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경제의 우버(Uber)화’는 축복인가, 재앙인가

카테고리 : innovation | 작성자 : aplovepp

‘모든 경제의 우버(Uber)화’는 축복인가, 재앙인가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에 대한 기사를 한국 포털에서 검색하면 ‘불법 영업 논란’ ‘택시업계의 반발’ 등의 내용이 대부분인 것 같다. 우버는 한국 사회의 토양에는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가지. 우버 비즈니스 혁신 모델이 바꿔놓고 있는 세상에 대해선 우버가 합법이든, 불법이든 주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미국에서는 ‘모든 경제의 우버화(uberization)’란 말이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다. 그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던 기사의 초고. 나중에 ‘컨시어지 경제’에 포커스를 맞춰 지면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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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Uber) 앱

 “택시 필요하세요?”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오후 9시경 뉴욕 맨해튼 32번가 코리아타운. 한식당에서 회식을 마치고 나온 한국기업 주재원 K 씨(47)에게 한인택시 운전사가 말을 건넨다. 그러나 K 씨는 “괜찮습니다”라고 답하고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서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Uber)’ 앱을 클릭한다. 가장 저렴한 서비스인 ‘우버X’를 선택하자 3분도 안돼 차량이 도착했다. 뉴저지에 사는 K 씨는 “우연히 우버를 한번 이용한 뒤부터는 너무 편리하고 편안해서 앨로우캡(맨해튼 택시)이나 한인택시를 거의 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반택시보다 요금(우버X의 경우)도 10~30% 정도 싸고 ‘팁을 얼마 줄 것인지’를 계산하는 번거로움도 없다고 K 씨는 덧붙였다. 우버는 예상 요금을 미리 고지하고 사전에 등록한 고객의 신용카드로 계산한 뒤 영수증을 e메일을 보내준다. 승객은 타고 내리기만 하면 되는 시스템이다.

 

  뉴욕에 사는 회사원 조시 로스 씨(39)는 “회사 동료들끼리 ‘맨해튼에서 뉴요커와 관광객을 구분하는 방법이 하나 더 추가됐다’고 얘기하곤 한다. 관광객은 길에서 앨로우캡을 부르지만 뉴요커는 사무실에서 우버를 클릭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우버의 ‘불법 영업’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뉴욕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리스 같은 미국의 대도시에선 우버는 이미 ‘도시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이 택시업계의 민원을 받아들여 “우버 차량 증가를 규제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우버 기사와 고객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물러섰을 정도. 뉴욕시 내부에서조차 “우버가 창출하는 일자리, 경제효과를 무시해선 안 된다”는 반론이 거셌다.

 

   미국 산업계에선 “차량을 가진 개인(우버 기사)과 차량이 필요한 개인(우버 고객)을 스마트폰 앱 하나로 연결한 ‘우버 비즈니스 모델’의 성공은 21세기형 산업혁명”이란 평가마저 나온다. 실제로 미 신문과 방송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미국 경제의 우버화(Uberization)’에 대한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경제학자들도 “우버의 강점은 실시간 데이터베이스(DB)에 기반한 가격 탄력성이다. 택시가 필요한 사람이 급증하면 우버 요금이 오르고 그러면 우버 기사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서 그 수요를 충족시킨다”고 말한다. ‘수요 공급의 법칙, 시장(가격)의 기능이 가장 충실히 구현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결정판’이란 설명이다. 우버처럼 공급자 개인과 수요자 개인을 연결하는 스마트앱 비즈니스는 미국 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스마트폰 클릭 하나로 택시(우버)는 물론, 주차 대행 요원, 쇼핑 도우미, 가정부, 안마사, 요리사, 심지어 의사까지도 호출할 수 있는 세상이 열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보도했다. 즉 “모든 경제활동이 ‘우버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무엇이든 주문할 수 있는 ‘컨시어지 경제’ 시대

   ‘컨시어지(concierge)’는 호텔에서 고객의 짐 들어주기는 물론, 교통 관광 쇼핑 안내, 음식점 추천, 각종 예약 정보 제공 및 티켓 구매 대행 까지 투숙객의 다양한 요구를 들어주는 서비스나 그런 서비스를 총괄하는 담당자를 뜻한다.

 

   WSJ은 “예전엔 이런 ‘컨시어지 서비스’를 받으려면 돈 많은 부자여야 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된다. 그런 세상을 우버가 본격적으로 개척했다”고 평가했다. 돈 많은 이른바 ‘슈퍼 리치’들은 개인 운전기사가 따로 있어서 우버 같은 서비스가 필요 없는 만큼, ‘컨시어지 경제’의 직접적인 수혜자는 일과 일상에 쫓기는 일반 시민들이란 논리다.

  

   맨해튼 소재 금융기관의 한 임원은 “우버 서비스 중 고급승용차가 제공되는 ‘우버 블랙’은 일반 택시보다 최소 20~30% 더 비싸지만 중요한 손님을 모실 때 자주 이용한다”며 “이동이 필요할 때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더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우버 서비스는 일반차량, 고급차량, 미니밴, 어린이 카시트 있는 차 등 차종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승객과 요금을 나눠 내는 우버 풀(Pool) 등 요금제도 다양하다.

 

   스마트폰 앱 하나로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과 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개인을 연결해주는 이른바 ‘주문형(on-demand) 디지털 경제’는 미국에서 날로 확산되고 있다. ‘럭스(Luxe)’는 주차할 곳을 찾아 헤맬 필요가 없도록 주차를 대행해주고, 단기 일자리 중개 사이트인 ‘태스크래빗(TaskRabbit)’은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인기 공연 티켓이나 신제품 구매를 위해 줄을 대신 서주는 일까지 알선해준다. 이외에도 시장을 대신 봐주는 ‘인스타카트(Instacart)’, 빨래를 해주는 ‘와시오(Washio)’, 요리사를 집으로 보내주는 ‘스피릭(Sprig)’과 ‘스푼로켓(SpoonRocket)도 있다. 안마사를 불러주는 ‘질(Zeel)’, 의사를 보내주는 ‘힐(Heal)’ 등 스마트폰 앱 하나로 얻을 수 있는 ‘컨시어지 서비스’의 영역은 계속 넓어지고 있다. 한 브로드웨이 극장의 판매 담당 매니저로 일하는 니콜러스 패런다 씨는 “이런 주문형 서비스들은 내 시간을 크게 절약해줄 뿐만 아니라 어떤 경우엔 (내가 직접 하는 것보다) 더 저렴하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차대행 서비스인 ‘럭스’는 상대적으로 이용률이 떨어지는 주차장들과 ‘가격 협상’을 해서 일반 주차료의 50% 정도만 지불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고객 처지에선 ‘주차료+럭스 서비스 이용비용’이 혼자 주차할 때의 비용보다 더 저렴해지는 1석2조의 효과를 보게 되는 셈이다. 한 럭스 이용자는 “나 혼자 주차할 때 35달러 들었는데 럭스 서비스 이용하고도 팁 포함해서 18달러만 지불했다”고 했다.

 

  유력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주문형(컨시어지) 경제가 젊은 직장인도 ‘과거의 왕자님이나 공주님’처럼 살 수 있는 세상을 열어놓았다”고 진단했다. ‘자본론’을 쓴 칼 마르크스는 ‘세상은 자본가 계급과 노동자 계급으로 나눠져 있다’고 했지만 지금 21세기 주문형 경제 시대엔 ‘돈은 있으나 시간은 없는 사람’(서비스 수요자)과 ‘시간은 있으나 돈은 없는 사람’(서비스 공급자)으로 나눠져 있다는 설명이다. 이 두 ‘계급’ 간 거래가 가능하게 해주는 장치는 ‘디지털 기술(스마트폰 앱)’이고 그런 비즈니스 모델을 성공시킨 대표적 기업이 우버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덧붙였다.

 

●계속되는 ‘우버 논란’, 그러나 계속 증가하는 정치적 영향력

   우버 운전기사를 ‘독립적인 사업자(우버의 계약자)’로 볼 것인지, 아니면 실질적인 우버의 피고용인(직원)으로 분류할 것인지 여부가 우버 같은 주문형 경제의 핵심 논쟁이다. 샌프란시스코 지방법원 등에서 이에 대한 정식 재판이 진행 중이다. 우버를 고소한 원고(일부 우버 기사들) 측은 “회사(우버)가 기사들의 근무형태, 차량 기준, 보상, 심지어 해고에도 상당한 영향력과 통제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우버 기사를 정식직원으로 대우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현재 기사 개인 비용으로 충당되는 연료비, 차량 유지 및 보수 비용 등을 회사 측이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 우버의 경쟁력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그러나 우버 기사들조차도 원고 측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뉴욕 앨로우캡 기사로 일하다가 최근 우버 기사로 옮긴 프레드래그 쿠마노비치 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택시 기사로 일할 때보다 더 적은 시간을 일하지만 비슷한 소득을 올리고 있다. 내 남동생에게도 우버 운전기사가 되라고 추천했다”고 말했다.

 

   경영학계에서도 “우버 같은 21세기형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20세기식 구분법으로 재단해 규제하려 하지 말라”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은 최근 “우버 기사가 ‘독립적 사업자(계약자)’냐, 아니면 피고용인이냐는 논쟁은 명백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우버 기사는 그 두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새로운 분류의 노동자라는 점이다”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최근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이 택시업계의 불만과 도심 교통체증 심화 등을 이유로 ‘우버 차량의 증가를 규제하겠다’고 밝혔다가 사실상 철회한 사건은 우버의 정치적 영향력도 막강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더블라지오 시장이 ‘우버를 과소평가한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는 얘기다. 우버는 더블라지오 시장과 뉴욕시에 항의하기 위해 사실상 ‘총동원령’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한 글로벌 기업 뉴욕법인의 고위 임원도 “(우버 고객인) 나한테 ‘시청 앞 항의 시위에 참석해주면 우버 차량을 공짜로 제공하겠다’는 e메일이 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더블라지오 시장과 뉴욕시가 규제 방침 발표 며칠 만에 받은 ‘반대 의견 e메일’만 1만7000통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드워드 워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사회학 교수는 이를 “반대 의견 표명이나 집회 시위 같은 행동주의(activism)의 우버화(Uberization)”라며 “이런 ‘주문형 시위’는 전통적인 풀뿌리 시민운동과는 분명 구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버에 반대하는 뉴욕택시기사연합회(TWA) 측도 “우버는 ‘동원된 소비자 운동’을 통해 새로운 지역이나 국가로의 진출이나 영업 확장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전략을 쓰곤 한다”고 비판했다.

  

  우버로 대표되는 ‘주문형 경제’에 대한 논란은 미국 대선의 주요 쟁점이기도 하다. 민주당의 대선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우버 기사처럼) 고용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임시직 근로자들의 불리한 측면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문형 경제가 ‘디지털 장터에서 거래되는 기간제 근로’라는 노동자 측면에서 강조될 때는 흔히 ‘긱 경제(gig economy)’라고 불린다. 1920년대 재즈에서 생겨난 ‘긱(gig)’이라는 단어는 ‘공연장 주변에서 연주자를 구해 단기 공연 계약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큰 만큼 안정성도 거의 없다는 의미인 셈이다.

  

   반면 공화당의 유력 주자들은 대부분 “우버 같은 서비스가 경기를 부양하고 서비스 요금을 낮추는 경제적 효과를 낳고 있다”고 옹호한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7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이웃에 사는 각종 전문가를 단기로 고용할 수 있게 중개해주는’ 온라인 지역 홈서비스 스타트업인 ‘썸택(Thumbtack)’과 회의하러 갈 때 우버 앱을 이용했다. 다른 대선 주자인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이나 랜드 폴 상원의원(캔터키) 등도 우버를 자주 애용하는 ‘긱 경제 옹호론자’들이다.

    우버와 우버가 상징하는 ‘주문형 경제’ ‘긱 경제’ ‘컨시어지 경제’를 둘러싼 갈등이나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우버의 성장은 당분간 꺾일 기세가 안 보인다. 2009년 3월 창업된 우버는 올해 5월말 현재 58개국, 300여 개 도시에서 영업을 하고 최근 기업가치가 5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런 성장세는 페이스북을 추월한 것이라고 WSJ 등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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