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승부조작 파문이 있었던 8일. KEPCO의 홈인 수원체육관을 찾았습니다. 마침 이날은 승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선수들이 거친 KEPCO와 상무신협이 맞붙었습니다. 이 날 경기에 대한 기사를 썼지만 못다한 뒷이야기와 소회를 밝히고 싶어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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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PCO의 홈인 수원체육관에는 KEPCO 선수들의 사진이 대형 현수막에 걸려있습니다. 승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현직 선수 김모 씨(32)와 8일 숙소에서 긴급체포된 임모 씨(27), 박모 씨(24)의 사진도 여전히 걸려있습니다. 사진 속 김 씨는 미소 짓고 있었습니다. 평소의 밝은 웃음을 잃어버린 한국배구연맹(KOVO)관계자와 대조적이었지요.
이날은 여자부 현대건설-도로공사 경기가 먼저 열렸습니다. 풀세트 접전 끝에 도로공사가 3-2로 이겼는데요, 오랜만에 풀세트 접전이 나왔지만 승장과 패장 모두 씁쓸한 표정이었습니다. 경기력이 불안하기도 했고, 배구인으로서 승부조작 파문에 부끄러웠기 때문이지요. 도로공사와 현대건설은 이날 평소답지 않게 공격 성공률이 각각 35.8%와 36.7%에 그쳤습니다. 범실은 양팀 합쳐 무려 62개나 됐고요. 선수들도 인간인지라 당연히 승부조작 파문에 부담을 느꼈겠지요. 현대건설 황현주 감독이 “선수들이 열심히 하다 범실을 해도 이를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다고 생각해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말이죠.
드디어 KEPCO와 상무신협의 경기가 시작됐습니다. KEPCO는 경기 직전 주전선수 두 명이 체포돼 후보 선수들을 급조해 라인업을 짰으니 당연히 경기력이 형편없을 수 밖에요.1-3으로 13연패 중이던 상무신협에게 졌습니다.
KEPCO 용병 안젤코는 이날 경기 전까지만 해도 승부조작 파문에 대해 자세히 몰랐다고 하네요.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까봐 통역이 일부러 말해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저 평소에 같이 생활하던 김모 씨가 며칠 전부터 없어져 이상하다고만 느꼈다고 하네요. 김모 씨는 며칠전에 이미 구속됐습니다.
KEPCO 신춘삼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고개 숙여 사과했습니다. 감독이 승부조작을 미리 알았을지 몰랐을지는 아직 모르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김모 씨가 구속되기 전까진 모르지 않았나 싶습니다. 배구계에서 잔뼈 굵은 신 감독 입장에서도 황당했겠죠.
구속된 전현직 선수 3명이 모두 상무신협에서 군생활을 마쳤습니다. 그래서 의혹의 시선이 상무를 향하고 있는데요. 상무신협 최삼환 감독은 의혹을 부정했습니다. 최 감독은 “우리 자체조사 결과 선수들은 없다고 했다”면서도 “만약 우리가 조사해서 나오든, 검찰이 조사해서 나오든 어차피 나올꺼면 나온다. 난 우리 선수들이 그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죠.
저는 지난해 12월부터 배구를 맡았습니다. 그 전엔 배구에 대해 거의 문외한이었죠. 두 달동안 배구장을 다니고 감독과 선수들을 만나고 용병과 부대끼면서 배구에 대한 애정이 점점 커져갔습니다. 정말 재밌는 스포츠거든요. 하지만 이제 저는 아니더라도 다른 팬들은 배구를 볼 때 의혹의 시선을 가질 수밖에 없겠지요. ‘혹시 저건 승부조작 아닌가?’라는..
배구담당 기자로서 씁쓸합니다. 제가 좋아했던 e스포츠도 승부조작으로 하향세를 걸었죠. 한번 뿌리박힌 불신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배구를 사랑하는 담당기자 입장에서도 막막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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