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화요일 밤 드라마 ‘드림하이’를 봅니다. 너무도 뻔하고 구멍 뚫린 전개, 몰입하기엔 거슬리는 아이돌들의 연기가 걸리긴 하지만 ‘진짜’ 가수들이 가수를 꿈꾸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의 매력을 거부하긴 힘듭니다. 어색한 연기에 채널을 돌렸다가도 출연진들이 노래를 부르면 다시 드림하이로 돌아오게 되더군요. 여기저기서 드림하이를 ‘농약같은 드라마’라고 부르는데는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눈여겨보게 되는 캐릭터가 있습니다. 필숙 역을 맡고 있는 아이유입니다.
지난해 말, 아이유를 만났을 당시 아이유는 드라마 1회를 찍고 있다고 했습니다. 첫 연기도전입니다. 따로 연기 지도는 받았냐고 물었더니 데뷔 전 연습생 시절 받은 것이 전부라더군요. 이미 알려졌다시피 아이유는 1년 간의 연습생 시절을 거쳤죠. 보통 아이돌보다 짧은 연습생 기간입니다. 연기 수업도 많이 받지 못했겠죠.

연기 수업도 많이 받지 못했을텐데 ‘드림하이’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드림하이를 하나의 소설처럼 읽는다고 했습니다. 대본을 받으면 소설 한권 읽는다는 생각으로 쭉 읽고, ‘아, 이 상황에서 필숙이는 이랬겠구나’ 생각을 해본다네요. 그런 필숙이는 어떤 옷을 입고 어떻게 행동할 것 같다고 정리해서 감독님께 ‘필숙이는 이런 아이죠?’라고 물어본다는 것입니다. 아니라고 하시면 다시 생각해보고. 다시 말씀드리고 피드백받고 그렇게 필숙이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누구한테 연기를 배우는 것 보다 스스로 필숙이를 최대한 이해하는게 더 빠른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보통 연기자들은 캐릭터와 자신의 공통점을 찾는 것부터 캐릭터에 접근합니다. 아이유는 그런 노력은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닮은 점이 많긴 하지만 자신의 모습을 필숙에게 투영하려고 하지는 않는다고 하더군요. 그냥 대본에 써있는 필숙이를 상상하며 필숙에게 어울리는 행동 말투를 한다고요. 그렇게 생각하고 또 생각해 필숙을 만들었나봅니다.
실제 아이유와 필숙의 가장 큰 차이점은 말의 속도입니다. 아이유는 또박또박 빠르게 말하거든요. 그런데 필숙이는 말이 참 느리죠. 입도 작게 벌려서 입모양만 보고는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 힘듭니다. 아마도 아이유의 생각 속 필숙은 그런 모습이었나 봅니다. 필숙은 눈빛에도 자신없음이 가득하던데 그 점도 아이유와 다릅니다. 같이 연기하고 있는 김수현은 아이유의 눈빛에서 ‘독기’가 보인다고 했습니다. “18세의 눈빛이라고 믿을 수 없는 포스가 있다” “눈빛에서 대세인 이유가 보인다”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분량의 많고 적음을 떠나 드라마에 잘 적응하고 있는 아이유를 보며 왜 제작사가 아이유를 캐스팅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예능프로그램에 나가서도 기타를 치며 노래부르는 ‘천상 가수’ 아이유인데 연기에 도전한 이유도 궁금했고요.
알고보니 ‘드림하이’ 측에서 여러 차례 출연을 제의했다더군요.
‘드림하이’의 주 출연진은 제작사 JYP와 키이스트 소속 연예인들입니다. 수지 택연 우영 주(JOO)는 JYP 소속이고 김수현과 윤영아는 키이스트 소속이죠. 아이유와 은정 정도만 제작사와 무관한 출연진입니다. 소속 연예인을 기용할 수도 있었는데 아이유를 캐스팅한 건 그만큼 필숙 역에 아이유가 잘 어울렸기 때문이겠죠. 아이유 또한 여러 차례 제안을 거절했지만, 필숙이가 기타치고 피아노치는 노래하는 아이였기 때문에 마음을 바꿨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어쩌면 아이유가 ‘드림하이’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은 ‘연기하는 아이유’가 아니라 드라마를 통해 ‘노래하는 아이유’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대중들에게도 그 전략이 읽혔는지 아이유가 부른 ‘기다리다’가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랭크됐더군요. ‘기다리다’의 원작자인 이적도 아이유의 노래에 만족했다고 하니 아이유, 드라마에 출연한 보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드라마도 후반부에 접어들었습니다. 얼마전 혜미(수지)가 필숙에게 그랬죠. “너도 주인공 같아. 자꾸자꾸 예뻐지는 주인공.” 20회인 최종회에 그래미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가수 K가 누구인지 밝혀지겠지만, 필숙도 아이유도 K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