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 화백, “미인도는 가짜”라는 공증 남겼다

카테고리 : 세계의 한인들 | 작성자 : aplovepp

천경자 화백, 미인도 논란 생긴 1991년에 “미인도는 위작이고 가짜”라는 공증까지 남겨

뉴욕 사는 맏딸 이혜선 씨, “당시 엄마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체중이 10kg이나 빠졌다”

공개적으로 “작가가 자기 자식(작품)도 못 알아보겠느냐” 밝히고 법률문서로도 의지 표현

검찰 미인도 진품 발표 vs 프랑스 감정회사 위작 판정 대립 구도에

천 화백의 ‘미인도는 가짜’ 공증문서가 새로운 변수로 등장

 

고 천경자 화백이 미인도 위작 논란이 벌어진 1991년 '미인도는 위작이고 가짜임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적고 날인까지 한 공증 문서. (천 화백의 맏딸 이혜선 씨 제공)

 

 

   고(故) 천경자 화백은 문제의 ‘미인도’ 위작 논란이 불거진 1991년부터 일관되게 “엄마(화가)가 자식(작품)도 못 알아보겠느냐”며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인도 관련 저작권법 위반, 허위공문서 작성,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를 조사해온 검찰은 이달 19일 ‘미인도는 진품이 맞다’는 결과를 밝혔다. 이에 미인도 감정 작업에 참여했던 프랑스의 유명 미술품 감정회사 ‘뤼미에르 테크놀로지’가 27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인도는 위작이 확실하다”며 검찰 발표를 강하게 반박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 뉴욕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천 화백을 12년 간 수발했던 맏딸 이혜선 씨(71·섬유 디자이너)가 천 화백이 미인도 논란이 불거진 1991년 ‘이 그림(미인도)는 위작이고 가짜임을 분명히 밝혀둔다’는 내용의 공증까지 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 씨는 26일(현지 시간) 기자에게 보여준 A4용지 4쪽 분량의 공증서에는 “1991년 4월1일(월요일) 과천 현대 미술관 이동전람회 담당자로부터 확인한 바 과천 현대 미술관 소유의 미인도 천경자 작(作)으로 되어 있으나 이 그림은 위작이고 가짜임을 분명히 밝혀둔다. 1991년 12월26일 천경자’라고 쓰여 있고 날인(捺印)까지 돼 있다.

 

  이 씨는 “엄마(천 화백)는 미인도 논란이 처음 불어졌을 때부터 일관되게 ‘엄마가 낳은 자식도 못 알아보겠느냐’ 하셨지만 계속 작가의 의견이 무시당하자 체중이 10kg 가까이 빠지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셨다”고 회고했다. “당시 ‘이러다가 엄마가 돌아가시면 어쩌나’하는 걱정을 했을 정도로 심각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TV방송과 신문 인터뷰 등을 통해 수차례 ‘문제의 미인도는 내 자식(작품)이 아니다’고 공개적으로 말씀하셨지만 주위에서 ‘그래도 법적 근거를 남기는 게 좋겠다’는 조언이 있었고 그래서 공증문서를 만드신 것으로 기억한다”고 이 씨는 말했다.

 

  이 씨는 지난해 천 화백 사망(8월6일) 이후 ‘이제라도 천 화백의 억울함을 풀어주자’며 미인도 논란이 다시 불거지자 같은 해 11월 기자와 인터뷰에서 “엄마도, 나도 미인도 얘기가 어떤 식으로든 다시 나오는 걸 전혀 원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왜냐하면 “논란이 가열될수록 미술을 잘 모르는 일반 대중은 ‘저 그림(미인도)이 천 화백 것인가’하는 잘못된 인식만 심어줄 위험이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씨의 이런 우려는 미인도 위작 문제에 대한 고소와 조사, 검찰의 ‘진품’ 발표로 현실이 돼버렸다.

 

  이 씨가 26일 기자에게 “작가가 ‘이 그림은 위작이고 가짜임을 분명히 밝혀둔다’는 법적 근거까지 남겼는데도 25년 만에 검찰 조사 결과 통해 진품으로 둔갑했다”며 “검찰이 그 근거로 제시한 값비싼 ‘석채’ 안료 사용, 맨눈으로 관찰되지 않는 압인선 확인, 미인도 유통 경로 확인 등은 너무나 쉽게 반박할 수 있는 내용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 씨는 또 “검찰이 이번 조사를 위해 엄마의 진짜 작품들을 압수수색해 가서 미인도와 비교하는 작업을 했다고 들었는데 엄마의 자식 같은 진품들이 (가짜 때문에) 그런 수모를 겪은 게 제일 마음 아프다”고 덧붙였다. 그는 끝으로 “엄마는 1998년 그림 93점을 서울시(시립미술관)에 기증하면서 ‘난 일개 여류화가에 불과하다. 대중이 내 그림을 좋아해주지 않으면 난 그림을 그릴 수도 없고, 그릴 이유도 없다’고 말씀하곤 하셨다”며 “미인도 논란으로 엄마의 그런 순수한 정신과 마음이 다시 훼손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천 화백은 생전에 자신의 작품을 자식들에 물려주는 것도, 시중에서 판매되는 것도 싫어했고 오로지 ‘한 곳에 모아놓고 대중들이 마음 편히 감상할 수 있기’를 소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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