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통령 VS 한국 총리, 누가 더 약할까?

미국의 조 바이든 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       저는 유머를 사랑합니다.   2000년대 초 제가 정치부 막내기자 시절 동아일보 정치면에는 ‘S&P(Smile & Politics)’라는 가십(gossip)란이 있었습니다. 정치권이나 관가에서 벌어지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나 유머 등을 삽화와 함께 소개하는 코너였습니다. 당시 상당히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습니다. ‘다른 정치 기사는 안 봐도 S&P는 꼭 본다’는 사내외 독자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정치에서 소소한 웃음을 발견할 수 있으니 신선하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2009년 8월~2010년 7월 1년간 미국에서 연수할 때 동네 도서관에서 헌책 세일을 할 때면 유머집이 눈에 띄면 꼭 사곤 했습니다. 25센트짜리 … 글 더보기

“영화처럼 살다가 죽고 싶었어요”

  “비디오에서 본대로” 20대 한 달 새 25회 ‘강도 강간 실습’  “영화 ‘델마와 루이스’처럼 세상을 돌아다니며 ‘칼리포니아’의 주인공처럼 범죄행각을 벌이다가 ‘그랑블루’의 마지막 장면처럼 바다에 빠져 죽고 싶었어요.”   (1996년 5월) 13일 오전 서울 성동경찰서 수사1계 유치장 면회실.   범죄영화에서 본대로 여관 등을 전전하며 강도강간 행각을 벌이다 붙잡힌 임모 씨(24·무직·주거부정)가 태연히 내뱉는 말이었다.   임 씨는 지난 한 달 간 거의 매일 대학가 부근 커피숍 비디오방 운동복대리점 등에 손님을 가장해 들어가 혼자 있는 여종업원을 칼로 위협, 돈을 뺏고 성추행을 일삼다가 체포돼 특수강도 및 강간 협의로 12일 구속됐다.   임 씨는 지난 … 글 더보기

편지 같은 기사, 기사 같은 편지(2)

  기자도 사람이어서 화가 날 때가 있습니다. 배신감 같은 감정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기자 선배들 중에는 “기자야말로 웃고 분노하고, 슬프고 즐거운 감정을 누구보다 잘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공감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느끼지 못하면 쓸 수도 없다”라고 조언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2003년 8월 저는 화가 좀 났습니다.   기자들과의 대화나 토론을 즐기던 고위외교관이 새 정부(노무현 정부)의 언론정책에 발맞춰 평소 모습과는 전혀 다른 주장을 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편지가 분노의 감정을 격하지 않게, 점잖게 상대방에게 전하는 좋은 글 형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자의 눈’이란 … 글 더보기

편지 같은 기사, 기사 같은 편지(1)

  2004년 9월에서 2007년 7월까지 ‘책갈피 속의 오늘’이란 칼럼의 필진 중 한 명이었습니다. 일종의 ‘오늘의 소사(小史)’입니다. 그 날 있었던 과거의 이야기를 하나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2007년 2월13일자를 제가 써야 했습니다. 어떤 소재를 선택할까 고민하다가 1910년 같은 날에 미국의 대표적 공학자 중 한 명인 윌리엄 쇼클리 씨가 태어났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윌리엄 쇼클리를 소재로 선택하고 자료 수집과 관련 취재를 마친 뒤 ‘어떻게 기사를 풀어갈 것인가’를 다시 고민했습니다.   문든 제 늦둥이 동생의 생일도 ‘2월13일’이고, 동생도 공과대를 졸업했다는 사실에 착안해서 ‘동생에게 생일 축하 편지를 쓰는 형식으로 써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 글 더보기

“밥 빨리 먹는 직원이 일도 잘한다”

    ‘달을 가리키는 데 달은 안 보고 손가락만 바라본다.’   사안의 핵심을 보지 못할 때 종종 등장하는 표현입니다. 그러나 달을 보라는 것인지, 손가락을 보라는 것인지 헷갈리는 상황은 적지 않게 일어납니다.   경영전략실 팀장으로 근무할 때 채용 업무에 관여했는데 5일 간의 최종 실무평가 중에 긴장을 풀기 위한 일종의 단합대회로 볼링 경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스포츠를 같이 해보면 그 사람의 성격이 많이 드러납니다. 그러나 볼링이 시험과목에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입사 지원자의 처지에서는 평가 과정의 모든 게 신경 쓰이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일부 지원자는 짬짬이 볼링 연습도 미리 했던 모양입니다. 그런 … 글 더보기

‘모피아는 땅을 살피고, 이피비는 하늘을 본다.’

     마피아 영화 ‘대부’의 주인공  말론 브랜도 동아일보DB   요즘 경제 관료 출신들이 잇달아 금융기관의 수장으로 임명되거나 선출되자 다시 ‘모피아’라는 단어가 신문지상에 자주 등장합니다.     모피아는 옛 재무부의 영문 머리글자(MOF·Ministry of Finance)와 마피아를 결합한 것입니다.   모피아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 같습니다.  ‘막강한 경제 권력에 대한 동경과 질시’ ‘끼리끼리 해먹는 것 같은 문화에 대한 비판의식과 묘한 두려움’ 등등. ‘분명히 밉지만 은근히 부럽고’ ‘대단해 보이다가도 걱정스런 한숨이 터져나오는’ 복잡한 시선이 정부 안팎에 있다는 걸 기획재정부를 짧게 6개월 출입하면서(2010년 8월-2011년 1월) 느낀 것입니다.   1980년대 후반-1990년 초반 대학 다닐 때 고시 공부하는 … 글 더보기

‘나는 저격한다, 고로 존재한다.’

  정치는 말로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말로 하는 정치’의 최선두, 최전선에 서있는 사람들이 정당의 대변인과 부대변인들입니다.   2003년 8월 동아일보 정치부 정당팀은 ‘정치인 참회록’ 시리즈를 기획했습니다. 정치인들 스스로 잘못된 행태나 관행을 반성하는 내용을 담자는 취지였습니다. 정당팀 주니어 기자였던 저는 당시 민주당의 장전형 부대변인을 인터뷰해서 ‘상대를 상처 내는 말싸움 정치’에 대한 반성과 그 일에 앞장서는 부대변인의 비애를 자세히 들었습니다.   저는 취재한 내용을 그 사람의 육성으로 ‘1인칭 시점’으로 기사화하는 형식을 비교적 선호하는 편입니다. 독자들이 기자의 취재원을 직접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시 다른 참회록은 문답 … 글 더보기

지어준 이름보다 더 예쁘게 자란 딸

  신문기자는 때론 잔인한 직업입니다. 또 냉정한 직업입니다. 기쁠 때 다른 사람처럼 마냥 기뻐할 수 없고, 슬플 때 함께 울고 있을 수만도 없습니다. 그 감정을 밖으로 표현하지 않고 가슴 깊이 꼭꼭 담아둬야 합니다. 다시 꺼내볼 수 있도록 마음에 단단히 기록해야 합니다.   그 기쁨을 어떻게 표현해야 그 기사를 읽은 독자도 함께 기뻐할 수 있을지, 그 슬픔을 어떤 글에 담아야 독자의 눈물샘이 자극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합니다.   1997년 9월12일도 저에게는 잔인한 날이었습니다.   박초롱초롱빛나리 양을 기억하시나요. 특이하면서도 예쁜 이름, 깜찍한 외모. 그러나 유괴라는 끔찍한 범죄와 그 범인이 임산부라는 … 글 더보기

은빛 수갑

<“리드(첫 줄) 쓰는데 기사 쓰는 노력의 51% 이상을 쏟아라.”   단지 선배란 이유로 후배 기자나 언론인이 되려는 인턴기자들에게 글쓰기에 대한 조언을 하게 될 때면 저는 이 얘기만 합니다. 1995년 12월 신문기자가 된 뒤 저 자신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입니다. 리드는 제목이자, 주제이고, 손님을 부르는 강렬한 손짓입니다.   성공적인 리드였던, 실패한 리드였던 그 속에 담긴 피 말리는 고민을 ‘첫줄의 승부’란 코너에서 나누려 합니다.>    1997년 5월 사회부 사건팀(경찰출입) 기자로 서울 강남경찰서를 출입할 때의 일입니다. 경찰의 오해 때문에 피의자로 몰려 지하철역에서 수갑이 채워지고 밤새 경찰조사를 받은 억울한 대학생의 사연을 … 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