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 워킹맘 인생의 가장 힘든 날입니다.

“엄마, 오늘도 회사에서 재밌게 놀았어?”

(놀았냐니요! 놀았냐니요!)

“응 밤에 덥잖아. 더운데도 잘 잘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찾아봤어. 좋은 방법이 있으면 사람들한테 알려주려고. 웅이는 어린이집에서 뭐하면서 놀았어?”

“난 중국어도 공부하고 바깥 놀이터에서 공 던지기도 배웠어.”

“우와. 신났겠다.”

“근데 엄마, 내일은 엄마아빠 회사 가?”

“응 가지.”

“그럼 나는 어린이집 가고?”

“그렇지. 그리고 엄마아빠랑 밤에 만나지~”

“그러자. 난 어린이집 가는 거 좋아.”

“엄마아빠 회사 가는 건?”

“응. 괜찮아.”

 

괜찮다. 편안한 표정으로 ‘괜찮다’ 했습니다.

 

“이제 자자” 웅이를 안고 토닥이는데 엄마 회사 가지 말라고 울던, 엄마를 따라가겠다고 내복에 신발을 신던 꼬맹이 웅이가 생각났습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연달아 쓰고 웅이가 만15개월을 채운 날 복직을 했었습니다. 애엄마가 직장에 다닌다는 게, 그것도 어린 아이의 엄마가 직장에 다닌다는 게 어떤 건지 몰랐습니다. 아이가 걱정이 되는 한편 다시 출근을 한다는 게 설렜습니다.

 

매일같이 붙어있던 엄마가 아침에 눈을 뜨면 사라지고, 해가 지면 다시 나타난다는 게 어떤 건지 웅이도 몰랐을 겁니다. 멀뚱멀뚱 인사를 하던 웅이는 복직 사흘째부터 밤잠을 거부했습니다. 꾸벅꾸벅 졸면서도 눕지 않았습니다. 밥 한 그릇 뚝딱 비우던 녀석이 밥도 반찬도 과일도 과자도 먹지 않았습니다. 잔병치레도 없었는데 감기에 중이염, 구내염. 유행하는 병은 죄다 걸렸습니다. 야근하는 날엔 현관문 앞에 서서 엄마가 올 때까지 ‘엄마’ ‘엄마’ 목놓아 울곤 했습니다.

 

제가 옷을 갈아입는 순간부터 우는 걸 알기에 재빨리 입을 수 있는 원피스만 입었습니다. ‘엄마 다녀올게’ 웃으며 인사했지만 현관문 밖에서 웅이의 울음이 멎을 때까지 숨죽여 서있었습니다. 모유라도 계속 먹이고 싶어 출근 전, 퇴근 후에 모유를 먹이다가 뒤늦게 젖몸살로 고생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엄마가 되는 것처럼,

하루 하루 출근하며 워킹맘이라는 건 이런거구나. 알아갔습니다.

 

둘째를 임신했고, 엄마 배가 다시 쏙 들어가면 회사에 가지 않는다는 말에 웅이는 누구보다도 동생이 태어나길 기다렸습니다. 둘째 육아휴직 중에 가끔 회사에서 전화가 오면 엄마가 다시 회사에 갈까봐 통화하는 내내 옷자락을 붙잡고 있던 녀석입니다.

 

그랬던 웅이가 ‘엄마가 회사에 가도 괜찮다’고 합니다.

그 말이 엄마인 저에겐 ‘너의 죄를 사하노라’로 들렸습니다.

 

그만큼 웅이가 자랐다는 뜻일 겁니다. 놀이터에서도 ‘엄마 이리와’ ‘엄마 미끄럼틀 타자’ 엄마만 찾던 녀석은 놀이터에 들어서기 무섭게 엄마 손 뿌리치고 친구에게 달려갑니다. 큰 맘 먹고 업어주면 ‘불편해. 내려줘’ 합니다. 아직 아기 같은데, 웅이 표현대로 웅이는 ‘조금 형아’가 됐습니다.

 

덩달아 저의 워킹맘 인생도 조금씩 편해지고 있습니다.

 

 

 

웅이는 지금 만52개월입니다. 웅이가 만15개월을 채웠을 때 복직했으니, 첫 복직 후 37개월이 지났습니다.

 

지난 시간을 떠올려 봅니다. 못 해먹겠다 싶었다가 적응하면서 나아졌고, 이제 좀 안정됐다 싶으면 아이가 아팠고, 아이 컨디션이 좋아지면 내가 아팠고, 몇 일 잠잠했다가, 회사에서 큰 프로젝트에 들어가며 또 힘들어지고. 적응하면 또 나아지고. 올라갔다 내려왔다, 다시 올라갔다 내려왔다 반복이었습니다. 하지만 큰 그림으로 그려보니 ‘힘듦지수’는 조금씩 내려오고 있습니다.

 

(둘째를 낳고 복직했을 때 ‘힘듦지수’는 하늘을 뚫을 듯 치솟았지만 이 또한 올라갔다 내려갔다 반복하며 아주 조금씩 내려오고 있습니다)


(사)여성·문화네트워크가 2013년 전국의 19세 미만 자녀를 둔 워킹맘 1000명을 대상으로 ‘워킹맘 고통지수’를 조사한 결과 워킹맘 전체의 73.1%가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한창 육아에 힘써야 할 30대 워킹맘(80.0%)은 40대보다, 막내 자녀 나이가 5세 미만(83.8%)인 워킹맘은 6세 이상 보다 고통지수가 높았습니다. 즉, 전체 워킹맘 중 5세 미만 자녀를 둔 30대 워킹맘의 고통지수가 가장 높았습니다.

 

선배 워킹맘들의 “지금이 가장 힘들 때야. 아이들이 크면 나아져”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52개월 웅이는 15개월 웅이보다 덜 아픕니다. 아파도 어렸을 때보다 덜 앓습니다. 출근길마다 눈물바람이었던 녀석은 아침마다 ‘사랑해 밤에 만나!’ 쩌렁쩌렁 인사합니다. 옷 갈아입는 시간도 줄이려고 원피스만 입었는데 요즘엔 웅이가 ‘그 옷 입으니까 엄마 못 생겼다. 다른 거 입어’ 코디도 해줍니다.

 

더 자라면 지금보다 덜 아플 것이고, 더 큰 목소리로 인사를 할 겁니다. 웅이 결이가 하루 더 자라는 내일은, 또 하루 더 자라는 모레는 오늘보다 나을 겁니다.

 

그러니 오늘이 내 워킹맘 인생에서 가장 힘든 날입니다. ‘매일이 오늘 같으면 못 해먹겠다’ 싶었지만 매일이 오늘 같진 않았습니다. 어제는 더 힘들었고 그제는 더 더 힘들었습니다. 더 힘들었던 날들도 해냈는데 오늘이라고 못 할 것 있습니까. 그저 오늘처럼 내일을 지내고, ‘오늘도 잘 보냈네. 수고했다’ 토닥이면 될 것 같습니다.

 

+ 또 글 마무리가 어렵습니다. 빙빙 돌렸지만 하고 싶은 말은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 였습니다. 오늘 하루도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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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ykim 에 대해

동아일보 편집국 기자 aykim@donga.com 애둘 엄마이자 동아일보 편집국 기자다. 어렸을 때부터 30살에 결혼해 32살, 34살에 아이를 낳고 4인 가족을 완성해 행복하게 살겠다고 계획했었다. 그리고 지금은 계획없이 살기가 계획이다. 포대기와 단동십훈을 즐기고 한 번에 하나씩만 하는 내가 워킹맘이라니… 하늘도 놀랄 일이다.

댓글(1) “오늘은 내 워킹맘 인생의 가장 힘든 날입니다.”

  1. hur117 2016/07/28 at 8:54 am #

    엄마의 의무는 잘 키워 세상으로 내보낸는 것입니다. 딱 그기까지입니다. 어린이 집 가고 학교에 가는 일은 조금씩 조금씩 이별 연습입니다. 지금은 아이 인생에서 부모가 제1순위이지만, 어느 틈에 저 뒷순위가 되고 맙니다.졸업하고 취업하면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응원밖에 없습니다. 아웅다웅하며 살던 시절, 그리워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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