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는 왜 지점장이 되선 안되는가

 

오피스 8시즌의 새주인공이 앤디 버나드가 됐습니다. 7시즌을 끝으로 오피스를 떠난 마이클 스캇의 빈 자리를 앤디가 차지하게 된 것이지요. 여러가지 대안이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피스 제작진들이 실망스러운 선택을 내린 것이라고 밖엔 설명이 가지 않습니다. 마이클 스캇이란 매력적인 인물의 기본적인 설정은 사실상 영국판 오리지날 오피스의 것을 그대로 베껴온 것이니만큼, 미국 오피스 제작진의 극 구성 수준이 (베껴서 업그레이 시키는 건 쉽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완전히 새로 창작하는 것은 훨씬 어려우니까요) 생각보다 떨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듭니다. 현재까지 8시즌 4에피소드까지 방영됐는데 극을 자꾸 이런식으로 끌어가다가는 결국 시리즈 실패로 이어질 것 같습니다.

 

앤디가 지점장이 된 게 적절한 선택이냐 아니냐에 대한 의견들이 분분하지만, 저는 완전히 잘못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앤디가 지점장이 돼서는 안되는 이유 몇가지를 들어보겠습니다.

 

-앤디는 세일즈를 못한다.

마이클 스캇은 조직관리자로서는 자질에 흠결이 많은 인물이지만 영업현장에서만은 탁월한 세일즈 수완을 발휘한, 자신만의 영업노하우가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앤디는 극중에서 영업실적이 가장 낮고 제대로 하는 일이 거의 없으며 비전도 없는 인물(대럴만큼의 야심도 없는 것으로 나옵니다)로 묘사돼 왔습니다. 장단점이 있는 건 두 사람모두 마찬가지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마이클 스캇 같은 사람이 충분히 지점장이 될 개연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앤디 같은 인물이 지점장으로 승진할 가성은 거의 없습니다. 이런 인물을 갑자기 지점장으로 격상시키는 것은 극의 리얼리티를 떨어뜨립니다.

 

-캐릭터 일관성이 없다

사례1)  

앤디 버나드는 처음 등장할 때는 분명히 ‘코넬대 출신’의 잘난척쟁이 라는 점이 부각됐었습니다. 앤디 버나드가 처음에 ‘저 코넬대 나왔어요. 들어는 보셨나…?’라고 건들거리며 등장해 폭소를 유발했습니다. 실제로 그 뒤에 앤디가 진지하게 ‘코넬대를 4년만에 졸업했어요. 심지어 도서관에 앉아서 공부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는데도요’라고 할 때도 웃겼습니다. 코넬대 졸업생임에 엄청난 자부심을 가진, 하지만 출신명문대에 걸맞지 않는 경박함과 약간의 백치미로 웃음을 자아내는 뭐 그런 부류의 인물이었죠. 그런데 극중 비중이 급격히 커지면서 이런 시건방진 태도가 갑자기 사라져버리고 아주 수줍음 많은 순수한 인물이 돼 버렸습니다. 지금 그의 변한 캐릭터대로라면 그는 인터뷰때 ‘예, 코넬대 나왔어요. 아버지 기부금으로 들어갔죠. 공부보단 노래하는게 더 좋았지만’이라며 볼을 발그레 붉히며 쑥스럽게 웃는 모습이어야 합니다.

 

사례2)

앤디 버나드는 처음에 사무실을 둘러보면서 꼬실만한 여자를 찾습니다. 그리고 팸이 마음에 든다면서 짐에게 ‘저 여자를 꼬셔볼까 하는데 조언을 달라’고 합니다. 금발이 좋다느니 여자가 너무 급하다느니 이런 말도 거리낌없이 합니다. 짐은 앤디를 놀리기 위해서 팸이 아주 싫어하는 우스꽝스러운 것들만 알려줍니다. 앤디는 건들거리며 팸에게 다가가서 짐이 시킨 시건방지고 이상한 행동과 말을 하면서 팸에게 작업을 걺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줍니다. 하지만 그러던 그가 극중 비중이 커지면서 갑자기 순정파가 됍니다. 양다리를 걸치고 있던 안젤라와의 이상한 연애는 그렇다고 쳐도, 에린을 좋아하면서는 데이트신청도 부끄러워제대로 못하는 청년으로 묘사됩니다. 너무 앞뒤가 안맞아요.

 

사례3)

앤디 버나드는 지금 다소 무능력하고 우유부단하지만 인간미 하나만은 끝내주고 좋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최우선으로 하는 청년으로 묘사됩니다. 그런 점에서 머저리(idiot) 상사였지만 사람들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아꼈던 마이클 스캇과 가장 닮은 캐릭터라는 설명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리즈 초반 등장기때 그는 그런 모습이지 않았습니다. 스크랜턴지점으로 온 뒤 한동안 드와이트와 ‘마이클 스캇 지점장을 보좌하기 위한 2인자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면서 사내 정치에 뛰어든 야심만만한 인물이었습니다. 이때 그는 상당히 비열한 방법을 써서 드와이트를 해고 당하게 만들었습니다. 지금 앤디가 그때의 앤디 맞나요.

 

-안웃긴다

 

마이클 스캇처럼 비중있는 지점장 역을 소화하면서 코메디물로써 팬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서는 메인 캐릭터가 빈틈 많고 유머러스해야합니다. 하지만 앤디는 극중 비중이 급작스레 늘어나면서 캐릭터의 허점이 많습니다. 한 캐릭터에 익숙해졌을 때 이 인물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행동하겠다, 는게 그려져야하는데 앤디 캐릭터는 너무 엉성해서 어떤 반응을 보여두 웃기지가 않습니다. 마이클 스캇은 주로 진지한 표정과 언어의 경박함의 부조화에서 웃음을 유발합니다. 진지하게 하는 인터뷰인데 그 사람의 무식함이 좔좔 드러나면서 웃기는 것이지요.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여자친구에게 세대차이 때문에 헤어져야겠다고 불평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뭐요, ‘카프카적’(kafkaesque)이라고요? 우리 세대는 그런 사람을 몰라요. ‘카프카적’이 누군가요? 당신하곤 정말 말이 통하질 않네요.”

 

 

 

우선 복장부터 달라집니다. 처음에 등장할 때 앤디 버나드는 그냥 일반 캐주얼 정장을 입었습니다. 그런데 비중이 커지면서 갑자기 완벽한 프레피 룩 차림으로 변신합니다. 빨간색 바지를 입거나 초록색 조끼를 입는 등 아이비리그의 부유한 엘리트 학생들처럼 완벽하면서도 튀는 독특한 패션을 선보입니다. 그리고 가끔 ‘분노조절’이 잘 되지 않아 열 받으면 쓰레기통을 걷어차거나 물건을 집어 던지고 주먹으로 벽을 쳐 벽을 뚫어버리는 정도의 괴팍한 성미를 갖고 있다고 설정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내면적으로 아주 인간적이고 순수하며 아이같은 성정의 사람으로 변합니다. 만화를 좋아하고, 노래부르는 걸 좋아하고, 마음도 약한 부류의 인간으로 묘사됩니다. 그러더니 오피스 제작진은 ‘앤디가 마이클 스캇과 가장 비슷하다’며 그를 지점장으로 임명시킵니다. 진짜 말도 안되요. 마 지점장은 진상이지만 사원시절 영업을 아주 잘했기 때문에 지점장이 된 데 개연성이 있습니다. 관리자로서는 먹히지 않는 그의 부적절한 유머나 농담이 영업 현장에서는 아주 잘 먹혔고, 같이 놀고 술먹고 한 뒤에 마지막에 ‘우리는 이제 친구니 우리와 거래해달라’고 부탁하는 그의 영업스타일도 타율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앤디는 그것도 못합니다. 뭐 하나 잘하는게 없습니다.그런데 어떻게 지점장이 되는지 현실성도 없고 극중 개연성도 떨어집니다.

 

 

이런데도 앤디를 계속 지점장 시킬건가요?

카테고리 : Torir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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