내는 무사탈출을 눈앞에 두고 뒤돌아보지 말라는 천사의 경고를 무시하며 소금기둥이 되고 말았지요.

아라비아 반도의 북서쪽, 이스라엘과 요르단에 걸쳐있는 사해(死海)의 소금기둥이 바로 롯의 아내라지요.

롯의 아내는 ‘위대한 가수’ 오르페우스의 아내인 에우리디케와 함께 돌아보지 말라는데 돌아봐서 인생 망친 대표적 두 여자입니다.

 

필사의 탈출에 성공한 롯은 두 딸과 함께 소알에 있는 굴속에서 살았습니다.

두 딸은 자녀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 남자라고는 자신의 아버지밖에 없었습니다.

음과 양의 법칙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습니다. 자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정자가 필요합니다.

큰 딸은 작은 딸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아버지는 늙으셨고 온 세상의 도리에 따라 우리의 배필 될 사람이 이 땅에 없으니 우리가 우리 아버지에게 술을 마시게 하고 동침하여 우리 아버지로 말미암아 후손을 이어가자”(창세기15장 31~32)

 

자신들에게 대를 이을 씨를 줄 이가 아버지 밖에 없으니 술을 잔뜩 먹인 후 차례로 통정(通情)하자는 말입니다.

 

결국 첫날은 큰 딸이, 다음 날은 둘째 딸이 아버지와 몸을 섞어 임신에 성공했습니다.

큰 딸이 낳은 아들은 ‘모압’, 둘째딸의 아들은 ‘벤암미’라 하였는데 오늘날의 모아브인과 암몬인의 선조가 됩니다.

엽기적이기 않습니까. 근친윤간(近親輪姦)입니다.

하지만 롯은 이 과정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술때문입니다.

여자친구 몸을 탐하는 늑대들의 전공사용매개물이 고대 이스라엘에 이상하게 쓰였습니다.

 

현대의 근친상간은 주로 짐승같은 아버지가 딸을 겁탈하는 형태로 벌어집니다.

끔찍한 범죄지요. 이런 개자식들은 궁형(宮刑)에 처해야 합니다. 고대 중국에서 행하던 5가지 형벌중 하나말입니다.

사기로 유명한 사마천이 당했던 그 형벌. 생식기를 잘라내 다시는 그 짓을 못하게 하는거죠.

 

예전 나훈아씨를 괴롭혔던 루머에도 궁형 비슷한 것이 등장합니다.

나훈아 루머가 궁형과 조금 다른 점은 생식기의 형태는 남긴 채로 세로로 몇갈래 잘라버렸다는 것입니다.

마치 총채와 같은 모양입니다. 궁형보다 더 심합니다. 끔찍하기로 따지면 중국인보다 한수위입니다.

다행히 그 형벌을 가한 놈이 한국사람이 아닌 일본 야쿠자라 했지요.

더 다행인 것은 그 모든 소문이 전부 사실이 아니었다는 것이고요.

 

아무튼 노아의 추태와 롯의 근친윤간의 매개체는 술이었습니다.

그만큼 수치심은 물론 기억력을 상실케 하는 위력을 갖춘 것이 술입니다.

‘인류최고의 성인(聖人)’ 예수도 술과 관련 깊은 인물입니다.

 

<가나의 혼인잔치>는 예수가 행한 수많은 기적 중 첫 번째 사건입니다.

예수와 그의 어머니 마리야는 어느 날 갈릴래야 지방 가나에 있던 어느 유대인 혼인잔치집에 참석하게 됐습니다.

제자 몇 명도 함께 했습니다.

잔치를 7일간이나 계속하는 유대인의 풍습때문일까요. 넉넉하게 담가놓았던 포도주가 모두 떨어져버렸습니다.

난감해 하는 주인을 보고 마리야가 예수에게 말했습니다.

 

“얘야, 포도주가 다 떨어졌단다. 네 실력발휘를 해보거라”

 

마리야는 아들의 신성(神性)을 간파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는 신성과 함께 인성(人性)도 함께 가지고 있었습니다.

예수의 퉁명스런 대답.

 

“여자여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내 때가 아직 이르지 못하였나이다”(요한복음 2장 4절)

 

이따위 일에 왜 나를 관여하게 만드느냐는 뜻이겠지요. 내 능력을 고작 이런 일 따위에 써야하느냐는 투정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리야는 하인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수가) 너희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그대로 하라”

 

아들이 시키면 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까칠하긴 하지만 본성은 착하다는 것을 알고있었기 때문이지요.

결국 예수는 하인들에게 ‘두 세통 드는 돌항아리 여섯 개’를 준비시켜 가득 물을 채우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주인에게 떠 가지고 가게 했지요.

놀랍게도 그것은 잘 발효된 포도주였습니다. ‘두세통 드는 돌항아리 여섯 개’를 가득 채운 포도주를 와인병에 담으면 수백 병은 족히 넘겠지요.

주인은 맛있게 익은 포도주를 맛보고는 신이 나서

 

“사람들은 좋은 포도주를 먼저 주고 취한 후에는 질 낮은 포도주를 내오는 것이 일반적인데 예수는 지금까지도 좋은 포도주를 가져다 주는구나”

 

라고 말하며 매우 흡족해했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예수의 37가지 기적 중 첫 번째는 <불법주류제조>였습니다.

예수의 잠재된 신성(神性)을 끌어낼 정도의 마력을 지닌 것이 바로 술입니다.

 

■발견과 발명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달리 심화학습을 합니다.

열까지는 아니더라도 하나를 가르치면 둘은 깨닫는다는 뜻입니다.

물론 인간이라고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대체로 그렇다는 것이지요.

 

발견(發見)이 동물세계 학습의 결정체라면 발명(發明)은 인간의 그것입니다.

발견이 집중의 산물이라면 발명은 사색의 결과입니다.

 

인간의 술에 대한 사색의 결과는 증류로 나타났습니다.

증류(蒸溜)는 끓이는 것입니다.

두가지 이상의 용질이 섞여있는 용액을 가열하여 기체상태에서 분리하는 것입니다. 정제(精製)이자 추출(抽出)입니다.

 

효모는 자신이 좋아하는 당을 먹고 이산화탄소와 알코올을 배출합니다.

효모가 배출한 알코올이 양조주(釀造酒)입니다. 발효주(醱酵酒)라고도 합니다.

알코올의 함량이 비교적 낮습니다.

 

양조주를 끓여서 알코올의 순도를 높이면 증류주가 됩니다.

중국의 백주(白酒), 영국의 위스키, 프랑스의 브랜디, 러시아의 보드카, 멕시코의 데낄라, ‘카리브해의 해적술’ 럼주등이 증류주의 대표주자들입니다.

 

수수나 쌀로 청주나 황주(黃酒)를 만든 후, 그것을 증류하면 백주가 됩니다. 백주의 한 종류인 고량주(高粱酒)는 수수가 재료입니다. 고량(高粱)은 수수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위스키는 보리 양조주인 맥주를 증류해 만듭니다.

시원한 맥주에서 풍미깊은 위스키를 뽑아내는 것입니다.

브랜디는 와인을 증류한 술이고. 용설란을 발효시킨 플케(Pulque)를 증류한 데낄라는 멕시코사람뿐 아니라 이제 세계인이 즐기는 술이 되었습니다.

 

그러면 ‘한국인의 술’이라는 소주는 증류주일까요?

증류주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뭐 그런게 다 있나고요? 있습니다.

 

곡주나 고구마주 따위를 끓여서 얻는 소주(燒酒)는 증류주입니다.

마시면 목이 탈것 같은 안동소주가 대표입니다.

 

물가정보배 바둑대회를 만들어 주신 한국물가정보의 노영현 회장께서 즐기시던 ‘화요’라는 술도 증류소주의 대표입니다.

화요(火堯)는 소주를 뜻하는 소(燒)자의 파자입니다.

 

몇 년전 양재호 9단의 사무총장취임 직후 물가정보의 노영현회장을 찾아가 낮술을 몇잔먹었습니다.

화요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였지요.

100% 경기도 여주쌀과 지하 150미터 암반층에서 채취한 물로 만들어 독특한 향을 내는 술입니다.

그런 술을 맥주에 타서 먹다니 화요제조업자가 보면 땅을 칠 일이겠죠.

아무튼 화요폭탄주를 마시고 양총장의 차를 음주운전하던 승민애비는 차도턱을 들이받고 앞뒤바퀴를 동시에 펑크내는 신공을 발휘했었습니다.

새차였는데 말이죠.

다행히 두 사람 모두 다치지는 않았습니다.

히궁 음주운전하면 안됩니다. 승민애비는 어제 고위공직자되기는 틀렸습니다.

 

알코올에 물과 향료를 섞어서 얻는 희석식 소주(燒酎)는 증류주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희석식 소주는 ‘처음처럼’이나 ‘참이슬’같이 우리가 가장 즐겨마시는 소주입니다.

 

고구마나 타피오카(tapioca)와 같은 곡물을 알코올 분해합니다.

증류기에 독하게 돌려 순도 95%의 알코올원액을 뽑아냅니다.

이것을 주정(酒精)이라고 합니다.

술중의 술이죠.

이거 그냥 마시면 죽습니다. 너무 독해서요.

술이 아니고 독(毒)입니다. 그래서 물을 섞습니다.

 

주정을 추출하는 증류방식이 일반증류주방식과 다릅니다.

밑술인 양조주를 만들지 않고 발효균을 원료에 넣어 기계에서 연속으로 증류시켜 만든다.

이것을 ‘연속식증류기’라고 합니다. 독하게 원액을 뽑아내는거죠.

당연히 양조주가 지닌 원래의 독특한 향기가 주정에는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감미료를 섞습니다. 몸에 좋을 리가 없죠.

 

그런데 왜 마시냐고요? 몸에 좋은 술이 어디있겠습니까. 정신에 좋다고 생각하고 마시는거죠.

 

연속식증류기가 우리나라에 전해진 때는 대략 1930년 전후였습니다.

일본인 주류제조업자들이 들여와 술을 생산했습니다. 1937년 11월 3일 ‘동아일보’에는 <신식소주대증산>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었습니다.

 

“조선의 신식소주는 1932년경에는 7만여석에 불과하더니 매년 증대하여 1936년에는 18만7000석에 달했다“

 

여기서 말하는 신식소주가 연속증류기에서 생산한 소주입니다.

술을 만들기 위해 곡물에서 주정을 뽑아내고 그 주정이 너무 독해 다시 물을 타마시다니 사실 웃기는 일입니다. 너무 독하지 않게 적당히 증류하면 되지 않습니까.

대량생산을 위해 소주(燒酒)를 소주(燒酎)로 만든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술이 희석식소주입니다.

 

※참고문헌<차폰잔폰짬뽕-주영하저>

 

■세상에 공짜란 없다.

 

증류(蒸溜)의 역사는 B.C. 2천년경 고대 바빌로니아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생각보다 오래되었습니다.

고대 이집트, 페르시아, 그리스, 중국 등지에서 증류 기술이 사용되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증류의 역사는 고대문명과 궤를 같이한 것이지요.

처음에는 술이 아닌 향수나 약재를 얻기 위해 증류를 했다는 군요.

 

8~9세기에 접어들면서 중동지역에서부터 알코올을 얻기 위한 증류기술이 발달되었습니다.

이것이 십자군 원정을 통해 유럽에 전파되었고 그 결과 브랜디와 위스키가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신은 공정합니다.

 

자연적발효로 시작한 음료에서 더 강하고 자극적인 알코올을 뽑아내기 위한 인간의 탐욕에 대해서 신은 중독(中毒)이라는 처벌을 내립니다.

처벌(處罰)이 아닌 자비(慈悲)일지도 모르겠군요.

 

술에 중독되면 대체로 내성-금단-집착-강박의 형태로 발전해나갑니다.

처음에는 술이 늘고(耐性), 점차 술이 없으면 불안해지며(禁斷), 이후 술을 위해서라면 직업과 취미도 포기하고(執着), 결국 가족간의 불화에도 불구하고 계속 술을 마시는 상태(强拍)가 됩니다.

 

애주가로 술에 대한 절제력이 상당하다고 자부하는 승민애비도 일요일 저녁 승민에미가 해주는 고기반찬을 보면 결국 주1회 금주의 약속을 깨고 소주뚜껑을 따게 되니 거의 집착단계까지는 온 것입니다.

 

알코올의 폐해는 주로 뇌와 간에 집중됩니다.

 

블랙아웃(Black-out)은 뇌공격의 결과입니다.

알코올성치매의 초기증세지요. ‘필름이 끊긴다’고 합니다.

 

필름이 끊기면 사람들은 사자처럼 용맹해져 원숭이처럼 끽끽대다가 멧돼지처럼 난폭해진 후 해파리처럼 흐물흐물해집니다.

 

블랙아웃의 세계는 때로는 도연명의 무릉도원이기도, 때로는 하데스의 음험한 지하세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실세계에서 기다라는 것은 속쓰림과 메스꺼움, 그리고 한없는 후회와 민망함입니다.

 

알코올의 간공격은 단계적입니다.

간이 한방에 훅 가지 않는 것은 묵직한 방어능력덕분입니다.

‘침묵의 장기’라 불리는 간의 대표적기능은 각종 대사 및 해독, 살균작용입니다.

그래서 인체의 장기 중 뇌 다음으로 산소소모량이 많습니다. 산소소모량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일을 많이 한다는 뜻입니다.

알코올내의 독(毒)을 제거하는게 간의 임무입니다. 침략군을 몰아내는 방어군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간은 유능한 병사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훈련이 잘 된 병사라 하더라도 물밀듯 쳐들어오는 적을 모두 감당할 수는 없습니다.

‘전쟁의 달인’ 미국이 한국전쟁에서 혹독하게 당했던 중공군의 인해전술을 기억하실 겁니다.

쉴새없이 방어망을 뚫고 간으로 침투해들어오는 적을 온전히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알코올은 g당 7kcal의 열량을 내지만 체내에서 이용할 수 없는 에너지입니다.

결국 잦은 음주는 영양결핍을 초래하고 성실한 병사인 간은 이에 대비하여 지방을 간에 축적합니다.

대한민국 중년남자의 필수질병인 ‘지방간’입니다.

 

지방간을 지나 알코올성간염을 거치면 간경변이 나타납니다.

염증이 나타났다가 이것이 딱딱하게 굳는다는 것입니다. 복부에 큰 돌덩어리를 담고있으니 그 사람이 어찌 건강할 수있겠습니까.

 

하지만 이것이 종착역이 아닙니다. 마지막엔 간암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성실한 병사의 장렬한 전사입니다.

 

황홀함과 건전함 달콤함과 건강함은 병립하기 힘든 천적입니다.

 

■바둑도 증류한다.

 

바둑은 발효주입니다.

오랜 시간 숙성된 깊은 맛이 바둑의 참모습입니다.

수없는 판단과 고독한 결정의 집합체가 바둑입니다.

 

그렇습니다.

고독(孤獨)과 고뇌(苦惱)는 바둑을 규정하는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승민애비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망망대해 수읽기의 바다를 홀로 항해해야합니다. 항해와 관련한 모든 행위는 혼자 결정하고 모두 책임져야합니다.

바둑이 가장 고독한 승부인 것은 모든 것을 홀로 결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승리의 기쁨은 온전히 자신만의 것이요 패배의 아픔도 혼자 감내해야합니다.

다른 어떤 승부보다 승리의 희열과 패배의 고통이 큰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래도 멋있지 않습니까.

 

승민애비는 25년여동안 고독한 흑백승부사의 수많은 희열과 고통을 지켜봤습니다.

 

입단문턱에서 미끄러져 넋나간 연구생에게 내년이 있지 않냐고 격려했습니다.

세계를 호령하던 이가 8살 후배에게 패한 후 세면대에서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는 모습을 보고는 화장실문을 조용히 닫고 나와야만 했었습니다.

대역전패 당한 후 30여분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고 널부러져있던 부리부리한 눈매의 일본기사에게 바둑판 치워야 하니 이제 그만 일어서 달라고 할때는 정말 미안했습니다.

 

왜 기뻐하는 모습은 얘기하지 않느냐구요?

거의 본적이 없습니다.

바둑은 이기면 집에 가서 혼자 이불속에서 좋아합니다.

이겼다고 바둑판앞에 놓고 만세부르는 사람 본 적있습니까?

그건 예의가 아닙니다. 돌날아 옵니다.

홈런치고 껑충거리다가 빈볼 맞는 야구선수보다 훨씬 더 심각한 비매너입니다.

 

바둑은 혼자 꾹꾹 눌러 담는 게임입니다. 기뻐도 그렇고 슬퍼도 마찬가지입니다.

감정을 억제하는 게임이 바둑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바둑이 변하고 있습니다. 변질되어가고 있습니다.

강제로 뽑아내는 증류처럼, 더 독하고 더 자극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팬을 위한, 보급을 위한, 보기 편한 차원을 넘어 바둑의 본질을 해치고 있는게 아닌가 걱정스러울 지경입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우선 프로바둑계의 지나친 단체전편중입니다.

‘KB바둑리그’로 불리는 ‘한국리그’가 탄생한지 14년이 지났습니다.

 

한국리그는 프로바둑계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팀대항단체전입니다.

국수(國手), 명인(名人), 왕위(王位), 기성(棋聖), 국기(國棋), 최고위(最高位), 패왕(覇王), 대왕(大王), 기왕(棋王) 등 보수적색채의 개인전에서 탈피한 대회입니다.

프로야구나 축구처럼 구단을 만들어 선수를 선발하고 시즌제 리그전을 한후 포스트시즌을 거쳐 우승팀을 가리는거죠.

 

지금은 사라진 구바둑TV의 강헌주 국장과 이세신 팀장이 창설의 주동자입니다.

승민애비는 실무담당자였습니다.

 

처음에는 신기하고 재미있었습니다. ‘바둑의 스포츠화’를 부르짖던 당시의 추세와도 맞아떨어졌습니다.

사범(師範)이 선수(選手)로 격하되었고 대국장이 깊은 생각에 잠길 수 있는 한국기원 4층의 특별대국실에서 뜨거운 조명에 위압적인 카메라가 감시하는 방송스튜디오로 바뀌었지만 당연한 시대적변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색다른 경험에 대한 호기심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조훈현 국수, 이창호 국수, 서봉수 명인, 유창혁 왕위는 타이젬의, M게임의, 건화엔지니어링의, 파크랜드의 주장이 되었습니다.

손목에 팀로고을 박은 어색한 유니폼을 입은 채 카메라 앞에 앉아 열심히 바둑을 두었습니다.

나름 재미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 것일까요.

재미삼아 시작했던 한국리그가 점점 커지더니 어느덧 바둑계를 점령해버렸습니다.

심지어 여자리그, 시니어리그라는 자식까지 낳았습니다.

 

조남철 시대를 막내리게한 20세 서봉수의 명인탄생의 신화, 스승에게의 보은이라 하기엔 너무나 일찍 찾아온 이창호의 최고위 등극, 13관왕 이창호의 전관왕등극을 5년간이나 막아낸 유창혁의 처절한 왕위수호, 이세돌-박영훈-송태곤-최철한-고근태로 이어지는 신예스타의 등용문이었던 천원전…

 

한국리그는 수많은 스토리를 만들어내던 개인전을 삼켜버린 블랙홀이 되어버렸습니다.

동양그룹계열의 온미디어에서 CJE&M으로 둥지를 옮긴 바둑TV가 ‘이영구의 눈물’이나 ‘티브로드의 명가등극’같은 새로운 신화를 만들려 애를 썼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신화는 시스템에 세월이 덧씌워져 탄생하는 것입니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만가지 기술의 이만기, 모래판의 신사 이준희, 오뚝이 손상주, 뒤집기의 털보 이승삼, 인간기중기 이봉걸, 악동 강호동, 소년장사 백승일…

모래판을 달구던 추억의 씨름선수들은 어느 팀 소속이었을까요.

현대코끼리 씨름단, 일양약품, 청구씨름단에는 어떤 선수가 있었을까요?

조흥금고, 세경진훙, 진로, 동성가 프로씨름단을 운영한 사실을 알고계십니까?

 

피더하웃, 한국얀센, 범양건설, 보해, 파크랜드, 제일화재, 피망, 한게임, 신성건설, 매일유업, 영남일보, 월드메르디앙, 대방노블랜드, 울산디아채, 바투, 하이트진로, 충북&건국우유…

참으로 많은 팀이 한국리그를 거쳐갔습니다.

 

승민애비는 한해도 편할 날이 없었습니다.

해마다 팀이 떠났고 새로운 팀 영입을 위한 전쟁이 계속 됐습니다.

매년 소속팀이 바뀌어 어느 선수가 어느 팀인지 시즌이 끝나갈 무렵에나 기억할 수 있었습니다.

 

복잡한 리그운영규정은 담당자조차 헷갈려 논란이 벌어지기 일쑤였습니다.

챔피언 결정전이 벌어지는 스튜디오에는 팀관계자와 바둑방송스탭들만 썰렁하게 자리를 지켰습니다.

바둑을 전문으로 하는 인터넷 기자이외에는 일간지기자 한명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팀성적을 올리기 위한 감독들의 안정적 선수기용은 걸출한 유망주가 탄생을 방해하는 역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이것이 승부다’라는 슬로건보다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아냥이 곳곳에서 들려왔습니다.

 

하지만 재벌그룹이 운영하는 바둑TV의 힘에 밀려 한국기원은 맥없이 한국리그중심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TVN, 투니버스, OCN등 막강한 채널로 무장한 CJE&M은 MPP(Multiple Program Provider-복수채널사용사업자)인 동시에 MSO((Multiple System Operator-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였습니다.

무슨 얘기나고요?

방송을 자기가 만들어서 자기가 틀 수 있다는 말입니다.

 

방송업계의 공룡에 속한 바둑TV는 그 막강한 전파영향력을 바탕으로 뛰어난 영업력을 발휘했습니다.

 

우물안 개구리였던 승민애비회사는 그들이 따오는 단 열매와 자신들의 권한을 맞교환하기 시작했습니다.

예산편성권, 행사기획권, 선수선발권등의 권리가 슬슬 바둑TV로 넘어갔습니다. 일부의 항의도 있었지만 “후원사의 의지”라는 한마디면 모든게 끝이었습니다.

모든 대회는 방송진행에 초점이 맞춰 만들어졌습니다.

후원사의 관심은 몇편을, 얼마나 좋은 시간대에 방송하느냐에 쏠려갔습니다.

 

기사(棋士)는 광대가 되어갔지만 그것은 바둑이 스포츠로 옷을 갈아입으면서 생기는 필연적 과정으로 인식되었습니다.

 

그렇게 저렇게 왕위전이, 전자랜드배가, 기성전이, 천원전이, 명인전이 물가정보배가 국수전이 하나 둘씩 떠나가고 한국리그만 거대한 산처럼 황량하게 남아버렸습니다.

 

바둑의 황금기였던 1990년대 중반 이창호는 13관왕까지 올랐으나 2017년에는 전관왕에 올라봐야 2관뿐인 세상이 되었습니다.

아니네요. 최정이 전관왕을 차지하면 4관왕이네요.

한국제지 여류기성전 창설로 여자대회가 2개이니까요.

 

■바둑이 느끼해진다.

 

세상일이란게 처음 시작하기가 어렵지 한번 하고 나면 면역이 생기고 더 큰 자극을 찾기 마련입니다.

자연이 준 알코올에서 효모를 이용해 발효하고 이에 만족하지 않고 증류기를 사용해 독한 알코올을 뽑아내는 것처럼 말입니다.

 

단체전이 성행하자 변형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한사람이 한판씩 책임지던 단체전이 여러사람이 나눠서 한판을 두는 이상한 형태로 변해갔습니다.

 

남녀 한쌍이 편을 이루는 페어바둑은 그럭저럭 잘 정착한 편입니다.

 

일본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페어바둑협회’는 ‘일본페어바둑협회’와 한몸입니다.

1994년에 창설된 일본페어바둑협회는 오직 페어바둑을 보급하기 위해 설립된 특이한 단체입니다.

국제룰도 개발하고 꾸준히 대회도 개최합니다. 아마추어를 대상으로 하는 <국제페어바둑대회>는 올해로 28회째를 맞이합니다.

 

작년까지 대한바둑협회에서 선수를 선발하여 파견하였는데 올해부터는 승민애비부서가 직접 관장하여 한국대표를 선발합니다.

남녀랭킹상위자를 지명하여 파견하던 단순방식에서 벗어나 선발전을 겸한 국내바둑축제로 해볼까합니다. 얼마안되지만 협찬금도 확보해두었습니다.

 

변형대회라고 빈정거리면서 왜 그렇게 유난을 떠나구요?

그래도 맡은 일은 열심히 해야지 않겠습니까.

이상과 현실은 늘 차이가 있기 마련이니까요.

 

일본페어바둑협회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대회를 개최합니다.

 

일본프로기사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기사페어바둑선수권>, 대학생대회인 <관동학생페어바둑대회>, 초등학생이 참가하는 <관서주니어페어바둑대회>, <관동주니어페어바둑대회>가 매년 열립니다.

특히 작년부터 개최한 <페어바둑월드컵> 우승상금은 1천만엔(약1억원)이나 합니다. 전세계에서 16개팀이 사실상 한중일대만의 다툼입니다.

 

일본에서 페어바둑이 성행하는 이유는 투자하기 때문입니다.

실질적 오너인 국제페어협회 부회장 다키 히로코는 남편과 함께 열성적인 페어바둑전도사입니다. 일본 바둑전문사이트인 판다넷의 소유자입니다.

 

다키씨는 무화과를 엄청 좋아하는 할머니입니다.

 

<국수산맥 국제바둑대회>에 매년 초청했습니다.

페어바둑이 함께 열리거든요.

무화과천지인 영암에만 오면 입이 떡 벌어집니다.

작년에 무화과 한 상자를 사서 선물로 드렸더니 그 다음날 승민애비에게 고맙다며 돈을 만엔이나 건네지 뭡니까.

고작 2만원주고 샀는데 말입니다.

 

극구 사양했는데 15미터이상을 쫓아오면서 뒷주머니에 꽂아주시길래 그냥 받고 말았습니다. 쩝…

김영란법 위반일까요? 8만원 거슬러 드려야했을까요?

그냥 올해도 오시면 한 상자 더 선물해드리겠습니다.

만엔 안 받고요.

 

한국에서도 열성적 페어바둑전도사가 있습니다.

SG세계물산에서 후원하는 <SG배페어바둑최강전>이 올해로 7회째를 맞습니다.

대회총규모가 1억5천여만원에 우승상금이 3000만원입니다.

 

SG세계물산의 이의범 회장은 서울대 운동권출신으로 바둑에 열성적입니다.

페어바둑에 꽂혀서 ‘덤베팅’이라는 제도까지 고안해냈습니다.

덤(흑이 먼저두는 이득을 백에게 집으로 보상하는 것)을 일률적으로 적용하지 않고 많이 적어낸 쪽이 먼저 두는게 덤베팅제도입니다.

대국전 덤을 적어 낸 후 많은 덤을 써낸 쪽이 흑을 잡습니다. 대부분 흑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나름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덤베팅은 근본적으로 남녀차별의 산물입니다.

흑여성→백여성→흑남성→백남성의 순서로 착점을 하는데 백남성의 날카로운 공격을 흑여성이 받아내기 어렵다는 인식에서 출발했습니다.

성간기력차이를 바둑내용으로 충분히 보완할 수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자체에 성차별을 욱여넣는것이 마땅치 않습니다.

프로면 누구나 호선이라는 바둑계만의 평등정신을 거스르지 않습니까.

 

 

개인종목인 탁구나 테니스에도 복식게임이 있으니 다양화의 측면에서 페어바둑을 인정할 수도 있습니다.

릴레이바둑도 나타났습니다.

바둑한판을 초․중․종반으로 나누어 각기 다른 사람이 둡니다.

아마추어 쪽 대학동문전 등에서 시도하는 바둑입니다.

 

포석을 그럴싸하게 짜는 사람은 초반에 나옵니다. 전투가 강한 사람이 중반에 배치되고 정확한 끝내기를 하는 사람은 마지막에 투입됩니다.

이른바 분업입니다.

 

총 6명이 한판에 투입되는데 실력편차가 크고 변수가 많아서 승부가 요동칩니다.

보는 쪽에서는 재미있기도 합니다.

코미디나 액션영화가 시간죽이기에는 그만이지 않습니까.

 

산업혁명이후 분업을 통해 인류의 생산성을 엄청나게 향상됐습니다.

그렇게 생산된 부는 분배를 통해 인류발전에 이바지했지요.

그 분배가 공정한가의 문제로 아직도 끊임없는 분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말입니다.

 

분업이 분명 효율적입니다.

하지만 개인능력을 떨어뜨리는것도 사실입니다.

 

목화를 키워 실을 뽑고 베틀로 천을 짜 섬세한 바느질로 한 벌의 옷을 만들어냅니다.

농경기술, 섬유기술, 의류기술을 갖춘 인내력있는 이의 혼이 담긴 결과물입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소매만 붙이는 이는 단추구멍을 못 팝니다. 지퍼를 다는 사람은 재단에 서투릅니다.

 

열사람이 천벌의 옷을 하루 만에 만들어 냅니다.

하지만 그 한사람이 따로 떨어지면 옷 한 벌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분업은 이렇게 한사람의 종합적 능력을 현저하게 떨어뜨립니다. 물론 능률은 논외입니다.

 

상담기(相談棋)는 어떤가요.

 

5월에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에 등장한 제2기 알파고에 ‘인간드림팀’이 도전했지요.

중국 고수 다섯명이 한팀이 되어 알파고와 맞섰습니다.

 

미욱정(羋昱廷-중국2위), 주예양(周睿羊-중국4위), 진요엽(陳耀燁-중국5위), 시월(時越-중국8위), 당위성(唐韋星-중국20위).

모두 세계대회 우승의 경력을 자랑하는 사람들입니다.

 

결과는 졌습니다.

불과 60여수만에 알파고가 승기를 잡았고 이후로는 변변한 기회한번 없었습니다.

 

바둑은 덧셈의 경기가 아닙니다. ‘1’의 능력을 가진 다섯 명이 뭉치면 ‘5’가 된다면 바둑은 단순한 산수겠지요.

실수는 줄일 수 있겠지만 창의는 떨어집니다.

상식의 수만 반상에 나열됩니다.

 

본인방 슈사쿠(秀策)와 이노우에 인세키(井上因碩)의 ‘이적(耳赤)의 수’, 본인방가 죠와(本因坊丈和)와 이노우에가 아카보시 인테츠(赤星因徹)와의 토혈지국(吐血之局), 오청원(吳淸源)과 기타니 미노루(木谷實)의 신포석, 이창호와 조훈현의 와기(臥棋), 이세돌과 알파고의 신의한수…

진중하고 깊이 있는 바둑이 사라지고 자극적이고 감각적 바둑이 판을 칩니다.

 

작년 10월에 열린 <알파고-이세돌 대국기념 릴레이, 페어바둑대전>이라는 대회는 그 결정판입니다.

온갖 잡동사니를 다 집어넣은 고물상같은 대회였습니다.

 

이세돌팀(신의한수팀이라고 했지만…)과 알파고팀으로 나누어진 두팀당 선수는 각 15명입니다.

30세이하 6명, 31세이상 5명, 여자2명, 아마추어2명으로 구성됩니다.

 

한 판을 전후반으로 나누는데 각기 다른 선수로 총4명이 출전해야합니다.

전반은 첫수부터 120수까지고 후반전은 121수부터 대국종료까지입니다.

릴레이-페어대국으로 펼쳐지는데 혼성으로 페어를 구성할 의무는 없습니다.

전후반사이에 5분간 휴식시간이 있고 선수교체는 팀당 1회며 3분간 작전타임도 있습니다.

제한시간은 1시간에 최대 3분까지 연장이 가능합니다.

 

무슨말이냐고요? 사실은 승민애비도 잘 모릅니다. 규칙이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대회의 지원금을 해당부서에 배분하는 역할은 승민애비가 했습니다만, 저 복잡한 대회가 언제 열렸고 누가 이겼고 상금을 얼마를 받았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저 참담한 심정으로 저 잡동사니 대회를 멀찍이서 지켜봤을 따름입니다.

 

프로기사가 고뇌 끝에 만들어낸 기보(棋譜)는 창작물이기 때문에 저작권법으로 보호를 받아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지금은 국회에 가 계신 유명프로기사는 직접 그것을 법제화하겠다고 뛰고 있습니다.

바둑판위에 놓은 돌은 비록 기사생각의 산물이지만 그것은 이기기 위한 전략의 표현이지 그 표현에 대한 예술적, 창작적 사상은 아니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지 않았습니까.

바둑이 스포츠라고 주장하면서 운동행위의 결과적 표현물인 기보에 저작권을 주장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난에도 바둑은 스포츠이기도 하지만 예술이자 도이기도 하다고 말하지 않습니까. 아무거나 다 된다고요.

 

홀로 하는 고뇌가 너무도 힘들어서였을까요?

왜 고뇌를 자꾸 나누는 것일까요.

미켈란젤로와 다빈치, 피카소에 박수근이 함께 그린 그림은 예술적가치가 더 해지는 것일까요.

의문에 의문이 꼬리를 뭅니다.

 

바둑은 예(藝)이면서 도(道)라고 들었습니다. 승민애비 주변의 나이든 기사들에게 숱하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습니다.

바둑의 승부는 단순한 승부가 아니고 진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도 했습니다.

예와 도는 떠들썩하게 여러 명이 추구할 수도 있다고 한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끌어내리는 것은 자해(自害)입니다. 어리석은 행위입니다.

 

승민애비는 오늘아침도 숙취와 싸웁니다.

며칠 전 저녁 대학로에서 기자들과 술을 마셨습니다. 소맥을 석잔먹고 소주(처음처럼)을 한병쯤 마셨습니다.

스포츠조선 김형중 부장이 고량주를 한 병 먹자고해서 그러자고 했습니다.

한국사람은 뭐니뭐니해도 ‘쐬주’라고 해서 다시 소주를 마셨습니다. 취해서였는지 ‘참이슬’을 마셨습니다. 소주도 섞어 마신 셈이죠.

 

짬뽕해서 마셨더니 머리가 더 아픕니다.

다음부터는 진중하게 소주만 마시렵니다.

 

섞지 맙시다. 술도 섞지 말고 바둑도 섞지 맙시다.

복잡하고 힘든 세상에 머리가 뱅뱅 돕니다.

 

돌연변이 바둑인 ‘바투’가 등장했을 때 일본의 오다케 히데오 9단이 한 말이 생각납니다.

 

“바투는 바둑이 아니다. 바둑흥행에 도움이 되리라는건 착각이다. 바둑은 바둑이어야 한다. ”

 

바둑은 그저 바둑이었어도 5천년을 이어져 왔습니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바둑하는 사람들은 인내심이 강하다고 하지 않습니까.

 

바둑인들이 하나만 된다면 바둑의 황금기가 다시 옵니다.

 

바둑의 생명은 깁니다.

댓글(1) “바둑과 알코올에 대한 부질없는 고찰”

  1. halfbad 2017-07-10 at 4:16 pm #

    드디어 글을 올려주셨네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둑과 알코올에 관한 고찰이라니, 오늘처럼 비가 쏟아지는 날에 읽기 좋아요. 성경에 나온 술에 관한 얘기가 특히 흥미로웠어요. 예수가 불법 주류 제조자라니. 자크 프레베르의 시구도 떠올랐고요.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그냥 그곳에 머물러 계시옵소서/우리도 헐벗은 땅에 그냥 머물러 살겠나이다/이 땅은 때때로 이토록 아름다우니” 시인이 이 시를 쓸 때 분명히 술을 마시고 있었을 거예요!!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또 열심히 마셔야겠네요.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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