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석
대장>>
http://news.donga.com/fbin/output?n=200907060442
7월
6일자 동아뉴스스테이션 ‘김현수의 뉴스데이트’ 인터뷰 80%..
짧은
방송 기사에 담지 못했던 많은 얘기들.
#귀국하자마자 뭘 했는지…
“저요? 술 먹었죠. 뭐 에브리 데이야. 안 나가면은 섭섭해 하고 사람들이. 공항에 오자마자 인천 을왕리 가서 밤새 술마시고. 60 70명이 왔는데 술값 내는 사람이 없네 하하..”
#죽음이 두렵지 않는지요.
“죽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어딨습니까? 다 두렵지. 그런 거 생각하면 등반 못합니다. 베이스캠프에서 바닥잠을 못 듭니다. 저는 그래서 인명은 재천. 떨어져 죽을 팔자면 침대에서도 떨어져 죽어요. 목 부러져서. 팔자려니 해요. 그래서 아예 맡기고, 단 내가 그 시간, 그 장소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뿐이죠.
제가 뭐 목숨이 안 아까워서 그런 짓 하는 게 아니라 또 내가 세운 목표고, 내가 해야 될 일이기 때문에. 안주하고 있으면 뭐가 됩니까? 누가 엎어다 주는 것도 아니고. 루트 만들어 주는 것도 아니고. 또 새로운 루트를 만들다 갔는데.”
#신 루트 개척의 의미
“그건 우리가 했지만.. 제가 한 게 아니라 우리가 했어요. 우리가 그 루트를 만들어 냈지만은 그건 대단한 일입니다. 세계 최고봉에 명함 석자도 못내미는 코리아가 양 쪽으로다 많이 선진국이에요. 산악 선진국. 많은 산악인들이 히말라야에 많이 올라가고 있어요.
그런데 구태의연한 등반. 그러니까 남들이 올라갔던 루트를 계속 올라 다니는 게 있죠. 히말라야 8000m(이상 14좌) 완봉자가 우리나라에 세 명 있습니다. 우리나라 민족성은 정말 독합니다. 대단한 민족이에요. 악바리에요. 등반가면 베이스캠프에서 한 두 번 날씨 나쁘면 다 철수합니다. 한국팀은 끝까지 남아 있어요. 시즌 끝날 때까지. 일단 한국 사람은 강인한 민족이고, 정말 대단한 민족입니다.
세계 최고봉에, 가장 어려운 루트에 한국인이 길을 냈다는 거는 대단한 일이에요. 그 27년 동안 러시아 이런 애들은 도전장을 못 냈어요 다른 사람들은. 근데 한국인이 가서 그 곳에 도전장을 내고, 결국은, 하늘을 닿는 라인을 만들었다는 거는 세계 등반사에도 길이 남을 일이고 그 의미는 말할 것도 없죠. 우리 한국인이 에베레스트에 길을 가졌다는 건. 한국인의 길을.”
#에베레스트 남서벽과 ‘애증의 관계’라는 기사를 봤는데. 에베레스트와의 인연은…
“처음 8000m를 간 게 1991년도 에베레스트 남서벽이었어요. 근데 그 때 사고가 났어요. 뒤에서 루트를 만들다가 100여 미터 떨어졌거든요. (얼굴을 만지며) 이거 제 얼굴이 아니에요. 깨져서 맞추고. 지금도 심이 세 개나 박혀 있고. 그래가지고 뭐 다 죽었는지 알았죠.
그 때 마침 캠프 2에 미국팀 닥터가 올라와 있었어요. 이거 생으로 다 꼬맸어요. 아직도 이렇게 흉터가 다 있는데. (얼굴이) 이게 다 벌어져가지고 뼈가 보일 정도로 다 깨지고… 그게 남서벽 이었거든요. 죽을 고비를 넘긴 게. 그 때 제가 지금 보고 있는 루트를 봤어요. 아 저쪽으로 올라가도 될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했죠.
그 다음에 제가 남서벽 하러 또 갔어요. 근데 또 실패를 했어요. 그리고 에베레스트는 참 인연이 많아요. 결국은 에베레스트 남서벽 두 번을 갔는데 또 실패하고…
눈사태 맞아서 700m 떨어진 적도 있어요. 말이 700m지 어마어마한 길이죠. 산 게 다행이죠. 난 갈비뼈 두 개 부러지고, 셰르파 하나는 죽고 막 이래가지고. 그 때 또 물러났고.
그 후 14좌 완등에 들어서면서 참 긴 시간 그랜드 슬램 하느라고 긴 시간을 보냈죠. 그 후 다시 찾은 게 에베레스트. 이제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하겠다. 2007년에 10여 년 동안 봤던 루트로 가자. 아예 칼을 뺐으니까 칼을 뽑았으니까 뭐라도 베어야 할 거 아니에요. 일단 시작을 했으니까 끝을 맺어야죠.
남서벽에서 93년도에도 둘이 죽었어요. 같은 날 죽었어요, 5월 16일. 저는 정말 그 때 산을 떠나려고 했어요. 그때. 네 번째 동생들을 잃고 났을 때. 그땐 거의 모 술독에 빠져 살고. 거의 난 이제 산을 떠나야 겠다.
그 땐 정말 내가 왜 이런 등반을 하며 애들을 죽여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게 무슨 전쟁터도 아닌데. 제가 지금까지 9명을 죽였습니다. 애들을 갖다가. 말이 안 되는 거야 이거는.
#‘죽였다’는 표현을 쓰시네요.
“걔들이 지들이 좋아서 올라갔겠습니까. 대장은 왕이 아니라 독재자예요. 그런 것도 물론 필요 하죠. 산에서 그 짐승 같은 애들을 통제하려면. 어쩄든 다 내 탓이죠. 모든 지시는 내 입에서 나오는 거니까.
아까 왜 안 쉬냐고 그랬죠? 저는 쉴 수가 없어요. 난 걔네들 몫까지 살아야 해요. 그때 내가 생각한 게, 내가 여기서 그만 두면 걔네 죽음을 헛되이 하겠다. 약속인데, 걔네들하고 한 약속인데. 제가 겁쟁이가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남서벽을 찾은 거죠.”
#정상에서 처음 한 말이 ‘고맙습니다’라고 하던데…
“저는 정상 올라가서도 참 모든 사람들이 고맙더라고요. 베이스에서 무전할 때도 내가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외엔 한 게 없는 거 같아.
사실 뭐하고 싶은 말 많죠. 정상에 섰는데, 멋있는 얘기도 하고 싶고. 생각을 많이 해요 아, 어떻게 무전을 날릴까. 산악인이 멋있어야 하잖아요. 근데 저는 그렇게 사고를 내고. 실패를 하고, 딱 오는데, 나를 믿어주는 거. 동아일보도 그렇고. 얼마나 고맙습니까.
저 대장이 맨날 성질도 그렇고, 욕이나 해대고, 애들도 죽이고, 지네 동료들 아니에요. 다 자기들이 시체 수습하고 그랬는데. 그런데도 나를 믿고 쫓아와 준 게, 너무 고맙더라고요. 살아 준 게 고맙고.
정상에선 그다지 기쁘고 그런 것보다 해냈다. 아이들하고 약속을 지켰다. 어깨에 큰 짐 하나 내려놓는…“
#정상보단 남서벽에 루트를 냈을 때 더 기뻤을 것 같은데
“아, 그땐 울었어요. 그 라인을 이으려고 그 고생을 했었는데, 그게 코리안 루트거든요.
아, 우리가 사실 정상을 너무 우습게 봤어. 서릉이 어렵다 어렵다했는데 그 정도일 줄이야. 체코 애들은 정상에서 사라졌어요. 하산하면서. 거기까지 올라갔는데. 우리가 거기 세 번째 올라가는 건데, 어휴, 왜 못 내려갔는지 알겠더라고요.
늘 정상에 갈 땐 항상 체력을 20~30% 남겨 놔야 해요. 하산할 시간을 위해 남겨놓아야 해요. 정상을 보면 욕심이 나지만 그래도 남겨야해요.
그 땐 살려면 올라갔어야 되는 거예요. 사실 그 상황이면 내려와야 되는데, 우리가 퇴로가 막혔으니까. 살려면 정상을 올라가야 되는 거야. 반대편으로 내려가야 되니까. 그러니까 그 때는 제정신이 아니지 뭐. 갖고 올라간 줄을 다 썼어요. 줄 하나에 몸 네 명이 엮고 그러고 올라간 거예요. 그 줄이 5mm 짜리에요. 그걸 걸고는 위험해서 하강 못해요. 죽기를 각오하면 모르겠는데. 어느 정도 올라오니까 걸어 내려가는 데가 아니잖아요. 바위가 너무 날카롭게 살아 있어서 거기에 몸을 의존해서 하강을 한다는 건 거의 목숨을 내놔야 하는 그런 상황이니까. 어떻게든 정상으로 가서 넘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올라갔고. 우리가 만든 루트를 통해서 정상을 갔고. 희준이 현조… 약속 지켰고“.
#당시 나온 기사를 보니 ‘이나이에 내가..’라고 무전을 보내셨던데..
“이 나이에 나정도 되면 딱 셰르파들이 짐도 들고 그래야 하는데. 정말 로프 150m씩 짐지고 벽에 올라갔어요. 세르파들이 무섭다고 다 돌아가 버렸어요. 그럼 어떡해. 정상에 가려면 그게 피요해. 그래서 다 짐 지고 올라갔죠, 아, 서럽더라 서러워.
서릉 올라가면서, 내가 미쳤지 이 길을 뚫는 거야 나 자신에게 후회되고 내가 막 미운거야.(웃음) 막말로다가 이 미친놈에 왜 여기다 길 낸다고 그랬어. 내가 나 자신이 원망스럽고.(웃음)”
#왼쪽 종아리 근육이 파열됐다고 하던데 어떤 힘으로 정상까지…
“종아리가 찢어져서 참..그러니까 미쳤죠. 동국대에 봐주시는 주치의가 있는데, 아 이 다리는 평지걷기도 어렵고 어떻게 거길 올라갔냐고 넌 인간도 아니라고 해서… 네, 저 인간 아니에요. 했죠.
발을 평지에 똑바로 댈 수는 없는데 발을 이렇게 세울 순 있어요. 그렇게 세워서 올라가다가 갑자기 아프면 멈춰서 몇 분 있다가 그렇게. 통증 가라앉으면 올라가고…”
#도대체 산에서 가장 두려운 건 뭔가요?
“가면요 눈사태, 리드, 블리자드 고무판 얼음, 영화 30~40도 칼 바람들… 산에 올라가면요, 우리가 늑대털 얼굴에 대는데 이게 따뜻하려고 하는게 아니에요. 바람에 얼음 조각들을 걸러주는 거예요. 그 바람 그냥 맞으면 얼굴이 탁탁 베일 정도니까.
산에는 무서운 것들 무지 많아요. 근데 그런 건 다 예상하고 가는 거예요. 정도의 차이에요, 극복할 수 있어요.
제일 무서운 건 내 자신이에요. 정말 무서워요. 내가 대장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원정 스톱할 수 있어요. 아침에 바람이 많이 불어, 추워, 야, 한 시간만 있다가 출발하자, 얼마든지. 야, 텐트쳐. 이렇게.
자기 자신을 갖고 타협하기 시작하면 절대 성공 못합니다. 내 감정을 없애야 해요. 나는 기계다. 북극을 찾아가는 로봇이다. 에베레스트 정상 남서벽을 올라가는 로봇이다…
남들보다 지독하니까 그런 면에서 더 나으니까 종아리 찢어지고도 올라가겠죠. 근데 지금도 나는 타협중이에요, 내 자신과. 그런 나도. 그러니까 무섭죠, 내 자신이.”
#나이가 들면 사람들은 안주하기 쉽잖아요. 쌓아 올린 걸 잃기 싫으니까.
“내가 현역으로 뛰어봤자 얼마나 더 뛰겠어요. 더 나은 등반, 더 어렵고 위험한거, 남들이 안했던 것을 지향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히말라야 14좌에 모두 신 루트를 내겠다고 했는데.
“내가 다 올라가겠다는 게 아니라 내가 시작하면 우리 후배들이…(사무실을 가리키며)저기들 와 있잖아요. 전 후배들에게 짐이 되는 순간 스톱. 하지만 그 전까진 뛸 거예요.
저희 팀은요, 선배는 무조건 주고, 후배는 무조건 따르고. 그게 우리 철칙이에요. 제가 대장이니까 사람들이 리더십이 뭐냐고 묻는데, 간단해요. 내거 안 챙기면 되요. 후배들에게 항상 비전을 심어주고. 너희들도 나처럼 될 수 있다, 세상에 어디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하며 살 수 있냐.
정말 힘들고 위험하고 뼈를 깎는, 아이들을 보내는 그런 아픔을 갖고도 살지만 저는 참으로 럭키한 사람이에요.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정말 행복해요. 우리 후배들도 그럴 거예요."

<Someone like you 중>























